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주의를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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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즌십과 시민참여로 대항하다
그러므로 우리는 현 민주주의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을 이야기할 때 그중 하나로 전문가주의를 꼽을 수 있다. 이것이 전문가 및 전문가주의의 역할과 민주주의 전망에 대해 본격적으로 관심을 쏟아야 하는 이유이다. 한국 사회는 가습기살균제 참사나 삼성반도체 백혈병 산재 문제 등으로 전문가주의의 어두운 이면을 이미 경험해 보았다. 『전문가주의를 넘어』는 그러한 전문가주의를 경계하고, 여러 사례를 들어 전문성의 정치, 시티즌십, 시민참여를 설명한다. 전문가들이 주도하는 의사결정 과정에 왜 많은 문제가 있는지, 그렇다면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질문하는 독자들에게 이 책은 궁금증의 해소와 해결책을 제시해 줄 것이다.
작가정보
연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가톨릭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과학기술사회학, 환경사회학, 지식/전문성의 정치와 민주주의, 시민참여와 공론화 등의 주제를 중심으로 연구와 강의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학회 회장, 비판사회학회 회장, 시민과학센터 소장, 시민환경연구소 소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 『포드주의와 포스트 포드주의』, 『과학기술의 사회학: 과학기술과 현대사회에 대한 성찰』, 『과학기술·환경·시민참여』(공저), 『과학기술과 민주주의: 시민을 위한, 시민에 의한 과학기술』 등이 있다.
목차
- 제1부. 과학기술과 환경을 둘러싼 전문성의 정치
1장 | 전문성의 정치와 사회운동
2장 | 고준위핵폐기물 관리를 위한 사회적 의사결정과 전문성의 정치
3장 |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대한 사회적 해법의 모색
2부. 과학기술ㆍ환경ㆍ재난 시티즌십의 형성과 실천
4장 | 과학기술 시티즌십의 두 유형과 전문성의 정치
5장 | 돌진적 근대화와 환경 시티즌십의 형성
6장 | 재난관리, 재난 거버넌스, 재난 시티즌십
3부. 시민참여, 공론화, 민주주의
7장 | 민주화와 사회갈등
8장 | 지구적 기후 거버넌스 만들기
9장 | 신고리 5·6호기 원전 공론화와 민주주의
10장 | 위험기술의 사회적 관리를 향하여
11장 | 독일의 고준위핵폐기물 관리와 참여적 거버넌스
원문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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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사회에서 전문가의 역할을 제대로 인정하고 존중한다는 것과 전문가주의에 함몰된다는 것은 아주 다른 이야기이다. 한 사회가 잘 작동되기 위해서는 다른 사회 구성원의 사회적 역할과 마찬가지로 전문가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는 점은 말할 나위 없다. 하지만 거기서 더 나아가, 현대사회는 과학화·기술화·전문화로 물들어 있기 때문에 전문가가 아니면 복잡한 공적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시켜서는 안 된다는 주장은 전문가 존중을 넘어서 전문가주의를 강요하는 것이며, 이는 본질적으로 반민주적이다. _ 7쪽, 책머리에
통상적으로 근로복지공단은 산재 판정 시 역시 국가기관인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산하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쪽 전문가들의 견해에 많이 의거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은 시종일관 삼성반도체 공장과 백혈병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이들은 문제가 된 반도체 공장에서 벤젠과 같은 백혈병 유발 물질이 검출되지 않거나 노출 기준을 초과하지 않았고, 반도체 공장에서의 백혈병 발병률이 일반 인구 집단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높지 않다는 이유로 백혈병 사망자들의 산재 인정을 거부했다. _ 26쪽, 1장 전문성의 정치와 사회운동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다룬 물질이나 작업환경이 얼마나 유해한지 알지 못한다. 이들의 증언은 전문가들에 의한 통역이 필요했다. 어느 노동자에게 방사선을 썼느냐고 물으면 “방사선은 안 썼고 엑스레이는 썼어요”라고 대답하는 식이다. 자신의 작업을 설명하는 가운데 엑스아르에프(XRF)를 썼다고 말했을 때, 그 증언을 듣는 사람이 엑스아르에프가 엑스레이를 쬐어 물질 성분을 분석하는 방사선 조사 기구라는 것을 몰랐다면 노동자들이 전리방사선에 노출된 사실은 묻혀버렸을 것이다. _ 28쪽, 1장 전문성의 정치와 사회운동
박정희 정권이 추진한 개발주의·성장주의 이념과 정책은 시간이 누적되면서 국민들의 행동과 심리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하나의 사회문화로 굳어진다. 그 결과 과학기술 자체가 진보이며 모든 문제의 해결책으로 보는, 대부분의 문제를 과학기술로 해결하려는 ‘기술적 해법’ 우선주의, 다시 말해 기술결정론적 사고방식을 기반으로 한 대중문화가 국민들 사이에 뿌리내린 것이다. 이는 가습기살균제 피해가 짧은 시간 내에 광범위하게 퍼지게 된 배경 중 하나가 되었다. 가습기를 청소하지 않고 사용할 경우 세균이 가습기 물통에서 자랄 수 있어 가습기를 매일 번거롭게 청소해야 하는데, 알약 하나만 넣거나 뚜껑에 액체로 된 가습기살균제를 한두 번만 부어주면 세균을 깔끔하게 박멸할 수 있다는 판매회사들의 광고와 선전은 사람들에게 엄청나게 편리하고 명쾌한 기술적 해법으로 다가갔던 것이다. _ 79쪽, 3장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대한 사회적 해법의 모색
2015년 6월 6일, 서울시 신청사 다목적홀에는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일반인 70명이 하루 종일 그해 말에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 예정인 유엔기후변화협상에서 다룰 주요 주제들에 대해 토론하고 그에 대한 의견을 각자 투표로 표현하는 행사가 진행되었다. 사실 한국에서 열린 이 행사는 같은 날 동일한 방식으로 전 세계 77개 국가, 97개 지역에서 진행된 행사들 중 하나였다. 2015년 6월 6일 전 세계 9000여 명의 시민들이 기후변화라는 동일한 주제를 놓고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을 토론한 다음 그 결과가 그해 말에 개최될 유엔기후변화협상 과정에 반영되기를 촉구했는데, 한국의 시민들도 세계 시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기후변화 문제의 해법을 찾는 지구적 행동에 참여했던 것이다. _ 201쪽, 8장 지구적 기후 거버넌스 만들기
출판사 서평
『전문가주의를 넘어』는 3부 11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 「과학기술과 환경을 둘러싼 전문성의 정치」에서는 전문가주의의 발단을 살펴보고 한국과 해외의 시민 참여 사례를 서술한다. 1장 「전문성의 정치와 사회운동」에서는 전문성의 정치에 대한 학계 연구와 삼성반도체백혈병 산재 인정, 고준위핵폐기물 관리 방식과 관련된 사례를 다룬다. 2장 「고준위핵폐기물 관리를 위한 사회적 의사결정과 전문성의 정치」에서는 고준위핵폐기물 관리에 있어 해외와 한국에서는 어떤 의사결정을 거쳤는지 비교해 본다. 3장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대한 사회적 해법의 모색」에서는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다루며, 여기서 나타난 전문가 체제의 문제점 및 참사에 대한 해법 모색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검토한다.
2부 「과학기술ㆍ환경ㆍ재난 시티즌십의 형성과 실천」은 각국에서 시티즌십이 어떻게 형성되었고, 어떤 활동이 있었는지 사례를 중심으로 다룬다. 4장 「과학기술 시티즌십의 두 유형과 전문성의 정치」는 과학기술 대중화 정책의 전개와 차일드세이브 활동을 사례로써 아래로부터의 과학기술 시티즌 십을 다룬다. 5장 「돌진적 근대화와 환경 시티즌십의 형성」은 석유화학공단 지역의 공해 문제나 석면병, 대기오염 등을 사례로써, 산업화에 따른 환경 문제와 환경 운동 및 환경 시티즌십의 형성을 다룬다. 6장 「재난관리, 재난 거버넌스, 재난 시티즌십」은 기술관료적 재난관리 패러다임의 한계를 다루며 재난 대비 및 대응에서의 시민참여와 재난 시티즌십의 모색을 다룬다.
3부 「시민참여, 공론화, 민주주의」에서는 공공정책을 둘러싼 사회갈등과 숙의민주주의, 위험 거버넌스 및 참여적 거버넌스를 상세히 다룬다. 7장 「민주화와 사회갈등」에서는 사례로써 부안사태를 살펴보며 사회갈등의 원인과 그 예방을 위한 공공참여를 다룬다. 8장 「지구적 기후 거버넌스 만들기」에서는 유엔기후변화협상에 관한 세계시민회의를 다루며 기후 거버넌스에 대해 살펴본다. 9장 「신고리 5·6호기 원전 공론화와 민주주의」에서는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에 대해 알아보며 시민참여와 숙의민주주의,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공론화를 살펴본다. 10장 「위험기술의 사회적 관리를 향하여」에서는 위험 거버넌스, 공론화위원회의 출범과 활동, 새로운 통치 기술로서의 ‘의사 거버넌스’를 다룬다. 11장 「독일의 고준위핵폐기물 관리와 참여적 거버넌스」에서는 독일에서 새롭게 추진되고 있는 참여적 거버넌스를 기반으로 고준위핵폐기물 관리 체계를 알아보며, 이러한 독일의 경험이 한국에 주는 시사점에 대해 토론한다.
시민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당연한 전제적 가치이다. 이에 반해 일반 시민을 배척하며 엘리트주의를 속성으로 하는 전문가주의는 현 시대에 큰 난제로 작용할 수 있다. 『전문가주의를 넘어』는 그와 관련된 여러 사례를 알아보고, 해결 방안이 되는 시티즌십의 형성과 시민참여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모색한다. 정당과 대의제가 사회갈등의 민주적 중재자로서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시민들의 정치 피로감은 커져가는 상황에서, 이 책이 전문가주의를 넘어 공적 의사결정에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며 한국 민주주의의 올바른 전망에도 이바지 할 수 있기를 바란다.
기본정보
ISBN | 9788946080102 |
---|---|
발행(출시)일자 | 2021년 06월 11일 |
쪽수 | 326쪽 |
크기 |
154 * 225
* 18
mm
/ 610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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