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할머니(큰글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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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심윤경, 20년 만의 첫 에세이
“밥숟가락 뜨는 법도 잊어버린 할머니가 된 내가 의미 없이 환하게 웃고 있다면,
그때 나는 나만의 위대한 성취를 해내는 중이다.”
『나의 아름다운 정원』 『설이』 등으로 큰 사랑을 받아온 소설가 심윤경이 작가 활동 20년을 맞아 처음으로 에세이를 펴냈다. 작가는 자신의 소설들에 나온 좋은 어른들의 원형은 ‘할머니’였다고 말한다. 책에는 작가가 아이를 키우면서 깨달은 할머니의 사랑법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받은 사람이 받은 줄도 모르는 조용한 사랑으로 작은 영혼을 채워준 할머니의 지혜로운 양육 방식은 오늘날 아이에게 많은 것을 주려다 오히려 실패하고 마는 양육자들에게 좋은 안내서 역할을 해준다.
소설가로서가 아닌, 생활인으로서의 심윤경은 특유의 재치와 유머를 장착하고 자신의 일상을 솔직하면서도 생생하게 들려준다. 육아 분투 속에 새로이 되새기게 된 할머니의 사랑과 중년에 겪게 된 우울과 소설가로서의 위기, 가족과 친구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작가와 한층 더 가까워지는 기회를 선사한다. 더 나아가 우리 마음속에 남아 있는 할머니의 잔상을 일깨우고, ‘할머니’ 같은 마음으로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알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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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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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잃어버린 우아한 사랑이 여기, 할머니의 다섯 단어에 있다. 몇 배속으로 말들을 흘려보내는 시대에 고작 다섯 단어로 이뤄진 이토록 넉넉한 포옹이라니! 유효기간도 부작용도 없는 이 사랑은 한 사람을 우주처럼 너르게 품고 있다가 다른 사람에게로, 또 다른 사람에게로 확장된다. 심윤경의 소설을 읽을 때면 항상 밑줄 그을 펜이 필요했고, 이렇게 나를 흔들어놓는 이야기가 어떤 시간을 통과해왔는지 궁금했다. 이 책을 통해 그 궤적의 중심에 할머니가 있음을 알았다. 그리고 이제 그의 할머니에게도 반했다.
책 속으로
사랑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질 때, 나는 할머니의 작은 방을 떠올린다. 지직거리는 브라운관 텔레비전과 사과 한 알, 흐린 햇빛과 오래된 요강이 있는 방이다. (작가의 말-4쪽)
할머니는 내 기억의 시초부터 오늘까지 늘 그런 식으로 존재했다. 그분은 내 눈앞에 얼굴을 들이밀거나 큰소리를 내지 않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목소리로 나를 둘러싸고, 괜찮다고, 예쁘다고, 다시 한번 괜찮다고 말했다. (두 사랑의 평행우주-67쪽)
나에게 평화는 고요함과 거의 동의어였다. 그 캡슐을 설명하자면 그곳은 노르스름한 햇볕이 비쳐드는 콩댐 장판, 얼굴이 보이지 않지만 어딘가 할머니의 숨결이 함께하고 있음을 느끼는 어린 날의 작은 방일 것이다. 그곳에 인간의 언어는 없다. (고요한 세계-74쪽)
할머니가 물려주신 대부분의 것들이 이런 식이었다. 그것은 너무나 일상적이고 조용하고 작아서 나는 그것의 중요한 의미들을 거의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것은 너무나 풍성하고 흔해서 도무지 감사할 일들이라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내면에 중요한 안정감의 기반이 되었고 나는 숲의 습기를 흠뻑 머금고 자라는 초록 이끼처럼 그 안에 살았으며 중요한 것들을 배운 줄도 모르고 배웠다. (보너스라니, 저런-127쪽)
내가 살아가는 데에 가장 중요한 터전이 되어준 나의 할머니는 이 세상에서 가장 만만한 사람이었다. 그러므로 꿀짱아가 나를 만만하게 여긴다 한들 잘못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아주 좋은 일이라고 반갑게 여길 만한 일일지도 모른다. (내가 만만해?-181쪽)
할머니의 무심한 반응은 청천벽력 같은 큰일도 견딜 만한 작은 것으로 만들어주는 그런 힘이 있었고 할머니에게 그런 무심한 이해를 받고 나면 사납게 파도치던 내 마음은 거칠던 너울이 가라앉고 어느덧 평화로움 쪽으로 한 발짝 다가갈 수 있었다. (고마운 무심함-193쪽)
지지와 격려는 눈에 보이지 않을 때 진정으로 힘이 된다. 그런 것이 있는지도 모르고 받을 때 진짜 산소가 되어 그의 폐로 스며들고 근육에 힘이 된다. 지지와 격려가 귀에 들리고 눈에 보이기 시작하면 그것은 서서히 긍정적인 힘을 잃고 부담이 되어간다. (기대와 격려의 두 얼굴-207쪽)
나도 내 딸에게 그런 사랑을 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사랑이 알고 보니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저 한없이 평범하고 소박하면서도 막상 내 곁에 두려 하면 한없이 멀고 어려운 사랑이었다. (나의 아름다운 할머니-212쪽)
출판사 서평
『나의 아름다운 정원』 『설이』의 작가 심윤경, 20년 만의 첫 에세이
『나의 아름다운 정원』 『설이』 등 독자들의 열렬한 응원과 지지를 받아온 소설가 심윤경이 작가 활동 20년 만에 에세이를 펴냈다. 2002년 한겨레문학상을 받은 작가의 첫 책 『나의 아름다운 정원』은 20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작가의 첫 에세이 『나의 아름다운 할머니』엔 다행히 동구 할머니나 아버지는 없다. 실제의 할머니는 외려 작가가 죽을 때까지 닮고 싶고, 독자들에게 선물하고 싶을 정도로 위대한 사랑을 전해주신 분이다. 우리 시대 부모의 자식 사랑에 대한 이중성과 위선을 가차 없이 폭로한『설이』에서도 작가는 아이가 성장하기 위한 좋은 환경은 무엇인지,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끊임없이 고민했다. 『사랑이 달리다』에서는 폭주하는 주인공 김혜나와 가족들을 통해 평생 어른이 되지 못하는 어른들의 민낯을 보여주기도 했다. 또 『영원한 유산』에서 해동의 고모나 진형의 가족들이 보여준 믿음은 작품을 끌어가는 또 하나의 축이었다.
심윤경 작가는 매번 쓰는 작품마다 스타일이나 주제가 예측 불가능할 정도로 새롭지만 그 세계를 관통하는 화두 중 하나는 늘 가족과 사랑이었다. 작가는 『나의 아름다운 할머니』를 통해 할머니와 함께한 자신의 유년 시절을 돌아본다. 그 돌아봄에는 자신이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했던 양육의 시간이 들어 있다. 자식을 키우면서 수많은 책들과 강연으로 부모 역할을 연구하고 연마하던 작가는 할머니가 주신 사랑이 그 어떤 육아 현인의 가르침보다 더 뛰어났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이제 할머니가 남긴 위대한 사랑의 성분을 작가 특유의 정확한 분석과 생생한 복원을 통해 옮겨 놓는다.
할머니의 다섯 단어, 할머니의 유산
작가는 아기에게 ‘꿀짱아’라는 예쁜 애칭을 붙여주고 야심차게 엄마의 길로 들어섰지만 서툰 새내기 엄마의 일상은 그야말로 ‘이불 킥’의 연속이다. 물론 읽는 사람들에게는 커다란 웃음 버튼이지만. 똑똑한 아이를 향한 한국인의 피가 불러낸 ‘힘센 다리 한일전’과 까다로운 아이 돌보기에 지쳐 쓰러질 무렵 강아지와 놀아주다 깨우친 육아 비법, 늦을까 봐 초조한 마음으로 아이를 데려다주는 엄마와 느긋한 사춘기 아이의 모습, 설거지로 티격태격하다 “Do I look like water?”라는 실없는 농담으로 무마한 뒤 혼자 열폭하는 장면 등은 우리네 모습과 똑 닮아 있다. 어린 생명체의 성장에 크게 관여하는 양육자로 살면서 마주치는 고비마다 작가는 자연스레 할머니를 떠올린다. 심하게 낯을 가리고 생떼를 쓰는 아이 앞에서 인내심이 바닥을 보일 때 자신의 유난한 어린 시절과 그를 말없이 보듬어준 할머니의 관용을 기억해낸 것이다. 스무 살이 될 때까지 함께 살았던 룸메이트이자 심리적 안전판이 되어준 할머니의 모습을.
작가의 기억 속에 할머니는 ‘말없는 사람’으로 존재한다.
할머니가 평생 한 말들의 80퍼센트는 단 열두 글자로 요약할 수 있다. ‘그려, 안 뒤야, 뒤얐어, 몰러, 워쩌’다. 표준어로 하자면 ‘그래, 안 돼, 됐어, 몰라, 어떡해’일 것이다. (101쪽)
이 평범하고 단순한 일상 언어에는 지금 당장 우리가 따라야 할 지혜와 깊이, 공감과 이해의 의미로 가득하다. 작가는 할머니가 어떤 상황에서 이런 말들을 했고, 지금 우리에게 이 단어가 왜 필요한지 적절한 예를 들어가며 설명한다. 심윤경은 사춘기 아이를 키우면서 언어의 과용이 오히려 독이 됨을 깨닫고, 언어의 미니멀리스트였던 할머니의 다섯 단어를 실천하려고 애썼다.
최선이라는 환상 버리기
“아이는 부모의 빈틈에서 자란다”. 심윤경 작가가 가장 좋아하는 교육 격언인데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이를 증명한다. 수험생 시절 공부하라며 엄마가 자신이 좋아하던 책들을 싹 치우고 문제집을 잔뜩 넣어줬는데, 한쪽 구석에 처박혀 있던 박경리 작가의『토지』를 발견하고 30권을 독파한 경험이 오히려 소설가가 되는 결정적 순간이 되었다. “달리는 말에 채찍질한다”를 실천한 엄마의 교육과 사랑 덕에 모두가 부러워하는 삶을 살게 되었지만 작가는 사십 대의 어느 날, 안정된 생활 속에서도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는 감정에 휩싸인다. 무기력함 속에서 휴대폰 게임 속으로 도피하기도 하고, 심지어 난독증까지 겪고 만다. 소설 속 동구가 겪은 그 증세가 자신에게 나타난 것이다. 늘 제3자의 눈으로 자신의 상황을 살펴보고 문제점을 분석하는 작가답게 심윤경은 자신의 상처를 객관적으로 들여다본다. 그리고 스스로를 비난하는 대신 고양이와 식물들을 돌보며 자신을 웃게 하는 일에 몰두한다. 이 시기가 마치 사춘기 청소년과 완전히 똑같은 상태였기에 그는 입시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아이를 온전히 이해하게 된다.
우울과 난독의 기간 동안 ‘최선과 열심’에 대한 생각도 바뀌었다. 자신이 직접 겪은 만큼 까다롭고 엄격하게 들이대던 잣대를 거두게 된 것이다. ‘그가 지금 해낼 수 있는 만큼이 최선이고 열심이고 그 자체로 소중한 것이다’, ‘그는 한심하고 생각이 없어서 휴대폰 게임을 하며 웃는 게 아니라 온 힘을 다해 자신을 사랑하려 애쓰는 중이다’, ‘그사이 중요한 것들을 놓칠 수도 있지만 인생은 길고 다른 기회가 찾아올 것이다’라고. 이 속에서 탄생한 작품이 바로 『설이』다.
절반은 할머니처럼, 비 더 그랜마
심윤경 작가의 이런 분투를 할머니가 보셨다면 분명 “장혀”라고 말씀하셨을 것이다. 작가는 어린 시절 자신의 성취와 상관없이 ‘장하다’고 위로하고 격려해주던 할머니가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꿀짱아에게 함께 사는 할머니가 없다는 것, 그것이 의미하는 거대한 빈 구멍을 내가 인식한 날이었다. 아이들에게는 무턱대고 믿어주고 기특하게 여겨주는 누군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예전에는 그런 존재들이 함께 살았는데 이제는 함께 살지 않는다. 내 딸에게 꼭 필요한 어떤 것이 없다면, 내가 그 존재가 되어야 한다. 나는 꿀짱아의 엄마지만, 절반은 할머니가 되어야 함을 깨달았다. (162쪽)
오늘날에도 조부모는 손주들에게 한없이 자애로운 분들이지만 한집에 사는 경우는 많지 않다. 작가는 이제 할머니 같은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할머니처럼 남의 상처를 알지만 헤집지 않고 알면서도 모른체해주는, 무심한 이해를 보여준 딸과 지나친 기대와 격려 대신 부담 없는 편안함으로 두려움을 떨치게 해준 좋은 어른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윤고은 작가는 추천사에서 ‘심윤경의 소설을 읽을 때면 자신을 흔들어놓는 이야기가 어떤 시간을 통과해왔는지 궁금했는데 그 중심에 할머니가 있었음을 알았다’고 밝힌다. 이 사랑스러운 에세이는 받은 사람이 받은 줄도 모르게 하는 작은 평화, 스스로를 다독이며 위로하는 일상, 소리 없는 함박웃음으로 자신의 존재를 채워가는 것이 할머니가 없는 시대의 좋은 사랑법임을 일깨운다.
그래서 나는 할머니처럼 웃었다.
내가 할머니처럼 웃는 것이기를 간절히 바라며 그렇게 웃었다. (208~209쪽)
기본정보
ISBN | 9791169810241 | ||
---|---|---|---|
발행(출시)일자 | 2023년 04월 25일 | ||
쪽수 | 224쪽 | ||
크기 |
157 * 244
mm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큰글자도서 라이브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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