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와 언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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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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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규동 교수의 마지막 작업을 되살린 이 책이, 오랫동안 언어학의 주변에 머물러왔던 문자를 다시 중심으로 이끌어낼 수 있기를 바란다.
이 책의 총서 (9)
작가정보
1963년 6월 18일 ~ 2022년 2월 9일
1985년 2월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언어학과를 졸업하고, 1996년 8월 서울대학교 대학원 언어학과에서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1992년 이래 일본 도쿄외국어대학교와 미국 UCLA에서 초빙연구원으로 지냈으며, 서울대학교를 비롯하여 경기대학교, 고려대학교, 광운대학교, 덕성여자대학교, 서울시립대학교, 숙명여자대학교, 충남대학교의 강의교수를 거쳐, 2010년부터 연세대학교 인문학연구원 HK연구교수를 지냈다. 2020년에 경성대학교 한국한자연구소 교수로 취임했다.
그간 《동서양 문자의 성립과 규범화》, 《말한다는 것: 연규동 선생님의 언어와 소통 이야기》, 《통일시대의 한글 맞춤법》을 비롯한 19편의 저서와 〈근대국어 어휘집 연구-유해류 역학서를 중심으로〉를 비롯한 6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목차
- 책을 내며 5
머리말 12
1. 언어와 문자 15
1.1 문자란 무엇인가
1.2 구술문화와 문자문화
1.3 문자와 언어의 혼동
1.4 문자 개념
1.5 언어학에서의 문자
1.6 문자의 종류
2. 문자의 생성 및 발달 원리 93
2.1 상형: 사물의 형상을 본뜨다
2.2 전주: 문자가 가진 의미가 늘어나다
2.3 가차: 문자가 소리를 나타내다
2.4 문자를 결합해서 나타내다
2.5 의미표시자
2.6 소리지시자
2.7 문자가 표상하는 언어 단위
2.8 음절문자
2.9 자음문자
2.10 음소음절문자
2.11 음소문자
2.12 훈민정음의 문자 유형
2.13 문자 차용
3. 문자와 종교, 문자와 상업, 문자와 매체 187
3.1 필기도구와 필기재료
4. 문자와 표기법 195
4.1 표음문자의 환상
4.2 표음성과 표기법
4.3 표기법의 보수성
5. 문자의 도상성과 자질성 221
5.1 문자의 도상성과 의미
5.2 문자의 도상성과 소리
5.3 훈민정음의 도상성
5.4 문자 도상성의 속성
5.5 도시 간판의 도상성
5.6 문자의 자질성
6. 자용론: 문자의 화용론 267
6.1 문자의 시각성
6.2 문자의 공간성
6.3 문자기호를 활용한 의미
7. 문자의 혼종 291
7.1 문자 혼종의 역사
7.2 한자 전용
7.3 한자 혼용: 한주 국종
7.4 한글 전용
7.5 한자의 새로운 기능
7.6 표의문자와 단어문자
7.7 단어문자와 상형문자
8. 문자의 미래: 새로운 문자 연구를 위하여 307
참고문헌 311
연규동 교수 논저 일람 316
책 속으로
언어학자들이 문자를 언어에 종속된 피동적인 존재로 이해한 것은 분명한 오류다. 문자도 얼마든지 언어에 적극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각종 약자나 부호 같은 것이 나날이 언어 못지않은 기능을 하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요즘의 새로운 통신기기 역시 예상하지 못한 기묘한 문자 사용 양식을 쏟아내고 있다. (18쪽)
오랫동안 사람들은 문자의 사용을 그 사용자 집단의 ‘지혜’의 산물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문자를 사용하지 못하는 집단은 미개하다고 생각했다. 과연 그럴까? (28쪽)
‘사랑해’를 ‘ㅅㄹㅎ’로 쓴다면 이는 한글을 자음문자적인 용법으로 사용한 것이다. 하지만 ‘ㅅㄹㅎ’를 소리 내어 읽어야 할 때 [사랑해]라고 읽는다면, 이 때 ㅅ, ㄹ, ㅎ는 각각 ‘사, 랑, 해’라는 음절을 표상하고 있으므로, 이 문자들은 자음-음절문자로 볼 수 있다. (79쪽)
음소문자인 한글을 풀어쓸 수도 있고, 역시 음소문자인 라틴 문자를 모아쓸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한글과 라틴 문자가 가진 문자론적 속성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145쪽)
인류 최초의 음소문자는 그리스 문자다. 원래 그리스 문자는 페니키아 문자에서 빌려온 것이었다. 그런데 페니키아 문자가 모음을 표기하는 방법이 따로 없는 자음문자 계열인 데 비해 그리스어에는 표기해야 할 모음이 아주 많았다. (161쪽)
훈민정음이 음절문자, 분절분자, 음소문자, 형태음소문자, 자질문자의 속성을 모두 가지고 있는 문자라는 점은 훈민정음이 세계 문자학에서 매우 독특하고 유일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문자라는 점을 잘 드러내준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문자인 훈민정음을 통해 일반문자학 이론을 더 깊이 있게 확대할 계기를 만들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176쪽)
어떤 언어를 100퍼센트 소리대로 적을 수 있는 문자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언어의 모든 소리를 각각 단 하나의 기호만을 대응시키겠다는 것은 말 그대로 이상에 불과하며, 여기에서 표음문자의 이상과 현실이 어긋나게 된다. (201쪽)
이처럼 소리가 바뀌었는데도 표기를 그대로 사용하게 된다면, 현대 국어 화자들도 예전처럼 ‘텰도’ ‘긔챠’라고 표기하고 이를 각각 [철도] [기차]라고 읽어야 한다. 표기를 보고 발음을 예측할 수 없으므로, 단어마다 그 발음은 별도의 암기사항이 된다. (214쪽)
비슷한 음성적 특징을 가진 문자들의 모양을 유사하게 만든 자질문자는 매우 합리적이며 과학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문자가 과학적이라는 것과 그 문자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기 편하다는 것이 반드시 대응되지는 않는다. (264쪽)
문자는 음성을 옮긴 것이지만, 문자의 시각적인 특성을 통해 음성으로 환원되지 않는 의미를 가질 수 있다. (289쪽)
출판사 서평
문자의 변화 규칙을 찾고,
그것을 추동하는 원인을 분석하고,
세계의 문자들이 갖는 공통성과 차별성,
그것이 주는 문화적 의미를 찾고자 하는
연규동 교수의 치열한 고민과 문제의식,
그 학문의 여정을 함께해본다.
“언어는 인류의 고귀한 자산입니다. 인류를 최고의 영장으로 만든 언어에 대한 연구가 줄곧 관심거리였고, 고대 언어는 음성이 아닌 문자로 기록되었기에 ‘문자’에 대한 연구로 그 관심이 집중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우리의 한글, 즉 훈민정음에서부터 주변의 문자로, 다시 세계의 문자로 그 대상을 넓혀나갔습니다. 게다가 언어든 문자든 모든 언제나 변하게 마련입니다. 그 규칙과 원인을 과학적으로 논리적으로 찾고자 했습니다.”
평생 문자의 일반 이론 연구에 매진해온 언어학자 연규동 교수가 생전 한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도서출판 따비의 신간 《문자와 언어-문자에 대한 새로운 시각》은 병마와의 싸움 끝에 2022년 2월 세상을 떠난 연규동 교수의 유작으로, 문자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여 언어학의 범위를 훨씬 더 넓힐 뿐만 아니라, 인간의 언어생활과 더불어 문자생활을 통찰하고자 한다.
왜 문자인가
우리는 일상에서 ‘한국어’를 잘 모르는 외국인에게 ‘한글’을 잘 모른다고 한다든가, ‘한국어’는 잘하지만 ‘한글’을 잘 모르는 한국인에게 ‘한국어’를 잘 못한다고 하는 등 한글과 한국어를 혼동해서 사용하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한글과 한국어는 엄연히 다른 것이다. 한글(훈민정음)은 15세기에 세종대왕이 만든 문자체계이며, 한국어는 한국에서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들기 이미 오래전부터 이 땅에서는 한국어를 사용해왔다.
이처럼 ‘문자’와 ‘언어’를 혼동해서 쓰는 것은 언어생활에서 문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기도 한다. 특히 요즘처럼 얼굴을 마주 보지 않으면서 문자 교환만으로도 의사소통이 이루어지고 있는 시대에, 그 형태가 어떠하든 문자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될 수밖에 없다. 그것은 역사적으로도 마찬가지였다.
문자가 지역에 따라 불균형하게 창조되고 발전해왔음에도 문자를 중요하게 봐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그저 우연히 생기고 사라지고 하는 것이 아니라 낡은 시대를 저물게 하고 새로운 시대를 불러오는 큰 위력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문자 사용은 소통 방식을 바꾸었고, 사회제도를 새롭게 했으며, 새로운 세력을 등장하게 하는 통로가 되기도 했다.
문자의 일반 이론은 무엇을 다루는가
이와 같은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발간된 문자의 일반 이론에 관한 연구서는 아주 드물고, 일반적으로 우리에게는 ‘문자’에 대한 관심도, 제대로 된 개념 정립도 잘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이 책은 우선 1장 ‘언어와 문자’에서 언어와의 비교를 통해 문자의 개념 정립을 엄격하게 시도하고, 2장에서는 본격적으로 ‘문자의 생성 및 발달 원리’를 꼼꼼하고 체계적으로 살펴본다. 구술문화와 문자문화, 음성중심주의와 문자중심주의의 비교를 통해 문자의 개념을 정리해가는 1장은 그간 우리가 파편적으로, 피상적으로 알고 있던 문자와 글자, 글자와 글씨, 상형문자와 그림문자, 표음문자와 표의문자 등의 개념을 더 깊고, 체계적으로, 그리고 21세기의 다양한 변화에 맞춰 폭넓게 바라볼 수 있는 길을 제시해준다.
또한, 2장은 익히 알려진 문자의 생성 원리인 상형(象形), 지사(指事), 전주(轉注), 회의(會意), 가차(假借), 형성(形聲) 등을 다루는 데서 더 나아가, 문자가 표상하고 있는 단위에 따라 단어문자, 음절문자, 음소문자로 나누어 살펴본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변화하는 언어생활과 환경 속에서 문자가 어떻게 대처해나가는지 역시 다룬다. 문자들이 서로 차용하며 변해가는 과정, 즉 유럽 사회의 알파벳, 동아시아의 한자, 서아시아의 아랍 문자, 인도의 데바나가리 계열 문자 등이 변해가는 과정 등을 흥미진진하게 살펴본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문자 역시 그 모습을 조금씩 달리할 수밖에 없는데, 6장 ‘자용론: 문자의 화용론’은 문자의 시각성, 문자의 공간성 등으로 그 변화의 양태를 살펴보고, 7장 ‘문자의 혼종’은 한자 전용, 한자 혼용, 한글 전용을 비롯해 한글 쓰기가 다양하게 변주되는 양상을 고찰하고 있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지점은 우리가 쉽게 얘기하고 있는 한글의 우수성과 과학성을 ‘훈민정음’의 문자 유형(2장), 도상성과 자질성(5장) 등 문자학의 측면에서 고찰하는 대목이다. 흔히 한글이 발음기관 모양을 본떴다고 하거나 디지털 시대에 적합한 문자라는 등 자랑스러워하는 대목이 문자학의 측면에서 어떤 의미인지, 그 특징과 한계 등을 체계적으로 일별하는 즐거움을 준다.
결국, 이 책은 우리가 익히 쓰고 있는 한글, 알파벳, 한자 등을 비롯해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문자들까지, 그것들이 어떤 원리로 만들어졌는지, 각각의 장단점은 무엇인지, 유사성은 무엇인지, 그리고 변하는 시대 속에서 어떻게 빠르게 변화하거나 더디게 변화하면서 충돌을 일으키는지를 문자학의 관점에서 조금 더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준다. 무엇보다, 문자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그 길을 보여준다.
언어와 문자를 논하면서 스스로 경계할 것은 언어와 문자의 우수성 따위를 함부로 말하지 말라는 것이다. 언어에 우열이 없다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익히 계몽돼왔지만, 문자에 대해서는 일종의 우열의식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완벽하고 전지전능한 문자는 찾아내지도 만들어내지도 못했다. 모든 문자들이 그 나름대로 편리하거나, 멋있거나, 해당 언어와 최적화되어 있어 모두 그 나름의 장점들이 있다. … 자신의 문자에 대한 잣대를 남들에게 강요할 일은 아니다. (본문 18쪽)
저자 연규동 교수는 병마와 싸우는 와중에도 이 원고를 놓지 않았으나, 안타깝게도 채 완성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저자가 미처 완성하지 못한 아이디어는 짧은 메모로 정리되어 있으며, 이 책은 그의 메모를 그대로 살려 실었다. 그 짧은 메모 안에도 다양한 논점들이 담겨 있어 그의 저작이 더 이어지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을 불러일으키지만, 이것으로도 관련 연구의 진행에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기본정보
ISBN | 9791192169231 | ||
---|---|---|---|
발행(출시)일자 | 2023년 02월 09일 | ||
쪽수 | 320쪽 | ||
크기 |
140 * 210
* 24
mm
/ 539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한국한자연구소 연구총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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