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재피(Hi JP, Bye JP)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애틋한 마음을 담은 고백이기도 하다.
아프고 힘들게 세상을 떠났지만 어디에선가 우리를 지켜봐 주고 있을 이재학 PD의 억울함을 조금이라도 덜어낼 수 있기를, 싸움의 맨 앞에서 늘 우리에게 감동을 주었던 유가족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기를, 지금도 방송현장에서 하루하루 열심히 일하는 수많은 방송 노동자들에게 가 닿을 수 있는 말들이기를 바라면서 이 책을 내놓는다.
방송 미디어 산업은 점점 더 커지고 주목받고 있지만, 프리랜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은 쉽게 바뀌지 않고 있다.
이재학 PD의 고귀한 희생과 바람이, 우리 모두의 발걸음이 방송현장을 조금씩 변화시킬 것이라 믿는다.
작가정보
만화가. 함께 그리고 개인의 삶, 더 나은 사회를 나눌 수 있는 만화를 만드는 만화가이고 싶다. 이재학 PD의 이야기 '친구를 위하여'를 그렸다.
충북노동자교육공간 동동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비정규직없는충북만들기운동본부와 함께 CJB청주방송 고 이재학 PD 진상규명 및 책임자처벌을 위한 활동을 전개했다.
목차
- 세상은 바뀔 수 있습니다
서문_수많은 ‘재피’들에게 바칩니다
이재학의 삶
1부 함께한 시간들-친구들 이야기
16년 지기 A┃노동자 이재학을 잊을 수 없다__손가영
정현우┃이재학의 ‘모터사이클 다이어리’__진재연
박용관┃함께 해서 행복했다__이기범
윤소영┃재피가 비정규직인지 3년 후에 알았어요 __이기범
그리운 재피__조영은
봄이 오기 전에 그는,__조미희
2부 자랑스러운 내 아들-가족들 이야기
이재학 어머님 일기
동생 이대로┃지독하게 일을 사랑했던 형을 기억하며__함은선
누나 이슬기·매형 이충환┃재학이와 바통 터치해 달리는 중__진재연
3부 이재학, 이재학들-방송노동자 이야기
김기영┃정규직만 모르는 비정규직 PD 이야기__함은선
C┃이재학이 쏘아 올린 작은 공__이대로
김한별┃작가 파업, 그날을 꿈꿔요__손가영
4부 이재학 PD가 남긴 것-대책위 이야기
구조 갖출 때까지 끈질하게__진재연
따뜻한 사람, 이재학__이용우
다른 세상을 꿈꿨던 노동자 이재학__선지현
[부록]
이재학 PD가 청주방송 구성원들에게 남긴 글
웹툰 : 친구를 위하여__김성희
CJB청주방송 故이재학 PD 대책위원회 투쟁일지
책 속으로
[서문]
수많은 ‘재피’들에게 받칩니다
진재연 _ CJB 청주방송 故 이재학 PD 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
이재학 PD는 2004년 CJB청주방송(아래 ‘청주방송)에서 일을 시작했다. 그때가 스물네 살이었다. 조연출·연출로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정규직이 하는 행정업무도 도맡아 하는 등 누구보다 헌신적으로 14년을 일했다. 2018년 4월 동료 스태프들의 처우개선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회사는 모든 프로그램 하차를 통보했다. 프리랜서 PD에게 프로그램 하차는 바로 해고였다. 서른여덟 살의 이재학 PD는 젊음을 바쳐 일한 곳에서 하루아침에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 당시 작가들은 주당 30만 원, 피디들은 주당 40만 원을 받았고 이재학 PD가 처우개선을 요구한 이유였다.
2018년 5월 이재학 PD는 ‘방송계갑질119’ 오픈채팅방에 고충을 호소했고, ‘방송계갑질119’ 소속 이용우 변호사와 함께 청주방송을 상대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이재학 PD는 소송 과정 중 언론사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판례를 남기겠다”고 했다. “법원 판결이 나면 전국에 알려지지 않겠냐”는 말도 덧붙였는데, 본인의 싸움이 방송현장에서 힘들게 일하는 ‘무늬만 프리랜서’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노동조건이 변화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청주방송은 이재학 PD가 청주방송의 직원이 아니며, 자발적으로 일을 그만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재학 PD를 위해 진술서를 써 준 청주방송 직원들에게 진술서를 취소하라고 압박해 친한 동료가 진술서를 취소하는 일도 있었다. 회사는 빨간펜으로 ‘PD’ 표현을 삭제하고, 그를 ‘PD’라고 부른 적이 없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그 과정에서 이재학 PD는 절망하고 힘들어했다.
긴 소송 끝에 2020년 1월 22일 청주지방법원은 이재학 PD가 아닌 청주방송의 손을 들어주었다. 본인뿐 아니라 주변에서, 그리고 청주방송에서조차도 이재학 PD의 승소를 예상했기에 충격은 컸다. 이재학은 본인의 생일인 1월 30일에 1심 판결문을 받았다. 변호사와 항소심을 준비하자고 약속했지만 2020년 2월 4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잘 못 한 것이 없다.
죽고 싶다. 눈 뜨는 게 괴롭고 힘들다.
하루하루가 힘들다. 억울해 미치겠다.
모두 알고 있지 않을까? 왜 그런데 부정하고 거짓을 말하나?
아프고 힘들다. 억울하다. (이재학 PD 유서 中)
“이재학 피디 사건은 너무나 비극적입니다. 하지만 방송현장의 비정규직·프리랜서들에게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이재학 피디의 소식을 듣고 80여 개의 사회단체 및 노동조합이 서울과 충북을 아울러 꾸린 ‘CJB청주방송 고 이재학 피디 대책위원회’(아래 ‘대책위’) 출범식에서 김기영 방송스태프지부장이 했던 말이다.
‘비정규직 백화점’인 방송현장에는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비정상적이고 불안정한 고용형태가 모두 섞여 있다. 방송사의 정규직-비정규직, 외주 제작사의 정규직-비정규직, 파견업체-하청업체-개인도급, 프리랜서까지. 개별 계약을 하기도 하고, 턴키계약(통계약)을 하기도 하고, 그것이 중층적 하도급으로 얽혀 있기도 하다. 방송현장의 비정규직 프리랜서들의 노동조건은 비슷하게 열악하다. 시간당으로 계산하면 최저임금도 안 되는 급여를 받으며 4대 보험은커녕 아무런 사회적 혜택도 받지 못하고 ‘프로그램 개편을 이유로’, ‘상사 마음에 안 들면’ 말 한마디로 해고될 수 있는 곳이 바로 방송현장이다. 주 52시간 상한제가 도입되었지만 초장시간 노동은 여전하고, 노동시간이 줄었어도 온갖 꼼수로 노동강도는 강화된다.
‘프리랜서’라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그 어떤 노동권도 보장받지 못하는 곳. 수많은 시사 교양 프로그램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다루지만 방송사 내의 비정규직 문제는 철저히 외면하고 침묵하는 곳. 그 속에서 거대 권력을 가진 방송사들은 법원, 노동위의 ‘노동자성 인정’ 판정을 무시하거나 불복하며 계속해서 편법을 만들어내고 있다.
“3일 전에 해고 통보를 받고 오늘 해고됐어요. 국장이 다른 직원의 업무를 하라고 했는데, 제가 할 수 없는 일이 있어서 할 수 없다고 했더니 ‘너희끼리는 왜 쉐어를 안 하냐, 왜 네 일 내 일 나눠서 하냐’고 하더라고요. 프리랜서 계약을 해 놓고 일은 직원처럼 시키는 상황에 관해 설명했더니 ‘내가 너희 뭘 차별했냐?’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4대 보험도 안 해 주고, 임신하면 다 자르고… 그런 걸 다 말씀드렸더니 기가 찼나 봐요. 그냥 가라고 하더니 그다음부터 제 인사를 받아주지 않았어요. 9개월 동안 인사를 받지 않고, 복도에서 마주칠 때마다 병균 피하듯 몸을 옆으로 틀어서 지나갔어요. 그 일 이후 우울증이 심해져 약 먹고 상담도 받으면서 심리적으로 힘든 상태가 되었어요.”
2021년 2월에 열린 이재학 PD 1주기 토론회 “방송-미디어 산업 '무늬만 프리랜서' 어떻게 타파할 수 있을까?”에서 현장 증언을 하러 온 YTN 그래픽 디자이너 강윤희씨의 말이었다. 우리는 이재학 PD 사망 후에도 제2, 제3의 이재학들을 계속 만났다. 무늬만 ‘프리랜서’ 일뿐 방송사의 지시를 받으며 일하는 수많은 노동자들. 그들은 ‘방송 일을 좋아해서’ ‘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서’ 버텼지만, 불안정한 노동과 일상, 노후에 대한 걱정 또한 털어버리지 못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실시한 2021년 방송노동자실태조사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내 분야에서 가치 있는 일들을 이루어 왔다’고 생각하지만, 반면 ‘현재 하는 일로 인해 완전히 탈진되었다고 느낀다’고도 했다. 이재학 PD, 강윤희씨, 또 다른 이재학들도 그랬다. 누구보다 방송을 사랑했고, 자기 일에 열심이었으며, 힘들지만 언젠가 더 좋은 날이 올 거라 믿었을 것이다.
대책위 활동을 통해 청주방송은 이재학 PD 죽음의 책임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했다. 그리고 2021년 5월, 청주지방법원에서 이재학 PD의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항소심 판결이 있었다. 1심의 부당한 판결을 모두 취소하고 이재학 PD가 청주방송의 노동자였으며 부당하게 해고되었음을 인정했다. 그를 기억하는 모두가 기뻐했지만 이재학 PD가 우리 곁에 없다는 사실에 분노하고 아파했다. 2022년 2월 4일에는 청주방송 대강당에서 2주기 추모제를 치렀다. 2023년, 이재학 PD 3주기에 맞춰 이 책을 세상에 내놓는다.
‘재피’는 청주방송 동료들이 이재학 PD를 부르는 별칭이었다. 별명이 ‘라꾸라꾸’(간이침대)일 정도로 밤새 일하는 날이 많았고, 위계와 차별이 공기처럼 흐르는 방송사 안에서 비정규직·프리랜서 동료들이 잘 적응하는지 살폈고, 후배들의 밥값은 본인 담당이라며 늘 주변을 챙기는 사람이 ‘재피’였다. 이재학 PD를 향한 동료들의 애정이 느껴져 우리는 ‘재피’라는 말이 참 좋았다.
이 책은 방송 일과 사람을 좋아했던 한 노동자에 관한 이야기이며,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애틋한 마음을 담은 고백이기도 하다. 아프고 힘들게 세상을 떠났지만 어디에선가 우리를 지켜봐 주고 있을 이재학 PD의 억울함을 조금이라도 덜어낼 수 있기를, 싸움의 맨 앞에서 늘 우리에게 감동을 주었던 유가족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기를, 지금도 방송현장에서 하루하루 열심히 일하는 수많은 방송 노동자들에게 가 닿을 수 있는 말들이기를 바라면서 이 책을 내놓는다.
방송 미디어 산업은 점점 더 커지고 주목받고 있지만, 프리랜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은 쉽게 바뀌지 않고 있다. 이재학 PD의 고귀한 희생과 바람이, 우리 모두의 발걸음이 방송현장을 조금씩 변화시킬 것이라 믿는다.
출판사 서평
故 이재학PD를 아시나요?
이재학은 CJB청주방송에서 지역프로그램을 연출하는 PD였다. 2018년 봄, 이재학은 동료 스태프들의 처우개선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해고당했다. 그는 월에 150~200만 원을 받고도 밤새워 일하는 동료들을 두고 볼 수 없었다. 이재학은 청주방송을 상대로 노동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이는 이재학 개인의 싸움이기도 했지만, ‘프리랜서’ 신분으로 일하는 모든 방송노동자들의 문제이기도 했다.
이재학이 14년을 몸바쳐 일한 직장. ‘청주방송’은 이재학의 해고는 ‘자발적 사직’이라고 주장했다. 사측은 법정에서 그를 한 번도 ‘PD’라고 부른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감히 회사에 반기를 드는 노동자에게 취한 조치였다. 긴 소송 끝에 청주지방법원은 청주방송의 손을 들어주었고, 이재학 2020년 2월 4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 모두들 알고 있으면서 왜 거짓을 말할까? 아프고 힘들다. 억울하다.” - 故이재학의 유서 中
“이재학 PD 사건은 비극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방송현장의 비정규직ㆍ프리랜서들에게는 전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 지부장 김기영
방송스태프는 노동자다. 그러나 그 노동자를 고용한 사람이나 조직은 어디에도 없다. 이상하다. 비정규직 백화점’인 방송현장에는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비정상적이고 불안정한 고용 형태가 모두 섞여 있다. 방송사의 정규직-비정규직, 외주 제작사의 정규직-비정규직, 파견ㆍ하청업체-개인도급, 프리랜서까지.
이들은 개별 계약을 하기도 하고, 턴키계약(통계약)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들의 노동조건은 대부분 열악하다. 시간당으로 계산하면 최저임금도 안 되는 급여를 받고 4대 보험은커녕 아무런 복지 혜택도 받지 못하며, ‘프로그램 개편’이나 ‘상사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언제든지 해고될 수 있는 곳이 방송현장이다.
재피에게
‘재피’는 청주방송 동료들이 이재학 PD를 부르는 별칭이었다. 별명이 ‘라꾸라꾸’(간이침대)일 정도로 밤새 일하는 날이 많았고, 위계와 차별이 공기처럼 흐르는 방송사 안에서도 동료의 지위를 막론하고 그들을 자주 살폈으며, 후배들의 밥값은 본인 담당이라며 늘 주변을 챙기는 사람이 ‘재피’였다.
이 책은 방송 일과 사람을 좋아했던 한 노동자에 관한 이야기이며,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애틋한 마음을 담은 고백이기도 하다. 아프고 힘들게 세상을 떠났지만 어디에선가 우리를 지켜봐 주고 있을 이재학 PD의 억울함을 조금이라도 덜어낼 수 있기를, 싸움의 맨 앞에서 늘 우리에게 감동을 주었던 유가족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기를, 지금도 방송현장에서 하루하루 열심히 일하는 수많은 방송 노동자들에게 가 닿을 수 있는 말들이기를 바라면서 이 책을 내놓는다.
방송 미디어 산업은 점점 더 커지고 주목받고 있지만, 프리랜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은 쉽게 바뀌지 않고 있다. 이재학 PD의 고귀한 희생과 바람이, 우리 모두의 발걸음이 방송현장을 조금씩 변화시킬 것이라 믿는다.
기본정보
ISBN | 9791185009339 |
---|---|
발행(출시)일자 | 2023년 02월 04일 |
쪽수 | 300쪽 |
크기 |
136 * 213
* 22
mm
/ 555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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