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치는 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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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경향신문 > 2023년 8월 2주 선정
휘몰아치는 서사, 정제된 호흡, 감각적인 문장! 이승은 첫 장편소설
고강도 서스펜스와 애달픈 서정의 절묘한 화합
작품에서 가난한 젊은 연인이 겪는 현실적 어려움과 이들의 선택은 혹독한 시련과 정서적 불안을 야기한다. 소설가 김미월은 이 흐름을 “무심하게 이어지는 문장들 끝에 어느샌가 범죄 스릴러의 강렬한 긴장감이 조성되어 있고, 독자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킬 새도 없이 불쑥 연애 소설의 애틋한 서정이 끼어”(추천사)든다고 표현한다. 이 맹렬하고도 신묘한 이야기는 어째서 누군가에게는 앞으로 나아가는 일이 ‘도망’이 될 수밖에 없는지, 해답을 알 수 없는 생의 역경 속에서 고뇌하는 모든 이들에게 애달픈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누군가를 헤아리지 못하는 답답함과 전해지지 않는 진심, 가중되는 오해로 고민하는 이들에게는 차분한 조언과 사려 깊은 위로로 읽힐 것이다.
작가의 말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그 일로는 아주 적은 돈만 벌 수 있다면
얹혀 살던 친구 집에서 나와 당장 지낼 곳을 구해야 한다면
아르바이트 시급으로 갚기에는 막막한 빚이 생겼다면
아픈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데 일자리를 잃었다면
이런 상황이 가정이나 꿈이 아니라 눈앞에 닥친 현실이라면
어떤 순간을 마주하게 될까. 어떤 선택 앞에서 망설일까.
그럴듯한 선택지에 마음이 흔들렸다면
한가지 생각에 사로잡혀서 흔들리던 마음을 내어주었다면
그래서 ‘어제’라면 하지 않았을 일을 ‘오늘’ 하고 말았다면
후회하고 또 후회할까. 아니면 후회하지 않을까.
괜찮아. 괜찮은 거야, 속삭이다가
너. 너 때문인 것 같아, 곁에 있는 사람이 미워질까.
끝내는 자신이 견딜 수 없이 싫어지고
스스로를 아끼는 마음이 사라져간다면
그때 누군가의 손을 잡을 수 있을까.
그런 누군가의 손을 잡을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고 또 하는 누군가의 얼굴을 오래 들여다보고 싶었다.
(…)
한번도 본 적 없는 당신의 얼굴도 상상했다. 지금처럼 이렇게 서로 모르더라도 스치듯 닿을 수 있다고, 어느 한 순간 함께일 수 있다고 믿고 싶었다.
2023년 7월
이승은
목차
- 눈보라
첫 만남
도망치는 연인
두개의 리듬
부서진 창문
마리안과 예나
슬픈 영화
포옹의 순간
회전목마
들개
저녁만찬
그날의 조각들
악몽의 속삭임
엇갈린 미소
완벽한 방
어떤 기쁨
작가의 말
추천사
-
몇장만 읽고 자야지 했는데 단숨에 다 읽었다. 책을 덮은 후에도 금방 잠들지 못했다. 소설의 여운이 너무 깊어서였다. 태오와 지수, 받침 없는 이름처럼 가벼운 바람에도 이리저리 흔들리며 가진 것 없이 가질 것도 없이 떠도는 두 연인이 어느 겨울 몰아치듯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점점 더 안 좋은 쪽으로 내몰리는 이 이야기는 무섭도록 현실적이다. 그래서 더 아프고 슬프다. 소설이 끝나도 두 연인의 탈주는 끝나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막막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나를 탄복시킨 것은 소설의 내용만이 아니다. 무심하게 이어지는 문장들 끝에 어느샌가 범죄 스릴러의 강렬한 긴장감이 조성되어 있고, 독자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킬 새도 없이 불쑥 연애 소설의 애틋한 서정이 끼어드는, 그런데 장면과 장면 사이에 막힘도 없고 이음새도 없고 빈틈도 없는. 한마디로 고수의 솜씨다. 이 작가는 첫 장편에서 이렇게 다 보여주면 어쩌나 걱정하는 마음과 첫 장편이 이 정도인데 무슨 걱정이랴 싶은 마음이 즐겁게 충돌한다.
책 속으로
지수가 태오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익숙한 냄새가 났다. 태오의 머리카락과 피부, 그리고 지수가 입은 점퍼에서도 나는, 화하면서도 알싸한 기름 냄새였다. 둘은 입을 맞추었다.
잠시 후에 지수가 외쳤다.
저기, 누가 오고 있어!
눈발 사이로 무언가 움직였다. 비틀거리며 주유소를 향해 걸어오는 사람이 보였다.(18면)
오늘은 뭐 좀 먹었어?
지수가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물었다. 보일러가 돌고 있는데도 방바닥은 차가웠다. 발이 시렸다. 태오는 대꾸없이 청소만 했다. 태오의 굽은 등과 머리카락이 뻗친 뒤통수를 보며 지수는 속이 상했다. 태오의 얼굴은 며칠 사이에 핼쑥해졌다. 볼이 푹 꺼지고 눈이 퀭했다. 아버지 병간호를 하며 잠을 못 자고 끼니를 거른 탓이었다. 태오야, 그만해. 잠깐이라도 좀 쉬어, 하고 지수는 소리 지르고 싶었다. 목까지 차오른 말을 삼키고 지수는 태오 뒤에 그냥 서 있었다. 몸을 한껏 움츠린 채 서 있다가 태오의 등 위로 펄쩍 뛰어올랐다. 두 팔과 다리로 태오의 몸을 끌어안았다. 뭐야, 하면서 태오는 비틀거렸다. 지수는 태오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었다.(40~41면)
박사장은 밖으로 나가려는 것처럼 몸을 돌렸다가 태오야, 하고 부르며 한발 가까이 왔다.
앞으로 내가 널 믿어도 되겠냐.
모자를 고쳐 쓰며 박사장이 물었다. 태오는 말없이 사장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사장은 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85~86면)
지수는 세면대에 뜨거운 물을 채우고 입욕제를 조금 풀었다. 새하얀 거품이 구름처럼 폭신했다. 두 손을 담근 채 눈을 감고 향긋한 냄새를 맡았다. 순식간에 기분이 상쾌해지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머릿속에는 정반대의 기억이 떠올랐다. 예전에 지내던 고시원의 기억이었다. 곰팡이가 많이 핀 방이었다. 벽지와 뒤틀린 채 푹 꺼진 천장까지 곰팡이가 피어 있었다. 그 방에서 지내는 동안 자주 옷을 빨고 머리를 감아도 냉한 습기와 함께 배어든 퀴퀴한 냄새가 지워지지 않았다.(87~88면)
태오도 연기를 하는지 영인이 물었다.
태오는 작품을 써요. 주유소에서 일하면서 희곡을 쓰고 있어요.
지수는 말끝을 흐렸다. 어젯밤 태오를 잠깐 만났을 때, 그때의 태오 얼굴이 떠올라 와인을 더 마셨다. 사장은 퇴직금도 주지 않고 태오를 내쫓았다. 태오는 화가 많이 나 있었다. 공장에 나가든 배를 타든 당장 일을 구해야 한다고 했다.
지수는 와인잔을 만지작거리다가 가슴이 답답한 것처럼 갑자기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지수씨 왜 그래?
영인이 지수에게 손을 뻗었다.
태오씨랑 싸웠어?
왜 울고 그래, 하며 영인이 휴지를 건넸다. 지수는 고개를 돌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까 보던 영화가 생각나서요. 슬픈 영화였어요.(93~94면)
중요한 건 시간이야. 넌 시간을 도둑맞은 거야.
지수는 아기를 달래듯 태오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박사장이 시간을 훔쳐갔어. 그건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거야.
지수는 소파 위로 올라가 태오 옆에 누웠다.
우린 뭔가를 해야 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뭘 바라는 건 말이 안 돼.
지수가 태오의 품을 파고들며 속삭였다. 지수는 자신이 나쁘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그 순간에 자신이 가득 채워지는 것 같았다. 살아 있다고 느꼈다. 더 나빠지고 싶었다.(107면)
우리가 무슨 짓을 한 거지.
지수가 손에 든 가방을 보며 말했다. 환한 달빛을 받아 번들거리는 청록색 가방이 금방이라도 다른 무언가로 변할 것 같았다.
우릴 본 사람은 없어.
태오는 시간을 되돌리고 싶었다. 몇시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바람이 불어왔다. 마른 나뭇가지들끼리 부딪히며 소리가 났다.(127면)
그날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이제 알 것 같아.
(…)
난 달라지고 싶었어. 예전의 나를 버리고 싶었어. 운명을 바꾸고 싶었던 거야.(155면)
지수는 전철을 타고 다녔다. 출퇴근 시간의 전철에서 스마트폰을 떨어뜨려 잃어버릴 뻔하고 사람들에게 떠밀려 코트 단추가 뜯겨나가기도 했지만, 지수는 전철 타는 걸 좋아했다. 전철에 오르내리는 사람들의 모습에, 또 차창으로 스치는 풍경에 넋을 잃기도 했다. 내려야 할 역을 지나 한바퀴를 돌고 또 돌다보면 과거의 자신에게서 멀어지는 것 같았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 같기도 했다.(158면)
난 지수씨 믿었어. 그래서 예나를 맡겼고 진심으로 대했어. 그런데 지금은 지수씨 말을 믿어도 되는지 잘 모르겠어.
영인은 일을 제대로 처리하고 싶었다. 나중에 또다른 문제가 생기는 상황은 원하지 않았다.
저를 믿으셨어요? 저를 믿어서가 아니라 그냥 편했던 거 아니에요?
지수가 영인의 눈을 똑바로 보고 물었다.
아무 때나 불러도 오니까. 급할 때 일을 시킬 수 있으니까요.
차분한 목소리로 지수가 말을 이었다.(165~66면)
지수는 (…) 후회했다고, 많이 괴로웠다고 고백하고 싶었다. 하지만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같은 선택을 할 것 같다고 말하고 싶었다. 어쩌면 그날의 밤은 앞으로도 영영 끝나지 않고, 오늘처럼 불쑥 또 찾아올지도 모른다고 얘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지금은 태오와 다른 것들을 나누고 싶었다.
지수는 태오와 노래를 부르고 싶었다. 지수는 태오의 손을 잡았다. 태오 손등에 희미하게 남은 흉터를 어루만졌다.(191~92면)
출판사 서평
“중요한 건 시간이야. 넌 시간을 도둑맞은 거야.”
현실을 묘파하는 명확하고 감각적인 시선
지방도시 ‘강소’의 외곽 도로변 ‘안심주유소’에서 일하며 희곡을 쓰는 태오와 아르바이트를 하며 연극배우로 활동하는 그의 연인 지수. 지수는 얹혀 살던 친구의 집에서 쫓기듯 나와 안심주유소 직원휴게실에서 몰래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 둘은 늘 돈에 쪼들리지만 서로에게 기대며 무대라는 소박한 행복을 꿈꾼다. 한편 폭설이 내리던 어느 날 밤, 사업체를 운영하는 부유한 워킹맘 영인은 강소로 출장을 왔다가 차가 고장 나 도로 위에 고립된다. 눈보라 속에서 산길을 헤매다 초주검이 되어 안심주유소에 다다른 영인을 태오와 지수는 정성껏 보살핀다. 죽다 살아난 영인은 지수와 태오에게 고마움을 간직하고 둘과의 인연을 이어나간다. 하지만 지수는 여전히 빚에 허덕이고 태오는 아버지의 수술로 급전이 간절해지는 등 상황은 착실하게 나빠진다. 태오는 급기야 가짜기름을 공급하는 범행까지 계획하지만 주유소 박사장의 계략에 빠져 퇴직금도 받지 못한 채 해고당한다. 때마침 영인은 사업에 차질이 생겨 강소에 머물게 되는데, 강소에 데려온 자신의 어린 딸 예나를 돌볼 놀이시터로 자상한 지수를 떠올린다. 지수는 높은 시급의 놀이시터 일을 선뜻 수락하고 아이를 돌보며 영인 모녀와 가까워진다. 동시에 씀씀이가 다른 그들과의 격차를 절감한다.
이 이야기가 다루는 현실은 냉혹하기 그지없다. 근본적으로는 ‘지방’ ‘흙수저’ ‘고졸’ ‘편부모가정’ ‘청년’이라는 사회적 범주에 주인공 지수와 태오가 속해 있기 때문이다. 소외 계층이 겪는 가혹한 현실이 사실적으로 형상화되지만 인물들의 처지에 공감하게 하고 사회적 문제의식을 자극하는 것은 그들의 사회적 배경만이 아니다. 이승은은 훨씬 세련되고 감각적인 방식으로 독자들이 사회적 격차를 ‘체감’하게 만든다. ‘서울’ ‘금수저’ ‘고학력’ ‘정상가족’ ‘기득권 세대’에 해당하는 영인은 조난 당시 연인의 보살핌 덕에 자신이 원래 속해 있던 풍족한 세계로 돌아갈 수 있게 된다. 영인은 타인을 함부로 재단하지 않는 합리적이고 ‘교양’ 있는 부유층이다. 가난한 젊은 연인에게 도움을 되돌려주고, 그들을 마냥 가깝게 여긴다. 하지만 영인과 얽히면서 지수와 태오가 느끼는 심사는 사뭇 복잡하다. 영인은 한때 생존을 위협받았지만, 구조된 이후 다시는 그런 위협에 노출될 일이 없다. 이와 대조적으로 영인을 구원해준 지수와 태오는 지독한 가난 앞에서 매 순간순간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인다. 영인이 주유소에 놓고 간 목걸이를 돌려주는 일조차 지수에게는 양심과 욕망을 저울질해야 하는 가혹한 시련이다. 고급 펜션 독채에서 영인의 딸을 돌보는 시간은 지수가 경험해보지 못한 풍요를 온몸으로 느끼게 해준다. 동시에 지수가 살던 곰팡이 가득한 반지하방과 열악한 고시원을 더욱 처절하게 상기시킨다.
작품 속에서 이러한 간극은 절제된 묘사로 전달되는데, 그 우아하고도 세련된 방식으로 인해 소설의 주인공과 독자들이 느끼게 되는 격차와 박탈감은 되레 한없이 야만적이고 노골적이다. 사회적 불평등의 문제 앞에서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52면)을 응시하는 시선은 확고하고, 개인이 오롯이 감당해야 하는 감각을 섬세하게 추적해나가는 발걸음은 사려 깊다.『도망치는 연인』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리도록 시사적이고 또 애틋하게 인간적이다.
“우리가 서로 괴롭히고 있다는 생각. 헤어지는 게 나을까.”
영원히 닿을 수 없는 타인이라는 먼 우주
그럼에도, 이건 분명 사랑에 대한 이야기
지긋지긋한 가난에 쫓기던 태오와 지수는 급기야 안심주유소에 잠입해 그곳에서 도박을 벌이는 박사장의 판돈을 훔치기로 모의한다. 하지만 노름판이 벌어지던 날, 초대받지 않은 손님의 난입으로 예기치 못한 일들이 연이어 발생한다. 간신히 도망쳐 나온 이후 영인의 사업과 박사장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두 사람에게 닥친 위기는 더욱 고조된다. 지수와 태오는 악몽에 시달리며 같이 있기만 해도 서로가 서로를 괴롭히는 고통 속에 놓이고, 함께 무대를 꿈꿔온 미래는 어그러져만 간다.
예측할 수 없는 사건사고가 몰아치는 이야기 속에는 곱씹을 만한 역설들이 조밀하게 배치되어 있다. 소설의 주요 배경이 되는 안심주유소는 그 이름과는 달리 절대 안심할 수 없는 공간이다. 주유소 사장부터가 그곳에서 불법 도박판을 벌이는가 하면, 직원은 가짜기름 사기를 획책한다. 위험천만한 한밤의 습격사건이 벌어지는 곳 또한 안심주유소다. 인물 간의 관계에도 온갖 역설이 가득하다. 지수와 태오는 결정적인 순간마다 함께하며 서로를 한없이 위하지만, 점차 “둘 사이에 이상한 비밀이 생”겨난다.(191면) 영인과 지수는 언니, 동생, 하며 가까워진 듯 보이지만 고용인과 피고용인이 되어버린 사회적 입장 앞에서 사실 그들은 극과 극처럼 멀리 떨어져 있다. 켜켜이 쌓여가는 오해와 갈등 속에서 작중 인물들은 서로를 제대로 헤아리는 데 모조리 실패한다. 끝까지 말하지 않는 비밀, 끝끝내 진심을 묻지 않는 침묵이 서글프리만치 현실적이다.
‘타인’이라는 미궁을 탐구하는 이승은의 이같은 주제의식은 전작들을 관통해 이번 작품에서도 신중하게 다뤄지는데, 장편 특유의 긴 호흡과 만나 한층 탄탄하고 견고한 서사로 구축된다. 서로에게 닿기 위해 발버둥치는 이 한바탕 소동은 어쩌면 타인에게 완벽하게 가닿고자 하는 인물들의 사투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이 사투는 인간의 숙명적 한계, 즉 타인에 대한 이해의 불가능성을 내재한다. 침묵하고 배신하고 오해하며 그들은 닿을 듯 멀어진다. 하지만 이런 혼란과 방황이 결코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제목에서도 드러나듯 『도망치는 연인』은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서로를 완벽히 헤아리지 못해도 그들은 선택의 기로에서 매번 함께한다. 숙명적인 단절을 껴안고 운명적으로 연결되며, 함께하고 함께 변화하고 함께 도망치며 계속 사랑한다. 숱한 시련과 엇갈림을 경유하는 이들의 사랑은 그래서 더 절절하고 애처로울 만큼 각별해진다. 그리하여 어느 순간 이 어린 연인의 미숙한 달음박질을 조금씩 응원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미욱한 결정 이후 몸서리치게 후회하고 자책하다 옆에 있는 이를 미워하게 될지라도, 삶을 담담히 긍정하고 소중한 사람을 살피며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 무심한 듯 다정하게 ‘나’를 지탱해주는 미더운 ‘너’를 만난다.
완벽히 이해하진 못해도 사랑할 순 있다는 말. 진부하다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이승은이 구축한 서사 속에서 우리는 전혀 진부하지 않은 방식으로 완전한 사랑을 목격한다. 거친 시련과 한파가 몰아치는 이 소설이 뜨거운 계절, 더 뜨거운 사랑으로 우리 곁에 녹아들 수 있는 이유다. 억척스레 삶을 돌파해나가는 지수와 태오 앞에 어떤 미래가 놓일지, 눈보라처럼 소용돌이치는 이 이야기를 끝까지 따라가보자. 어느새 고달픈 삶을 긍정하고 내 곁의 타인을 새롭게 바라보는 즐겁고도 묘한 경험을 누리게 될 것이다.
기본정보
ISBN | 9788936439248 |
---|---|
발행(출시)일자 | 2023년 07월 21일 |
쪽수 | 196쪽 |
크기 |
127 * 195
* 18
mm
/ 371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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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에 범접하지 못한다고본다. 강하고 끈질기고 순수하고 아름답다. 이야기가 스릴감있고 짜임새 있다. 단숨에 읽고 나니, 도망치는 연인들과 함께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기분이다. 어디, 이 가난한 보헤미안 연인들에게 포상할 운명이
없나 싶기도 하고, 그러다 좁은방을 가르는 얇은 커튼막이
걷히면 , 풍족해지면, 그들의 사랑이 어찌변하게 될까
궁금해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