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겐슈타인의 인생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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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롭고 이상하게도 감동적인’ 비트겐슈타인의 명언들
언어의 한계를 날카롭게 사유한 그는 철학이 논증보다 시로 표현되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간결하면서도 참신한 비유가 담긴 토막글을 써서 아포리즘으로도 손색없는 명언을 많이 남겼다. 독일어 산문을 한 단계 발전시켰다고 평가되기도 하는 그의 문장들은 ‘천재의 어조’를 느끼게 해준다.
이 책은 특히 레이 몽크의 『비트겐슈타인 평전』 출간 이후 새로 발굴된 1930-32년 및 1936-37년 사이의 ‘일기’에서 많은 부분을 인용하여, 지금까지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중년 비트겐슈타인의 영적, 종교적 면모와 처절한 양심의 고통을 엿볼 수 있게 해준다. 이번 개정판에는 『전쟁일기』에서 발췌한 단평들을 추가로 수록했고, 8쪽의 화보를 삽입했다. 인생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 깊이 천착한 천재의 고통스런 사유로부터 어떤 빛과 함께 ‘이상하게도 감동적인’ 위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나와 세계 그리고 삶의 의미’를 탐구하는 ‘Meaning of Life 시리즈’ 제12권
작가정보
저자(글)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Ludwig Wittgenstein
비트겐슈타인은 현대 영미철학에서 가장 독창적이고 영향력 있는 철학자로 꼽힌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철강재벌 가문의 막내로 태어나,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러셀에게 논리학을 배웠다. 제1차세계대전의 전쟁터에서 완성된 『논리철학논고』는 논리실증주의의 사상적 모태가 되었고, 후기작 『철학적 탐구』는 일상언어학파에 큰 영향을 주었다. 비트겐슈타인은 철학 연구뿐만 아니라 자신의 삶을 윤리적으로 완성하는 데에도 큰 가치를 두어, 부친에게 물려받은 막대한 유산을 포기하고 평생 금욕적이고 단순한 삶을 산 것으로도 유명하다.
유작으로 『청색책, 갈색책』, 『쪽지』, 『확실성에 관하여』, 『문화와 가치』, 『수학의 기초에 관한 고찰』, 『심리철학적 소견들』 등이 있다.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워싱턴 주립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MBA)를 받았다. 삶의 의미를 주제로 공부하면서 틈틈이 관련 도서들을 번역, 집필하고 있다. 저서로 『굿바이 카뮈』가 있고, 옮긴 책으로 『비트겐슈타인의 추억』,『비트겐슈타인, 침묵의 시절』,『개소리에 대하여』,『빅 퀘스천』,『종교 본능』,『파스칼의 질문』 등이 있다.
목차
- 엮은이의 말
P A R T
01 어떻게 살 것인가
/ 1 / 인생의 의미
001 인생은 철학에 앞선다|002 인생의 문제는 삶이 그 형식에 맞을 때 사라진다|003 삶의 문제는 심층에서만 해결된다|004 문제가 없는 인생은 문제가 있다|005 두려움은 잘못된 인생관에서 비롯된다|006 신과 삶의 목적에 대해|007 현재 속에 사는 사람은 영원히 사는 것이다|008 사람은 대부분 깊이 잠든 채 살아간다|009 내가 살아가는 이유|010 새로운 삶과 새로운 언어게임|011 영혼의 불멸에 대해|012 인생의 문제는 과학으로 해결되지 않는다|013 삶의 문제는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해소되는 것
/ 2 / 행복
014 행복한 삶은 스스로 정당화된다|015 행복은 세계와의 조화다|016 행복하지 않다면 철학이 무슨 소용인가|017 행복한 사람은 두려움이 없다|018 행복을 찾는 법|019 행복과 존재의 목적|020 깨달음의 삶은 행복하다|021 행복한 사람과 불행한 사람
/ 3 / 삶의 자세
022 자신을 바꾸라|023 독립적이 되라|024 영향받지 말라|025 텅 빈 가죽 부대가 되지 마라|026 냉정함을 유지하기|027 불안에 저항하지 마라|028 슬픔에 저항하지 마라|029 불행을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030 세계를 바꾸고 싶다면 너 자신을 바꿔라|031 진정한 혁명가|032 참회에 대하여|033 자부심 부수기|034 자만을 경계하라|035 어리석음과 현명함에 대하여|036 소망하지 않는 삶|037 용기 있는 삶|038 숭배보다는 사랑받도록|039 타인의 내면을 존중하라
/ 4 / 죽음에 대하여
040 나는 살고 싶다|041 죽음에 대한 두려움|042 죽음과 마주 보기|043 죽음과 인생의 의미|044 훌륭한 죽음을 맞기를|045 삶이 명료해지기를|046 아버지의 죽음|047 훌륭하게 죽을 수 있는 삶|048 죽음의 순간|049 자살은 더러운 일이다|050 영웅은 죽음 자체를 똑바로 쳐다본다|051 죽음의 순간을 이겨내는 법|052 오래 사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053 정신적 생명은 육체적 생명보다 먼저 끝날 수 있다|054 내세에 대한 무관심|055 최후의 심판|056 마지막 유언
/ 5 / 삶의 지혜와 통찰
057 지혜의 뒤에 숨어 있는 것|058 지혜의 한계|059 너 자신의 생각을 하라|060 좋은 비유란|061 친근한 것은 알아채기 힘들다|062 방 안에 갇힌 사유|063 피부라는 감옥|064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때|065 열정은 질투보다 깊다|066 사람의 본모습|067 인간의 위대함|068 영혼의 영양부족|069 자기 자신을 모른다면 위대할 수 없다|070 성취의 의미|071 깊이 사유하기 위해서 멀리 갈 필요는 없다|072 위대한 과학자가 위대한 사람인 것은 아니다|073 인생과 환경|074 온 지구가 한 영혼보다 더 큰 고난에 처할 수는 없다|075 타인을 불쌍히 여길 권리|076 차이와 의미|077 훌륭한 반대와 피상적인 반대|078 과학과 경이|079 싫어하는 사람을 대하는 법|080 사랑의 값어치|081 진정한 사랑은 다른 사람의 아픔을 생각하는 것이다|082 시대에 대해|083 일상은 전쟁만큼 참혹하다|084 시대의 질병을 고치려면|085 유머는 세계관이다|086 타인에게 자신을 열기 위해서는
P A R T
02 비트겐슈타인의 삶
/ 6 / 단순한 삶
087 자발적 가난|088 재산을 포기한 이유|089 간소한 식사|090 정신 노동을 위한 가장 좋은 휴식은 육체 노동이다|091 평범한 일의 중요성|092 노동에 대하여|093 존경받는 시민으로 죽고 싶다|094 돈은 나의 생기를 빼앗는다|095 일하는 사람 앞에서 놀지 마라|096 공산주의에 대해|097 철학자와 배관공
/ 7 / 양심과 윤리
098 거짓말과 진실|099 양심은 신의 목소리다|100 논리학자가 되기 전에 인간이 되어야 한다|101 거짓말을 하려는 경향|102 거짓말을 하는 방법|103 타인에 대한 의식|104 도덕적인 죽음|105 보이기 위한 참회|106 참회의 두려움|107 윤리적으로 완벽한 삶|108 거짓말과 진리|109 소심함에서 비롯한 정직|110 교수직은 나를 자극하지 못한다|111 조롱에 대한 두려움|112 허영심 버리기|113 타인을 바라보지 말고 자신에게 귀기울여라|114 양심의 고통|115 독창성의 시초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116 꿈속의 허영심|117 죄의식과 허영심|118 허영심은 악이다|119 너 자신이 비참한 죄인임을 알라|120 스스로를 깨닫는다는 것|121 연구비를 거절한 이유
/ 8 / 자기와의 대화
122 자기에게 말 걸기|123 사유의 즐거움|124 사람의 진짜 모습|125 내가 위대한 발견을 할 수 있을까|126 나의 하루|127 철학은 자기 자신에 대한 작업이다|128 나의 글은 자신과의 대화이다|129 나의 문장은 천천히 읽어야 한다|130 올바로 쓴 문장|131 표현의 어려움|132 나는 펜으로 생각한다|133 우리는 자기 키높이에서 글을 쓴다|134 바깥에서 나를 관찰하기|135 자기 기만으로 문체를 속일 수는 없다|136 문체의 결점 받아들이기||137 진실된 자서전에 대해|138 자신을 극복한 사람만 진리를 말할 수 있다|139 벌거벗은 영혼|140 생각의 산책자|141 위대하다는 망상|142 신을 위해 희생할 수 있을까|143 허영심을 버리려는 허영심|144 위인들의 근면함에 대해|145 취미는 매혹할 수 있으나 감동시킬 수는 없다|146 시련은 사랑의 일부이다|147 서툰 기수처럼|148 청중에게 영합하지 마라|149 삶의 변혁이냐 철학이냐|150 정신의 기관지염
/ 9 / 충고와 조언
151 철학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152 다치는 게 두려운 사람은 정직하게 생각할 수 없다|153 나는 나 자신의 공기를 스스로 제조한다|154 일을 그만둘 힘을 갖추라|155 자신을 속이지 마라|156 그저 사람들을 친절히 대하라|157 타인을 먼저 생각하라|158 비틀거리며 나아가라|159 친절과 배려를 베푸는 일을 얻기를|160 힘이 있을 때 공부하라|161 부끄러운 직장을 계속 다녀서는 안 된다|162 자존심을 잃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을 하라|163 눈을 더 크게 뜨라|164 백병전이 벌어지는 경우|165 불평을 그만두라|166 행동할 수 있는 용기|167 아주 거칠게 해보라|168 정신분석의 매력을 조심하라
/ 10 / 고독
169 고향에서 추방당한 느낌|170 문제는 나 자신이다|171 아무도 나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172 교사가 되려는 이유|173 자살에 대한 생각|174 대화를 나눌 상대가 없는 것의 괴로움|175 이방인이라는 느낌|176 나는 외롭지만 너는 행복하기를|177 슬픔만 이어지는 저녁이 두렵다|178 인생이란 고문이다|179 절망을 끝내는 법|180 마음에서 우러나온 말|181 농담의 필요성|182 가끔씩 미소를 던질 사람이 필요하다|183 실연의 아픔|184 사랑에 대하여|185 편지를 기다리는 괴로움|186 일상의 축복
P A R T
03 철학적 단상
/ 11 / 언어에 대하여
187 쓰지 않은 것의 중요성|188 명료하게 말하기|189 말은 오직 사실만을 표현한다|190 생각의 한계|191 모든 설명은 하나의 가설이다|192 질문의 의미|193 언어와 삶의 형식|194 말하기와 깨닫기|195 새로운 낱말|196 말과 행동|197 타자라는 수수께끼|198 형편없는 글의 기능|199 글의 위대함은 어디 있는가|200 거친 표현들의 힘|201 논증은 아름다움을 훼손한다|202 실천이 말에 의미를 준다|203 정의의 한계|204 서문을 쓰는 법|205 수수께끼는 없다|206 사다리 걷어차기
/12 / 사유에 대하여
207 어리석음의 골짜기로 가라|208 철학 책은 사유를 악화시킨다|209 독서유감|210 ‘왜’라는 질문|211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만 나를 이해할 수 있다|212 철학은 사유 스타일을 바꾸는 것|213 똑같아 보이는 것이 실제로는 다르다|214 생각하지 말고 보라|215 전체를 조망하라|216 사유의 밭을 갈기|217 생각의 탄생|218 다르게 생각하면 새롭게 볼 수 있다|219 코페르니쿠스와 다윈의 공로|220 생각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책은 없다|221 왜소한 생각|222 생각은 용기로 값을 매길 수 있다|223 깊게 묻기|224 사유의 길|225 사유와 명예심|226 이해란 연관을 보는 것|227 어떠한 일이든 수많은 방식으로 일어날 수 있다|228 하찮은 물음들|229 의지의 난관을 극복하라|230 『철학적 탐구』를 출간하면서|231 백 년이 지나야 나를 이해할 것이다
/ 13 / 철학에 대하여
232 철학은 과학이 아니다|233 철학을 가르치는 목적|234 철학의 본질과 목표|235 명료화 활동은 용기가 있어야 한다|236 철학의 문제는 어떻게 해결되는가|237 증명은 안개를 걷어낼 수 없다|238 믿음의 근거는 근거 없는 믿음이다|239 철학적 혼란에서 빠져나가려면|240 가장 심오한 문제들은 사실 아무런 문제도 아니다|241 철학자란|242 철학이란|243 철학은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놓아둔다|244 철학자는 해방의 말을 찾으려 분투한다|245 철학은 시처럼 쓰라|246 말할 수 없는 것|247 말할 수 있는 것 이상을 말하지 마라|248 세계의 의미|249 세계는 사실들의 총체이다|250 영원의 상 아래서 세계를 관조하라|251 철학과 금고|252 윤리와 언어의 한계|253 윤리와 언어의 한계 Ⅱ
/ 14 / 신과 종교에 대하여
254 내가 믿는 신|255 가톨릭의 도그마|256 비극은 없다|257 기독교는 교리가 아니다|258 종교란 오직 신과 나 사이의 문제다|259 종교와 마음의 평화|260 고통이 없으면 종교도 없다|261 신을 믿는다는 것|262 죽음과 생명의 빛|263 종교의 근거|264 종교적인 삶|265 지혜, 삶, 그리고 종교|266 신과의 거리|267 종교적 관점|268 말은 종교의 본질이 아니다|269 기독교에 관한 철학은 거짓이다|270 신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271 부활을 믿는다는 것의 의미|272 예수의 부활을 믿는 이유|273 양심만이 내게 믿음을 명령한다|274 신이란…|275 신을 모르고 신을 사랑할 수는 없다|276 신의 목소리|277 믿음이 축복인 이유|278 믿음의 깊이
/ 15 / 예술과 천재
279 예술과 인생|280 작가의 의도는 독자에게 무의미하다|281 예술과 침묵|282 예술의 야생성|283 천재와 집중|284 재능의 사용 방식|285 천재의 척도는 성격이다|286 거장의 재능|287 셰익스피어에 대한 평가|288 바이닝거의 위대함|289 베토벤의 음악은 전적으로 참이다|290 이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291 톨스토이에 대한 평가|292 허영심과 예술|293 허영심이 작품을 망치는 이유|294 트라클의 시에 대해|295 미국 영화와 영국 영화의 차이|296 천재와 시대|297 예술가가 시대에 뒤떨어지는 이유
부록
참고문헌
책 속으로
001 인생은 철학에 앞선다
우리는 먼저 인생을 살아야 한다. 그 다음에야 비로소 철학을 할 수 있다.
『비트겐슈타인의 1930년대 일기』 217쪽, 1937.3.1.
1장 「인생의 의미」중에서
006 신과 삶의 목적에 대해
신에 대해 그리고 삶의 목적에 대해 내가 아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안다, 이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마치 내 눈이 시야에 놓여 있듯이, 내가 이 세계에 놓여 있다는 것을.
우리가 세계의 의미라고 부르는 것이 문제라는 것을.
세계의 의미는 세계의 안이 아니라 밖에 놓여 있다는 것을.
삶은 세계라는 것을.
나의 의지가 세계를 관통하리라는 것을. 나의 의지는 선하거나 악하다는 것을. 그러므로 선과 악은 어떤 식으로건 세계의 의미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삶의 의미, 즉 세계의 의미를 우리는 신이라고 부른다.
『노트북』 72-73쪽, 1916.6.11.
1장 「인생의 의미」 중에서
113 타인을 바라보지 말고 자신에게 귀기울여라
마음속에서 이미 나는 자신의 소리가 아니라 후세가 나에 관해 말하는 소리를 듣고 있다. 나 자신은 물론 나를 잘 알기 때문에 훨씬 덜 감탄하는 청중이다.
내가 해야 할 일은 이것이다. 상상 속의 타인에게 귀기울이지 말고 너 자신에게 귀기울여라. 즉 나를 쳐다보는 타인을 바라보지 말고, 너 자신을 바라보라. 너는 지금 타인을 의식하고 있다. 이 얼마나 비열한 일인가. 자신의 눈길을 피해 타인을 바라보려는 유혹은 또 얼마나 커다란가.
『비트겐슈타인의 1930년대 일기』 139쪽, 1931.11.15 또는 12.15.
7장 「양심과 윤리」 중에서
133 우리는 자기 키높이에서 글을 쓴다
자기에 대해서 실제의 자신보다 더 참되게 글을 쓰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것이 자신에 관한 글쓰기와 외부 대상들에 관한 글쓰기 사이의 차이점이다. 우리는 자기 키높이에서 자신에 대해 글을 쓴다. 여기서 우리는 죽마나 사다리 위가 아니라 맨발로 서 있다.
『문화와 가치』 38〔83〕쪽
(MS 120 103c: 1937.12.12)
8장 「자기와의 대화」 중에서
175 이방인이라는 느낌
[나는] 이 나라에서 이방인이라는 느낌이 든다. 만일 네가 인류나 혹은 신에게 아무런 연결 관계가 없다면, 너는 이방인이다.
레이 몽크 『비트겐슈타인 평전』 516〔741〕쪽
(MS 135, 1947.7.28)
10장 「고독」 중에서
247 말할 수 있는 것 이상을 말하지 마라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
『논리철학논고』 7
13장 「철학에 대하여」 중에서
259 종교와 마음의 평화
마음의 평온에 대한 열망이 종교적인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종교적인 사람이라면 마음의 평온 또는 평화를 하늘의 선물로 간주할 뿐 우리가 추구해야 할 어떤 것으로 보지 않을 것이다.
모리스 드루어리 「비트겐슈타인과의 대화에 대한 비망록」 96쪽
14장 「신과 종교에 대하여」 중에서
출판사 서평
20세기 최고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의 인생에 대한 통찰
평생 단행본 한 권, 논문 한 편, 서평 한 편만을 발표했지만 20세기 최고의 천재 철학자로 꼽히는 비트겐슈타인. 그러나 정작 그의 가장 큰 관심사는 자기 자신의 삶을 개선하는 것이었다. 평생 자기 삶의 윤리적 완성을 위해 분투한 그는 제자 노먼 맬컴에게 “철학을 공부해서 얻는 효용이 그저 난해한 논리적 문제들을 그럴싸하게 말할 수 있게 될 뿐, 일상의 중요한 문제들에 관한 생각을 개선시켜주지 못한다면, 우리를 더 양심 있게 만들지 않는다면, 철학을 공부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라고 반문한 바 있다.
오스트리아 철강 재벌 가문의 막내로 태어난 그는 약관 20대에 전쟁터에서 완성한 『논리철학논고』로 논리실증주의에 큰 영향을 미치며 철학계의 총아로 떠오른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철학의 모든 문제를 해결했다며 상속받은 전 재산을 던져버리고 철학계를 떠난다.
『논리철학논고』에서 선언한 대로, 삶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그 문제가 사라지는 방식으로 살아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삶의 형식을 바꿔야 한다고 깨달은 그는 자신의 깨달음을 실천하기 위해 일평생 ‘올바른 삶의 형식’을 찾아 헤맸다. 공학에서 철학으로, 전쟁터로, 초등학교 교사로, 건축가로, 수도원으로, 교수로, 노동자로, 은둔자로 전전했으며, 심지어 죽기 2년 전 일기에서도 ‘다른 삶’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었다. 그는 죽기 이틀 전까지 철학 연구를 멈추지 않았고,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다음과 같았다. “그들에게 전해주시오. 나는 멋진 삶을 살았다고!”
비트겐슈타인의 아포리즘과 천재의 어조
비트겐슈타인의 글은 대부분 체계적인 서술이 아닌 철학적 단평의 형식으로 쓰였다. 그는 철학이 어떤 하나의 관점을 정당화하는 이론이 아니라고 보았기 때문에, 체계적인 설명이나 논증을 피했다. 논증으로 주장을 뒷받침하라는 러셀의 충고에 “논증은 아름다움을 훼손한다. 마치 진흙투성이 손으로 꽃을 더럽히는 것처럼”이라고 답할 정도였다.
비트겐슈타인의 글은 짧은 토막글의 형식이라 아포리즘의 성격이 짙은 것들이 많다. 니체가 아포리즘으로 유명하지만 비트겐슈타인의 토막글이 뿜어내는 아우라도 만만치 않다.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하라”, “나의 언어의 한계는 나의 세계의 한계이다” 등 여러 문장들이 명언처럼 숱하게 인용된다. 그는 “올바른 문체로 쓴다는 것은 차량을 철로 위에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올려놓는 것을 뜻한다”고 생각할 정도로 문체에 상당한 공을 들였고, 자신의 문체에 자부심을 느끼기도 했다. 그는 결코 논문을 쓰듯이 글을 쓰지 않았으며, 철학은 본래 시처럼 써야 한다고 말했다. 제자이자 문헌관리자인 폰 브릭트에 따르면 비트겐슈타인은 철학뿐만 아니라 독일 산문의 발전에도 큰 기여를 했다고 평가된다. 러셀이 단 한 줄만 읽고도 천재성을 알아봤다는 일화가 있을 만큼 비트겐슈타인의 글은 강한 개성이 있다. 이 책을 통해 비트겐슈타인이라는 천재의 어조를 일부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인생은 철학에 앞선다
비트겐슈타인은 1913년 러셀에게 보낸 편지에서 “인간이 되기 전에 어떻게 논리학자가 될 수 있겠습니까! 훨씬 더 중요한 일은 나 자신과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입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1937년 3월 1일자 일기에서도, “우리는 먼저 인생을 살아야 한다. 그 다음에야 비로소 철학을 할 수 있다”라고 쓰고 있다. 인생이 철학에 선행한다는 생각은 비트겐슈타인의 일생을 관통하는데, 심지어 1947년에는 “삶의 방식을 변혁하여 이 모든 물음들을 쓸데없는 것으로 만드는 것보다 나의 작업을 다른 사람들이 계속 이어가기를 더 바라고 있는지가 나로서는 전혀 분명치 않다”고 하면서 그 때문에 자신은 철학의 “학파를 세울 수 없을 것”이라고 토로한다.
이 책은 비트겐슈타인의 삶과 사유 가운데서 전문적인 철학보다는 “일상의 중요한 문제들에 관한 생각을 개선시켜주”는 말과 글들을 모은 것이다. 비트겐슈타인의 저작과 일기, 편지, 지인의 회고록 및 그에 관한 2차 저작들에서 약 300여 개의 단평들을 선별해, ‘인생의 의미’, ‘행복’, ‘삶의 자세’, ‘고독’, ‘충고와 조언’ 등 15개의 주제별로 분류하였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관련된 배경 상황을 해설로 덧붙이고 원문 출처를 명기했다. 또한 비트겐슈타인의 생각의 변화를 살펴보려는 독자를 위해 해당 연도도 가급적 모두 밝혔다.
특히 레이 몽크의 『비트겐슈타인 평전』 출간 이후에 새로이 발굴된 1930-32년 및 1936-37년 사이의 일기인 일명 ‘코더 다이어리(Koder Diaries)’에서 많은 부분을 인용하였다. 비트겐슈타인의 일기는 지금까지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중년 비트겐슈타인의 내밀한 자기와의 대화를 엿볼 수 있게 해준다. 이 일기는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이나 키르케고르의 『두려움과 떨림』을 연상시킬 정도로 영적, 종교적 색채를 띠고 있으며, 그야말로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할 정도로 양심의 고통에 몸부림치는 비트겐슈타인의 처절한 자기반성을 담고 있다. 평생 동안 ‘올바른 삶의 형식’을 찾아 고독과 고통 속에서 길어 올린 비트겐슈타인의 인생에 대한 성찰은 읽는 이에게 어떤 빛과 함께 예상치 못한 위로를 준다. 인생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기본정보
ISBN | 9791157832903 |
---|---|
발행(출시)일자 | 2023년 04월 15일 |
쪽수 | 368쪽 |
크기 |
126 * 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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