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안의 숲, 따숲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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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 스며 산 도깨비마을 촌장의 산중일기
이 책은 도깨비마을을 일군 김성범 촌장의 산중일기다. 지금이야 전국적인 유명세에 들랑날랑하는 사람도 차도 많아졌지만, 20년 전 처음 몸 누일 작업공간을 지어 산중생활을 시작한 때의 기록이다.
혼자 산에 깃들어 사는 일이 녹록하지만은 않다. 산속 고된 노동과 휘파람 소리로 내려앉은 몸 마음 쉼 이야기가 소근대듯 글과 사진으로 펼쳐져 있다. 그가 도시의 일에서 벗어나 산중 작업실에서 글쓰고 노래짓고 조각하며 사는 일 사이사이 만난 작은 만남이 빼곡하다. 얄미운 꿩과, 두세 마리 반려개들과, 쑥국새와, 나비 벌들과, 거미와, 무수한 생명들과 관계맺기는 스스럼없이 풀, 꽃, 흙 따위로 이어진다.
무심하게 말을 건네고 대꾸를 받아 슬쩍슬쩍 기록해놓은 그의 글 사이사이를 함께 거닐다 보면 푸푸푸 웃음이 터지기도, 가슴 한켠에 보랏빛 등을 켠 것처럼 찌릿 아려오기도 한다. 따순 마음 기운을 머금은 글 사이에서 맘껏, 기세등등한 삶의 태도를 저버릴 수 있다.
어느새 우리도 따숲네에 젖어 따수어진 마음을 누군가에게 마구마구 풀어내고 있는 것을 알아차리게 될 테다. 품 안에 숲을 들였으니, 쓰는 작가나 읽는 독자나 아주 느리게 품이 아주아주 넓어져 있는 것도.
그의 숲은 한바탕 두바탕의 물을 받아 품에 채워놓고서는 틈나는 대로 슬그머니 내어놓아 작은 물길을 내고 섬진강까지 닿아있다. 그래서 그의 숲 이야기는 물이고 강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자연, 섬진강 고기잡이 독살(도깨비살) 이야기며, 도깨비마을 연원으로도 이어진다. 그의 숲 이야기는 강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20여 년 동화 동시 그림책 작가로, 동요 싱어송라이터로, 조각가로 살며 펴내고 지어내고 노래 부른 수많은 책과 노래, 작품들의 원천과 만날 수 있다. 어쩌면 그렇게 이야기마다 노래마다 조각작품마다 따순 기운이 넘쳐날까, 무릎을 치며 알아차리게 된다. 그의 창작의 연원, 도깨비마을의 시작, 그가 숲과 강에서 만난 '덩어리 시간'과 처벅처벅 만나시기를.
작가정보
제3회 문학동네아동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아동문학평론〉 동시부문 신인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지금은 섬진강 도깨비마을에서 어린이들과 책놀이, 숲놀이에 푹 빠져 살고 있답니다.
쓴 책으로는 장편동화 『숨 쉬는 책, 무익조』, 『뻔뻔한 칭찬통 장』, 『도깨비살』 등과 그림책 『호랑이는 내가 맛있대요!』, 『도깨비가 그림책 읽는 법』, 『우리 반』, 『숲으로 가자!』 등이 있으며, 그밖에 동시집 『호랑이는 내가 맛있대!』, 『콧구멍으로 웃었다가 콧구멍이 기억한다』, 인문교양서적 『숲으로 읽는 그림 책테라피』, 『도깨비를 찾아라!』, 『도깨비도 문화재야?』와 창작 동요 음반 『동요로 읽는 그림책』, 『김성범 창작 요들 동요집』 등이 있습니다. 그림책 『책이 꼼지락꼼지락』은 초등학교 국어(1-2) 교과서에 실려 있습니다.
목차
- 펴내는 글 … 004
산속 생활
반달 향기 … 012
꽃이 피었습니다 … 013
귀신이야기 … 014
불편한 사치 … 017
이 세상 최고의 음악 … 018
봄이 갑니다 … 019
새를 두 손으로 감싸 올렸습니다 … 020
부끄러운 욕심 … 024
이쁜 똥 보라색 똥 … 025
드럽게 매운 고추할머니 … 027
강이야, 달 뜬다 … 029
커피 마시고 싶은 풍경 … 031
호연지기다! … 033
가장 기본 원칙이
가장 소중한 원칙입니다 … 035
애호박을 송송송 썰어 넣고 … 036
죽음이 쌓여갑니다 … 037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자두 … 038
일냈습니다 … 040
취꽃이 피기 시작했습니다 … 042
수확의 대가 … 043
마당에서 세수를 할 겁니다 … 045
나무를 하러 다닙니다 … 047
호랭이 물어갈 여편네들! … 048
발자국 따라가기 … 051
냄비밥의 멋 … 052
풍경 … 053
오늘은 전파가 좋은 날 … 054
라디오도 지글거립니다 … 056
하늘을 한 바퀴 도는 시간 … 058
낭만적으로 오줌 누기 … 059
추위를 이겨내는 법 … 060
방에 앉아서 내리는 눈 구경하기 … 061
내가 조선시대 문인이었다면 … 062
깔끔해지고 싶습니다 … 064
시간 감옥에서 시간 여행으로 … 065
그들은 분명 외로운 거다 … 066
공교로운 일이 아닙니다 … 067
노동이 시작되는 계절 … 068
햇살을 밥상 위에 올려놓고 … 069
싹둑! … 070
손님 접대용 감 … 072
모두 고라니 탓입니다 … 073
봄바람기를 삭이는 법 … 074
아끼면 똥 된다 … 076
도마뱀 탓입니다 … 078
도깨비살, 머리말을 썼습니다 … 079
산은 잠시도
가만히 있지를 않습니다 … 081
천둥소리보다 무서운 경적소리 … 083
산에서 가장 무서운 세 가지 … 085
환장하게 밝은 달빛 … 087
에구구구구 … 089
칡꽃차 … 090
새의 눈이 되어서 … 092
벌레들과 생존경쟁 … 093
농부의 마음 … 094
늘 새로운 일입니다 … 096
고맙습니다 … 097
머슴밥 먹는 법 … 098
첫눈이 내립니다 … 099
측간 청소를 하다가 … 101
어줍짢은 농사꾼들 … 103
무념과 잡념 사이
가장 큰 선물 … 106
끈 … 108
비 내리는 강 … 109
배웅하는 뒷모습은 쓸쓸합니다 … 110
하늘님이 찾아오신 꽃 … 111
고추 모종을 바라보며 … 113
소나무와 찐해졌습니다 … 114
당당한 사슴벌레 … 115
대물림 … 116
산 풍경을 밥상 위에 올려놓고 … 117
무념과 잡념 사이 … 118
나비 사랑법 … 119
나를 타이릅니다 … 121
20여 년 만에 만든 노래 … 122
동그라미를 그립니다 … 123
그, 따뜻했습니다 … 124
연기론(緣起論)과 잡초들 … 125
무뎌진다는 것은 … 128
무원탑 쌓기 … 129
나도 갈빛입니다 … 131
풀씨처럼 살아볼 일입니다 … 132
파리채를 들고 서성이다가 … 133
시작을 다짐하는 날 … 134
한 해를 시작합니다 … 135
잘못 쏠아놓은 톱 … 137
다람쥐가 되고 싶습니다 … 138
길이 지워졌습니다 … 140
자연은 보호하는 것이 아니랍니다 … 141
어여쁘거나 얄밉거나
강이와 물결이 … 144
노루와 산책한 날 … 146
왜? … 147
아까워라 이 향기 … 148
배추꽃이 오종종, 피었습니다 … 149
고라니 울음소리를 기다립니다 … 151
강이가 새끼를 뱄습니다 … 154
이상한 소리가 납니다 … 155
소쩍새한테 했던 실수는
하지 않을 겁니다 … 156
배신자 꿩 … 157
풀 풀 풀 … 158
협상의 여지가 없는 칡 … 159
순산을 했습니다 … 161
어린 물고기들 … 163
애틋한 소리들 … 164
새끼들이 사라졌습니다 … 165
얄미워 죽겠습니다 … 167
강이가 또 새끼들을 숨겼습니다 … 168
주인 행세를 했습니다 … 169
에이, 쏙독새 같으니라고! … 170
판정승을 거두다 … 171
어떡하지요? … 172
집 한 채가 더 생겼습니다 … 173
강이가 사라졌습니다 … 174
달맞이꽃 … 175
정정당당한 대결을 위해서 … 177
오이에서 찾아낸 진리 … 179
나비가 되었습니다 … 181
숲속 친구들 … 183
두더지의 승리 … 185
돌아온 물결이? … 186
내가 지고 말았습니다 … 187
연이 깊어진다는 건 … 189
헛걱정 … 190
흔적 … 191
겨드랑이로 바람을 느껴봅니다 … 192
고니들이 왔습니다 … 193
멧비둘기의 사연을 들어줬습니다 … 195
항의를 했습니다 … 197
원추리와 백합 … 199
그 집안 그 새 … 201
어이없는 놈 … 202
반딧불이 … 204
풀벌레 탓입니다 … 205
드디어 만났습니다 … 206
출판사 서평
덩어리 시간 속으로 들어가다
이 글은 산으로 들어와 살게 되면서 쓰기 시작한 글입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산에서 살겠다고 되뇌었지만 참말로 산속에 거처를 옮기려고 계획을 세우자, 걱정을 넘어 두려움까지 엄습했습니다.
눈 딱 감고 저질렀지요. 품격 있게 말하면 용기를 냈습니다. 사람들과 부대끼며 생활하는 것이 거추장스럽거나 능숙하지 못한 까닭이었겠지요. 승용차도 들어올 수 없는 깊은 곳을 선택했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기로 했습니다. 글 쓰고, 조각하고, 동요를 지으면서요. 그러다가 언젠가 내가 세상을 마무리할 즈음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장소가 되어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세상이 점점 가상공간화 되어가는 게 못마땅했으니까요. 어린이들에게 자연과 친해져 볼 수 있는 공간도 필요하게 될 거라는 생각이었지요.
이곳에서 생활을 시작하면서 일기를 썼습니다. bumstar란 닉네임으로 홈페이지를 개설해 놓고 ‘섬진강 일기’란 방에다 하루의 일과를 두서없이 썼습니다. 그러다가 굳이 홈페이지를 유지할 의미가 없었던 까닭에 폐쇄해버렸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시절이 그리워졌습니다. 자연과 처음으로 접하면서 느낀 새롭거나 신비로움을 기록해놓은 것이었으니까요. 다시는 그때의 그 마음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생각하니 대단한 보물이라도 되는 양 아까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에나! 20년이 지난 지금, 그 파일을 받아놓은 사람이 있었습니다. 찬찬히 읽어봅니다. 이제 이곳은 나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많은 사람들이 들랑거리는 ‘섬진강 도깨비마을’이란 문화예술기업 겸 숲체험원이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돌이켜보니 내가 처음 이곳으로 들어오면서 했던 생각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서 고마웠습니다. 그런데 왜 하필 이 순간에 이 글이 나에게 왔을까 생각해봅니다.
코로나19 시대가 왔습니다. 메르스·사스뿐만 아니라 집중호우로 인한 섬진강의 범람이 나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잘은 모르지만, 사람들의 무분별한 환경착취에 대한 지구의 보복이 시작되었다는 생각입니다. 대비하기엔 너무 늦어버린 건 아닐까, 조바심이 들기도 합니다.
이렇듯 거창한 생각도 해보지만 소소하게 바라보면 나에게 산골생활이란 결코 편하지만은 않았습니다. 하지만 꽤 감동적이었고 내 삶에서 이보다 아름답고 행복한 시절은 없었습니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았는데… 덩어리 시간이란 결론을 내렸습니다. 세상 살면서 늘 촘촘하게 짜인 시간표 안에서 어긋나지 않도록 스스로 나를 다그쳤는데, 이곳에서는 덩어리 시간이 주어진 것입니다. 난 산으로 들어온 것이 아니라 덩어리 시간으로 들어온 것이었습니다. 덩어리 시간은 나에게 수많은 선물보따리를 풀어 놓았습니다. 온전한 시간을 갖게 되자 자연스레 주위를 살펴보면서 관찰하게 되었고 차분하게 생각할 수 있는 틈이 생겨났습니다. 풀과 나무, 곤충과 산짐승들! 수많은 생명들의 일어서고 스러짐은 신비롭지 않을 수 없었지요. 자연에 대한 기쁨과 즐거움, 경외가 늘 함께 있을 수밖에요. 이러한 생활 속의 감동들이 나를 아름답고 행복한 시절로 만들어놓았습니다.
혹시, 세상 사는 일이 무료하거나, 힘들거나, 산골생활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이 글이 응원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섬진강 도깨비마을에서 김성범
기본정보
ISBN | 9791191199666 |
---|---|
발행(출시)일자 | 2023년 05월 20일 |
쪽수 | 208쪽 |
크기 |
130 * 188
* 21
mm
/ 391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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