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추억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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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 조지 오웰, 마스터 요다, 만수 형님……
공연연출가이자 청와대 전 의전비서관
탁현민의 삶을 스쳐 간 사람들과
그 추억에 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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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삶은 사람의 줄임말이라고 한다. 내 모든 날은 사람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배우고 따라 한 날들이었다. 신영복, 문재인, 스티븐 스필버그, 양정철, 산도르 마라이, 애런 소킨, 유시민, 마스터 요다, 김어준, 김영동, 황병기, 김수철, 안도현, 김형석, 바흐, 팔레스트리나, 엔니오 모리코네, 연암 박지원, 문성근, 헤밍웨이, 탁흥평, 존 레넌, 조지 오웰, 추소명, 혜심언니, 상원이, 한별이, 성희, 소리소문, 만수 형님. 내 삶 깊숙이 혹은 스쳐 갔던 사람들 모두 내게 조금씩 묻어 있다. 남의 말을 좀 더 들으며 살 걸 그랬다.
목차
- 프롤로그_사소한 추억의 힘
1부 사소한 추억의 힘
쓸모와 쓰임
나의 스승, 나의 친구
전 직장 상사에 대한 추억
평가에 관하여
마스터 요다의 가르침
나만의 우주를 찾아서
장르가 되다
애국가에 대하여
나의 피(被)고발사
어느 날 부고 앞에서
길이 끝나자 여행이 시작되었다
2부 흔들리며 흔들거리며
파리에서의 어떤 하루
100유로
라다씨옹 씰 부 쁠레
소매치기
감자 한 자루
‘즐거운’ 노르망디 여행
파리 여행사
노트르담 성당
카페 파리
불안한 여행
관광은 높은 곳으로, 일상은 낮은 곳으로
모그바티스
아버지 탁흥평 씨
트라팔가의 베개 싸움
편지지
굿바이, 탁현민 프로덕션
흔들릴 때 흔들리겠다
3부 당신의 서쪽에서
제주 끝물
추의 느린 집
돌돔의 추억
사람들
신창리 우럭
혜심언니
외로움에 관한 생각
날짜는 잊어도 날씨는 안다
쥐치 라면, 우럭 라면
에필로그_다시 제주에서
책 속으로
대단치 않았지만 그리운 기억들, 결국엔 그것만이 남는 것 같다. 어마어마한 사건이나 사상이 나를 변화시킨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오히려 여러 사소한 것들로 인해 나는 조금씩 변해왔다. 만약에 지금 하루하루가 마땅치 않다면 작고 사소한 추억들로 충분히 견딜 수 있다고 생각해 보길 바란다. 좋았던 기억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내가 경험했던 좋았던 것들은 어떻게든 내 안에 남아서 결국은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인도하는 것 같다. 아니. 그렇다고 믿는다.
- 〈프롤로그〉 중에서
나는 손을 내민 선생님과 악수했고, 그 손의 온기를 여전히 기억한다. 그러나 그날의 장면은 선명한데 그날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는 전혀 모르겠다. 내어준 차를 마시고 커피까지 한 잔 더 마셨었는데 도무지 기억나지 않는다. 여러 번 기억해 내려 애써 보았지만 헛수고였다.
- 〈나의 스승, 나의 친구〉 중에서
대통령이 나에게 실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일했던 지난 5년이었다. 내 능력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그 시간을 버텨왔다. 많은 사람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 기차가 서서히 서울역 플랫폼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마침내 멈추었다. 나의 한 시절이 그의 한 시대와 함께 흘러갈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 〈전 직장 상사에 대한 추억〉 중에서
‘한 사람에 대한 평가는 그 사람의 삶 전체로 해야 한다.’ 어떤 사람이든 남을 평가할 때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의미로 이 말을 종종 써왔다. 그러다가 언젠가 유시민 작가와 이야기를 나누며 이 말을 했더니 그는, “그건 다른 사람을 평가하지 말라는 말이지 신중하라는 말이 아니야”라고 말씀하셨다. 그제야 ‘아! 그렇구나’ 싶었다.
- 〈평가에 관하여〉 중에서
모그바티스는 그런 곳이었다. 누구도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애쓰지 않아도 되는 곳, 각자가 가진 무거운 고민을 햇볕에 말릴 수 있고 모래사장을 걷다가 옛사람들의 지혜를 발견할 수도 있는 곳, 누구든 꿈을 꾸고 그 꿈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곳이었다.
- 〈모그바티스〉 중에서
어쩌면 그들에게 역사란 사건이 아니라 삶으로 받아들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그리고 그편이 훨씬 자연스러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래도 관광객으로서는 어렵게 찾아간 카페가 내가 생각한 그곳이 맞나 싶은 마음에 웨이터에게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혹시 이 카페에 헤밍웨이가 앉았던 자리나 유품 같은 것이 있나요?” “그런 건 없는데요.” “여기가 헤밍웨이가 글 쓰던 그 카페가 맞기는 한가요?” “네, 맞습니다. 그런데 그 손님은 안 오신 지 꽤 됐습니다.”
- 〈카페 파리〉 중에서
결과적으로 일을 못한 것도 아니고 완성도가 떨어진 것도 아니었는데, 게다가 그렇게 서둘렀던 사람들보다 더 낫기도 하고, 서둘러 끝낸 사람들을 보면 일 끝내고서는 하릴없이 서성일 뿐이던데 왜들 그렇게 서두르는지 싶었다고 한다. 제주에 와서 지내면서 ‘아! 사람마다 저마다의 속도가 있는데, 나는 다른 사람의 속도보다 느린 것뿐이야’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자신의 속도대로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지’ 싶어 이곳에서 이렇게 사는 것이라고 했다.
- 〈추의 작은 집〉 중에서
출판사 서평
“삶은 사람의 줄임말이라고 한다.
내 모든 날은 사람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배우고 따라 한 날들이었다.”
탁현민 산문집 《사소한 추억의 힘》은 2012년 대선 이후 파리에서의 에피소드를 담은 《흔들리며 흔들거리며》와 2014년 제주에서 지내며 쓴 이야기를 모은 《당신의 서쪽에서》에서 저자가 남기고 싶은 기억할 만한 산문들을 선별하고, 청와대 의전비서관 생활을 끝마친 후 1년 동안 있었던 사소한 기억과 추억을 담은 에피소드 11개를 묶어낸 책이다.
사람은 확신이 섰을 때 뜨겁고, 무너졌을 때 흔들린다. 저자에게도 그런 확신의 순간이 있었고 참혹하게 무너진 때도 있었다. 삶의 대부분은 실수와 오류를 거듭하며 무너지는 일의 연속이다. 그에 비하면 성취의 기쁨과 행복은 그야말로 순간이다. 그래서 서 있을 때보다 무너졌을 때, 그때 어떻게 추스르는지가 더 중요하다.
탁현민은 절망과 위로, 그 모든 순간에는 절망과 위로가 극단으로 치닫게 하지 않도록 하는 장치가 있다고 말한다. 바로 성찰과 웃음이다. 실패를 복기하는 과정은 괴롭지만, 과정의 성찰은 곧 위로다. 또한 웃음은 괴롭고 심각한 상황을 극복하게 하는 탈출 기제다. 저자는 모든 위로의 순간에는 반드시 성찰과 웃음 포인트가 함께 있었다고 말한다. 이 책은 누구나 겪게 되는 견디기 어려운 순간을 견디게 하는 성찰과 웃음이 담긴 작은 순간들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날이 오면 선생님이 걸어가셨을 서오릉 소풍 길을 걸어가고 싶다. 가슴에 맑은 진달래꽃을 한 장 붙이고, 나의 스승이자 친구에게로 천천히 걸어가고 싶다.”(_본문에서)
그 누구에게도 빚지지 않고 살아가는 삶은 불가능에 가깝다. 누군가의 말과 문장에서 힘들고 막연해진 마음의 위로를 얻기도 하고, 누군가와 맺은 관계들 속에서 삶을 지속할 용기를 얻기도 한다. 삶 전체는 결국 스스로가 맺은 사람들과의 관계로 구성되는 것이다. 그리고 때로는 방황하는 시기, 어느 한 만남이 개인의 삶을 송두리째 뒤바꿔 놓기도 한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제자이면서 동시에 누군가의 스승으로 살아간다. 가르치고 배우는 연쇄 속에서 자기 자신을 깨달아 가는 것이다. 탁현민은 〈나의 스승, 나의 친구〉에서 스승이자 벗이었던 신영복 선생과의 인연을 이야기한다. 스승 신영복과의 첫 만남, 매주 연구실에서 있었던 가르침, 절망의 순간에 놓인 제자에게 건넨 애정 어린 조언, 그리고 작별의 순간까지. 탁현민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친 그 아름다운 추억이 한 편의 글에 오롯이 담겨있다.
“정확히 그때였던 것 같다.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순간이.”(_본문에서)
청와대에서의 5년, 대통령이 실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일했던 ‘탁도비’로서의 생활을 끝마친 저자는 양산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작별한 후, 그와의 추억을 반추한다. 〈전 직장 상사에 대한 추억〉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선 출마를 선언한 2010년부터 퇴임한 2022년까지 12년 동안의 여정이 적혀있다. 문재인의 《운명》 북콘서트와 히말라야 트레킹 등 그를 따라 걷던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탁현민은 ‘살면서 중요한 것은 어느 순간 그냥 알게 된다’는 말을 믿게 되었다고 한다.
“좌절과 절망, 의심과 회의가 나침을 떨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싶다. 그러니 나는 이제 흔들릴 때 흔들리겠다.”(_본문에서)
2부 〈흔들리며 흔들거리며〉에는 넋이 나간 일상을 보내던 실수 연발 파리 여행기 17편이 담겨 있다. 대상이 명확하지 않은 분노와 저주의 말들을 쏟아내며 절망과 회한 사이에서 방향을 잃었던 시기, 저자는 파리의 길 위에서 상처를 추스른다. 파리에서부터 가상의 섬 모그바티스까지, 여행을 하며 기록한 절망에 관한 이야기와 좌절에 대한 고백이다. 탁현민은 이러한 것들이 소용없고, 쓸데없을 수도 있지만 좌절과 절망, 의심과 회의야말로 삶의 정확한 방향을 알려주는 것은 아닐까 고민한다. 이제는 흔들릴 때 흔들리고 떨며 전율하겠다는, 그러한 다짐을 전한다.
“제주의 일상에서 하찮은 것의 소중함을 알았고, 부족한 것의 풍족함을 알았고, 단순한 것의 복잡미묘함을 알게 되었다.”(_본문에서)
3부 〈당신의 서쪽에서〉에는 작고, 하찮아서, 살면서 쳐다보지 않았던 사소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저자는 제주의 일상을 통해 하찮은 것의 소중함과 부족한 것의 풍족함, 단순한 것의 복잡미묘함 등을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3부에는 제주의 서쪽에서 있었던 사람들과의 인연과 일상에 대한 이야기 9편이 담겨있다. 제주에서 탁현민은 매사 별 뜻 없고 의미 없이, 온갖 사소한 것들과 함께 유유자적 지내고 싶다고 고백한다. 무엇인가를 위해서나 다음을 위해서가 아닌, 대단치 않은 사소한 것들이야말로 삶에 큰 위로가 되므로.
오늘 하루도 마땅치 않은
모든 사람에게 바치는 사소한 이야기
도무지 마땅치 않은 나날이 이어지는 시절이다. 각자가 감내하고 있는 무력함과 좌절감 역시 커지고 있다. 저자는 온종일 가만히 앉아 비 내리는 것을 지켜보는 것과 같은, 별 뜻 없고 의미 없는 대단치 않은 것들을 통해 일상을 버텨볼 것을 권한다. 이 책은 공연연출가 탁현민이 요즘 하루하루가 마땅치 않다고 여기는 이들에게, 여전히 흔들리고 방황하는 이들에게 바치는 작지만 사소한 위로다.
기본정보
ISBN | 9791157062980 |
---|---|
발행(출시)일자 | 2023년 08월 21일 |
쪽수 | 259쪽 |
크기 |
134 * 211
* 22
mm
/ 474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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