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는 소리를 감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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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총서 (381)
작가정보
작가의 말
변명처럼
삼십여 년을 묵혀두었던 말의 씨를
세상 밖으로 내보낸다.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 건 욕심일 것이다.
2023년 4월
최수영
목차
- 제1부
내 마음의 뒤란 13/A컷 14/까치발 15/촌지 16/나팔꽃을 기다리며 18/별이 쏟아지는 마당 19/
이식(移植) 20/장마 22/역류성 식도염 23/상처는 소리를 감추고 있다 24/대작(對酌) 26/혼자 놀기 27/
감자 28/삼월에 내리는 눈 30/봄을 그리며 31/다시 동백을 꿈꾸며 32
제2부
몸의 말 35/등 굽은 노인 36/빈집 37/겨울 정경 38/불면의 시간 39/팬터마임 40/적멸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42/
윤시월 43/허기 44/하늘 45/우물 46/들불 48/눈물 저 너머 49/홍시 50/열무김치를 담으며 52/구충제 53/선심 54
제3부
시(詩)에게 57/다시, 시(詩)에게 58/망중한 59/어둠 속에 벨이 울린다 60/심야 통화 61/미로 찾기 62/화사목(火死木) 64/
거짓말처럼 65/송광사 벚꽃길 66/복병 67/연잎에 흐르는 시간 68/선운사로의 동행 70/길 71/가을 속으로 72/
밤나무 아직도 휘둘린다 74/가을을 낚다 75/첫 타작 76
제4부
서른 살의 봄 79/뭇국이 끓다 80/가벼운 밥상 81/염문 82/선물 83/겨울비 84/서리꽃 읽는 아침 86/겨울나무 87/
경계경보 88/근황 89/훔쳐보기 90/는개 내리면 91/아가 92/잠 못 드는 밤 93/달궁 94/가지 않은 길 95/길 위의 하루 96
해설 고영(시인)/97
추천사
-
최수영 시인이 봄볕처럼 돌아왔다. 자신의 시에 대해 “몇 그램일까요?”(「장마」)를 끝없이 반문하던 순간들을 지나 이제 “길 위에서 길을 지우는 하루”(「길 위의 하루」)를 향해 힘찬 걸음을 내디뎠다. 놓고 싶었을 순간들도 있었으리라. 하지만 뒤란에 무성하게 자란 풀이, “사뭇 떨리는 눈길도 손길도 가슴도/조심스럽고 송구한”(「촌지」) 생활이 그를 여기까지 오게 했을 것이다. 이 한 권의 시집에 폭넓은 체험과 상상력과 통찰이 오롯이 담겨 있다. “첫 타작”이 얼마나 고단한 일인지 아는 시인이라서 더 믿음이 간다. 하여 최수영은 결코 안주하지 않을 것이다. 끊임없이 뒤란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뭇 생명들과 교감할 것이다
책 속으로
봄볕은 무턱대고
고개 숙인 수선화 목덜미를
자꾸 간지럽혔던 거였다
한 차례 봄비 흥건한 뒤에
무던한 간지럼 못 버티고 마침내
수선화 그 환한 얼굴을 들고 말았는데
순간 뒤뜰은 온통
환한 낯빛의 간지러움으로
두근대는 것이었다
- 「내 마음의 뒤란」 전문
여든의 노인회장 송씨 어르신
구불구불 공들여 쓴
규격봉투 속
배춧잎 세 장
‘사랑하는 경미 씨!
이것은 결코 몇푼 돈이 아니라네.
나의 마음일세.
좀 더 넉넉히 베풀지 못함이 아쉽지만
건강과 행복의 축원을 담아 드리네.
새해 좋은 시 많이 쓰고 행복하길!’
간결한 필체의 연필 글씨
몇 마디 사랑에
가슴 먹먹한 울림이 느껴지는
천주교 교현동 교회 봉투 겉봉
당신의 주님 품을 열듯
사뭇 떨리는 눈길도 손길도 가슴도
조심스럽고 송구한
- 「촌지」 전문
고구마밭에 새로 놓은 새순이 초여름 볕에 시들하니 풀이 죽어 있더랬습니다 어린 순들도 새로운 환경에 순응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싸움을 하고 있는 거겠죠 좌충우돌 새로운 언어에 낯설어 되묻기를 하루에도 수차례 관습과 습관들의 괴리에서 잠깐씩 막막해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담록의 나뭇잎들이 사운대며 뭐라 말을 걸어오긴 하는데 아직 그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귀가 열리질 못했어요 말해 뭐하겠어요 제 몸의 말을 알아듣는 귀가 트이는 데 40년 이상 걸렸으니까요 마당가로 황금나무들이 울을 치고 각각의 나무들이 내는 소리 새들이 날아와 물어 나르는 소식 되도록 빨리 알아들을 수 있음 하는 바람입니다 이른 봄 미술관에서 만난 중국 화가의 가을 풍경처럼 올가을엔 그 황금빛 그늘 아래서 차 한 잔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다려집니다 부쩍 하늘바라기 하는 버릇이 생겼어요 가슴 답답하거나 늦은 귀갓길에 하늘을 올려다보면 쏟아질 듯 흩뿌린 별들이 안식을 줍니다 별을 보세요 누구라도 다른 어딘가에서 당신과 내가 함께할 수 있도록 말이죠
- 「별이 쏟아지는 마당」 전문
풀을 뽑아보면 안다
줄기의 어디만큼 잡아
어느 만큼의 힘을 주어야
선선히 뿌리를 내준다는 걸
뿌리와도 소통이 필요하단 걸
요량껏 잡아 뽑을 때
투둑, 서툰 바느질 다잡듯
솔기 뜯는 소리가 난다
땅과 뿌리 천과 천의
하나이던 것들의 분리는 소리가 있는지
모국어로도 통역이 필요하던
불혹의 삶을 단절할 때
숱한 소리 있었는가
상처엔 자국이 남기 마련
땅이 패이고 잔 실밥이 남듯
명치끝에 얹힌 아이 둘
소리를 내던 땅도 가슴도
메마른 채였단 걸 알고 나니
등줄기로 서늘한 바람이 지난다
- 「상처는 소리를 감추고 있다」 전문
조금씩 버리고 난 자리
더 조금씩 몸의 말 들린다
무던히 굳은 허리로 버티더니
다섯 번째 척추뼈
납작 주저앉았다
아픔이 저 하나였겠냐만
세숫물 찬기 가신 아침
제풀에 꺾였다
할 수 있는 일이란
더운 찜질로 달래는 일
물리치료실 문 앞에서 만난
반가운 뒤통수와
막걸리잔 기울이며
저마다 살아온 날을 눈물겨워 할 뿐
아우성치듯 몸이 내게 하는 말
차라리 귀 막아야겠다
- 「몸의 말」 전문
망자의 웃음 앞에서
꿈꿀 수 있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끝없이 채워지는 향불 연기 너머
생시인 듯한 표정으로 검은 띠를 두른 초상
그는 더 이상 꿈꾸지 않을까
아님 꿈 그 이상의 세계로 떠났을까
재즈가 어지러이 흐르는 영안실 한구석
일련의 무리들이 망자의 영혼을 파느라
술기운에 목청이 실린다
여느 죽음 앞에서 그랬듯이 향을 사르고
살아선 한 번도 받아보지 못했음 직한 예우의
읍을 하고 상주 앞에 섰어도
눈물은 예전의 그것이 아니다
슬픔도 도둑처럼 다녀가면
망연해지는 것인가
시간이 흐르고 어린 상주
발걸음에 무게가 실리는가 싶더니
영락없는 아비의 걸음새다
끊길 듯 이어지는 재즈의 흐느낌
생전의 그가 즐기던 짙은 페이소스의
음률만이 서러울 뿐 슬프지 않다
망자가 꿈꿔온 이상적인 풍경이 아니었을까
더 이상 누구도 꿈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 「팬터마임」 전문
출판사 서평
시작이 있고 누구나 예외 없이 종말을 맞을 것이다. 시작과 종말 사이를 우리는 숱한 경로로 각자의 걸음으로 지나가면 그뿐이다. 이처럼 인생은 간단하게 정의된다. 시작과 종말은 순식간에 완성되는 사건이고, ‘기억’이 남는가 하는 문제는 실제 인생에서 그 가치를 가늠하기 어렵다. 그것은 언제나 사이, 경로라고 불리는 과정 안에서 상상적으로 되풀이될 때만 의미가 분명해진다. 우리는 자기 인생의 완성된 형태, 혹은 전모(全貌)를 한눈에 바라볼 수 없다. 아무리 많은 사진을 남기고 사방 벽면을 거울로 가득 채워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비유가 만들어진 이유가 거기 있을지도 모른다. 순간을 영원으로 잡아두려는 시도가 글쓰기라는 행위의 본질이라면, 비유는 어슴푸레하기만 한 자기 존재를 실상(實像)으로 생생하게 바라보려는 욕망의 결과이다. 그런 관점에서 최수영의 시를 이끌어가는 힘은 비유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겠다. 그것은 나와 타자 혹은 나와 사물과의 관계에서 맺어진 갈등이나 대립을 비유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끌어안는 최수영 시인만의 독특한 시적 전략에서 기인한다.
최수영 시인의 첫 시집, 『상처는 소리를 감추고 있다』에는 절망을 딛고 선 희망의 메시지들이 가득하다. 그런데 그 희망은 어떻게 해서 무엇이 되자는 식의 목표 지향에서 떠오르는 것이 아니다. 마치 이탈리아 시인 체사레 파베세가 “세상의 유일한 기쁨은 시작하는 것이다”라고 자신의 암울한 시대와 현실 속에서 외쳤던 것처럼 최수영 시인 또한 상처와 결핍 속에서 희망의 기운과 색채를 펼쳐 보인다. 이런 시적 태도는 글쓰기에 대한 진정성을 극대화시키는 전략이 될 수도 있으며, 그 전략은 이번 시집에서 어느 정도 성취를 이뤘다고 볼 수 있다.
나무라 생각해봅니다
단단하지도 못하면서 둥치만 굵어져 가는
잡목이라 쳐 봅니다
봄에 새순을 틔고
여름의 그늘을 가웃하고
가을엔 단풍도 흐드러졌겠지요
잡목일수록 요란했을 법하니까요
내세울 것이라고까진 못할
볼품없이 큰 둥치를 내보이는
들판 끝 나무라 해봅니다
군데군데 옹이는 지고
마디마디 질곡의 순간들도 보입니다
가진 것이라곤
비바람에도 꿋꿋이 버텨낼
더 깊이 살아내고자 하는
튼실한 뿌리뿐인
- 「겨울나무」 전문
시인은 ‘겨울나무’에 빗대어 자기 존재를 오롯이 드러낸다. 무릇 나무라면 “봄에 새순을 틔고/여름의 그늘을 가웃하고/가을엔 단풍도 흐드러졌겠”지만 오히려 겨울이 되고 나서야 ‘뿌리-둥치(줄기)-가지’라는 나무 전체의 종적 연대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이 연대 확인이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는 사태의 이면에는 언제나 보이지 않는 힘(원인)이 있기 때문이다. 사계의 순환을 거듭 겪으면서 “군데군데 옹이는 지고/마디마디 질곡의 순간들”이 새겨진 ‘둥치’는 확연히 드러나 보이지만, 나무의 시작이고 현재를 지탱하는 힘의 원천인 “더 깊이 살아내고자 하는/튼실한 뿌리”는 실제 눈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이 종적 연대는 유추를 통해서만 깨달을 수 있는데 그러자면 ‘새순’이나 ‘그늘’, ‘단풍’ 같은 시각적 요소가 나무의 본체보다 도드라지는 계절이 아니어야 한다. 겨울이라는 계절도 계절이지만 “단단하지도 못하면서 둥치만 굵어져 가는/잡목”, 그것도 “들판 끝 나무”라는 시인의 자기 정위(定位)는 자학적이라 할 만큼 침착하고 대담하다. “잡목이라 쳐 봅니다”라는 전제, 즉 비유임을 가정하고 시인은 자신을 ‘잡목’으로 환치시킨다. 잡목은 일상적으로 ‘경제적 가치가 낮은 나무’라는 의미로 통용되지만, 사전의 기본의미는 ‘다른 나무와 함께 섞여서 자라는 여러 가지 나무’이다. 이 시의 경우 두 의미가 중첩되어 사용된 것으로 보이고, 그 위치가 “들판 끝”이라는 점에서 수사 이상의 효과를 겨냥한다. 눈앞에 마주하고 있는 나무 자체보다 그 이미지 너머를 상상하려는 욕망이 더 커지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이렇듯 시인이 ‘겨울나무’로 자신을 비유한 이유는 “비바람에도 꿋꿋이 버텨낼/더 깊이 살아내고자 하는/튼실한 뿌리”의 존재를 역설적으로 강조하기 위함이다.
- 고영(시인)
기본정보
ISBN | 9791158965891 | ||
---|---|---|---|
발행(출시)일자 | 2023년 04월 17일 | ||
쪽수 | 112쪽 | ||
크기 |
126 * 205
* 11
mm
/ 280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문학의전당 시인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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