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률풍: 덕을 펼치는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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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긴 나라에서 조선의 통신을 지키려 분투한 소년의 이야기
한국 최초로 전화기가 등장한 것은 1882년. 청나라에서 전기를 배운 조선 유학생이 처음으로 가져왔다. 이후 1896년 고종이 행정을 위해 최초로 전화기를 사용했고, 일반 전화기가 도입된 것은 서울과 인천을 잇는 전화를 개통한 1902년이다. 이후 개성과 평양, 수원 등 9개소에 전화소가 설치되었다. 당시 전화기는 텔레폰을 음역한 이름 ‘덕률풍’으로 불렸다. 하지만 1905년 한일통신기관협정이 강제로 체결되면서 조선의 통신권은 박탈당하고, 조선인도 통신권을 당연히 빼앗긴다.
19세기 말 조선은 개화정책을 받아들이며 전신 체계를 도입하기 시작한다. 1882년에 통신행정 기구인 우정사를, 1884년에는 우정총국을, 1893년에는 전우총국을 설치한다. 이후 공문아문 역체국(1894), 농상공부 통신부(1895), 통신원(1900)으로 개편하면서 전신 사업을 추진해 간다.
하지만 결국 조선의 통신 정책은 일본의 조선 수탈을 용이하게 만드는 체제로 흡수되고 만다. 이 암울한 시기를 다룬 작품이 『덕률풍』이다. 1902년 일본이 침탈 야욕을 구체화하던 시기, 조선 통신권을 빼앗으려는 일본과 이를 저지하려는 통신원 학도들의 대결을 통해 당시의 시대상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덕률풍』은 역사적 사실에 기초했다. 통신기사 양성 기관인 통신원의 전무학당과 그 운영, 지금의 경찰청인 경무대와 경무사, 통신기사와 봉수원 등 실제 있었던 전신 기구와 경찰 조직, 다양한 직종 등 당시의 소재와 현실을 기반으로 했다. 경술국치 이전, 일본의 통신 침탈과 이를 목숨을 걸고 지켜야 했던 식민지 소년들의 비극적 상황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통신을 빼앗으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 꼭 알아야 할 우리의 통신 역사
1902년 일반 전화기 덕률풍 보급을 앞둔 시절. 연기로 급보를 전하는 봉수대가 폐지되고 전화소가 설치되기 시작했다. 통신기사 양성 기관인 전무학당에서 공부하는 통신 보이 강식이는 장래 희망이 통신기사다. 전신대를 설치하는 통신기사인 아버지처럼 백성의 발이 되어 줄 통신 기술을 배워 나라의 역군이 되고 싶다. 그러던 어느 날 돌연 아버지가 일본 병사에게 체포되고 만다. 전신대를 쓰러뜨려 사람을 다치게 했다는 누명을 쓴 것. 이 모두가 조선의 통신권을 장악하기 위한 친일 경무사의 계략이었다.
강식은 아버지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사라진 전신대를 찾아 나선다. 전신대에는 강식이가 ‘나는 할 수 있다.’라는 자신의 다짐을 새겨 두었기에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터였다. 강식이는 인왕산에 숨겨둔 전봇대를 찾아 아버지의 누명을 벗고자 하지만, 최악의 국면에 맞닥뜨린다. 일본이 조선 정부 몰래 군용 전신권을 개설하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었던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가까이 지내며 믿었던 이들이 일제의 앞잡이가 되어 나라를 저버리는 극악한 상황이 이어지는데…….
암울한 현실을 신념과 용기로 바꾼 소년, 세상에 뛰어들다
스마트폰, 스마트쇼핑, 디지털 미디어를 가능케 한 통신은 지금 우리에겐 매우 익숙한 기술이지만 백 년 이상의 통신 역사를 살펴보면 지난한 과정과 노력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조선 말기, 당시 백성들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우체, 전신, 전화 등 통신 정책의 도입은 역사적 수순이었다. 비록 일제의 침략으로 통신 주권에 대한 열망은 수포로 돌아갔지만 역사의 비극을 감당하며 이를 지키려 했던 사람들의 노력은 계속되었다.
비극적인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통신 주권을 지키려 고군분투하는 소년의 이야기가 깊은 울림을 주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아버지도, 삼촌도, 친구도 잃게 된 소년을 지탱하게 한 것은 의지와 용기였다. 식민지 소년에게 의지와 용기를 잃는 것은 모든 것을 잃은 것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누구는 나라를 팔아먹고, 누구는 나라를 지키려 목숨을 걸던 시절. 소년의 용기 있는 행동은 결국 배신자를 다시 돌아오게 하고,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힘으로 빛을 발했다. 『덕률풍』은 작고 힘없는 한 소년의 용기와 사랑이 민족을 구하는 불씨가 되었음을 확인하게 하는 소중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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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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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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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으로 세상을 보는 요즘, 최초의 전화기인 ‘덕률풍’을 소재로 택한 감각이 돋보이는 소설이다. ‘우리의 소리’라고 할 수 있는 통신 주권을 지키려는 주인공을 따라가다 보면 당대의 역사적 굴곡을 만날 수 있다. 아울러 소설 속 백성들이 보여 주는 연대의식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울림을 전한다. 무엇보다 진실을 밝혀내려는 주인공의 역동성에서 이 소설만의 힘을 느낄 수 있다.
책 속으로
“덕률풍이네.”
해철 형님이 바로 맞췄다.
“맞아요. 그럼 뜻도 아시겠네요.”
“두말하면 입 아프지. 덕을 펼치는 바람이잖아.”
이번엔 성열 형님이 맞췄다.
“궁에 처음 전화기를 들여왔을 때 불렸던 이름이잖아. 뭐, 지금도 그렇게 불리기도 하고.”
인성 형님이 거들었다.
“그나저나 덕을 펼치는 바람이라니, 참 근사하지 않습니까. 앞으로 제가 만든 전화기 이름은 덕률풍입니다.”
-27쪽
일주일 전에 아버지의 작업장을 보았다는 건 계획적으로 일을 꾸몄다는 의미 아니겠는가. 그런데 왜 아버지의 작업장이란 말인가. 통신기기들은 무슨 일로 들여놓은 거고. 그때 문득 학도 형님들과 나누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우리의 통신권을 빼앗아서 또 전쟁을 벌이려고 그러는 거지. 적군의 동태를 살펴 속히 보고하는 데 통신만 한 게 없잖아.’
-98쪽
내 시선이 다시 병수 삼촌에게 옮겨 갔다. 병수 삼촌이 까짓것, 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일본이 청국하고 전쟁을 벌였을 때 청국이 졌잖아. 그때 청국이 놓고 간 것들이야.”
“아, 그렇습니까. 흐음, 그런데 청국이 놓고 간 걸 왜 가져온 것입니까?”
“그야 여기 작업장에 군용 전신권을 개설하려고 그런 거지.”
“군용 전신권이요? 그게 뭡니까?”
“어? 내가 방금 뭐라고 했지?”
병수 삼촌은 당황했다.
“군용 전신권인가 군밤 전신권인가, 아무튼 그걸 개설했다고요.”
“아냐, 아냐. 그건 내가 잘못 말한 거야. 못 들은 걸로 해.”
병수 삼촌은 몇 차례 헛기침을 하며 아래로 내려갔다.
-117쪽
나는 마른침을 삼키고 송화기를 고쳐 잡았다.
“저기, 통신원 누구세요?”
‘내가 누구냐고 물어보는데?’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상대방은 잠시 뜸을 두다가 대답했다.
“나는 이성열입니다. 거기 인천 전화소 맞습니까?”
성열 형님이라고?
“성열 형님, 저 강식이에요.”
“네? 뭐라고요?”
“강식이요, 강식이.”
“뭐? 강식이?”
철컥. 철컥.
나와 순돌이는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빗장 푸는 소리가 위에서 들려왔다.
“야, 빨리 올라와.”
길용이가 아래로 고개를 내밀어 소리쳤다. 목소리가 긴박했다.
-131쪽
“그런데 어떻게 전화가 연결된 거예요?”
인왕산에 들어서면서 내가 물었다. 해철 형님이 나를 보며 대답했다.
“나와 성열 형님도 그 이야기를 하면서 여기로 왔다니까. 전에 미륜사 선생님이 조선은 아직 통신 체계가 갖추어져 있지 않아서 종종 혼선이 일어난다고 했잖아. 이번에도 그랬던 거지. 그런데 이번에 통화가 된 전화기가 네가 만들었던 전화기라는 거야. 아니다. 덕률풍이라고 해야겠구나. 아무튼 혼선이었지만 네 덕률풍이 작동한 거라고.”
“네?”
내가 만든 전화기가 날 살릴 줄이야.
-142쪽
나는 봉수대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돌아서서 내가 올라온 길을 한참 동안 내려다보았다. 문득 전신대에 글씨를 썼던 날부터 아버지가 잡혀가던 밤과 봉수대에 갇혀 있었던 밤, 병수 삼촌의 배신, 그리고 아버지의 작업장에 설치된 전화기, 그 전화기로 통신을 보냈던 일, 북악산으로 학도 형님들이 와 준 일들이 겹치며 내 머릿속을 빠르게 지나갔다. 아득하고 고요한 여운이 봉수대에 너울댔다. 이윽고 아저씨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일을 겪으면서 분명히 깨달은 게 있어요.”
“그게 뭔데?”
안경 아저씨가 물었다.
“용기를 더 낼 수 있겠구나…… 아니, 더 내야겠구나.”
-166쪽
기본정보
ISBN | 9788983949561 | ||
---|---|---|---|
발행(출시)일자 | 2023년 09월 20일 | ||
쪽수 | 184쪽 | ||
크기 |
140 * 215
* 16
mm
/ 356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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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기본질과 우리나라에 처음 전화기가 만들어진 역사를 대한제국의 슬픈 시대적 배경과 함께 읽을수 있는 책인거 같다.
제목 ‘덕률풍’은 덕을 펼치는 바람 이란 뜻으로 조선에 전화기가 최초로 들어왔을 때 전화기를 이르던 말이다.
통신원 공부를 하는 소년 강식은 아버지도 전신대를 세우는 일을 한다. 어느 날, 전신대 하나가 감쪽같이 사라지고 경무사에서는 아버지에게 죄를 물어 잡아간다. 강식은 누가 누명을 씌웠다고 확신하고 사라진 전신대를 찾아나선다.
어리지만 당찬 강식과 그를 방해하는 사람들, 믿었던 사람의 배신 등 일제 탄압 등 모험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구성이지만 이야기가 촘촘히 짜여서 끝까지 눈을 뗄 수 없다. 특히 역사를 좋아하는 친구라면 더욱 재미있게 볼만한 요소가 많다. 조선 최초 전화기에 대한 이야기, 그 전에 전화기 역할을 했던 봉수대. 신문물에 두려워하는 사람들과 그 틈을 노려 자신의 이익을 취하는 사람들. 그 사이에서 진실을 찾고자 하는 강식과 친구들의 모습은 뭉클하다.
결말에서 첫 챕터를 연 문장 ‘나는 할 수 있다’ 라고 주인공이 얘기한다. 해피엔딩이라고 말할 순 없지만 결말에서 강식은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묵묵히 해 낼 거라는 모습이 그려져 좋았다. 이 소설이 청소년, 어른들에게도 결코 물러서지 않는 용기와 힘을 줄 거라 기대한다. 작가의 다른 소설도 꼭 읽어봐야겠다.
현대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지닌 전화기의 유구한 역사를 이해하는 것은 본인의 생활을 돌아보고 알아갈 수 있는 데 큰 깨달음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문장이 간결하고 재미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