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라 2-241(큰글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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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모래 더미에 묻힐 것이다.
망가져 가는 날씨, 뜨거워지는 햇빛
뒤죽박죽인 기온에 지구는 황폐해지겠지만
단비네 사과밭에서 펼쳐지는 따뜻하고 근사한 세계.
이 눈물겹고 아름다운 이야기는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이 책의 총서 (12)
작가정보
목차
- 토르월드 7
2023년 화양 27
다시, 토르월드 251
다시, 화양 271
작가의 말 276
책 속으로
“호박 더하기 씨는 호박씨. 그치? 그럼 날 더하기 씨는? 날씨. 그러니까 날씨도 씨앗 종류인 거야. 그날, 그날의 씨. 그치? 그럼 날씨도 씨앗처럼 사고팔 수 있겠네. 네 말처럼.” 122쪽
엄마는 밤낮없이 일했다. 멧돼지가 뿌리를 헤쳐 놓고 가도, 고라니가 꽃눈을 따 먹고 가도 속상해하지 않았다. 고라니는 키가 작아서 아래쪽만 조금 따 먹고 마는데 뭐. 엄마는 호두나무를 베지 않고 버텼다. 어떻게든 농약을 안 써 보려고 애썼다. 하지만 농사를 지을수록 빚만 늘었다. 후우, 그만두고 싶다가도 꽃을 보면 또 힘이 난다니까. 저렇게 예쁜 걸 보고 어떻게 그만둬. 그런 엄마의 사과 밭에 어젯밤 밤새도록 눈이 내렸다. 139쪽
“우리가 살아남는 거! 나라면 호두나무 같은 건 베어 버릴 거야. 나방 같은 건 살려 두지도 않을 거고! 사과 한 알이라도 지키려면 그래야 되는 거 아냐? 망하지 않으려면 그래야 하는 거 아니냐고!” 180쪽
박수칠 때 떠나라? 웃기지 말라 그래. 진정한 고수는 박수칠 때 반전을 노려야 해. 뒤통수를 한 번 더 쳐 줘야 한다고. 204쪽
“나비 한 마리 날갯짓이 허리케인을 일으킬 수 있다 잖아. 수천 장이나 되는 호두나무 이파리들이 떨어지면서 일으킨 바람은 어떻겠어. 허리케인이 아니라 지구를 돌려놓고도 남을 거야. 계절을 하루아침에 바꿔 버리는 건 아무것도 아니지.” 206쪽
바람에 흔들리는 이파리들의 마지막 춤. 그 사이로 비치는 빨간 사과 한 알과 나누는 마지막 인사. 마지막 숨. _267쪽,
단비의 대답은 들리지 않지만 버드는 단비를 느낄 수 있었다. 단비는 어디에나 있었다. 바람 속에, 모래 더미 속에, 마른 풀 속에 어디에나 있었다. _270쪽,
검고 찬 흙으로 씨앗들을 덮어 주면서 버드는 그들 하나하나와 눈을 맞추며 말했다.
“살아남을 거야. 우린…… 꼭 살아남을 거야.” _ 270쪽,
“수정아, 넌 사과가 사라지면 어떨 것 같아? 앞으로 영원히 오로라 같은 걸 못 먹는다면 말이야.” “바나나 있잖아.” “사과가 사라지면 바나나도 사라져.” “왜?” _274쪽
출판사 서평
날씨를 사고 팝니다
누구나 행복한 토르 월드로 오세요!
지금까지 인류는 과학기술 발전을 통해 삶의 질을 높여 왔지만 여전히 자연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가뭄, 홍수, 태풍, 폭설, 이상 기온 등등 날씨가 대표적이다. 바람의 세기나 기압, 강우량, 태풍의 진로 같은 것들을 예측하고 대비할 수는 있지만 근본적으로 방지할 수는 없다. 악천후가 몰아칠 때면 일기예보를 주시하며 너무 큰 피해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노화와 질병, 완전한 자율주행 자동차처럼 과학기술이 풀어야 할 실용적인 과제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겠으나 기후 문제야말로 시급하다. 오늘날 기후 재앙에 대한 우려는 모든 걱정거리들을 압도한다. 인간이 지구에 끼친 해악을 되돌릴 방법이 있을까? 인류가 날씨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면 혹시 가능하지 않을까?
『오로라 2-241』는 미래의 기후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SF 작품이다. 날씨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기술로 어마어마한 부와 권력을 거머쥔 토르, 그리고 토르사가 지구 밖에 건설한 토르월드. 지금으로부터 100년도 지나지 않은 미래에 지구는 기후가 완전히 망가져 황폐해진 상태이고 소수의 선택받은 사람들만이 토르 월드에서 살아간다. 기후 문제가 인류 보편적인 근심거리인 만큼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하는 SF가 해수면 상승이나 사막화 같은 환경 문제를 다루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SF는 언제나 아직 도래하지 않은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다양한 사고 실험을 시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토르 월드에 사는 주인공 버드를 일찌감치 과거로 보내 버린다. 그리고 버드가 당도한 과거는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 대한민국이다. 일종의 액자식으로 구성된 이야기에서 중심 서사는 현재를 배경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토르사관학교 입학을 앞둔 버드는 부모님 몰래 지구로 자축 여행을 떠났다가 타임스크류에 휘말리는 바람에 단비네 사과 농장에 불시착한다. 2023년의 사과 농장이란 SF에 그다지 어울리는 시공간이라고 하기 어려울 것이다. 농장에서는 단비와 단비 엄마, 이주 노동자인 알마와 메이가 단란하게, 그러나 고단하게 사과를 키우며 살아가고 있다. 비행 슈트의 추진단추를 잃어버린 버드는 어쩔 수 없이 사과 농장에 머무르는 동안 고된 노동을 경험하고 함께 일하는 즐거움과 사과를 키워내는 보람을 느낀다. 토르월드에서라면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토르 전기를 줄줄 읊고 토르사의 날씨 판매가 인류 번영에 이바지하고 있다고 믿는 버드는 사과 자체를 처음 보는 데다 날씨 조작 없이 농사를 짓는 일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당연하게도 버드와 단비는 70년의 실제 시차와 세계관의 차이를 두고 서로에 대해 반감을 갖기도 하지만 이윽고 서서히 친해진다.
최후의 사과나무 ‘오로라 2-241’
우리 손에는 여전히 사과 씨앗이 남겨져 있다
버드와 단비의 시점이 교차되며 전개되는 이야기에서 중심에 놓이는 것은 사과 농사다. 사과 농장을 한다는 것은 그냥 나무에 열리는 열매를 수확하는 정도로 간단한 일이 아니다. 가지를 치고 잎을 따주고 물을 대주는 등 사과를 제대로 키워내려면 쉴 틈이 없다. 사과꽃이 너무 일찍 피어도, 바람이 너무 불어도, 한밤중 열대야가 극심해도 문제가 생긴다. 매일매일이 힘겨운 노동과 근심걱정으로 채워진다. 문제는 날씨가 사람들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 토르월드에서 날아온 버드로서는 답답할 뿐이지만 단비네 식구들에게는 달리 방법이 없다. 진인사대천명. 그저 기다리고 간절히 바라고 문제가 생기면 수습한다. 하지만 겨울이 짧아 봄이 일찍 오고 이르게 피어난 사과꽃은 난데없이 내리는 눈에 맞아 얼어버린다. 2023년 대한민국에서 날씨는 사람들 편이 아닌 것 같다.
지구온난화로 사과를 키울 수 있는 지역이 점점 북상하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날씨에 전전긍긍하는 단비네 식구들은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기후 변화란 너무 거대한 일이고 사과나무를 키우는 사람들로서는 어찌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미래에서 날아온 버드는 먼홋날 극지방의 얼음이 모두 녹아버리고 사과가 멸종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어른들은 토르월드에 대한 버드의 말을 믿지 않지만 단비는 믿는다. 믿으면서도 믿고 싶지 않아서 버드가 거짓말쟁이이기를, 버드가 찾는 비행슈트의 추진단추가 영영 발견되지 않기를 바란다. 사과를 더 이상 키워낼 수 없다는 것은 단순히 사과가 사라지는 데 머무르지 않고 단비네 사과 농장 같은 단란한 공동체 역시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토르사에서 날씨를 파는 일은 국지적인 영역에 머무를 뿐이고, 결국 날씨를 사고파는 일은 지구에서 일어나는 기후재앙에 대한 안간힘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버드가 믿고 있는 대로 토르는 인류를 구원하는 영웅일까? 세상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든 누군가는 자신의 욕심을 채우려고 더 많은 고통과 슬픔을 초래한다. 그리고 다른 누군가는 불가능한 일에 도전하거나 안 될 줄 알면서도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한다. 그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어서이다. 단비농장에서 241일 동안이나 머무르다가 토르월드로 돌아온 버드는 이제 과거가 되어 버린 단비의 이야기를 듣는다. ‘오로라 2-241’은 지구 최후의 사과 품종이었고, 그 사과를 키워낸 전설적인 농부가 바로 오단비였다는 사실. 단비가 괴물이 되어 버린 날씨에서도 살아남는 품종을 만들기 위해 평생을 바쳤다는 이야기를 들은 버드는 농장에서 가져온 사과 씨앗을 들고 다시 지구로 향한다.
『오로라 2-241』는 미래 사회의 놀라운 기술 발전과 사회상을 보여주기보다는 2023년 사과농장의 현실을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 미래에서 날아온 버드가 함께하기 때문에 사과 농장 사람들의 고군분투는 눈물겹고 서글프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단비 엄마를 비롯한 알마 이모, 메이 이모, 단비가 최선을 다해 사과를 키워내는 모습을 응원하게 된다. 비록 실패가 예정되어 있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은 중요하다.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말에는 인간이 지닌 불굴의 의지가 담겨 있는 것이다. 게다가 모두가 알다시피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인류가 제 손으로 가져온 재앙 때문에 머지않아 비참한 종말에 이르게 될 것이라는 비관론이 대세인 듯하다. 기후 과학자들이 울부짖으며 탄소 배출을 줄이자고 외치고 공포에 질린 채 사태 추이를 지켜보는 사람들도 많다. 결국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수밖에 없다. 이 소박하고 아름다운 SF를 읽으면 저절로 주위를 돌아보게 되는 까닭이다.
기본정보
ISBN | 9791162102138 | ||
---|---|---|---|
발행(출시)일자 | 2023년 09월 04일 | ||
쪽수 | 280쪽 | ||
크기 |
207 * 294
mm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리더스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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