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달이 떠오릅니다
도서+사은품 또는 도서+사은품+교보Only(교보굿즈)
15,000원 미만 시 2,500원 배송비 부과
20,000원 미만 시 2,500원 배송비 부과
15,000원 미만 시 2,500원 배송비 부과
1Box 기준 : 도서 10권
로그아웃 : '서울시 종로구 종로1' 주소 기준
이달의 꽃과 함께 책을 받아보세요!
1권 구매 시 결제 단계에서 적용 가능합니다.
알림 신청하시면 원하시는 정보를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키워드 Pick
키워드 Pick 안내
관심 키워드를 주제로 다른 연관 도서를 다양하게 찾아 볼 수 있는 서비스로, 클릭 시 관심 키워드를 주제로 한 다양한 책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키워드는 최근 많이 찾는 순으로 정렬됩니다.
박영선 시인의 시는 얼핏 보면 단순하게 보이지만 조금 더 시 속으로 들어가면 순결한 영혼을 만나게 된다. 시를 언어의 기술로 쓴다고 하지만 그 언어도 결국 시인의 영혼이 크게 작용한 것이다. 따라서 시에서 느끼는 시인의 영혼은 언어의 기술 능력과는 별개로 독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한다. 박영선 시인이 그런 경우에 해당된다. 이번 시집은 첫 시집인데 그만큼 또 순결한 영혼이 바짝 다가온다. 예를 들면 시집의 가장 앞자리에 실린 「10월」이란 작품을 보면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소리가 없는 것들은
적막한 혀를 가지고 있을 거야
노래를 불러줄까
쓸쓸한 나의 노래는 늘 낮은음자리
중얼거리는 손가락들이
주머니 속에서 꿈틀거렸다
_「10월」 3연
박영선 시인의 목소리는 이렇듯 작고 낮다. 발문을 쓴 황규관 시인의 말마따나 이것은 정직의 모습이다. 박영선 시인은 이런 작고 낮은 목소리로 자신을 돌아보고 생활을 돌아본다. 충혈된 자아가 너무도 흔한 시대에 이런 목소리는 읽는 이를 고요하게 한다. “강은 흐르고 나는 물소리에 귀를 적시다/ 들풀 가득한 오솔길을 맨발로 걷고 싶네”(「길 위에서」)라는 표현이나 “작은 몸 하나에/ 많은 손들이 나왔다/ 손들은 해보다 더 반짝거렸다”(「기억의 봄」) 같은 감각적인 언어는 더욱 그것을 촉진시킨다. 그래서 시집을 다 읽고나면 작은 숲을 지나온 느낌을 준다.
어느 해 바람 불고 꽃피우는 날
가만히 눈감고 불러볼
쓸쓸한 이름
후회처럼
내게 돌아올 시간들이여
주저했던 발걸음이여
기나긴
먼지의 시간들이여
_「먼지의 시간」 부분
이 시에서도 화자의 목소리는 작고 낮지만 신생의 시간을 불러들이는 주술이다. 그런데 그 주술이 요란하거나 선언적이지 않다. 도리어 “주저했던 발걸음”이나 “먼지의 시간들”을 가만히 긍정하는 화자의 태도가 보인다. 즉, 박영선 시인의 작고 낮은 목소리는 타자를 시인의 마음 안으로 모시기 위한 본능적인 태도에 가깝다.
타자를 자신 안으로 모셔오기
시집에 실린 여러 작품에서 타자를 모시는 모습은 희미하게 존재한다. 시인 자신도 모르는 이 본능적 태도에 대한 예를 찾아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다만 거기에는 일종의 ‘주저’가 있는데, 이 주저는 정직에서 나오고, 주저는 작고 낮은 목소리를 발한다.
한참을 돌아서 걷는 사이
스쳐가는 사내의 젖은 얼굴을 보았다
마른 나무처럼 흔들거리는 몸
트럭이 떠난 뒤에도
엔진 소리는 오래도록 남아 있었다
_「엔진 소리」 부분
이 시는 화자가 사는 “아파트 주차장”에서 목격한 어느 택배 노동자의 모습을 스케치한 작품인데, 학교를 가지 않겠다고 하는 아이와 통화하는 내용을 옮긴 것이다. 아파트 주차장에서 약간의 큰 목소리는 듣고 싶지 않아도 들을 수밖에 없는데, 시에서 화자는 아빠와 아이가 함께 아픈 것을 예민하게 붙잡아낸다. 하지만 감정을 과잉되게 얹지 않고 떠난 트럭이 남긴 “엔진 소리”만 모셔온다. “오래도록”이라는 한 단어에 그것이 응축되어 있다.
힘없이 미끄러지고 주저앉은 길
손목의 가는 실금을 따라
분홍물이 들었네
예감은 낯설지도 않아서 붉은 꽃처럼 울었네
_「꽃 보러 갔다가」 부분
이 시에서 화자는 단지 ‘꽃구경’을 간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꽃”을 자신 안에 모셔온 경우이다. 그런데 타자를 모셔오는 것에는 “힘없이 미끄러지고 주저앉은” 일이 수반되기도 한다. 오로지 작고 낮은 목소리로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 상대에 따라서는 고통을 통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시인은 “예감은 낯설지도 않”다고 말한다. 이는 “힘없이 미끄러지고 주저앉은” 일을 예감했다는 뜻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삶에서 타자를 모셔오는 일 자체에 어떤 고통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뜻에 조금 더 가깝다. 이 시의 마지막이 “붉은/ 봄”인 것은 그것을 증명한다. 하지만 삶의 고통을 말할 때도 박영선 시인은 작고 낮게 말한다. 고통을 과장하지 않는 이 미덕도 시인 스스로 자기 삶에 정직하기에 가능한 경지다.
발문을 쓴 황규관 시인이 시의 정직과 삶의 정직을 말한 것은 이런 작고 낮은 목소리 때문일 것이다. 다들 목소리들이 커진 현대 세계에서 작고 낮은 목소리는 희귀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작고 낮은 목소리가 크고 높은 목소리보다 더 잘 들릴 때가 있다. 작고 낮은 목소리에는 청자의 귀를 여는 신비한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박영선 시인의 첫 시집 『분홍달이 떠오릅니다』는 그런 시들로 빼곡하다.
이 책의 총서 (50)
작가의 말
1990년대 『샘터』를 인연으로 시작된 동행이
참 오래 걸렸다는 생각이 든다.
이 시집으로
오래 기다렸던 나의 시(詩)에게
따듯한 햇빛을 보여주게 된 것은
참 기쁜 일이다.
사는 동안 시는 힘이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천천히 해찰하며
걸어갈 작정이다.
나의 가족, ‘시락’ 동인,
그리고 사랑했던 모든 이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목차
- 시인의 말ㆍ4
1부
10월·12
거짓말·14
기억의 봄·15
길 위에서·16
당신의 안부는·17
마른 잎 지는 저녁에·18
붉은 새·20
시(詩)·21
안구 건조증·22
어떤 죽음에 관하여·23
예수와 나·24
조문·26
먼지의 시간·28
팔월·30
2부
다림질·34
젖은 책·35
엔진 소리·36
폭설을 꿈꾸는 밤·38
즐거운 나의 집·40
집·42
빗소리·44
소문·46
소리쳐·47
식탁에서 밥을 먹는 법·48
코끼리를 보았다·50
하안동을 기억한다면·52
쏘세지 부치는 저녁·54
3부
자화상·56
사월, 그리고·57
가을밤·58
꽃·59
겨울바다에·60
꽃 보러 갔다가·62
분홍달·63
다시, 봄-기형도에게·64
사월, 독산역·66
산수유나무 아래·67
여름의 끝·68
이사·69
이팝꽃 필 적에·70
검은 잎사귀들·71
4부
목련이 질 때·74
감기·76
그림자 도시·78
도시의 눈·79
너에게·80
일요일·81
갇힌 사람·82
기린 탐구 보고서·84
눈-화장하는 여인·86
심부름·88
엘리베이터-19·90
티비가 자란다·92
흰 눈을 가진 아이들·94
가방을 사세요·96
발문
시의 정직과 삶의 정직(황규관)·99
추천사
-
박영선 시인의 이 시집에는 어떤 절제의 현장들이 많다. 이 현장들도 시인의 정직이 만들어낸 것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곧이곧대로 말하고 표현하는 것을 ‘정직’이라고 부르지만, 시에서 정직은 사물과 사건에 대한 시인의 태도에서 드러나지 진술의 표면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하면, 명료한 인식에서만 정직이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알면 아는대로 모르면 모르는대로 사물과 사건을 대할 때 정직이라는 미덕이 펼쳐지는 것이다.
책 속으로
정오 무렵의 해는 높이 오르고
햇빛은 지나치게 날카로웠다
아파트 유리창마다 햇살에 찔린 자국들
길다란 화분들이 조금씩 야위어 갔다
마른 풀 위로 사과가 떨어지고
허기진 개미들이 몰려들었다
비명도 없이 쓰러져 가는 날것들
누가 마른 잎 한 장 덮어주랴
소리가 없는 것들은
적막한 혀를 가지고 있을 거야
노래를 불러줄까
쓸쓸한 나의 노래는 늘 낮은음자리
중얼거리는 손가락들이
주머니 속에서 꿈틀거렸다
반성도 후회도 희미해져 가는 이마 위로
날이 저문다
발자국 소리가 없다
_「10월」 전문
바람길이었을까
얼기설기 엮은 철망 사이로 사라져간
그대의 손, 손
번쩍이는 불빛 몇 점 보았을 뿐인데
흔들리는 노래 잠깐 들었을 뿐인데
바람은 아무 말 없이
너의 등을 밀었지
텅 빈 시멘트 바닥을 울리던
아 아
죽음은 지천으로 널리고
새롭지도 않아서
쉽게 잊혀져 가고
낡은 비상구만 즐비한 이곳에서
붉은 새가 된 사람들을
나는 알고 있다
-「붉은 새」 전문
사각형 수조
어린 구피들이 사라져갔다
어떤 이는
어미 구피가 배가 고파 잡아먹었을 거라 했고
어떤 이는 크고 강한 입을 가진 늙은
금붕어의 소행일 것이라 했다
나는 청소부 비파에 대해 강한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
온종일 돌 위에 찰싹 붙어 있던 비파는
가끔씩 유리 뒤에 달라붙어 나를 살피곤 했다
어린 구피는 찾을 수 없고
소리 없이 흔들리는 수초 사이를
유유히 헤엄쳐가는 금붕어의 비늘이 반짝거릴 뿐
비파와 나는
오늘도 눈이 마주쳤다
_「소문」 전문
바람 불고
배롱나무꽃들 가려움에 부풀어집니다
몽글몽글 진분홍 꽃을 보아요
그녀의 립스틱처럼 도발하네요
태풍이 몰려와요
휘청거리는 나뭇가지를 붙잡아 줘요
펄펄 흩날리는 꽃
사랑 따위는 잊어버려요
당신의 머리 위에 화관처럼 빛나고 싶어요
꽃이 지는 저녁
앞서 걸어가는 사람 뒤로
배롱나무 한그루
마른 손을 흔들며 따라갑니다
휘청거리며 멀어집니다
가장 낮은 땅 위로
분홍달이 떠오릅니다
_「분홍달」 전문
기본정보
ISBN | 9788966551583 | ||
---|---|---|---|
발행(출시)일자 | 2023년 04월 13일 | ||
쪽수 | 120쪽 | ||
크기 |
128 * 204
* 13
mm
/ 286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삶창시선
|
Klover 리뷰 (0)
구매 후 리뷰 작성 시, e교환권 200원 적립
문장수집 (0)
e교환권은 적립 일로부터 180일 동안 사용 가능합니다. 리워드는 작성 후 다음 날 제공되며, 발송 전 작성 시 발송 완료 후 익일 제공됩니다.
리워드는 한 상품에 최초 1회만 제공됩니다.
주문취소/반품/절판/품절 시 리워드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판매가 5,000원 미만 상품의 경우 리워드 지급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2024년 9월 30일부터 적용)
구매 후 리뷰 작성 시, e교환권 100원 적립
-
반품/교환방법
* 오픈마켓, 해외배송 주문, 기프트 주문시 [1:1 상담>반품/교환/환불] 또는 고객센터 (1544-1900) -
반품/교환가능 기간
상품의 결함 및 계약내용과 다를 경우 문제점 발견 후 30일 이내 -
반품/교환비용
-
반품/교환 불가 사유
(단지 확인을 위한 포장 훼손은 제외)
2) 소비자의 사용, 포장 개봉에 의해 상품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예) 화장품, 식품, 가전제품(악세서리 포함) 등
3)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예) 음반/DVD/비디오, 소프트웨어, 만화책, 잡지, 영상 화보집
4)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개별적으로 주문 제작되는 상품의 경우 ((1)해외주문도서)
5) 디지털 컨텐츠인 ebook, 오디오북 등을 1회이상 ‘다운로드’를 받았거나 '바로보기'로 열람한 경우
6) 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한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7)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소비자 청약철회 제한 내용에 해당되는 경우
8) 세트상품 일부만 반품 불가 (필요시 세트상품 반품 후 낱권 재구매)
9) 기타 반품 불가 품목 - 잡지, 테이프, 대학입시자료, 사진집, 방통대 교재, 교과서, 만화, 미디어전품목, 악보집, 정부간행물, 지도, 각종 수험서, 적성검사자료, 성경, 사전, 법령집, 지류, 필기구류, 시즌상품, 개봉한 상품 등 -
상품 품절
-
소비자 피해보상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
2) 대금 환불 및 환불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함
상품 설명에 반품/교환 관련한 안내가 있는 경우 그 내용을 우선으로 합니다. (업체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기분 좋은 발견
이 분야의 베스트
이 분야의 신간
-
엄마의 장독간10% 9,000 원
-
미생물이 뾰로통 삐지네10% 10,800 원
-
거꾸로 자라는 버튼10% 10,800 원
-
설탕이니까10% 10,800 원
-
꿈속에 핀 꽃10% 9,000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