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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걸 시인은 해설에서 “벌은 윙윙윙 날았던가? 손등에 나비 한 마리 사뿐히 앉았던가? 「4월의 비」처럼 봄비가 내렸던가? 젖은 꽃잎들이 땅바닥에서 뒤척였던가? 막걸릿잔을 나누다 흠뻑 취했던가? 저녁놀이 어둠 속에 묻혔던가? 이렇듯 손꼽아 보는 그날이 17년 전이다. 아무리 기억을 떠올려 보아도 장면들이 희미하다. 그러나 맞잡은 손에 따스함과 반갑습니다. 나눈 인사의 목소리는 선명하게 떠오른다.”고 썼다.
늘 겸손한 시인의 품성 탓일까? 언제나 가까이 있는 해와 달, 바다, 별, 바람, 나무들이 자주 등장한다. 독자들에게는 어렵지 않은 시적 대상들이다. 그러나 우리는 익숙하거나 가까이 있는 사물들을 다 안다고 생각한다. 그 강력한 믿음은 주변부적 일상과 사물들을 더 이상 관찰하지 못하게 한다. 시집에서 시인은 사물들을 측은하게 바라보며 자신의 체험과 일체를 시도한다.-POEMPOEM
이 책의 총서 (46)
목차
- 시인의 말 · 8
part. 1
단아한 모습으로
4월의 시 · 13
기차는 · 14
4월의 비 · 15
봄의 아우성 · 16
참 다행입니다 · 17
목련나무 아래 · 18
봄 · 19
실치 · 20
빨래 · 21
잔 · 22
활쏘기 · 23
죽 · 24
part. 2
기억 속으로
여름은 · 29
내 안에 홀로 · 30
간월도에서 · 31
그대 그 섬에서 · 32
개구리 소리 · 33
간월암 · 34
달을 핥고 있는 고양이 · 35
실제상황 · 36
쌍끌이 · 37
바위소리 · 38
망사 스타킹 · 39
적과의 동침 · 40
비를 세워놓고 · 41
편백나무 숲에서 · 42
너의 천국이 되고 싶었다 · 43
part. 3
단풍잎 빵
가을근황 · 47
고추잠자리 · 48
가로수 그늘아래 · 49
감나무에 붉은 곰팡이 · 50
사과 · 51
실낙원 · 52
인감도장 · 54
바보처럼 · 55
소머리국밥 · 56
미소 · 57
의자 레시피 · 58
아내 · 59
붓 가는 대로 · 60
손톱이 자란다 · 61
비문증 · 62
볼트와 너트 · 63
클래식 세탁소 · 64
part. 4
곱창구이 연가
첫눈 · 67
끝의 시작 · 68
모노드라마 · 69
겨울햇살 · 70
연통 · 71
역류 · 72
곱창구이 · 73
골목길 · 74
살렵니다 · 76
소리가 소리를 밀어내듯 · 77
한통속 · 78
막냇동생 용천이 · 79
저 높은 곳에 · 80
용서 · 81
12월 · 82
작품해설
얼룩을 환대하며 - 손병걸 시인 · 83
추천글
이문재(시인,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어향숙(시인) · 106
추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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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청춘의 장르라는 이야기가 있다. 바꿔 말하면 노년은 시적 감수성이 퇴화해 시를 쓸 수 없다는 것이다. 어떤 근거에 바탕한 주장인지 모르겠지만 100세 시대를 코앞에 둔 이때, 저 통설을 받아들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나는 김용만 시인이 60대에 접어들어 펴낸 이 첫 시집에 내포된 의미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시는 특정 세대의 전유물이 아니다. 시는 노년에게도 열려 있어야 한다. 노년에게도 노년은 처음이다. 매일 아침이 새로운 아침이다. 노년에게도 미래가 있는 것이다. 나는, 이 시집이 모든 노년으로 하여금 자기 삶을 돌아보고 그 힘으로 더 나은 여생을 설계하도록 하는 ‘자양강장제’ 역할을 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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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에게 시를 쓴다는 것은 어둠을 기억해 내어 마주하는 작업일 것이다. 김용만 시인은 첫 시집을 통해 어둠으로 사라진 골목에 자신을 밀어 넣고 힘들었던 순간들을 목 놓아 울게 한다.(「달을 핥고 있는 고양이」) 언제나 꼬여있는 언어가 질기게 씹히던 골목에서 자신의 얼룩들을 당당하게 형상화하여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그 에너지는 가슴에 맺힌 응어리를 풀어 내려놓게 하고(「살렵니다」) 자신과 외부의“경계”를 없애준다.(「한통속」) “들숨”과 “날숨”으로 존재와 세계를 서로 연결해 상호합일에 이르게 한다.(「편백나무 숲에서」) 이처럼 많은 시편이 자기 안에서 일어나는 것과 외부에서 일어나는 것은 다르지 않다는 장자莊子의 물아일체物我一體를 이야기한다. 읽다 보면 구별 없는 자유로움을 느낀다. 시인의 무욕한 성품대로 일상을 재구성한 시들이 쉬운 언어로 읽히지만, 감동은 만만찮다. 언어의 힘으로 내면의 상처가, 느린 걸음이 오히려 환해진다. 이 시집은 “끝”을“시작”으로 살려내고 완성하는 ‘깨달음의 소묘’이자 ‘자기 해방일지’라고 말할 수 있다.
책 속으로
시인의 말
꽃은 소리 없는 미소로
새는 눈물 없는 소리로
나무는 푸름과 그림자로
빛은 활기참으로
어둠은 편안함으로
모든 것이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2023년 6월 김용만
기본정보
ISBN | 9791186668443 | ||
---|---|---|---|
발행(출시)일자 | 2023년 06월 22일 | ||
쪽수 | 116쪽 | ||
크기 |
134 * 201
* 10
mm
/ 289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포엠포엠시인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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