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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에서

고운기 시집 | 양장본 Hardcover
청색지시선 3
고운기 저자(글)
청색종이 · 2023년 06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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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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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기 시인의 등단 40주년 기념 시집.
고비의 서사를 들고 온 시인.
벌교에서 고비로 다시 고비에서 벌교로 이어지는 변증법적 공간 인식과 짙은 서정의 무늬.
고비는 사막이면서, 병을 이겨낸 생의 고비이면서, 시인이 발 딛고 살아가는 지금 여기의 장소.
고운기 시인은 198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하여 지금까지 시집 『밀물 드는 가을 저녁 무렵』, 『섬강 그늘』, 『나는 이 거리의 문법을 모른다』, 『자전거 타고 노래 부르기』, 『구름의 이동속도』, 『어쩌다 침착하게 예쁜 한국어』 등을 펴내면서 폭넓고 깊은 사유의 힘으로 서정의 결을 견지해온 한국의 대표적인 중견 시인이다. 이번 시집은 시력 40주년을 맞이하면서 펴낸 시집이어서 더욱 의미가 깊다.
고운기의 시적 자장은 길 위의 사유와 맞닿아 있다. 고향인 벌교에서 발원한 서정의 이미지는 왕십리로 대표되는 청춘의 시간을 지나 몽골에 펼쳐진 고비사막에 이르러 시적 사유와 정신적 방황을 풀어놓는다. 고비는 사막의 이름이면서 동시에 생의 ‘고비’를 의미한다. 시인에게 닥친 병마와 삶의 고비들이 사막의 고비와 엮어지면서 어떻게 통과해 왔는지가 시에 잘 그려져 있다. 사막은 인고와 고투의 상징이며, 이 상징으로 하여금 인간의 삶과 자주 유비되곤 한다. 고운기는 인고의 사막을 넘어서서 “누구나 한 번쯤 행운을 소망한다”(시인의 말)는 희망의 소리를 고비를 통해 타전한다. 고운기가 제시한 고비는 “말을 깨워라/새벽이다/지평선에 붙어 북두칠성과 함께 아득하자”라고 죽비소리를 내는 장소로 인식된다. 말은 평원을 뛰어다니는 말이며, 시인의 입을 통해 감각되는 시의 말이기도 하다. 내면세계와 외부세계와의 조응을 통한 깨우침을 사막의 별과 함께 아득한 시공간으로 넘나든다. 고비는 몽골의 사막이면서 시인이 발 딛고 살아가는 지금 여기의 장소와 시인이 앓았던 신병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고운기에게 고비는 “어디서는 열사의 초원으로, 다른 어디서는 위기, 곧 위험과 기회에 함께 던져진 막다른 시간”(최현식 문학평론가)이다. 이뿐 아니라 시집에는 대학 교수와 연구자와 시인과 시인 야구단 선수의 생활사가 빼곡히 들어차 있다.
『고비에서』를 읽으면 생의 고비를 넘어가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이 소환될 것이다.

이 책의 총서 (9)

작가정보

저자(글) 고운기

고운기

198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 시집 『밀물 드는 가을 저녁 무렵』 『나는 이 거리의 문법을 모른다』 『구름의 이동속도』 『어쩌다 침착하게 예쁜 한국어』 등이 있다. 〈시힘〉 동인.

목차

  • 05 시인의 말



    13 고비에서
    14 고비에서
    16 고비에서
    18 고비에서
    20 고비에서
    22 고비에서
    23 인계(引繼)
    24 퇴원
    25 병후(病後) 소식
    26 헛것 같은 세월
    28 동구릉(東九陵)



    31 가장 철 든 계절
    34 한두 자 봄소식
    36 서복(徐福)은 산소 사러 가고
    37 선릉(宣陵)
    38 재개발지구 거리에서
    40 우화
    41 벌교 11
    42 벌교 12
    43 대숲
    44 세화(細花)
    45 위미(爲美)
    46 천수만 새떼의 일



    51 뒷산 숲에 들어
    52 다시 뒷산 숲에 들어
    53 뉘엿뉘엿 강물이 뭘
    54 가물가물 안개가 뭘
    55 시작은 꽃
    56 실경(失景)
    57 추운 꿈
    58 마을에서 나가는 길은 침묵
    59 길 위의 길
    60 나의 밭
    62 가을비가 불러
    63 종시(終始)



    67 베토벤
    68 사리포
    69 어떤 비선(秘線)
    70 어떤 유니폼
    71 월요일 밤의 야구
    72 모성(母性)의 1루수
    75 한숨
    76 생활사
    78 우전(雨田) 선생 가시는 길에
    80 기록
    82 자의반 타의반

    산문
    85 1980년 전후
    92 맙소사
    96 사랑과 사랑니 사이

    해설
    103 ‘고비’를 산다는 것 | 최현식(문학평론가·인하대 교수)

추천사

  • 이제야 말하건대, 시인이 “지평선”과 “북두칠성”의 “360도”에서 몽환처럼 진정으로 만난 것은 “용궁에 잡혀 가”거나 “귀신의 여관 아궁이에 불”을 때는 소외와 불우의 현실이 다시 몰아닥쳐도 결코 “지지 않고 살아날 꽃”의 상상적 몽환, 아니 존재적·미학적 투기(投企)의 실천 원리였다.

책 속으로

명색 시인이면서 정작 시에 게을렀는데
일곱 번째 시집을 낸다.
일곱은 분명 행운의 숫자다.
고비에서, 누구나 한 번쯤 행운을 소망한다.

마침 올해가 등단 40년이다.
- 시인의 말


고비에서

북두칠성이 지평선 가까이 내려와 앉았다
새벽이다
말을 깨워라

초원은 양팔 벌려 휘돌아도 눈이 안 닿는 삼백육십 도

다만
발끝은 저문 몸을 맡긴 진료실
석 달 만의 정기검진 결과를 보고 의사가 말한다, “잘 버티셨어요. 이렇게 삼십 년만 버티면 되죠, 뭐.”
모처럼 기분 좋게 웃는다
석 달 치 목숨을 담보 받아 나오는 길

말을 깨워라
새벽이다
지평선에 붙어 북두칠성과 함께 아득하자


고비에서

서소문 버스 정류장까지 슬슬 걸어와
생애의 가늠자를 한 클릭 반쯤 돌려놓고
옛집으로 가는 33번 버스를 기다리기로 한다

나는 지금 보험회사 직원을 더 이상 난처하게 만들어선 안 된다 생각하고 있다

접수 완료
더 이상 추가 서류를 보내서야 쓰겠는가

도화지 한 장만한 삶인 것이다
넓이보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길 힘쓰면 그만이다

33번 버스는 오지 않고
실은
지난 번 시장이 노선을 개편해 버렸다 한다

시절은
한 사람의 생애는 그와 같은 것이다


추운 꿈

뜬금없이 나타난 너를 보고 어리둥절하다
눈을 뜨니 이불을 덮지 않고 있다
몸이 춥다
그래서 꿈마저 추웠을까

맞장구치다 가볍게 몸을 털고
구름 한 쪽이 흘러간 저쪽은 어디쯤인지

하루의 몫은 누구나 한결같아
저무는 해가 섬을 걱정하지 않듯
물방개 노는 여
꼭 거기 들일만 한 오막 한 채면 된다

약속하던 날보다 약속한 날이 더 가까운
그래서 설레다가 고개 젓는.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 시리즈명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91189176907
발행(출시)일자 2023년 06월 28일
쪽수 124쪽
크기
127 * 190 * 18 mm / 309 g
총권수 1권
시리즈명
청색지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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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길은 새길에게 자리를 내주고 두렵지 않다
두렵다면 길이 아니다
고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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