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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 전문기관 추천도서 > 문학나눔 선정도서 > 2024년 선정
이 같은 시도와 그 흐름은 철학을 전공하는 시인으로서 ‘시 속의 철학’과 ‘철학 속의 시’를 함께 받들더라도 이성의 통로로 나아가는 철학적 관념(서사)들을 감성의 통로로 끌어가면서 승화하고 아우르려는 유연한 시적 지향과 추구에 무게가 옮겨지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시집에 실린 일련의 시에는 존재의 부름에 응답하듯 ‘언어=존재’라는 등식을 떠올리게 하는 ‘존재의 집’ 짓기로 새길을 트고 다지려는 모습이 두드러진다. 특히 미세한 움직임과 아주 작은 소리에서 생명력을 천착해내고, 곡선과 둥긂의 미덕과 정적靜寂과 침묵의 세계를 그윽하게 길어 올리는 견자見者로서의 예지는 각별하게 돋보인다.
우주의 질서에 겸허하게 순응하면서 자신을 낮추고 비우며, 사람을 향한 외경심과 따뜻한 신뢰도 남다른 그는 겸양지덕과 가톨릭적 사유가 어우러져 받쳐주는 사랑과 감사와 용서와 화해로 나아가는 현대판 선비이자 이성을 감성으로 너그럽게 감싸 안는 관용의 시인이라 할 수 있다.
작가정보
1949년 경북 왜관에서 태어나 구상 시인 추천으로 1984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했다. 경북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계명대 대학원에서 철학박사(서양예술철학전공) 학위를 받았다. 시집 『구름꽃』(1986), 『어머니』(1988), 『엘리베이터 안의 20초』(1994), 『오르는 길이 내리는 길이다』(2013), 『그늘의 정체』(2014), 『주역 서문을 읽다』(2016)를 냈으며 시집 『그늘의 정체』로 세종도서 문학나눔(2015)에 선정됐다. 카툰에세이집 『짧으면서도 긴 사랑 이야기』(2004), 저서 『미와 예술』(1994), 『아름다움의 가치와 시의 철학』(1998) 외 다수를 냈으며, 논문 「시와 언어」(1994), 「문인수의 시 ‘간통’에 대한 미학적ㆍ가치론적 고찰」(1997), 「하기락과 자유」(1998), 「예술창작의 존재론적 본질」(2005), 「시의 정신치료적 기능에 대한 철학적 정초」(2006), 「시낭송에 대한 철학적 해명과 시낭송 치료의 가능성 모색」(2019), 「구상 강문학의 존재론적 본질」(2022) 외 다수가 있다. 제54회 한국문학상, 제31회 경상북도문학상, 제18회 경북예술대상을 수상했다. 한국문협 이사, 경북문협 회장과 대구한의대 교수로 총장 직무대리, 대학원장, 교육대학원장, 국학대학장, 교무처장, 기획처장, 행정처장 등과 대구교육대 겸임교수, 대한철학회장, 한국동서철학회장, 새한철학회장 등을 지냈으며, 운제철학상 운영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목차
- Ⅰ
역易 ______ 10
불학시 무이언不學詩 無以言 ______ 14
위지악 이선기인울爲之樂 以宣其湮鬱 ______ 16
적수세滴水勢 ______ 18
적수간滴水間 ______ 20
충내형외지위미充內形外之謂美 ______ 23
공심병空心病 ______ 24
조용한 의자 ______ 26
스킬 ______ 28
명관明觀 ______ 30
마음 ______ 32
마디론 ______ 34
집자集字 ______ 36
아주 작은 소리 ______ 37
곡선에 대한 회상 ______ 38
Ⅱ
만남 ______ 42
신록을 받다 ______ 44
저기 어디쯤 ______ 46
그녀라는 도시 ______ 48
왜관 아랫개에 대한 다큐 ______ 50
가온다 원근법 ______ 52
눈 내리는 겨울밤에 월오교를 걸었다 ______ 54
나무는 나무의 몸을 모르고 ______ 57
기다리지 마라 ______ 58
국화꽃, 명화名華 ______ 60
여백을 앉히다 ______ 62
가을 어조 ______ 63
봉숭아여 안녕 ______ 64
지우기 ______ 65
비와 바람의 행장 ______ 66
Ⅲ
관觀 ______ 70
집중集中 ______ 71
화신花信 ______ 72
라일락 꽃향기 ______ 73
땅찔레 ______ 74
나비 ______ 75
반伴 ______ 76
양안兩岸 ______ 77
물 ______ 78
부조浮彫 ______ 79
잉아 ______ 80
빙어 ______ 81
나무뱀 ______ 82
전지剪枝 ______ 83
종지부 ______ 84
Ⅳ
근곡 선생의 달빛 조상彫像 ______ 88
산수몽山水蒙 ______ 89
박찬선 선생 ______ 90
아나키스트 김성국 교수 ______ 92
쾌도난마 ______ 94
물가의 나무 ______ 95
물가에 마을이 있습니다 ______ 96
요약 ______ 99
초록음자리표 ______ 100
치명致命 ______ 102
택호宅號 ______ 104
물바위 ______ 106
목자스럽다 ______ 108
이제부터 자유다 ______ 110
고맙습니다 ______ 111
│해설│ 이태수(시인)
철학적 사유, 예지와 관용의 시학 ______ 113
출판사 서평
김주완의 시는 스스로 밝히고 있듯이 ‘반신半神’의 경지에서 존재의 부름에 응답하듯 ‘언어=존재’와 ‘시=존재의 집’이라는 등식을 떠올리게 하는 세계를 지향하고, 그 세계에 이르고 있다는 느낌도 안겨준다.
어린 꽃나무가 앓고 있습니다 속에서 생긴 병인지 밖에서 온 병인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들판의 서쪽에서는 여전히 싹이 틉니다 동쪽에서는 쉼 없이 고요하던 나뭇잎이 자꾸 무거워집니다 여기저기 기척이 있는데 알아들을 수가 없습니다 아침이 되자 어린 꽃이 피어납니다 완연하던 병색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아주 작은 기도가 부풀어 올라 저리 터져 나온 것입니다 앓는 속도 꽉 차서 부풀면 팝콘처럼 터지는 것이지요 처음에 꽃은 모두 여자의 몸에서 태어났습니다 북쪽이었습니다 어디선가 새어 나오는데 아무도 듣지 못하는 아주 작은 소리가 있습니다 가장 먼 곳에서 출발하여 우주의 가장 낮은 곳을 떠받치는 아주 작은 소리는 구체적입니다 여자의 집 안팎에서 구석구석 꽃이 피고 꽃이 지며 생명이 살아가는 소리는 몸을 가졌습니다 붉은 마음을 가진 새가 작은 소리를 품은 채 남쪽에서 높이 날아오릅니다
─「아주 작은 소리」 전문
나는 콘트라베이스가 되어 배경 소리를 내었지요
멀리서 보는 가온다의 자리는 눈부셨지요
(중략)
나도 어느 자리에 앉아 구석의 음표가 되었지요
너무 높이 있거나 너무 낮게 있는 친구는
스스로 거리를 두면서 자꾸 멀어지고
우리는 같은 음계끼리만 만나곤 했어요
한 번 눈 먼 새는 영원히 날지 못해요
까마득 높은 소리와 아득히 낮은 소리가 만나
몸부림치면 심포니가 되지요
멀고 가까운 건 세계가 아니라 자리였어요
눈이 내리는 으뜸음 자리는 금세 녹아 버려서
누구도 머물지 못하는 영역이었지요
새벽이면 강으로 나가
날마다 물결치는 소리를 들었어요
─「가온다 원근법」 부분
「아주 작은 소리」는 들판의 서쪽에서 싹이 트고 동쪽에서는 나뭇잎이 자꾸 무거워지는 상황에서 앓고 있는 어린 꽃나무를 들여다보면서 착상한 듯한 시다. 아침이 되자 알아들을 수도 없는 기척으로 어린 꽃나무의 연원을 알 수 없는 병색病色이 사라지고 꽃을 피우는 모습으로 바뀌어진다. 이 상황 변화는 아주 작은 기도와 어린 꽃나무의 속이 꽉 차서 부풀어 올라 터져 나오는 것으로 묘사된다.
게다가 처음에 꽃은 모두 북쪽 여자의 몸에서 태어났으며, 아무도 듣지 못하는 아주 작은 소리가 가장 먼 곳에서 출발해 우주의 가장 낮은 곳을 떠받치기 때문으로 그려진다. 이어서 여자의 집 안팎에서 꽃이 피고 지며, 생명이 살아가는 소리는 몸을 가졌다고 할 뿐 아니라 붉은 마음을 가진 새가 작은 소리를 품은 채 남쪽에서 높이 날아오르는 것으로 그려지고 있다.
서쪽에서 싹이 트고 동쪽에서는 나뭇잎이 무거워지며 북쪽에선 여자의 몸에서 꽃이 태어나고 남쪽에서 마음이 붉은 새가 몸을 가진 작은 소리를 품은 채 높이 날아오르는 상황이 암시하는 의미는 무엇일까. 더구나 생명력이 어린 꽃나무에서 여자와 새에게로 전이되고 비약하는 까닭은 ‘왜’일까.
동서남북을 두루 포용하고 있는 이 공간은 거시적인 시각과 미시적인 시각이 어우러져 빚는 생명의 근원과 그 불가시적인 생명력을 가시화하는 세계의 떠올림으로, 시인이 재구성해 보이는 세계라 할 수 있다. 아침을 계기로 어린 꽃나무가 작은 기도와 기도에 힘입기도 한 충만감으로 생명력을 회복(발산)하고, 아주 작은 소리로 상징되는 우주의 보이지 않는 질서와 그 힘이 생명을 잉태하는 모성母性으로서의 여자와 비상하는 새를 통해 가시화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삶이 삶을 지우고, 죽음이 죽음을 지운다
열심히 거두고 채우면서 살아도
산다는 것은 짐짓 지우는 일
하루하루
나는 나를 지우고
당신은 당신을 지운다
가시는 가시를 지우면서 가시가 된다
─「지우기」 부분
시인은 “산다는 것은 짐짓 지우는 길”일지라도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어둡게만 보지는 않는다. 비록 “오는 줄도 모르고 왔다가/가는 줄도 모르고 가는”(「고맙습니다」) ‘오늘’(날들)이지만, 우러르고 사랑하고 가까이 교유交遊하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 아닐까. 더구나 그들은 “춤추는 하늘이었고/손닿을 듯 멀리 나는 바다” 같고 “천사였고 바보”(「이제부터 자유다」) 같은 경우도 있고, 그런 사람들과는 여전히 더불어 “내가, 내가 아니어도 되는 자유”(같은 시)를 누릴 수도 있어서인지도 모른다.
이 시집의 맨 마지막에 실린 시가 「고맙습니다」이다. 요즘 심경을 진솔하게 보여주는 듯한 이 시는 사랑을 바탕으로 감사와 용서와 화해로 나아가는 관용의 메시지들을 아름답게 빚어 보여 그윽한 여운을 안겨 준다. 감사의 마음은 와서 가는 인생에 대해, 부모와 가족들에게, 마지막까지 고운 마음을 베푸는 사람들에게, 낮게 마음 비움으로써 복을 받았다는 데로 스미고 번지며, 자신 때문에 아프고 슬프거나 손해 본 사람들에게도 용서를 비는 마음이 곡진하게 쟁여져 있다.
오는 줄도 모르고 왔다가
가는 줄도 모르고 가는
오늘 나는 고맙습니다
나를 세상으로 보내주신 어머니, 아버지
고맙습니다
내 손을 잡고 일으켜 주신 할머니, 누님 고맙습니다
모든 것을 두고 갈 수 있어서
나는 복을 받았습니다
임종을 하듯 나의 저녁을 살펴준 마음씨
고운 사람에게 감사합니다
미안합니다
나로 인해 아프고 슬펐던 사람들
나 때문에 손해를 본 사람들에게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전문
기본정보
ISBN | 9791193001301 |
---|---|
발행(출시)일자 | 2023년 10월 11일 |
쪽수 | 144쪽 |
크기 |
131 * 218
* 17
mm
/ 399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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