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예술가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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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로서 나의 참모습은 살아오면서 겪은 일들의 의도적 재구성이 아닌 무의식적으로 드러난 ‘나’의 모습 그 자체!
이 책의 총서 (100)
작가정보

제임스 조이스는 1882년 2월 아일랜드 더블린 남쪽 교외 라스가에서 아버지 존 스타니슬로스 조이스(John Stanislaus Joyce)와 어머니 메리 제인 조이스(Mary Jane Joyce)의 장남으로 출생했다.
모두 15남매였으며 그중 10명만이 살아남았다. 가정 형편이 나빠지자 11세 되던 해 더블린으로 이사해 이곳저곳으로 옮겨 다니기 시작했고, 작품에 나오듯 클론고우즈 학교에서 벨비디어 학교에 장학생으로 진학하게 된다. 학교에 다니면서부터 백일장에서 최우수상을 받는 등 문재를 자랑하던 그는 20세 이전에 시를 썼으나 출판을 거절당했다. 22세 되던 해에 「예술가의 초상」이라는 미학에 관한 산문을 썼으나 역시 잡지 등재를 거절당하고 제목을 『스티븐 히어로(Steven Hero)』로 바꾸어 장편소설로 개작하려 했다. 그는 그 후 약 5년 동안 『더블린 사람들』에 속하는 여러 단편들을 쓰느라 『스티븐 히어로』의 집필을 중단한다. 그리고 1908년부터 『스티븐 히어로』의 개작에 착수해서 1914년 「에고이스트」지에 작품명을 『젊은 예술가의 초상』으로 바꾸어 연재하고 1916년 뉴욕에서 우선 출간한다. 『젊은 예술가의 초상』은 런던에서 1917년 출간됐고, 그해에 그는 그의 명성을 드높인 『율리시스』의 세 장(章)을 완성한다.
1920년 가족과 함께 파리로 이사한 그는 1922년 파리에서 『율리시스』를 출간했다. 오디세우스의 영어 이름인 율리시스는 호머의 『오디세이아』에서 그 제목을 따왔지만 내용은 오디세이의 화려한 모험과는 거리가 멀다. 『율리시스』는 아일랜드의 수도인 더블린을 배경으로 하루에 일어난 사건을 묘사하고 있다. 하지만 소설에는 20세기 초 유럽의 대도시에서 볼 수 있는 수많은 인물이 등장하며 그 안에는 한마디로 모든 것이 담겨 있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호메로스의 서사시에서 오디세우스가 10년 내내 표류한 것과는 달리 조이스의 소설 『율리시스』에서 주인공은 단 하루 만에 오디세우스가 경험한 것을 모두 해치운다. 앞서 우리가 살펴보았던 의식의 흐름의 기법 덕분이다. 『젊은 예술가의 초상』에서 예술가 자신의 정체성을 세우기 위해 선을 보였던 의식의 흐름의 기법이 『율리시스』에서는 완전히 만개해서, 그 기법을 통해 조이스는 세계 전체를 작품 등장인물들의 내면으로 옮겨 놓는다. 그리고 그로 인해 조이스는 현대 문학사에 우뚝 선 거봉으로 남을 수 있게 되었고 사뮈엘 베케트 같은 작가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가 전환점을 마련한 작가이면서 우뚝 선 봉우리라는 평가를 받는 것은 바로 『율리시스』 덕분이다.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문학 석사ㆍ박사 학위를 받았다. 홍익대학교 문과대학장, 세계상상력센터 한국 지회장, 한국상상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문학평론가이자 불문학자 그리고 한국문학번역원 원장으로서 한국이 주빈국이던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을 성공적으로 주관하며 한국문학과 한국문화의 세계화에 기여했다. 이런 활동의 연장선에서 생각하는 힘: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 시리즈를 기획하여 출간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상상력이란 무엇인가』『프리메이슨 비밀의 역사』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상상계의 인류학적 구조들』 등이 있다.
목차
- 제1장
제2장
제3장
제4장
『젊은 예술가의 초상』을 찾아서
책 속으로
옛날 옛적 아주 좋았던 시절에 음매 소가 길을 따라 내려오고 있었는데, 길을 따라 내려오던 그 음매 소가 터쿠라는 이름의 멋진 꼬마를 만났단다.
그의 아버지가 그에게 그 이야기를 해주었다. 아버지는 안경 너머로 그를 보고 있었다. 아버지 얼굴에는 수염이 텁수룩했다.
그 애는 베이비 터쿠였단다. 음매 소는 베티 번이 사는 길을 따라 내려왔지. 베티 번은 레몬 사탕을 팔고 있었단다._10쪽
그는 마음속 격렬한 갈망, 그 앞에서는 여타 모든 것들이 헛되고 낯설게 보이는 그 갈망을 없애려고 애썼다. 그가 도덕적으로 죄를 짓거나 그의 삶이 속임수와 허위로 얼룩지더라도 개의치 않았다. 그의 내부에는 엄청난 죄를 향한 욕망이 자라고 있었다. 그에게 그 죄를 실현하겠다는 내부의 거친 욕망 외에는 그 어느 것도 신성한 것이 없었다. 낮이나 밤이나 그는 바깥 세계의 뒤틀린 이미지들 속에서 움직였다. 낮에는 그에게 얌전하고 결백해 보였던 얼굴들이 밤이면 음탕한 간계로 빛나는 얼굴과 야수처럼 쾌락으로 빛나는 눈을 한 채, 어두운 잠을 뚫고 그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아침이 되면 어두운 광란에 휩싸였던 것을 희미하게 기억해내고, 모욕적인 탈선의 느낌을 생생하게 느끼면서 고통스러워했다.
_82쪽
그게 전부가 아니다. 하느님의 정의는 사람들 앞에서 그 진실성을 입증해야만 한다. 개별적인 심판이 내려진 후에도 전체에 대한 심판이 남아 있다. 최후의 날이 왔다. 심판의 날이 다가왔다. 하늘의 별이 지상으로 떨어지고 태양은 상복처럼 되어버리고 달은 핏빛이 되었다. 하늘이 두루마리처럼 말려 버리고 대천사 미카엘이 나타났다. 그는 한 발은 바다에, 한 발은 육지에 디딘 채 대천사의 나팔을 요란하게 울려, 죽음의 시간을 알린다. 세 번에 걸친 대천사의 나팔 소리가 우주 전체에 울려 퍼진다. 이제까지 시간이 존재했지만 더 이상 시간은 존재하지 않으리라._95~96쪽
그것은 그의 영혼에 대고 외치는 생명의 부름이었지, 이 세상의 의무와 절망에 가득 찬 따분하고 추잡한 목소리가 아니었다. 거친 단 한순간의 비상이 그를 해방시켰고, 억눌렸던 그의 입술을 통해 나온 승리의 외침이 그의 뇌를 열어젖혔다._139쪽
그의 영혼은 수의를 벗어버리고 소년 시절의 무덤에서 솟아나왔다. 그렇다! 그래, 정말 그렇다! 그는 자신과 같은 이름을 가진 위대한 장인 다이달로스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영혼의 자유와 힘으로, 아름답고 실체가 없으며 영원불멸의 새로운 생명체를 당당하게 창조해내리라._139쪽
그는 나른하게 졸음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그의 눈꺼풀은 마치 지구의 거대한 자전 운동을, 그 자전 운동을 바라보는 천체를 느끼듯이, 어떤 새로운 세상의 신기한 빛을 느끼듯이 바르르 떨렸다. 그의 영혼은 정신을 잃어가면서 그 어떤 새로운 세상, 마치 바다 밑처럼 환상적이고 희미하며, 불확실한 세상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하나의 세상, 하나의 빛, 혹은 한 송이 꽃?
반짝이며 떨리고, 떨리면서 펼쳐지는, 그러면서 터지는 빛 혹은 피어나는 꽃처럼 그것은 스스로 끊임없이 펼쳐지고 있었다. 짙은 선홍색으로 터지고 펼쳐졌다가, 파리한 장미색으로 시들고, 한 잎, 한 잎, 빛의 한 줄기 한 줄기가 점점 그 색이 진해지면서 부드러운 홍조로 하늘 전체를 물들였다._144쪽
출판사 서평
『젊은 예술가의 초상』은 작가 자신이 예술가로 성장하기까지의 과정을 유년기까지 거슬러 올라가 보여주는 소설이다. 그러나 그 과정은 기존의 성장소설, 교양소설과 다르다. 기존의 교양소설이었다면, 그가 예술가가 되기까지 영향을 주었던 인물, 사건, 교육 등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가 전개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거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지 않다. 초점은 지금 예술가가 된 자신의 내면의 풍경에 맞추어져 있다. 그리고 유년기의 경험들 중에서 자신의 내면에 떠오르는 사건들, 지금도 지워지지 않는 사건들을 마치 이미지처럼 단편적으로 보여줄 뿐이다. 게다가 그렇게 무의식적으로 떠오르는 생각들을 다듬거나 의도적으로 재구성하지 않고 그대로 서술한다. 그래서 장면 장면들이 단편적이고 논리도 없다.
왜 그런 방법을 썼을까? 예술가로서 나의 참모습은, 살아오면서 겪은 것들을 의도적으로 재구성하는 ‘나’에 있는 게 아니라, 그렇게 무의식적으로 드러난 ‘나’에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작가의 예술가로서의 참모습은 작가가 한 인간으로서 겪은 외적인 사건, 경험들에 들어 있는 게 아니라, 그런 단편적인 이미지를 통해 나타나는 자신의 무의식 속에 들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것이 조이스가 자유 연상의 기법, 혹은 의식의 흐름의 기법을 이 작품에서 사용한 이유이다. 그건 단순히 새로운 기법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에서 예술가로서의 참모습을 찾으려는 조이스가 걷게 된 필연적인 길이기도 하다. 외부에서 주어진 모든 가치를 거부하고 자신의 내면에 귀를 기울여야만 하는 현대 예술가가 걸어야만 하는 길. 따라서 제임스 조이스의 『젊은 예술가의 초상』은 조이스 자신의 초상이면서 현대 예술가들의 초상이 된다. 아주 불편한 초상! 그러나 그래도 들여다보아야만 하는 그런 초상!
『젊은 예술가의 초상』은 기존의 소설처럼 줄거리나 메시지가 확실한 소설은 아니다. 하지만 ‘예술가란 무엇인가?’라는 커다란 질문이 주인공으로 자리 잡고 있는 소설이라는 생각으로 다시 읽어보면 그 답은 너무나 명료하게 드러난다. 예술가란 자기 마음속 환영을 좇는 사람이다. 손으로 잡히지 않는 환상을 좇는 사람이다. 그에 비해 다른 목소리들은 모두 공허하다고 느끼는 사람이다. 다른 사람들이 다 중요하다고 하는 것도, 다 옳다고 하는 것도, ‘그게 아닌데……’라고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자기 마음속에서 울리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다. 그래서 예술가는 고독할 수밖에 없다.
기본정보
ISBN | 9788952247247 | ||
---|---|---|---|
발행(출시)일자 | 2023년 04월 10일 | ||
쪽수 | 156쪽 | ||
크기 |
152 * 210
* 17
mm
/ 316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
|
||
원서(번역서)명/저자명 | A Portrait of the Artist as a Young Man/James Joyc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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