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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아 버려라

연관 스님에 대한 오마주
(주)도서출판삼인 · 2023년 06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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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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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봉 의존에게 신초 학인이 물었다.
“죽은 스님은 어디로 갑니까?”
이에 선사는 대답했다.
“얼음이 녹아서 물로 돌아가는 것과 같다.”
그러자 곁에 있던 현사 사비가 한마디 더 보탰다.
“물이 물로 돌아간 것과 같다.”


연관 스님, 그 여름의 시멸에 대하여
지난 2022년 6월 15일, 전북 남원 실상사 화엄학림 학장을 지냈으며 ‘지리산생명살리기’에 앞장서기도 했던 연관然觀 스님이 송광사 부산분원인 관음사에서 입적했다. 세수 74세, 법랍 53세.
그로부터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스님의 ‘빈자리가 오래 아팠던’ 박남준 시인이 ‘떠오르는 이들에게 연락하고 함께 뜻’을 모으기로 했다. 『놓아 버려라』는 스님에 대한 기억을 한데 불러 모아 놓은 추모 헌정 문집이다. 생전에 연관 스님과 인연 지었던 이들(그 사람들을 어찌 다 헤아리겠는가) 중 17인의 글 19편을 글쓴이의 이름순으로 묶었다. 이 책을 엮은 박남준 시인은 서문에 이렇게 썼다.

“한없이 부족하리라.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승이었으며 도반이었고 큰형님이었으며 기꺼이 친구가 되어 그 자리마다 맞는 모습으로 다가와 주셨던 참 품이 너른 스님을 위해 남기고 싶었다.”

『놓아 버려라』의 글쓴이들은 시인, 작가, 스님, 목사님, 신부님, 귀촌인, 산악인들로, 살아온 내력과 살아가는 방식들이 서로 다른 사람들이다. 거기에 각자 다른 배경과 다른 시기에 스님과 인연을 맺은 이들이니, 연관 스님에 대한 기억과 그리는 마음의 장면 역시 같지 않다.
하지만 그들이 떠올리는 연관 스님은 같은 듯 다르면서도 다른 듯 같은 모습이다.

- 젊은 시절 힘깨나 썼을 법한 풍모에 저마다 살아온 연륜의 높낮이마저 무장해제 시키는 정감 어린 목소리,
- 함께 산길을 걷는 이에게 온갖 나무와 꽃의 이름, 숨겨진 사연까지 줄줄이 설명하며 웃는 천진한 얼굴에,
- 귀찮다며 공양주나 상좌도 없이, 신도들 또한 일절 두지 않았던 ‘독거 수행승’으로,
- 화두를 들고, 선정에 들고, 경전을 탐구·번역하는 세 가지 일에 성실한 삶을 살면서,
- 수행에 정진하면서도 지리산 자락에 등 기대어 사는 사람들과 더불어 어울리기를 좋아했고,
- 이틀에 한 번, 쌀 익혀 놓았다가 출출하면 끼니를 때우면서 역경譯經에 몰두했으며,
- 승속을 막론하는 벗들과 불법이니 문학이니 인문학 따위의 구분 없이 이야기를 이끌기도 했으며,
- 노사연의 「님 그림자」, 산울림의 「독백」 등의 노래를 목청껏 부르는 것을 좋아했으며,
- ‘지리산살리기 국민행동’의 일원으로 백두대간 1,500리를 70일 동안 종주했던….

이 책에는 글쓴이들만큼이나 다양한 형식의 글들이 각자의 모습으로 줄지어 있다. 아주 짧은 글과 긴 글, 촘촘한 글과 성긴 글, 거기에 노래 같은 글, 시 같은 글, 편지 같은 글, 우화 같은 글들이 마음대로 섞여 있는 모양새다. 그럼에도 그렇게 다채로운 글들이 연관 스님에 대한 그리움 하나로 자연스럽게 이어져 있다. 그리고 그 그리움들은 스님을 닮아 한결같이 담담하다.
‘염불念佛’은 글자 그대로 ‘부처의 모습을 떠올려 그를 닮고자 하는 것을 뜻하는 말이라고 한다.
『놓아 버려라』는 ‘평생 수행자’였던 연관 스님을 서로 다르게, 서로 다른 글쓰기로 그리고 있는 책이다. 그렇다면 이 책은 ‘염연관念然觀’을 하고 있다.

연관 스님
1949년 8월 4일 경남 하동군 진교면에서 태어났다. 1969년 금강사에서 우봉 스님을 은사로, 병채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수지했으며 같은 해 통도사에서 월하 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했다. 1981년에서 1984년에 걸쳐 직지사 황악학림에서 관응 대강백을 강사로 경율론 삼장을 연찬한 후 경학에 매진하며 수행에 정진했다. 이후 1989년부터 1994년까지 직지사, 김용사 승가대학 강사를 역임했다. 1995년부터 2002년까지 조계종 최초 승가 전문 교육 기관 실상사 화엄학림 학장을 지내며 후학 양성에 매진했다. 1991년 운서 주굉 스님의 『죽창수필』 번역 출간을 시작으로 『금강경간정기』, 『선관책진』, 『선문단련설』, 『왕생집』, 『불설아미타경소초』 등을 이어 펴냈으며 근현대 선지식 용악 스님, 학명 스님의 일대기와 글 등을 정리한 『용악집』과 『학명집』을 펴냈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조계종 표준 금강경』 편찬에도 참여했다. 2022년 6월 15일 조계총림 송광사 부산분원 관음사에서 원적에 들었다. 세수 74세, 법랍 53세.

작가정보

저자(글) 강제윤

강제윤

나그네. 『입에 좋은 거 말고 몸에 좋은 거 먹어라』, 『당신에게 섬』, 『섬 택리지』, 『섬을 걷다』 등의 책을 펴냈으며 ‘섬나라 한국전’ 등 섬 사진전을 가진 바 있다.

저자(글) 김영옥

스님들의 말씀을 옮겨 적은 『봐라, 꽃이다!』, 『자귀나무에 분홍 꽃 피면』을, 불교를 처음 만나고 난 뒤의 감흥을 표현한 『초승달도 눈부시다!』를 책으로 냈다.

저자(글) 김하돈

〈실천문학〉에 시를 발표하며 등단하였다. 『단재 기행』, 『그 산맥은 호랑이 등허리를 닮았다』, 『푸른 매화를 보러 가다』, 『마음도 쉬어가는 고개를 찾아서』 등의 책을 펴냈다.

저자(글) 남난희

백두대간 단독 종주. 강가푸르나 등정. 지은 책으로 『하얀 능선에 서면』 등이 있다. 스위스 킹 알버트 마운틴 어워드 수상, 현재 미국 Pacific Crest Trail을 종주하고 있다.

저자(글) 박두규

박두규

1985년 〈남민시〉 창립 동인으로 작품 활동 시작, 『은목서 피고 지는 조울의 시간 속에서』 등의 시집을 펴냈다. 산문집으로 『生을 버티게 하는 문장들』 등이 있다.

저자(글) 법인

실상사 한주로 있다. 1995년 실상사 화엄학림 1기 학인으로 초대 학장인 연관 스님과 인연을 맺었다. 법인, 오성, 오경, 고경 스님과 함께 『화엄현담』을 번역·주해하였다.

저자(글) 신희지

지리산문화예술학교(지리산행복학교) 교무처장. 『나답게 산다』 등의 책을 펴냈다.

저자(글) 윤주옥

2008년 지리산 자락 구례로 귀촌했다. 지리산과 지역사회 주민이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꿈꾸고 있다. 단순 소박한 삶 속에서 지리산과 반달가슴곰에 감사하며 살고 있다.

저자(글) 이성아

이성아

편소설 『밤이여 오라』, 『가마우지는 왜 바다로 갔을까』 작품집 『태풍은 어디쯤 오고 있을까요』, 『절정』 등을 펴냈다. 제주4·3평화문학상, 이태준문학상을 수상했다.

저자(글) 이원규

이원규

지리산 섬진강 생활 16년차, 시를 쓰고 사진을 찍고 있다. 시집 『달빛을 깨물다』, 포토에세이 『나는 지리산에 산다』 등의 책을 펴냈다. 제16회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했다.

저자(글) 이현우

KB국민은행 진주지점장, (주)프로솔 본부장으로 일했으며 제35회 근로자문학상 시 부문에서 수상했다.

저자(글) 최경애

조계종 총무원 호법부 근무, 불교환경연대 사무국장. 월정사 성보박물관 학예연구사 등을 역임했다.

저자(글) 최종수

무주성당에서 사목하고 있다. 시집 『사랑해도 모자란 동행』과 산문집 『첫눈 같은 당신』 등을 펴냈으며, 음반으로 「어느 신부의 사랑 고백」을 냈다.

저자(글) 함현

법주사 월암당 이두 대종사에게 출가하여 제방 선원에서 정진했다. 봉암사 주지를 역임했으며 현재 서울 도솔선원에서 정진하고 있다.

목차

  • 서문/ 연관 스님 행장/ 연관 화상과 거지 제사·강제윤/ 차라리 죽을지언정/문설주 아래 금창초·김영옥/ 그 여름의 시멸!·김하돈/생명평화 탁발순례에서 만난 연관 스님·남난희/ 날개를 띄운 큰 별 하나/스님 국수 드시고 싶으신가요·박남준/ 순례자의 아침·박두규/ 대나무 그림자 뜰을 쓸어도 먼지 하나 일지 않고·법인/ 독백·신희지/ 죽으면 어디로 가는 것입니까·원철/ 연관 스님과 만날 가을을 기다린다·윤주옥/ 작별 인사는 하지 않겠습니다·이성아/ 연관 큰스님이시여, 문창성 별빛이여!·이원규 / 스님과의 일면식·이현우/ 수경 스님에게·이현주/ 스님의 따뜻한 마음이 더욱·최경애/ 다시 만나야 합니다·최종수/ 우담바라 꽃송이 활짝 피었네·함현/ 연관, 체로금풍

책 속으로

‘비구 연관.’ 관음사에서 통도사까지 장례가 거행되는 내내 위패에는 그렇게 단출한 한마디로 어떤 수행자의 생애와 품격이 적혀 있었다. 울긋불긋 슬픔이 일렁이는 와중에도 나는 그 위패에 적힌 한 마디가 그렇게 자랑스러울 수 없었다. 그 위패 하나만으로도 나라 산천에 혹여 분분히 휘날리는 그 어느 선가의 깃발인들 부러울 게 없었다. 실로 검박하고 당당한 가풍이었다.
- 김하돈,「그 여름의 시멸!」에서

이미 관음사에서 15일 동안 연관 스님의 마무리는 알려졌다. 연명 치료를 하지 말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입적 며칠 전에 음식을 넣지 말라고 했다. 그러고 사흘 후에는 물을 마시지 않았다. 물을 끊은 후 사나흘 만에 입적했다. 그렇게 간명하게, 담담하게, 고요한 세계로 들어갔다. … 연관 스님의 도반들은 그 흔한 출가수행자의 유골을 안치하는 부도를 만들지 않기로 했다. 연관 스님의 삶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서다.
- 법인,「대나무 그림자 뜰을 쓸어도…」에서

선 채로 묵묵히 고개 숙이고, 순서 없이 떠나신 인연들을 떠올린다. 스님을 비롯한 내 이승의 도반님들이여, 잘들 계시다가 어느 날 한자리에서 함께 뵈어요. 아참, 스님, 그날에는 스님 좋아하시던 국수 삶아 올려 드릴게요. 간은 짜디짠 맛, 제 죄스러운 마음과, 안타까움과, 그리고 그리움의 눈물로 맞춰 주셔요.
- 김영옥,「문설주 아래 금창초」에서

스님티를 내지 않는 스님, 그게 스님 모습이었습니다. 큰 공부를 한 티를 내기는커녕 소탈하기만 했습니다. 그저 지금 발 딛고 있는 이곳에 충실하셨습니다. 그럼에도 가장 스님다운 스님, 그 역설이 바로 스님이었습니다. 그래서였을 겁니다. 저도 모르게, 스님을 무람없이 가깝게 느꼈던 이유 말입니다. 저는 스님을 마음 한켠에 부처님처럼 모셔두었습니다.
- 이성아,「작별 인사는 하지 않겠습니다」에서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88964362396
발행(출시)일자 2023년 06월 15일
쪽수 178쪽
크기
145 * 201 * 15 mm / 395 g
총권수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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