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엔자 D와 빅 블랙 큐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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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6년 통제 사회, 12세 의사 지망생 클레오 포터의 3일간의 오디세이
이 책의 총서 (77)
작가정보
Jake Burt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에서 태어났으며, 미국의 여러 도시뿐 아니라 영국과 중국에서도 살았다. 가는 곳마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는데,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에서도 가르쳤다. 글쓰기를 사랑하며 글을 쓰고 있지 않을 때면 코네티컷의 초등 5학년 학생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친다. 수학이나 사회 그리고 환경 같은 과목들도 가르치지만, 제일 좋아하는 과목은 글쓰기이다. 쓴 책으로는 『위장 가족』 『데빈 벨마의 라이트 훅』 『토네이도』 『윈디다운 골짜기의 도굴꾼』 등이 있다.
경기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현재는 문학, 법률 및 사회과학 분야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초등학생 아들과 강아지가 집안을 뛰어다니는 가운데, 언젠가는 득도하고 말 것만 같은 엄마이자 책 욕심 많은 번역가이다. 번역한 책으로는 『숙제 파업』 『책가방 속 미니백과』 『우리 아이 첫 백과사전』 등이 있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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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인플루엔자 D 말하는 거예요?”
“그렇지. 그게 이 이야기의 시작이지. 때는 2027년, 의사들은….”
“엄마처럼요?”
베인 선생님은 책상 위에 두 손을 모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니 같은 의사들, 맞아. 그 의사들이 전 세계에서 아주 많은 사람이 동시에 큰 병에 걸리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지.”
“병에 걸린 사람들은 죽었나요?”
베인 선생님은 이중 초점 안경을 얼굴 위로 밀어 올려 희끗희끗해진 정수리 위에 얹었다. 그랬더니 선생님의 얼굴은 평소보다도 훨씬 친절해 보였다.
“그래, 클레오. 아주 많이 죽었어. 듣기 너무 거북하면, 대신 게임을 해도 돼. 관절 명칭을 익히는 재미난 춤이 있거든.”
클레오는 숱도 없는 눈썹을 잔뜩 찌푸리고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더 이야기 해 주세요. 전 괜찮아요.”
베인 선생님은 클레오가 부드러운 담요를 끌어당겨 몸을 감싸는 동안 가만히 기다렸다가 이야기를 계속했다.
“전 세계 사람 대부분이 병에 걸렸지만, 의사들은 속수무책이었어. 원인이 뭔지도 밝혀 내지 못했지.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원인으로 병드는 것 같았어. 그것도 거의 동시에. 의사, 과학자, 정치인들은 병의 원인에 대해 의견이 일치하지 않았고, 그래서 치료법도 못 찾았지.”
“하나도요?”
“그래, 하나도. 사실 십 년이 지난 뒤에야 그게 변이를 지속하는 인플루엔자 변종이란 게 밝혀졌지. 돼지나 소 같은 가축에서 시작됐던 거야. 그다음엔 인간에게 옮아 간 거고. D는 단지 인플루엔자 변종을 나타내는 것이었지만, 결국 ‘변화’를 뜻하는 그리스 문자인 ‘델타’를 상징하게 되었지. 다른 사람에게 옮아 갈 때마다 바이러스는 약간씩 변이를 반복했어. 이런 걸 ‘돌연변이’라고 하지.”
“약이 없었던 거로군요.”
베인 선생님은 고개를 저었다. “아예 없었어. 그때쯤엔 사람들이 이미 많이 사망한 뒤였고….”
“‘사망’했다는 건, 죽었단 뜻이에요?”
“맞아, 클레오. 동의어지.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자, 다들 극단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건강한 생존자들을 지켜 줄 거대 구조물을 지었지. 그렇게 사람들은 서로 분리된 채로, 각자의 가족들과 아파트 안에서만 지내게 되었어. 만일에 대비해서 말이야. 사람들이 서로 분리돼 있었기 때문에 인플루엔자 D는 더 이상 퍼질 수 없었어. 절박한 도박이었지만 효과는 있었지. 인플루엔자의 마지막 발병 시기가 2043년으로 기록돼 있는데, 그 뒤로 어느 건물에서도 감염이 발생하지 않았단다.” -14~16쪽 중에서-
“미리엄에게 갈 방법이 있다는 건 알아요.”
“어떻게 알아?”
“드론이요. 드론은 밖을 돌아다니잖아요. 그건 곧 밖에는 제가 움직일 공간도 있다는 거죠.”
“그것 말고는?”
“제가 최초는 아닐 거예요….” 클레오는 몸서리치며 잠시 말을 멈췄다. “밖에 나가 본 사람이요.”
“당연하지.”
“그렇죠? 그러니까, 한참 전에 우리가 여길 지은 거잖아요. 아파트 안으로 들어오기 전에 사람들은 밖에 있었으니까요.”
클레오가 이렇게 말하자, 베인 선생님은 화면 구석에 기호를 붙여 가며 사실 목록을 작성했다.
“그리고 미리엄의 아파트가 여기서 아주 멀진 않을 거예요. 건물에서 나가면 바깥세상이 있는 거잖아요, 맞죠? 식물들이 자라고, 비가 오고, 사람들이 진짜로 축구를 하던 곳이요. 경계가 있는 거죠. 무슨 말씀이냐면요, 우리 건물이 커 봐야 얼마나 크겠냐고요.”
베인 선생님이 눈을 깜빡거렸다. “대분리 때, 주거 구조물 300채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지어졌지. 각 구조물은 6층으로 돼 있고. 층들은 여섯 블록으로 나뉘어 있는데, 그게 또 여섯 구역으로 더 나뉘어 있지. 이 여섯 구역도 각각 216유닛으로 이뤄져 있어.”
“많은 사람이 살 수 있는 공간이네요.”
“5500만이 넘는 사람들이 미국 대륙 전역에 살고 있는데, 인플루엔자 D 발병 이전 북아메리카에 살던 인구에 비하면 적은 수야. 하지만 살아남은 비감염자들로 그 안을 채우고도 공간은 많이 남았다. 내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최신 기사에 따르면, 각 구조물 안에는 사람이 거주하지 않는 유닛도 상당히 많단다.” -63~64쪽 중에서-
출판사 서평
“누군지 몰라도, 이 약이 꼭 필요해요.”
2096년 통제 사회, 12세 의사 지망생 클레오 포터의 3일간의 오디세이
최근까지 우리가 겪어 온 팬데믹 상황을 예견한 듯한 내용을 가상현실이라는 장치로 버무려 낸 청소년 소설. 남을 돕는 따듯한 마음을 가진 열두 살 예비 의사 지망생 소녀의 모험 이야기이자 스릴 넘치는 공상과학 소설이다.
2096년, 전 세계를 휩쓴 인플루엔자 D의 감염으로부터 살아남은 인류의 생활공간이 된 무균 상태의 빅 블랙 큐브. ‘대분리’ 사건 이후, 사람들은 인플루엔자 감염을 막기 위해 세상과 격리된 채 자기 가족끼리 블랙 큐브의 유닛 안에서 생활하며, 다른 사람들과는 오로지 가상공간에서 이미지로만 만날 수 있다. 학습은 물론 온라인에서 이루어지고, 식량이나 필요한 물품은 모두 드론 시스템을 이용하여 각 가정의 유닛에 설치된 튜브를 통해 배송받는다. 수술을 포함한 모든 의료 행위도 드론을 이용하여 원격 진료로 해결하는 등 빅 블랙 큐브 안에서의 생활은 오로지 드론으로 유지되고 통제된다.
의사가 되기 위한 첫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열두 살 클레오는 밀폐된 블랙 큐브 안에서 온라인으로 학습하고 시뮬레이션이라는 가상의 공간에서만 친구를 만날 수 있는 닫힌 세계에서 살고 있다. 어느 날 클레오는 튜브를 통해 수상쩍은 소포 하나를 받는다. 주소는 맞지만 수신자는 모르는 사람이다. 물건이 잘못 배달되는 일 따위는 이곳 블랙 큐브 안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데 어찌된 일일까? 뛰어난 드론 외과의사인 어머니 덕분에, 클레오는 빨간 포장지로 싸인 상자는 그 내용물이 약이라는 걸 알고 있다. 코앞에 닥친 의사 시험에도 불구하고 그 약이 없으면 곧 죽게 될 환자가 걱정되어 클레오는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고 유효기간 안에 약을 전달할 방법을 찾으려고 애쓴다. 온갖 궁리 끝에 직접 약을 전달할 계획을 세운 클레오는 완벽하게 통제된 빅 블랙 큐브의 세계에서 벗어나 바깥세상으로 첫 걸음을 내디딘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작동되는 드론들과 싸우며, 의도치 않게 거대한 아파트 건물 밖 쓰레기 더미에 떨어진 클레오는 상상해 본 적 없는 바깥세상을 마주하고 혼란에 빠진다. 그리고 대분리 사건 때 살아남았지만 세상과 격리되기를 거부하며 바깥세상에서 살고 있던 앤지 할머니를 통해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다. 이제부터 클레오는 부모나 어른들이 정해 주는 인생을 따르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여 자신만의 길을 열어 가기로 한다.
『인플루엔자 D와 빅 블랙 큐브』는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한 팬데믹 상황에 기계화되고 통제되는 가상현실을 접목시킨 공상과학 이야기로, 읽으면 읽을수록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도우려는 클레오의 이야기는 지난 팬데믹 시기 동안 많은 위험을 무릅쓰고 환자들을 돌보던 모든 의료진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할 뿐만 아니라, 어린 나이지만 자신이 직접 겪은 일을 통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는 자립심을 보여 준다.
기본정보
ISBN | 9788983949509 | ||
---|---|---|---|
발행(출시)일자 | 2023년 05월 25일 | ||
쪽수 | 296쪽 | ||
크기 |
140 * 215
* 22
mm
/ 463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
||
원서(번역서)명/저자명 | Cleo Porter and the Body Electric/Jake Bur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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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은 발견
이 분야의 베스트
<인플루엔자 D와 빅 블랙 큐브>는 제이크 버트의 SF 성장 소설이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이 책은 팬데믹 전에 기획되었다고 한다. 서로 만나지 못하는 사람들, 드론으로 배달되는 물건들을 보면 분명 팬데믹을 떠올렸는데, 그 전부터 쓰기 시작하신 거라고 하니 놀랐다. 큐브나 드론이 인간의 소화 기관이나 거미 같은 동물처럼 표현한게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클레오가 처음 큐브 바깥으로 나갔을 때 몸과 마음을 뒤흔드는 공항 증상을 경험한다. 나도 경험해 본 건 아니지만 그 묘사가 실감나서, 클레오가 느끼는 놀라움과 당황하는 그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등장 인물이 많지 않고 장소도 한정되어 있지만 한 번에 쭉 읽을 수 있는 몰입감이 높은 소설이다. 클레오가 약의 진실을 알고 화도 내지만 그가 집으로 바로 쉽게 돌아가는 길을 선택하지 않은 것도 멋지고 클레오 답다고 생각했다. 끝까지 흥미진진 하니 소설과 친숙하지 않은 아이들도 재미있게 볼 책이다. 클레오의 선택처럼 결국 우리는 만나야 하고 기계와 과학의 발전만으로는 채울 수 없다는 걸 이 책을 통해 배웠다.
나도 클레오의 여정을 함께하며 나의 미래를 한 번 더 확신할 수 있었다. 또한 마치 창살 없는 감옥과 같이 사람들을 옥죄고 있던 빅 블랙 큐브의 밖으로 나가 보지 못했으나 그 벽을 깨고 새로운 출발을 한 클레오를 통해 독자들에게도 그 용기가 전해지는 것 같았다. 액션, 판타지, SF, 힐링, 우정, 의학!!
이 모든 것들이 다 갖춰져 있으나 전혀 지저분하지 않은 내용을 지닌 이 소설, 《인플루엔지 D와 빅 블랙 큐브》 는 외과 의사인 나의 꿈에 대해 그리고 내가 진찰 할 미래의 내 환자들의 대해 날 의사로 만들어 줄 교수님들의 대해 확신을 안겨 주는 정말 멋진 이야기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