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영화관으로 초대합니다(큰글자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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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동하는 삶의 이야기로 맞선 보카치오의 『데카메론』
그리고 2022년, 코로나 시대를 사는 27명의 청소년이
네 편의 영화에서 길어 올린
삶에 대한 성찰을 엮은 한 권의 책
무엇보다 돋보이는 것은 청소년들의 예리한 시각이다. 외모지상주의의 문제점을 다룬 영화 〈레드슈즈〉가 제시한 미(美)/추(醜)의 이미지가 오히려 외모에 대한 편견을 더욱 공고히 한 점을 꼬집는가 하면, 영화 〈김씨 표류기〉 속 두 남녀가 처한 상황에서 ‘고립’이라는 키워드를 읽어내고, 그 고립이 해소되는 과정을 질서정연하게 풀어낸다.
작가정보
저자(글) 인문학 동아리 ‘귀를 기울이면’
귀를 기울이면은 동래여자중학교 인문학 동아리 이름이다. 한 해 함께 공부해 보고 싶은 주제를 정해 한 권의 책에서 또 다른 책으로 가지를 뻗어 나가는, 깊이 있는 책 읽기와 글쓰기를 하고 있다.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인문학 동아리가 되기 위해 재미있고 즐거운 일들을 계속 찾고 있는 중이다.
목차
- 프롤로그. 교실 영화관을 열며
일러두기. 관람 에티켓
1부. 교실 영화관 상영 중
1관. 레드슈즈
2관. 김씨 표류기
3관. 투모로우
4관. 리틀 포레스트
2부. 나만의 인생 영화
3부. 우리가 영화를 즐기는 방법
쿠키 영상
에필로그. 교실 영화관을 나서며
엔딩 크레딧
책 속으로
인문학 동아리 ‘귀를 기울이면’에서는 올해 함께 공부해 보고 싶은 대상으로 영화를 골랐습니다. 지금의 현실을 반영하여 주제는 ‘코로나 키워드로 영화 읽기’라 정했습니다. 교사와 학생이 토론하여 함께 선정한 영화는 〈레드슈즈〉, 〈김씨 표류기〉, 〈투모로우〉, 〈리틀 포레스트〉 4편이었습니다. 그리고 각각의 영화를 다음과 같은 키워드로 읽어보기로 했습니다. 〈레드슈즈 Red Shoes〉는 ‘정체성/나’, 〈김씨 표류기〉는 ‘관계/소통’, 〈투모로우 The Day After Tomorrow〉는 ‘환경/공존’, 〈리틀 포레스트 Little Forest〉는 ‘성장/희망’으로 말이죠. - 6~7p
한 편의 완성된 영화 에세이를 쓰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세상을 둘러싼 여러 문제를 만났고, 자신의 꿈과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여전히 물음표로 남아있는 부분이 많이 있지만, 학생들은 제법 성장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성장을 토대로 앞으로 마주할 문제에 대한 해답을 끊임없이 찾아갈 것입니다. - 8p
세상에 완벽한 영화는 없다. 모든 영화에는 좋은 점과 아쉬운 점이 있고 사람들은 각자의 기준으로 영화를 감상한다. 같은 영화를 보고도 다른 의견이 나오기도 한다. 평점 역시도 천차만별이다. 내겐 100점짜리 영화가 다른 이에겐 0점짜리 영화일 수 있다. 그러나 때때로 우리는 0점과 100점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영화를 만난다. 나에게 〈레드슈즈〉는 그런 영화였다. - 24p
우리 사회가 고쳐나가야 할 밝지만은 않은 문제 중 하나인 외모 지상주의를 표현한 영화인만큼 낭만적인 결말을 맞이하는 주연보다 현실의 모습을 담아낸 조연의 시점에서 감상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35p
사람들마다 다르게 생각할 수 있지만 확실히 과거와 현대의 ‘고립’은 달라졌다. 과거에는 단순하게 어느 곳에 갇힘을 고립이라 정의 내렸다면 현대에는 조금 다르다. 현대의 고립은 과거와 다르게 어느 곳에서나 일어날 수 있다. 그리고 갇히지 않아도 고립될 수 있다. 어쩌면 우리들 사이에도 고립된 사람이 많을지도 모른다. - 68p
〈김씨 표류기〉가 개봉된 지 10년이 더 흘렀다. 취업과 돈에 대한 압박감은 더 늘어났고, 심지어 취업률이 떨어지고 있다는 뉴스들이 허다하다. 삶의 의미가 사라져 죽음을 택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런 힘든 세상 속에서 버티고 살아가기 위해선 자신만의 ‘사루비아’와 ‘짜장면’이 필요하다. 따뜻한 추억을 상기시켜 주고, 내 인생에 목표를 만들어 주는 것들. 그리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삶의 의미와 욕구를 만들어주는 것들은 그 존재 자체로 거대한 의미가 담겨있다. - 79p
김 씨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흔한 성씨이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성씨를 두 주인공의 성으로 설정함으로써 우리들의 모습을 대변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두 주인공을 통해 우리 삶을 보여 주고, 극복할 의지를 심어주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 99p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환경 문제가 곧 인간의 문제라는 인식이다. 당장의 편리함에속아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는 환경 문제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 대부분의 사람은 멀리서 녹고 있는 빙하보다 자신의 눈앞에서 녹고 있는 아이스크림이 더 중요할 것이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 124p
혜원에게 추억만큼 슬픔도 가득한 시골은 일종의 도피처였을 것이다. 나에게 도피처는 사람 없는 한적한 모래 놀이터였다.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 소리를 들으며 크게 숨을 들이마실 때는 발로 툭툭 차던 모래가 신발 안으로 들어와도, 들이쉰 숨이 모래바람이라도 마음이 찝찝하기는커녕 내 슬픔 감정들이 모래가 되어 바람과 함께 날아가는 듯한 시원한 마음을 느꼈다. 바람 소리로 들려오는 또래 친구들의 해맑은 목소리와 놀이터 앞 주차장을 빠져나가는 자동차들의 소리, 그 소리가 어우러져 만든 놀이터의 배경음은 그 무엇보다 기분 좋게 들려왔다. - 177p
아직도 나의 작은 숲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면 질문에 답해보도록 하자. 당신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당신이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아마 이 질문의 대답은 당신의 작은 숲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당신이 좋아하는 것. 그것이 당신의 작은 숲이다. - 182p
삶은 자신에게로 이르는 여정입니다. 올 한 해 저희는 삶의 여정을 영화와 함께하였습니다. 영화를 매개로 세상을 마주하고, 세상과 연결된 ‘나’를 찾으려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저희의 시선은 영화 속 인물을 거쳐 세상과 사회를 향하고 마지막에는 그 속에 있는 ‘나’에게 도달하였습니다. - 260p
출판사 서평
“〈레드슈즈〉는 외모 지상주의 비판이라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미의 기준을 스노우 화이트에게 적용했지만 외모 지상주의를 확립시키는 역효과를 가져왔다. 외면보다 내면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그릇된 미의 기준을 강조하는 듯한 장치들은 관객을 혼란스럽게 했다.” (「레드슈즈를 신은 영화 〈레드슈즈〉」 中) - 23p
“은둔형 외톨이였던 여자는 남자와의 소통을 통해 세상과의 교류를 시작하고, 각박한 삶에 지쳐 자살을 시도했던 남자는 살아갈 희망을 찾는다. 서로 다른 이유로 고립을 선택한 두 남녀는 타인과의 정서적 교류가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를 깨달았다.” (「당신은 안녕한가요? 中」) - 102p
스펙터클한 이미지의 홍수 속에서 핵심을 관통하는 영화 〈투모로우〉의 감상평은, 미래세대에 전달할 유산을 망가뜨려 온 기성세대에 던지는 따끔한 일침이다.
“인간의 이기적 행동 때문에 인류 이전부터 존재해온 환경이 점점 파괴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의 직접적인 원인은 인류가 만들어낸 물질 때문이다. 우습지 않은가? 자연이라는 집에서 태어난 인간이 스스로 자신의 집을 부수는 물질을 만들고 있으니 말이다.” (「다시 돌아오는 것」中) - 122~123p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 대한 글에서는 학생 저마다 삶의 방향을 모색한 흔적이 엿보인다.
“‘리틀 포레스트’는 단순히 현실 도피의 장소가 아닌, 묻어둔 문제를 마주하고 수용하는 공간이다. 더불어 지치고 힘들 때 머무르며 삶의 원동력을 회복하는 마음의 근거지이다. (중략) 나에게는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숲이 필요했다. 일상에서 벗어나 차분함과 편안함 속에서 스스로를 점검하고, 재충전하는 시간이 조금 부족했던 듯하다. 나는 여전히 바쁜 일상 속에서 찾아가는 즐거움이 좋다.” (「일상의 쉼표, 〈리틀 포레스트〉」中) - 218~219p
독특한 책의 전개와 디자인은 몰입을 배가시키는 요소다. ‘관람 에티켓, 예고편, 영화 관람평, 엔딩 크레딧’ 순으로 이야기를 배열해, 책을 펼침과 동시에 마치 영화관에 입장한 듯한 느낌이 들도록 구성했다. 영화 속 장면을 묘사한 일러스트와 명대사는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영화와 관련한 학생 각자의 소소한 이야기를 담은 2부와 3부는 10대 청소년들의 일상과 취향, 고민 등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저자 중 한 명인 박서현 학생은 “(이번 동아리 활동을 통해) 내 인생이라는 영화를 들여다볼 수 있었고, 그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동래여자중학교의 인문학 동아리 ‘귀를 기울이며’에서 자신들의 활동을 책으로 엮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특히 올해 발간한 책은 아홉 번째로 감회가 깊다. 줄곧 동아리와 함께 한 김성현 교사는 “학생들과의 논의를 통해 매년 새로운 주제와 방식으로 동아리를 운영해오고 있으며, 정답이 없는, 인간에 대해 생각하고 이해할 수 있는 인문학을 다뤄왔다”고 한다. 올해로 3년째 함께 하고 있는 이제훈 교사는 “학력이 아닌 생각하는 힘이야말로 학생들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힘이라 믿는다”고 말한다. 인문학 동아리를 거쳐 간 학생 중 예비 국어 교사, 작가를 꿈꾸는 이들이 많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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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 편집후기
편집자의 업무 중에는 글을 ‘읽는’ 것뿐만 아니라, ‘쓰는’ 일도 수반된다. 글의 수준이 넘치든 적당하든 부족하든, 타인의 글에는 저마다의 세계와 색깔이 있어서 어느 한 부분이라도 배울 점이 있다. 그런 글을 매번 접하다 보니 직접 뭔가를 쓸라치면 매번 쪼그라든다.
학생들의 글을 읽는 내내 감탄이 나왔다. “아니 도대체 학생들이 이렇게 글을 잘 써버리면 나 같은 어중이는 어떻게 살란 말이야~”하는 볼멘소리가 툭 나오지만 입가에는 미소가 번진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그것을 문장으로 표현하는 능력도 뛰어난 학생들과 사회에서 함께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벅차다.
뻔한 글쓰기에 갈증을 느끼고 있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어떤 글은 영화 속 상황과 현실을 담담하게 교차시키고, 또 어떤 글은 영화의 플롯에다 자신의 이야기를 넣어 아예 새로운 이야기로 재구성하는 등 다양한 글쓰기 방식을 선보인다. 과감한 시도다. 이렇게 개성 넘치는 글이 44편이나 수록되어 있다. 한편 한편마다 신선한 영감을 제공할 것이다.
기본정보
ISBN | 9791168260962 |
---|---|
발행(출시)일자 | 2023년 02월 06일 |
쪽수 | 268쪽 |
크기 |
210 * 290
mm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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