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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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총서 (80)
작가정보

Gordon Korman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태어나 뉴욕 대학에서 영화와 시나리오를 공부했다. 중학교 2학년 때 쓴 첫 소설이 2년 후 출간되어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열일곱 살 때는 에어캐나다 상(35세 이하의 유망한 작가에게 주는 상)의 최연소 수상자가 되었다. 지금까지 100여 권의 책을 펴냈으며 총 350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또 한 캐나다의 권위 있는 문학상 중 하나인 ‘영 리더스 초이스 상’을 세 번이나 수상할 만큼 대중성과 작품성을 겸비한 작가로 인정받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나쁜 학생은 없다』 『그래도 학교』 『로봇 소년, 날다』 『불량소년, 날다』 『초크체리 중학교의 위험한 낙서』 등이 있다. 이 책 『안전가옥(The Fort)』 은 그의 100번째 소설이다.
세종대학교에서 공부하고, 영어의 광맥에서 숨은 의미를 캐는 일에 매료되어 번역을 하고 있다. 삶의 궁극은 동심의 회복에 있다고 믿는다. 딸아이의 손에 쥐여 줄 좋은 책을 옮기며 아동청소년문학 전문번역가의 길을 걷고 있다.
목차
- 안전가옥
참조자료
작가의 말
책 속으로
“난 집에 안 갈 거야.”
그러자 제이슨이 더욱 야단스럽게 굴었다. “너 지금 피 나잖아. 상처 부위를 물로 씻어 내고 소독약 발라야 해. 하다못해 반창고라도 붙여야 한다고.”
“소독약이니 반창고니 그런 거 우리 집에 없어. 다 썼을 거야.” 마커스와 단둘이 집에 있는 건 죽기보다 싫다는 말을 차마 할 수가 없어서 그렇게 둘러댔다.
“그래? 그럼, 어디 갈 데라도 있어?” 그 순간, 마침 딱 한 곳이 생각났다.
-42쪽
요새의 지상 출입구에 도착하려면 아직 9미터는 더 가야 하는데도 제이슨의 시끌벅적한 함성이 들려왔다. 이 녀석의 목소리는 마치 공연장에 설치된 커다란 스피커를 타고 나오는 것 같다. 나 원 참, 이런 녀석들이 나더러는 요새의 비밀을 지키라고 신신당부하고 있으니!
나는 툴툴대며 사다리를 타고 바닥에 내려서서는 녀석들을 향해 소리쳤다. “너무 부주의한 것 아냐? 너희들 목소리가 인공위성에까지 들릴 지경이라고…….”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순간 말문이 막혔다. 에반과 제이슨은 목이 터져라 환호성을 지르며 소파 위에서 방방 뛰고 있었고, 씨제이와 미첼은 뒷짐을 진 상태로 배를 바닥에 대고 엎드려 꿈틀꿈틀 기고 있었다.
-69쪽
씨제이와 제이슨과 미첼이 옆 골목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한 손에 트럼프 카드를 펼쳐 잡듯 지폐를 쥐고 얼굴에 부채질했더니 녀석들이 야단법석을 떨었다. 우리 다섯의 마음은 모두 같은 곳, 바로 요새 주방의 서랍에 가 있었다.
“내 이럴 줄 알았다니까!” 씨제이가 기쁨에 겨워 외쳤다. “베넷 회장이 싸구려 물품을 가지고 있을 리가 없지! 서랍 안에 든 걸 모두 처분하면 람보르기니 슈퍼카를 사고도 남겠는걸!”
“그 돈이면 케이넌을 벗어나지 않는 가까운 곳에 우리 아빠의 거처를 마련해 줄 수도 있겠다!” 제이슨도 말을 보탰다. 은밀하게 조용히 나누어야 할 얘기이건만 녀석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85쪽
“너희 다섯 얼간이, 대체 숲에서 뭣들 하는 거냐?” 루크가 물었다.
“숲이라고?” 당황한 티를 내지 않기 위해 애를 쓰며 말했다.
“아무것도 안 해.”
“허튼소리 집어치워!” 루크가 사납게 받아쳤다. “너희가 눈에 띌 때마다 지켜봤는데, 언제나 숲속으로 걸어 들어가거나 숲에서 걸어 나왔어. 아니면 숲길 초입에서 서성이며 서로를 기다리기 일쑤였고. 대체 숲속에 무슨 대단한 걸 숨겨 놨기에 다섯 녀석이 늘 거기에 붙어사는 걸까?”
나는 잠시 머뭇거렸다. 머릿속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해야 한다는 생각부터 들었지만, 루크와 예이거가 틈만 나면 토마토색 자동차를 몰고 동네 여기저기를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니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우리가 숲속에 여러 차례 들락날락했다는 걸 봤다는 말은 괜히 떠보는 소리가 아닐 가능성이 컸다.
-110쪽
이 상처를 친구 녀석들에게 설명하려면 또 한 번 창의적인 이유를 생각해 내야 한다. 새로 산 자전거 헬멧을 썼더라면 다칠 리 없는 부위였기에, 헬멧 쓰는 걸 왜 깜빡했는지에 대한 그럴싸한 변명도 필요했다.
집에 도착하자 차에서 내린 엄마와 새아빠가 서로 손을 잡고 현관문 쪽으로 걸어갔다. 엄마는 경기장 주차장에서 있었던 일을 그새 까맣게 잊어버리기라도 한 듯, 내 얼굴의 찢어진 상처와 붓기를 보고 충격을 받은 듯 보였다.
엄마, 정말로 잊은 건 아니죠? 그동안 숱하게 겪었던 일이잖아요. 앞으로도 숱하게 겪어야 할 일이고요.
-132쪽
미첼은 휴대폰을 고칠 형편이 안 돼서 4개월이나 액정이 깨진 휴대폰을 들고 다녀야 했던 딱한 녀석이다. 게다가 엄마는 녀석을 부양하기 위해 하루 24시간도 부족할 만큼 일에 치여 산다. 고로 미첼의 엄마는 선물을 받아 마땅하다! 미첼에겐 엄마가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볼 권리가 있다. 그래서 나는 미첼을 돕기로 마음먹었다. 미첼은 나의 친구이니까. 리키가 반대할지도 모르는 일이었기에 다른 녀석들의 허락을 구하지 않기로 했다. 난 요새에 혼자 있을 때를 틈타 주방 서랍 안에서 가장 작은 포크 하나를 집어 들고, 은 세척제로 거무스름한 변색 부위를 깨끗이 닦아 낸 다음 뒷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166쪽
“녀석들 중 한 명이야!”
루크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나는 얼음처럼 굳어 있던 정지 자세를 풀고 앞뒤 가릴 것 없이 맹렬한 속도로 어둠 속을 내달리기 시작했다.
루크와 예이거는 나보다 다리가 길었지만, 난 분명 저들보다 이 숲길에 더 익숙했다. 불빛이 점차 희미해지고 초점이 분산되는 것으로 봐서 내가 놈들을 따돌리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문제는 나조차도 내가 어디로 내빼고 있는 건지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루크와 예이거가 멀찌감치 뒤처지면서 그들이 내뱉는 욕설과 위협하는 소리도 차츰 희미하게 들렸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추격전에서 놈들을 따돌렸음을 자축하려던 순간이었다. 달리던 속도를 늦추지 않은 상태에서 느닷없이 나타난 나뭇가지에 가슴을 강타당한 나는 그 자리에서 쓰러지고 말았다.
-231쪽
출판사 서평
시간을 건너 녀석들에게 허락된
‘우리만의 안전가옥’
청소년문학 거장 고든 코먼의 기념비적 작품!
부모의 이혼 소송, 난폭한 계부, 낯선 곳으로의 이주, 저조한 학교 성적, 의지할 사람 하나 없는 가정……. 각자가 처한 가혹한 현실에 아파하는 다섯 친구가 우연히 버려진 지하 벙커를 발견한다. 이곳은 어른들 모르게 간직하고 싶은 비밀 공간이자, 현실의 피난처이며, 마음의 안식처가 된다. 과연 다섯 친구들은 이곳을 지켜 낼 수 있을까? 자기들만의 안전가옥에서 울고 웃던 소년들은 어떻게 될까?
어쩌다 생긴 비밀 공간, 그보다 더 큰 비밀을 간직한 친구들
십대 시절, 자신만의 은밀한 공간이 생긴다는 게 얼마나 특별하고 가슴 뛰는 일인가. 우연히 지하 벙커를 발견한 다섯 친구 역시 그랬다. 이들은 누구에게도, 특히 어른들에게 벙커의 존재를 말하지 않기로 약속한다. 그런데 친구들 사이에 말하지 못하는 비밀은 따로 있는데…….
중학교 3학년인 에반은 부모가 마약과 알코올 중독에 빠져 재활원에 가는 바람에 형과 함께 조부모 집에 얹혀살고 있다. 최근 동네 불량배와 어울리는 형과는 사이가 좋지 않다. 강박장애를 앓고 있는 미첼은 뭔가 불길한 생각이 들면 좀처럼 떨쳐 내지 못한다. 한때 병원에 다니며 치료를 받았지만 엄마가 실직하면서 병원비를 감당하기 어려워져 치료를 중단했다. 미첼은 친구들에게도 비밀로 하고 밤마다 어디론가 향한다.
씨제이는 친구들 사이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풍족한 편이지만,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아픔이 있다. 씨제이는 종종 위험한 묘기를 펼치며 자기 몸을 혹사하는데, 거기엔 친구들에게도 비밀로 하는 이유가 있다. 제이슨은 다섯 소년 중 가장 덩치가 크고 목청도 크다. 부모가 이혼 소송 중이라 엄마와 아빠네 집을 번갈아 다니며 생활한다. 철두철미한 여자 친구에게 벙커의 존재를 비밀로 한다는 게 상당히 곤혹스러운 일이다.
네 명의 동네 친구가 사는 이곳에 최근 전학 온 리키. 예전에 살던 도시에서 영재 중학교에 다닐 만큼 똑똑하다. 리키가 비밀 공간을 발견하면서 이들 넷은 어쩔 수 없이 리키를 받아들이지만, 종종 리키에게 비밀로 하는 일이 있다.
무거운 현실을 응시하되, 놓지 않는 희망으로
이 소설은 가정폭력과 아동학대라는 현실 속 어두운 주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극 중 가장 부각되는 인물은 씨제이다. 편안한 안식처가 되어야 할 집이 위협적인 공간으로 바뀌며, 전전긍긍하는 소년의 현실이 참담하게 묘사된다. 특히 작가는 소설에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해 불량한 청소년과 가정폭력을 일삼는 어른을 배치하는데, 이는 소년들이 처한 현실에 무게를 더한다.
그렇다고 소설이 현실을 비추는 것으로 끝나지는 않는다. 저마다의 상처를 지닌 다섯 소년이 서로의 아픔을 보듬고 참된 우정을 쌓아 가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린다. 수십 년간 세상에 드러나지 않았던 지하 벙커가 다섯 소년의 안전가옥이 된다는 기발한 발상과 이곳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건을 탄탄한 구성으로 이어간다.
소설을 읽다 보면 슬며시 미소를 짓거나, 박장대소를 할 만한 장면을 종종 만나게 된다. 그러면서도 친구를 돕기 위해 의기투합하는 소년들을 보며 참된 우정의 의미를 되짚어 볼 수도 있다.
다섯 친구들은 안전가옥을 지켜 낼 수 있을까? 자기들만의 세상에서 울고 웃던 이들은 어떻게 될까? 안타깝게도 소설은 독자들의 기대와 달리 점점 파국으로 치닫는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청소년문학의 거장 고든 코먼은 무거운 현실을 정면으로 응시하면서도 희망을 말할 줄 아는 작가라는 것이다.
기본정보
ISBN | 9788983949516 | ||
---|---|---|---|
발행(출시)일자 | 2023년 08월 30일 | ||
쪽수 | 304쪽 | ||
크기 |
139 * 215
* 22
mm
/ 482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
||
원서(번역서)명/저자명 | The Fort/Gordon Korm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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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청소년 문학의 거장 고든 코먼의 백 번째 작품.
각자 사정이 다른 다섯 친구들. 서로 친해보여도 말못할 고민과 비밀이 있는데… 그들은 폭풍우가 휩쓴 다음 날, 숲 속에서 오래 전에 만든 지하 벙커를 발견한다. 자신들만의 요새를 찾은 기쁨도 잠시, 이 비밀을 들킬 위험에 처하는데, 다섯 친구는 이 공간을 지킬 수 있을까?
에반, 제이슨, 씨제이, 리키, 미첼 다섯 친구가 돌아가며 화자가 되어 자신의 상황과 때로는 비밀을 털어놓는 방식이라 쉽게 몰입할 수 있었다. 부모의 이혼 소송으로 힘들어하고, 때로는 갑자기 전학 와서 적응해야 하고, 자녀를 돌보지 않은 부모도 있고. 양육자로서 가슴 아픈 이야기지만 다양한 캐릭터가 나오고 그들이 퍼즐을 맞춰가듯 서로 부족한 점을 채워주며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데 감동받았다.
아이들에게 비밀 공간이란 매력적이다. 이런 구성이나 내용은 예전부터 반복되어 왔지만 항상 봐도 또 설레고 기대된다. 어렸을 때 난 항상 다락방을 꿈꿨다. 내 작은방이 있어도 갑갑하게 느껴서 다락방에 내가 좋아하는 것을 잔뜩 넣어두고 힘들 때 가면 위로받고 쉴 곳이 필요했다.
책에서 여러 장면이 기억나지만 다섯 친구가 안전 가옥에서 놀고 먹고 떠들던 시간이 좋았다. 그리고 그들의 비밀을 지켜준 곳이기도 하고, 소중한 피난처가 되기도 했다. 마지막에 밝혀지는 비밀과 안전 가옥에서 일어나는 소동까지. 끝까지 눈길을 붙잡는 구성과 문장, 캐릭터까지 능숙하고 재밌었다. 역시 책을 백 권이나 쓰신 작가 답다. 미래인 출판사에서 다른 책들도 번역됐다. 찾아 읽어봐야겠다.
모험을 좋아하고 항상 꿈꾸는 초등 고학년 이상 아이들에게 추천한다.
지금 아이들에게도 나만의 공간이 필요하다. 이 책이 그런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그리고 더 편안한 곳을 찾게 된다. 나혼자 오롯이 느끼고 마음 편히 그렇게 지낼 곳을 말이다.
집이 더이상 안전하다고 느껴지지 않을때 특히나 더 그러지 않을까?
안전한 집이 있다고 해도 내 마음이 편하지 않으면 그건 안전하지 않으니깐..
책의 줄거리를 살펴보면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비밀 벙커를 발견하게 된 친구들이 그 벙커를 같이 소유하게 되면서 스토리가 이어지는데 자신만의 비밀을 숨기고 마음 편히 누울 곳(비밀 아지트 - 벙커), 공부할 곳 , 수다를 떠는 그런 장소를 찾게 된다는 이야기다.
책속 주인공마다 느껴지는 감정을 잘 표현해 두었고 각 챕터별 주인공 이름을 붙여두었기에 스토리를 잘 연결해서 읽을수 있었고 아이들의 감정 하나하나가 잘 들어난 워딩이 좋았다.
친구들 사이에서의 안전한 울타리가 리키라는 새로운 친구가 오게 됨으로써 안전한 곳인가 생각하게 되고, 어긋난 퍼즐 조각을 다시 이리저리 돌려 하나의 커다란 그림으로 맞춰 가듯 말이다.
지금 머물고 있는 곳에서 느껴지는 불편한 마음을 나만의 아지트를 하나 만들어 쏟아 붓고 오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해본다.
#미래인#안전가옥#청소년소설
구석, 후미진 곳, 자신만의 은밀한 공간에서 안정감을 갖는 것은 아이들의 공통적인 습성인걸까? 생각해보면 어린시절 내게도 계단 사이의 공간, 마당의 구석, 옥상의 틈새 같은 곳에서 놀거나 홀로 책을 읽으며 뒹굴거릴 때 한 없이 편안했던 경험이 있다. 그리고 지금, 어른인 내게도 아지트가 필요하다. 하다못해 집의 구석이라도 ~생각을 정리하고 끼적이고 한숨 돌릴 공간들. 어떤 생각이든, 무엇을 하든 자유로이 허용되는 '안전'한 공간은 인생에서 언제나 필요하니까.
이야기는 허리케인이 마을을 휩쓸고 지나간 후부터 시작된다. 화자가 에반, 리키, 미첼, 제이슨, 씨제이로 돌아가며 서술되어 초반엔 '지금 누가 이야기하고 있는거지?' 일시적으로 혼동이 일기도 했지만, 곧 이들 각자가 가진 사연에 빠져들었다.허리케인이 몰아치기 전 만들어둔 아지트를 찾다가 숲 속 한복판에서 찾아낸 지하공간. 알고보니 그곳은 자동차 공장을 운영하던 지역 유지가 냉전시대에 마련한 공습 대피소였고, 아이들에겐 더없이 좋은 비밀공간이 된다.
알고보면 아이들은 모두 일상의 도피처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약물중독으로 자식을 버리고 떠난 부모, 낯선 곳으로의 이주, 엄마의 실직으로 갑자기 중단된 강박장애 치료와 저조한 학교 성적, 부모의 이혼 소송 , 툭하면 거침없는 폭력을 휘두르는 계부. 아이들이 홀로 감당하기엔 가혹한 현실에 상처입은 아이들에게 나타난 요새. 그곳은 단순한 비밀공간이 아니라 이러한 현실의 탈출구이자 피난처였다.
40년도 더 된 통조림 음식을 나눠 먹고, 귀에 익숙한LP판의 음악과 비디오 테이프로 영화를 함께 보는 일상을 함께 나누며 아이들은 마음의 안식을 얻는다.
"씨제이를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다. 가족이란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야 하는데, 내 추측이 맞다면 녀석에게는 오히려 가족이 걸림돌인 상황이었다. 무엇보다 가슴 아픈건, 누구에게도 말 못하고 혼자 끙끙 앓으며 철저한 고립감을 느끼고 있었을 씨제이의 딱한 처지였다."-p.202
가장 가까운 이에게는 내보이고 싶지 않은 것들이 있다. 특히 가족의 일이라면 그렇다. 여러 주인공들의 사연 중, 툭하면 생명에 지장을 줄 수 있는 '불사조 놀이' 연기를 하며 자신의 상처를 숨기는 씨제이의 이야기. 무엇보다 타지에서 왔기에 친구로 받아들여주지 않던 리키의 관찰이 그를 구한 시작이 아니었다 싶다.
기꺼이 손을 내밀어준 친구들. 에반을 비롯해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안식처를 내주는 에반의 할머니. 남자친구인 제이슨의 말에 귀기울여주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애쓴 저넬. 그리고 위급한 순간에 바로 출동한 경찰인 저넬의 아버지.
처음엔 도피처로 지하공간에 숨어지냈지만 그 곳에서 지낼수록 바깥 세상의 소중함을 느끼는 씨제이가 고립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이렇게 서로에게 '제 2의 가족'이자 안식처가 되어주는 이들이 내민 손이 아니었나싶다.
2023년이 다 가기도 전에 올해 가장 많이 들리는 말이 '각자도생'인 사실은 너무 슬프다.
책을 덮으며 다시 생각해본다.
지금, 나의 안식처, 우리 아이들의 안식처는 무엇일까?
나는, 우리는 서로의 안식처가 되어 줄 수 있을까?
서로가 손내밀고 보듬어 주어도 힘든 세상이니까. '안전가옥'은 결국 서로가없으면 무의미하니까.
이 책을 오늘도 책상 밑에서 사부작 거리는 딸에게 권해본다. 아이들에게 세상은 혼자가 아니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그리고 기꺼이 서로에게 손을 내밀자고 이야기하고 싶다.
* 이 글은 미래인 서포터즈로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안전가옥 #고든코먼 # 이철민_옮김#미래인#미래인서포터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