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은 노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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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그릇에 잠긴 사람, 눈물처럼 차오르는 사랑
삶을 사색하며 아픔을 위로하는 사려 깊은 시편들
작가정보
작가의 말
어떤 그릇은 그릇의 용도로 쓰이지 않는다
어떤 용도는 제 용도를 가둬주기도 한다
사람이 꼭 사랑할 필요가 없듯이
사랑이 꼭 사람의 이유일 필요도 없다
슬픔을 가두는 건 사람의 일이었고
사람을 겹겹이 쌓는 건 사랑의 일이었다
2023년 겨울
유수연
목차
- 제1부 ㆍ 계신다 생각하면 계신다
직성
믿음 조이기
생각 담그기
생각 만지기
생각 밝히기
생각 연습
보호자
공양
유정
천사의 양식
감자 있는 부엌
생각 나가기
제2부 ㆍ 사람을 하는 중이다
유니폼
개평
문화광
조가만가
에티켓
분신
무력의 함
신도시
밤손님
주파와 시속
무능의 호
도리어
제3부 ㆍ 그 생각이 대신 가고 있다
명절
미래라는 생각의 곰팡이
분수대
화풀이로
자율
교대
그림자
문안
생각 믿기
기쁨 형제
기록
안부
제4부 ㆍ 사랑에 개연성이 있겠습니까
유지
서가를 지키는 이
기분은 노크하지 않는다
어둠은 미안해
기계 차이
고백
고드름
타르통에 빠졌다고 했다
애인
수련이 피기까지
윙컷
새로운 일상
해설|조대한
시인의 말
추천사
-
이 시집의 영혼은 보이지 않는 비닐로 감싸여 있습니다. 바라보지 않을 때 시집은 미세하게 꿈틀거립니다. 따라서 시집을 머리맡에 두고 잘 경우 간밤에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릴 수 있습니다. 그는 왜 밤중에 혼자 부스럭댈까요? 제자리에서 도망가는 중이기 때문입니다. 홀로 운동장을 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무언가를 잊기 위해 달립니다. 나도 그를 따라 달려봅니다. 운동장을 한바퀴 돌아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도 일종의 도망일 것입니다. 그것은 도망의 신비이고 시의 신비입니다. 도망갔지만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사실이요. 아무리 도망쳐도 내가 여전히 나라는 사실은 소중합니다. 나는 나로부터 벗어날 수 없음에 기쁩니다. 그 괴로움에서 시가 탄생하기 때문입니다. 도망치는 동안 우리는 꽤 많은 것들을 해냅니다. “푸른 언덕”을, 작은 돌을, 천사를, “인기척 없는 공터”를, 기도를, “윗부분만 깎은 사과”를, 그리고 어떤 사랑을 만납니다. 그리고 그 모두와 헤어집니다. 이 시집 덕분에 나는 나와 헤어지고 나와 다시 만났습니다. 『기분은 노크하지 않는다』를 읽는 동안 당신의 진심을 들키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를 따라 아름다운 도망을 가기를 바랍니다. 이제 그를 따라 “마저 운동장을 돌기로” 합니다. 그것은 시의 기도이고, 슬픔을 노크하는 방식일 것입니다.
책 속으로
잘 버티고 있다
그거 하나쯤이야
사는 데 문제없으므로
나를 버리고 싶은 생각을 겨우 참아본다
(…)
잊으려 할수록 또렷해지면 대개 그 생각이다
그러면 주먹을 쥐었다
누군가 울면 따라 울 힘을 남긴 채
닿지도 않을 대답을 준비한다
-「믿음 조이기」 부분
뼈 없이 붙는 살이 없듯
내가 먹은 게 나를 만들고 나를 담은 게 나를 말한다
물을 채우면 물병이 된다
(…)
주워 담을 수 없는 건
놓은 후에 잡고 싶어지니까
그래도 흘러가는 걸 잡고 싶다
내 앞에서 울던 때
처음 진심을 들키고 싶었다
-「생각 담그기」 부분
생각하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일이에요
그렇게 하지 말아야지 했는데
그대로 한 일은 사과드려요
내 안에
내 모양대로 언 얼음이 있었죠
그걸 잠시 녹이기 위해 안고 있던 거라면
조금 사랑이 될 수 있을까요
(…)
미안한 일들은 유리처럼 옮겨놔요
품새를 연습하듯 단번에 끝낼 날이 오겠죠
그 일은 잘 해결 중이신가요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시고 꼭 성공하세요
그때까진 보이는 대로 믿어주실래요
그 일을 하러 가는 중이에요 사람의 일을 말이에요
-「유니폼」 부분
우리가 티끌이라는 것을 아신다 쉽게 쓸어내고 버리지 않으실 거면 왜 이렇게 슬프게 창조하셨을까 태어나고 싶어 태어난 것도 아닌데 열심히까지 살라 하시는 하느님, 한번 나로 태어나 살아보세요 (…) 나는 잔뜩 묽어진 한그릇의 식사를 앞에 두고 기도합니다 누군가의 배 속에서 소화되지 않고 먹먹하게 버티기를 배가 고프면 슬퍼지고 배가 고프면 저녁노을만 봐도 누군가 보고 싶다 착각하게 되고 나는 묻습니다 나의 허기가 어쩌면 그리움보다 중요하지 않으냐고 기도합니다 오늘도 일용할 양식을 남길 수 있음을 이 저녁을 지옥으로 미루고 내일도 살 거라는 믿음으로 나는 플로어 등을 켜고 불을 모두 끄니 하느님이 꼭 옆에 있는 것 같았지만 나밖에 없었다
-「조가만가」 부분
내 삶이 실례라는 걸 안다
거리에는
슬픈 노래가 많아지고
계절에 맞는
감정이 다양해지고
집은 불러도 말이 없다
(…)
쉽게 깨질 몸을 겨우 숨긴다
숨 쉬지 않으면
사는 걸 잊는다
말하지 않으면
들키지 않는다
-「에티켓」 부분
명심하렴
아무리 안아도 남의 꿈엔 갈 수 없단다
잘 자라, 서정아
그은 것도 잊은
오래된 문장처럼
서사 없이도 사랑은 할 수 있단다
-「유지」 전문
우리가 거의 물이란 걸 알게 된 후
우리가 위태로운 물풍선 같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이 뱃살은 모두 슬픔일 수 있다
사실 우린 흙에서 온 게 아니라는 사설을 본 후
나는 신은 없구나 생각했는데
너는 하느님의 눈물이구나 하는 것이다
다르다 생각하니 틀리지 않을 수 있었다
사람은 왜 죽는 거야 물은 날도 있지만
사랑은 왜 죽는 거야로 들어 답하지 않았다
-「새로운 일상」 부분
출판사 서평
유수연의 시에는 “일상의 틀 안에 슬픔을 가둔 채” 살아가는 “사람의 슬픔”(해설)과 사랑의 아픔에 대한 고뇌의 흔적이 역력하다. “꽁꽁 싸매고 가슴 깊이 숨겨둔”(「화풀이로」) 마음의 상처들과 “내 삶이 실례라는 걸 안다”(「에티켓」)라는 참담한 자괴감, “생각으로 지은 죄는/모두 용서받고 싶었다”(「그림자」)라고 고백하는 문장들이 아프게 다가온다. 시인은 이런 아픔을 숙명처럼 담담하게 수용한다. “사람이기에 사람의 일을 하는 것을 슬픔이라고”(「도리어」) 부를 뿐이다. 슬픔은 단순한 감정에서 한발 더 나아가 “태어나고 싶어 태어난 것도 아닌데” 신은 우리를 “왜 이렇게 슬프게 창조하셨을까”(「조가만가」)라는 의문으로 번지기도 한다.
여기서 마치 슬픔의 그릇인 듯했던 ‘사람’은 ‘사랑’과 만난다. 슬픔이 채워지고 넘쳐흐르길 반복하다 마침내 슬픔이 일상이 되고 습관적인 고통에 무감각해질 때, 그 빈자리에 사랑이라는 가능성이 스며든다. 하지만 차마 “버리지 못할 슬픔을 사람의 꼬리”(「도리어」)라고 부르며 몸에 가둔 채 살아가는 시인에게는 사랑의 감정 또한 슬픔으로 얼룩져 있다. 시인에게 사랑이란 “우리의 꿈이 다르다는 것”(「애인」)과 “아무리 안아도 남의 꿈엔 갈 수 없”(「유지」)다는 것을 깨닫는 과정과 다름없다. “나는 나를 견디고 너는 너를 견”(「애인」)딜 뿐, 서로의 깊은 속을 나누지 못하는 관계는 “차갑고 외로운 악수”처럼 느껴지고, “사람은 왜 죽는 거야”라는 ‘너’의 질문은 “사랑은 왜 죽는 거야”(「새로운 일상」)로 서글프게 겹쳐 들려오기도 한다. 그럼에도 시인은 그저 “너를 바라보는 게 좋았다”(「새로운 일상」)라고 되뇌면서 “다정이 가장 아픈 일”(「도리어」)이 되도록 사랑을 담아낸다. 고통과 상처가 더욱 깊어지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사랑해 사랑해요 말해도 떠나갈 걸 알면서”(「윙컷」)도 ‘너’에게 다가간다.
“나는 너를 안으려 조금 기울었다”
슬픔을 담담하게 품고 다시금 사랑을 말하는 시
어제나 오늘이나 별다를 것 없는 무감한 일상 속에서 시인은 삶의 진실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되묻는다. “슬픔의 테두리를 도려내”(「미래라는 생각의 곰팡이」)어 평범하면서 평화로운 일상을 꿈꾼다. 물론 삶도 사랑도 뜻대로 되지만은 않는다. “그렇게 하지 말아야지 했는데/그대로 한 일”(「유니폼」)들을 자책하기도 하고, “구청에 가야 하는데 시청에 가는 오늘”(「조가만가」)처럼 길을 잘못 들기도 한다. 그러나 시인은 골똘한 생각 끝에 ‘나’를 일으켜 세우는 깨달음을 발견한다. 끝없이 지속되는 삶의 절망감 속에서도 “슬픔이 꼭 슬픔으로 되돌아오진 않는다”(「신도시」)는 기대와 “내일도 살 거라는 믿음”(「조가만가」)을 간직하며 “사람이라면 사람의 일을 잊지 말아야겠다”(「도리어」)는 다짐으로 진실한 삶을 꾸려간다.
시인은 등단 직후 본격적인 창작활동 외에도 문학 레이블 ‘공전’을 창립하고 패션 화보와 문학을 접목한 비주얼 문예지 『모티프』를 발간하는 등 문학과 세상을 잇는 다양한 활동을 펼치며 시단의 주목을 받아왔다. 슬픔으로 가득 찬 이 지구 위에서, 문학이라는 궤도를 따라 수많은 사람 곁을 ‘공전’하는 시인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정해진 궤도처럼 반복되는 슬픔을 사는 ‘사람의 일’이란 대체 무엇일까. 시인은 이렇게 말한다. “슬픔을 가두는 건 사람의 일이었고/사람을 겹겹이 쌓는 건 사랑의 일이었다”(시인의 말). 사람과 사랑이 겹쳐질 수 있다고 믿는 “그런 억지가 희망이 되는 곳”(「무력의 함」)에서 시인은 다시금 사랑을 시작하고 삶을 사랑할 것이다. 공전하는 별이 되어 깊은 슬픔으로 침잠해가는 세계를 보듬어 안을 것이다. 반복되는 삶의 궤도를 즐거운 마음으로 이탈해보고 싶은 이들, 슬픔을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는 모든 이들에게 이 시집이 반가운 노크 소리로 다가가길 기대한다.
기본정보
| ISBN | 9788936424855 | ||
|---|---|---|---|
| 발행(출시)일자 | 2023년 02월 17일 | ||
| 쪽수 | 124쪽 | ||
| 크기 |
128 * 201
* 16
mm
/ 294 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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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권수 | 1권 | ||
| 시리즈명 |
창비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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