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 듀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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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무너지기 직전의 인생’을 위로한다.
그 사랑은 크다. _조해진(소설가)
마음을 다해 잊고자 하는 얼굴이 아니라
마음을 다해 기억하고자 하는 그 얼굴을.”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도 계속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이 생사를 초월해 부르는 듀엣
“소수자 옹호라는 시적 사명을 올곧이 수행하며 자신만의 시 세계를 밀어붙였다”(신동엽문학상) “풍부한 인간의 삶과 감정과 이야기가 있고 사회적인 자의식이 독특한 방식으로 표명돼 있다”(김준성문학상)고 평가받은 김현 시인의 첫 소설집을 선보인다. 김현은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퀴어의 서정을 섬세하고 애틋한 시선으로 그려왔으며, 인권 활동가의 면모도 돋보이는 작가다. 세월호에서 돌아오지 못한 304인을 기억하는 ‘304 낭독회’에 꾸준히 참여해왔고 10·29 이태원 참사 추모문학제에서 사회를 맡았다. 한 달에 한 번 카페에서 다른 시인과 함께 ‘듀엣 낭독회’를 진행하기도 한다. 시 안팎으로 종횡무진 이루어지는 활동의 연장선에서 《고스트 듀엣》은 초자연적 현상(귀신과 유령)과 SF적 소재(홀로그램과 가상현실)를 매개로 산 사람·죽은 사람의 만남과 과거·현재의 단단한 연결을 도모하며, 사회적 재난 이후 살아남은 사람들의 삶과 퀴어 청년(청소년)의 아슬아슬한 연애담을 다룬다. 등장인물 각자의 구구절절한 사연이 모여 듀엣이 되고 합창이 되어 진정한 애도와 변화의 물결을 일으키는 작품 11편을 5년간 알차게 모았다.
증오와 폭력이 판치는 세상이지만 맛깔스러운 술상과 밥상은 차려지고, 정다운 사람들이 식탁 주위로 모여들어 담소를 나눈다. 음식 앞에 자리를 잡는 것은 살아 있는 이들만이 아니다. 《고스트 듀엣》에는 산 사람만큼이나 죽은 사람이 여럿 등장한다. 엄마(〈수월水月〉), 남편과 자식(〈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도 있나〉), 애인과 친구(〈고스트 듀엣〉〈견본 세대〉〈수영〉), 국가폭력 희생자(〈가상 투어〉), 노동자(〈그때는 알겠지〉), 수학여행을 떠난 학생들(〈천사는 좋은 날씨와 함께 온다〉)까지 한국 사회에 사연 없는 사람은 없고 죽음의 원인은 제각각이나 그들의 “죽음을 데리고 다니는 이들”이 모여 공동체를 꾸리며 하루하루를 살아낸다. 《고스트 듀엣》은 “서서히 빛을 잃어가는 존재를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해도 당신 역시 쉬지 눈 감지 말”(85쪽)라고 속삭이며, 주옥같은 작은 기쁨에 꿋꿋이 매달리고 의지해보자고 손을 내미는 소설집이다. 2009년에 등단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지 어느덧 14년이 된 작가가 그간 시 세계를 통해 보여준 삶의 태도와 지향점을 소설에서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증오와 살육 속에서도 멋진 만남과 아름다운 것들이 존재하기에 삶은 가치 있다는 한 예술가의 말이 잊히지 않는다. 사람에게 바라며 살고 있다. 그러나 마음을 사람에게만 주는 일은 무례한 것이 아닐까. 걸을 때면 모든 것이 이제야 쓸 수 있는 것들로 여겨진다. _‘작가의 말’에서
작가정보

2009년 〈작가세계〉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글로리홀》 《입술을 열면》 《Untitled》 《호시절》 《다 먹을 때쯤 영원의 머리가 든 매운탕이 나온다》 《낮의 해변에서 혼자》 《장송행진곡》, 산문집 《걱정 말고 다녀와》 《아무튼, 스웨터》 《질문 있습니다》 《당신의 슬픔을 훔칠게요》 《어른이라는 뜻밖의 일》 《당신의 자리는 비워둘게요》(공저) 《다정하기 싫어서 다정하게》 등이 있다. 앤솔러지 소설집 《새벽의 방문자들》 《인생은 언제나 무너지기 일보 직전》 《그래서 우리는 사랑을 하지》 《캐스팅》 《바리는 로봇이다》에 참여했다. 신동엽문학상, 김준성문학상을 수상했다. 한 달에 한 번 카페 ‘밑줄’에서 다른 시인과 ‘듀엣 낭독회’를 진행한다.《고스트 듀엣》은 첫 소설집이다.
목차
- 수월水月 7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도 있나 35
고스트 듀엣 63
유미의 기분 89
가상 투어 119
견본 세대 139
수영 163
그때는 알겠지 185
내 마음 알겠니 201
혼자만의 겨울 217
천사는 좋은 날씨와 함께 온다 241
작가의 말 268
추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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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세상이라는 열차는 혐오와 차별, 폭력의 시대에 정차해 있었다. 나는 자주 의아하고 슬펐다. 퀴어여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집단에서의 위계가 낮기에 혐오할 수 있고 차별과 폭력도 가능하다고 합리화하는 이 황량한 역에 왜 우리가 버려졌는지 알 수 없어서. 김현은 이번엔 시나 산문이 아니라 소설을 통해 혐오와 차별, 폭력이 난무한 시대와 이 시대의 적자適者들을 메마르도록 사실적으로 점묘하는 동시에, 우리가 저마다 감당하고 있는 ‘무너지기 직전의 인생’을 위로한다. 우리는 퀴어이거나 여성이지만, 때로는 위계가 낮고 가난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에게는 아직 사랑이 남아 있다는 메시지를 김현의 소설은 가냘프지만 강인한 목소리로 전한다. 그 사랑은 크다. 크지 않을 수 없다. 사랑이 있어서 우리는 살아 있으니까. 인간일 수 있으니까. 김현이 펼쳐 보이는 큰 사랑의 서사로 당신을 초대하고 싶다. 끝내 살아내라는 초대의 말을 고요히 덧쓰면서.
책 속으로
우리 엄마가 오래 산 건 아빠를 먼저 보내서야. 농을 칠 줄 알고. 부모 둘을 일찍이 떠나보낸 복희도 그럼 나는 너랑 오래오래 살겠다 맞장구치며 웃을 줄 알았다. 새벽부터 여자들이 웃으면 복되나니. 국 없는 밥상머리에서 이런 주문을 쓱 읊을 줄도 알고. _18쪽
득권 씨는 사연을 들을 줄 아는 숙자 씨의 귀를 보았다. 복이 나가다가도 들어올 귀네. 그는 그녀를 보며 사실, 하고 말을 이으려다 멈췄다. 사연이란 역시 사실이구나 사실, 속으로 사실을 여러 번 되뇌다가 숙자 씨와 자신이 사실상 연애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_60쪽
왜 하필 그런 문장이었을까. 다른 것도 아니고 어째서 무너지고 무너졌다는 말을 우리는 붙들고 있었을까. 주미는 왜 그렇게 빨리 인생은 이룩되는 것이 아니라 무너지는 것이라고 깨쳤을까. 상민은 곁에 없는 주미가 그리웠다. _67~68쪽
석찬을 한순간 철들게 한 것이 한 사람의 죽음이 아니라 한 사람과의 삶이었다면 어땠을까. _69쪽
“다들 우리 같은 사람들 이상하다고 하잖아요. 죽은 사람을 평생 끼고 살아서 어쩔 거냐고. 오죽하면 저희 남편도 떠났게요.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냐고, 당신만 견디는 거 아니라고, 언제까지 그럴 거냐고. 근데 모르죠, 저도. 언제까지 이럴지. 그걸 제일 알고 싶은 게 우리잖아요, 우리가 제일 궁금하잖아요. 안 그래요?” _82쪽
눈빛. 그것은 죽음을 데리고 다니는 이들을 하나의 공동체로 만드는 언어였다. 눈빛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으면서도 많은 말을 했고, 꼭 해야 할 말을 꼭 하도록 했다. 그들이 살아 있던 사람들이라는 것을. _82~83쪽
유미야, 너의 적은 내가 아니라 입만 열면 여자는, 말하는 김 선생이고, 장난이랍시고 쇠 자로 허벅지나 종아리를 건드리는 홍 선생이야. 나는 그런 놈들이랑은 근본적으로 다른 사람이라고. _97쪽
형석은 사과할 자격을 잃어버리지 않는 사람이야말로 자신을 만만히 여기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승우는 사과하지 못했음을 평생 기억하는 사람이야말로 누군가를 만만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_114쪽
나와 영수는, 아마도, 아니 분명히 이후로도 오랫동안 꿈이 있는 사람으로서, 가난한 연인들로서 각자의 삶과 우리라는 삶을 동시에 살아내고자 애쓰게 될 것이다. 나는 그런 우리에게 주고 싶었다. 그게 무엇이든 줄 수만 있다면, 주어야 한다면. 주는 행위만으로도 사랑은 생생한 색채를 띠기도 하니까. _126쪽
말하고도 싶었다. 나의 가장 큰 소원이 아니라 나의 가장 작은 소원을. 그 소원은 여러 갠데, 비가 와도 곰팡이가 피지 않는 집, 수도꼭지를 틀고 한동안 녹물을 빼지 않아도 되는 집, 화장실 벽 너머에서 들려오는 울음소리를 듣지 않아도 되는 집, 겨울마다 창문에 단열 시트를 붙이지 않아도 되는 집, 바퀴벌레를 잡으려고 여기저기에 약을 놓지 않아도 되는 집, 라꾸라꾸 침대에서 조심스레 사랑을 나누지 않아도 되는 집, 우리 둘이 같이 사는 삶이라고. _154쪽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었다. 계획을 세우고, 계획한 대로 실행하고, 계획을 수정하고, 보완하면서 계획에 가깝게 계획을 마무리하면서. 그날 이후로 수영은 수영의 삶이 아니라 ‘혼자’ 살아남은 수영의 삶을 살았다. _167쪽
사고 소식이 뉴스 속보로 계속 뜬 그때만큼은 둘 다 그런 소릴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지금껏 겪어본 적 없는 슬픔이 그들을 압도했기 때문이다. 그건 말하면 멀어지고 말하지 않으면 가까워지는 슬픔이었다. _245쪽
출판사 서평
“그들은 서로를 위해 최대한 살아 있는 티를 냈다”
살아 있음을 견디며 가장 작은 소원에 의지하는 사람들,
말하자면 행복이 불행에게 답하는 소설 11편
사회학자 김현경은 저서 《사람, 장소, 환대》에서 “사회는 산 자들로만 이루어진 게 아니”고 “죽은 자들 역시 사회 안에 자리를 가지고 있”으며, 산 자들의 축제와 애도에는 “죽은 자들도 초대된다”고 말한 바 있다. 김현의 소설에는 어떤 이유로든 죽은 사람의 자리가 엄연히 존재해서, 이미 저승의 문턱을 넘은 엄마가 어느 밤에 딸과 딸의 애인을 불쑥 찾아와 동네 사람들과 술잔을 기울이기도(〈수월〉) 하고,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인물이 홀로그램 플레이어로 애인의 눈앞에 나타나 자신의 첫 소설집을 낭독하기도(〈고스트 듀엣〉) 한다.
《고스트 듀엣》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죽은 자와 죽은 자, 죽은 자와 산 자, 산 자와 산 자의 연결과 연대를 산뜻하고 당연하게 여긴다. 이는 SF문학에서 볼 법한 기술적 요소를 활용한 표제작 〈고스트 듀엣〉과 〈가상 투어〉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고스트 듀엣〉이 유령의 존재를 긍정하며 홀로그램 기술로 죽은 애인과 살아 있는 애인의 만남을 가능케 한다면, 〈가상 투어〉에는 가상현실 여행이 보편화된 세계가 나온다. 화자 ‘나’는 가상의 여행에서 국민의 권리와 소수자 인권을 주장하는 죽은 이들의 가두시위 행렬을 맞닥뜨린다.
《고스트 듀엣》은 또한 단순히 삶과 죽음을 겹쳐 보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죽음의 사회적·역사적 원인을 짚으며 갖은 불행에도 작디작은 행복과 소원을 모아 앞으로 나아가자고 말한다. 이를테면, 〈수영〉 속 수영은 메타버스 플랫폼 ‘와일드’에 접속해 ‘스위밍’이라는 색다른 정체성을 만들며 “혼자 살아남은 수영의 삶”이 아니라 진짜 “수영의 삶”이라는 서사를 새로이 써 내려간다. 〈천사는 좋은 날씨와 함께 온다〉의 철희는 동아리 친구를 모델로 삼은 10대들이 푸른 안개를 몰고 나타난 괴생명체와 맞서는 소설을 쓰는데, 처음에는 모두 죽는 결말을 쓰려다 결국 모두 살아남는 결말을 쓰기로 마음먹는다. 김현은 비록 미약할지라도 여기저기 요동치는 희망의 물결을 섬세한 시선으로 포착해 바로 그곳에서 변화의 가능성을 감지하며, 재난 이후 우연히 살아남은 사람들로서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소설적 상상력을 통해 묵직한 화두를 던진다.
그 소설에는 사루비아가 핀 마당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술을 마시는 홀로그램 인간들이 등장하고, 그들은 무너지지 않았기에 서로의 이름을 자주 부른다. 마음이 여린 네 사람이 서로를 애써 지탱하는 형우의 이야기에 답하는 상민의 이야기인 셈이다. 말하자면 행복이 불행에게. _〈고스트 듀엣〉, 88쪽
“그의 곁에 오랫동안 머물고 싶다기보다는 머물러주고 싶었다”
절절하고 애틋해서 달콤한 연애담, 큰 사랑의 서사로의 초대
《고스트 듀엣》은 세대와 계급, 성별과 성적 지향을 아우르는 연애담 모음집이기도 하다. 중년 레즈비언 커플, 가난한 청년 게이 커플 등이 보다 자유로운 세상을 원하는 집회 현장에서, 정담과 진담이 오가는 술집과 밥집에서, 소설 창작 수업에서 인연을 만나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헤어진다. 〈견본 세대〉에서 9년째 연애 중인 승남과 영수는 임대주택 견본을 보기 위해 한겨울에 오르막길을 올라간다. 지난 몇 달간 정보를 찾고 서류를 작성해 제출하느라 고생한 승남과, 임대주택이 하나같이 마음에 들지 않는 영수의 마음이 어긋나기 시작하는데, 그들의 머릿속을 가득 채운 집 마련의 고민과 말다툼은 결코 낯설지 않다. 〈천사들은 좋은 날씨와 함께 온다〉는 청소년의 풋풋한 사랑을 다룬 소설이며, 사회적 재난의 그림자가 퀴어 연애에 어떤 식으로 스며드는지 날카롭게 포착한다. 낯간지러운 사랑 표현을 꺼리는 ‘철희’와 ‘수호’ 커플도 ‘언제 어떻게 죽을지 모른다’는 실질적인 두려움 앞에서는 1주년 기념 선물을 기꺼이 상대방에게 내밀어 마음을 고백하고야 만다. 퀴어 커플의 연애란 너무나 보편적이면서 너무나 죽음에 가까워 특별하기 마련인데, 《고스트 듀엣》 역시 이 점을 명징하게 보여주며 사랑의 힘을 역설한다. “그럼에도 우리에게는 아직 사랑이 남아 있다는 메시지를 가냘프지만 강인한 목소리로 전한다”라는 조해진 작가의 표현처럼, 우리는 사랑이 있어서 아직 살아 있고, 사랑이 있어서 인간일 수 있다.
주미라면 어땠을까. 입고 싶으면 당장 입고, 먹고 싶으면 당장 먹고, 자고 싶으면 당장 자고, 사랑하고 싶으면 당장 고백하라고, 나중은 없다, 지금 당장! 기쁨과 행복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고 말하던 주미라면, 별일 아니라고 했을 텐데, 인생이 다 그런 식이라고 했을 텐데. 그렇게 말하는 주미의 얼굴을 그려보자니 별일이다 싶었다. 인생이 다 그런 건 아니어야 할 텐데 생각했다. _〈고스트 듀엣〉, 68쪽
기본정보
ISBN | 9791160405408 |
---|---|
발행(출시)일자 | 2023년 09월 08일 |
쪽수 | 272쪽 |
크기 |
130 * 188
* 23
mm
/ 415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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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어”
“인간도 인간이지. 인간은 인간의 값을 하고, 지믕은 짐승의 값을 하는데, 난 짐승이 더 값어치 있다고 생각해.”
옴니버스로 이루어진 이야기라 각 챕터만의 이야기가 알차게 담겨있다. 사실 이번 작가는 처음 접해보는데, 필력이 참 재밌다. 술술 읽히다가도, 멈칫해서 문단 처음부터 다시 읽어 내려가기도 하고, 이래저래 은은한 미소를 띠고 독서를 즐길 수 있었다. 작품 중간 중간에는 넷플릭스의 #블랙미러 에피소드가 떠오르는 이야기가 등장하기도 했는데, 최근에 인상 깊게 봤던 에피소드 중 하나인 기억을 돌려보는 홀로그램 시스템이 이 작품에도 비슷하게 표현되는 부분이 있다. 소설 속에서 그려진 모습을 보며, 만약 그런 것들이 보편화 된다면, 나는 정말 행복할까, 싶으며 재미와 통찰이 가득한 시간이었다.
산 사람과 죽은 사람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고스트 듀엣은 아름다운 조화를 그리고 있다. 흩어져 있다고 생각했던 11편의 이야기는 듀엣을 넘어선 노래로 이어진다. 어떤 대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들을 조명하여 더욱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인상 깊다. 보편적 가치는 존재하지만, 시대에 따라 달라져야 할 우리의 생각은 또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계속해서 찾아보아야 했다. 이 오묘한 것들에게서 마주하는 변화의 물결은 전혀 다른 세상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오로지 자신에게 숨겨져 있는 세상을 발견하는 순간이었다.
특별하지 않아도 괜찮은 인생 속에서 살아가는 일은 실제 존재하는 유령보다 더 무서운 존재처럼 여겨진다. 우리가 마주할 수 있는 것들보다 더 중요한 것들로 들어차는 인간이라는 존재. 한없이 잔혹해지기도 하고 따뜻해지기도 하는 이중성을 품고 있어서 아직까지도 인간에 대한 이야기는 무한정으로 흘러가고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어떠한 편견없이 살아가고 나의 이야기를 하며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다. 고스트 듀엣은 그렇게 끊임없이 이어져 삶을 노래하는 멜로디로 이어지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저마다의 자리를 지키고 있던 사람들도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떠날 수밖에 없다. 그 상황을 연결 짓는 건 다름 아닌 서로였다. 잊지 않는 마음으로 기억 속에 그 사람을 새겨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는 노력을 통해 그저 유령이 아닌 한 사람의 이름으로 남았다. 그래서인지 공포물을 보는 듯한 섬뜩함이 아닌 따뜻함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사랑이라는 순수함에는 장애물도 이유도 필요치 않았기 때문에 끊임없이 갈구하게 되는 것도 같다. 오로지 사랑이라는 말이 아직은 이해되지 않기도 하지만 적어도 이 공간에서는 왜 사랑이 필요한지를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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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 조개껍데기들이 세상 어디에나 있으나 어디에도 없는 물체, 아니 존재들처럼 보여. 마치 우리처럼.(255p)
11편의 단편이 실려있는 '고스트 듀엣'에는 있으나 보이지 않는 존재들과 세상을 먼저 떠난 이들 뒤에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사회가 소수자들과 힘없는 자들에게 행하는 크고 작은 폭력 속에서도 그들이 삶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내려고 안간힘을 쓰며 서로 연대하며 보듬는 모습에서, 누구도 어찌할 수 없는 힘이 느껴진다. 그 힘이라는 것은 결국 사랑이 바탕이 된다. 그 사랑이란 것은 부족한 나의 것도 나눠주는 것이고, 있는 상대의 모습 그대로를 품에 안는 것이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할 자격을 갖는 것이다.
작가는 이야기 속에서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강자들의 폭력을 드러내며 그 속에서 살아가는 약자와 소수자들의 투쟁을 보여준다. 그 투쟁이란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속한 현실이 우울할지라도 결국 이 삶을 살아내겠다는 의지, 그것들이 연결돼 단단히 힘을 갖는 것이다. 그들은 귀신이나 고스트가 되어서도 때론 홀로그램으로, 가상현실 속에서 나타나서라도 그들과 함께 한다.
내가 읽은 단편집 중에서 가장 많은 이름들이 등장한다.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도 있나'를 읽으면서 인물관계도를 그렸는데 그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하나로 이어져 커다란 원을 이룰 때 적잖은 감동을 느꼈다. 우리는 혼자 살(할) 수 없고, 연결될 때 완성된다.
🔖형우의 소설에는 항상 인간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 담겨 있었다. 누가 누구를 다치게 하지 않으면서, 누가 누구를 선불리 보듬지도 않으면서. 아니 어쩔 땐 섣부르게 보듬으면서 인간이 인간을 생각하며 인간에게 손 내미는 것을 보여줬다. 이 정도면 휴머니즘도 병이라는 말을 들어도 형우는 존재가 존재를 쉬이 저버리지 않는 이야기를 쓰려 애썼다. (78p)
형우의 소설, 결국 김현 작가님의 소설을 향한 마음이지 않을까.
김현 작가님의 다음 작품이 벌써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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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네가 시간 앞에서 부끄러운 사람이 되지 않 바란다. 너를 부정하는 사람들이 너의 시간을 빼앗아 가게 두지 않았음 좋겠어. 시간을 되돌릴 순 없지만, 시간을 되돌려보고 싶을 땐 시계를 열고 닫아보는 것도 좋더구나. (48-49p)
🔖남들이 사람 취급을 안 해준다고 해서 내가 사람인 것까지 포기하면 안 돼요. (53p)
🔖말을 줄이며 상민은 조용히 그녀와 눈빛을 나눴다. 눈빛. 그것은 죽음을 데리고 다니는 이들을 하나의 공동체로 만드는 언어였다. 눈빛은 이무런 말을 하지 않으면서도 많은 말을 했고, 꼭 해야 할 말을 하도록 했다. 그들이 살아있던 사람들이라는 것을. (82-83p)
🔖형석은 사과할 자격을 잃어버리지 않는 사람이야말로
자신을 만만히 여기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승우는 사과하지 못했음을 평생 기억하는 사람이야말로 누군가를 만만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누구도 하루를 허투루 보냈다고 여기지 않았다. (115p)
🔖나는 '그런데도 인생'을 살면서도 살자고 반복해서 말한다. 믿는다. 나와 영수는, 아마도, 아니 분명히 이후로도 오랫동안 꿈이 있는 사람으로서. 가난한 연인들로서 각자의 삶과 우리라는 삶을 동시에 살아내고자 애쓰게 될 것이다. 나는 그런 우리에게 주고 싶었다. 그게 무엇이든 줄수만 있다면, 주어야 한다면. 주는 행위만으로도 사랑은 생생한 색채를 띠기도 하니까. (127p)
🔖내가 진짜로 묻고 싶었던 건 정규가 쓰는 소설의 미래가 아니라 소설을 쓰는 정규의 미래가 아니었을까. 어떻게든 쓰더라도 어떻게 쓸지를 고민하고, 어떻게든 살아지더라도 어떻게 살지를 계속 자문하는 사람이 돼야지. 작가라면. (212p)
🔖인생이란 다짐의 연속이다. 다짐이란 부질없는 것. 다짐하다 인생 다지는 거다. (22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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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민주화운동에서 시민군을 도왔던 황금동 성매매 여성들, 성매매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들의 이야기가 폄훼되었다는 걸 이번에 알았다. 관련 내용을 쓴 소설 '황금동 여인들'이라는 책을 읽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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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p 14째줄 '상민은 조금만 힘내자,'->'승남'으로 수정돼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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