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이 돌보는 세계(큰글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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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를 전환할 새로운 물결
요컨대 인간은 돌봄 속에서만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성장 및 개발 중심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돌봄은 일찍이 생산성이 없고 가치 없는 행위로 저평가되었고, 특히 ‘여성성’과 결부되어 집 안에서 여자들이 도맡아야 할 성역할로 축소되었다. 이후 국가가 돌봄을 일정 정도 책임지는 돌봄의 사회화가 진행되었지만, 그마저도 저임금 노동이 되어 시장에 내맡겨져 왔다. 켄 로치 감독의 영화 〈빵과 장미〉에는 “청소 유니폼의 비밀이 뭔지 알아? 우리를 투명인간으로 만들어 준다는 거야”라는 대사와 함께 샐러리맨들이 청소 노동자들을 무심하게 스쳐 지나가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는 존중받지 못하고 투명하게 지워지는 다양한 돌봄 노동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창궐 이후, 한국에서도 돌봄의 민낯이 여실히 드러났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코호트격리 중심의 방역대책으로 인해 돌봄이 필요한 중증 장애인과 환자들은 시설에 격리된 채 감염을 넘어 생존권을 위협받았고, 어린이집과 노인주간보호소가 연달아 폐쇄되며 수많은 시민이 일상의 재난을 경험했다. 의료진을 비롯한 돌봄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 또한 조명되며, 그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돌봄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하지만 한국여성민우회의 조사(2020년 2월부터 8월까지 16개 주요 언론사의 기사에 코로나 단일 단어 언급 기사는 7만 8,667건이었으나, 그중 돌봄 위기를 심층 분석 대상으로 삼은 기사는 1.05%에 불과했다)가 말해주듯, 이러한 문제들은 간헐적으로 기사화됐을 뿐, 돌봄의 가치를 성찰하는 사회적 담론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돌봄이 돌보는 세계』는 지금까지 분절적으로 등장했던 돌봄을 둘러싼 문제들을 연결하여 돌봄에 얽힌 다층적인 현실을 읽어내고자 하는 시도다. 사회학자, 보건학자, 여성학자, 문화인류학자, 노동 운동 활동가, 장애인 운동 활동가, 질병권 운동 활동가, 동료상담가, 질병 당사자가 모여 각자의 주제에서 돌봄이 취급되어 온 방식과 경로를 검토하고, 돌봄에 새겨진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조명한다. 자본·성장·경쟁 중심 사회가 초래한 팬데믹과 기후 위기의 시대,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 새로운 사회적·정치적 패러다임으로서 ‘돌봄’의 가능성과 가치를 선명하게 그려나간다.
작가정보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및 대학원 졸업 보건학 박사. 하버드대학교 보건대학원 Takemi Fellow 역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원장 역임. 현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 저서로 '미국의 의료보장', '나는 나쁜 장애인이고 싶다', '빈곤과 건강', '보건의료 개혁의 새로운 모색' 등이 있다.
정신장애인 동료 상담가. 스무 살에 조현병이 발병했고, 환청과 망상으로 인해 약 10년간 집 밖을 나오지 못했다. 2017년 장애인 등록을 하며 정신장애인임을 주변에 밝혔고, 이후 정신장애인 당사자 운동에 함께하고 있다. 아직 고립되어 스스로를 탓하고 있을 동료에게 ‘당신은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제주대 사회학과 교수이다. 여성 건강과 의료, 역사적 기억과 사회적 고통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왔으며 최근에는 돌봄과 커먼즈의 문제를 기후위기와 연결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시민들 간의 평등하고 자유로운 관계, 생태적이고 조화로운 삶, 역사적 기억의 문제가 모두 건강한 삶에 큰 영향을 준다고 믿고 있다. 『창작과비평』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함께 지은 책으로 『마스크가 말해주는 것들』, 『배틀그라운드』, 『고독한 나에서 함께하는 우리로』, 『프랑켄슈타인의 일상』 등이 있다.
평화학 여성학 연구자. 학문 간 경계를 넘나드는 공부와 글쓰기를 지향한다. 사랑받음이 권력, 자기도취, 당연함이 아닌 사회, 남성다움과 여성다움이 자원이 되지 않는 사회, 중심과 주변의 경계가 불안정한 사회, ‘세련’이 진정성으로 '우아'가 치열함으로 인식되는 사회를 꿈꾼다. 《페미니즘의 도전》 《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를 썼다. 《한국 여성인권운동사》 《성폭력을 다시 쓴다》의 편저자이며, 20여 권의 공저가 있다. 한국출판인회의 선정 '100권의 책' 저자로 뽑혔으며, 경향신문 선정 '2014년 뉴 파워라이터'로 이름을 올렸다.
여성·평화·장애운동을 넘나드는 활동가. 팔레스타인에서 인권활동 중에 건강이 손상되면서, 질병에 관해 사유하게 되었다. 질병 경험을 토대로 쓴 책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를 통해 ‘잘 아플 권리’(질병권)라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주목받았다. 동명의 연극을 기획했으며, 사회단체 다른몸들에서 동료들과 질병권 운동을 개척해나가고 있는 중이다. 《한겨레》 《일다》 《민중언론참세상×워커스》 등에 질병, 페미니즘, 진보사회에 관한 연재를 했고, 공저로 《포스트 코로나 사회》 《비거닝》 《라피끄: 팔레스타인과 나》가 있으며, 시민방송 RTV 시사다큐 〈나는 장애인이다!〉와 다큐 〈부모에서 부모로〉 등을 연출했다. 영역과 형식에 갇히지 않는 활동을 중시하며, ‘완치와 투병의 중간쯤’에 살고 있다. 저서로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 페미니스트의 질병관통기』, 『비거닝』(공저), 『포스트코로나 사회』(공저), 『라피끄: 팔레스타인과 나』(공저) 등이 있다.
정치학자.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해직강사로 대학의 기업화와 비민주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수요집회와 잔디밭 강의 등 학내투쟁과 강사투쟁을 했고 그 경험을 기록하여 『대학은 누구의 것인가』를 펴냈다. 교육공동체 벗 조합원이자 발행지 『오늘의 교육』 편집위원장으로 잘못된 교육 시스템과 한국 사회 문제를 비판적으로 조망하는 글을 꾸준히 써왔다. 2018년부터 월간 『워커스』에 노동, 정치, 교육, 돌봄, 기후위기 등 다양한 현안에 섬세한 고민과 물음을 던지며 ‘워커스 사전’을 연재하고 있다. 함께 쓴 책으로 『능력주의와 불평등』, 『마스크가 답하지 못한 질문들』, 『재난은 평등하지 않다』, 『상상하라 다른 교육』, 『교육 불가능의 시대』 등이 있다. 현재 강원도 인제에서 글 노동자, 들 노동자로 산다. 지배하는 이들이 아니라 지배당하는 이들, 저항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연구자이자 함께 싸우는 사람으로 살고자 한다.
목차
- 여는 글 - 돌봄은 진실을 묻는다
[질병] 나의 장애는 몇 점인가요? _염윤선
[정신장애]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라 _박목우
[장애] 장애를 중심에 둔 돌봄사회 _전근배
[권리] 의존과 질병의 ‘정상성’ _조한진희
[노동] 돌봄이 노동이 될 때 _오승은
[의료] 의료에는 돌봄이 없다 _김창엽
[교육] 돌봄 없이는 교육도 없다 _채효정
[젠더] 보살핌 윤리와 페미니즘 이론 _정희진
[혁명] 돌봄은 혁명이 되어야 한다 _안숙영
[이주] 국경을 넘는 여자들 _김현미
[탈성장] 지구의 성장이 멈추는 곳에서 돌봄이 시작된다 _백영경
주
기본정보
ISBN | 9788962624632 |
---|---|
발행(출시)일자 | 2022년 10월 12일 |
쪽수 | 348쪽 |
크기 |
176 * 280
mm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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