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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시인총서 1
오창헌 저자(글)
가을 · 2018년 11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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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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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헌 시인의 시집 『해목』이 가을 시인 총서 첫 번째 시집으로 출간되었다. 총 2부로 구성된 시집 『해목』은 제1부 고래시와 바다시 26편, 제2부 자연과 일상을 노래한 시 26편 등 총 52편이 실려 있으며, 사진가 권일의 사진 작품 17편과 이윤길 선장시인의 고래 사진 2편, ‘이등병의 편지’ ‘가을 우체국 앞에서’로 잘 알려진 김현성 작곡가의 ‘어머니의 숨비소리’와 울산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학주 작곡가의 ‘거시기’ 등 악보 2편이 실려 있다.

오창헌 시인의 시는 어렵지 않다. 요즘 현대시의 난해함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그러나 시가 쉽게 읽힌다고 해서 가볍지는 않다. 그의 시 「색소폰을 부는 고래」 「바다의 눈물」 「부엉이」 「꽃잎 하나」 등등의 시에서 보이고 있는 역사적 사건이나 사회적 이슈들은 물론 「공두」 「봄이 겨울에게」 「자연의 계산법」 「숨겨둔 거울」 등등의 시에서 보이는 일상에서 얻은 깨달음들을 시로 표현해 내고 있기 때문이다.

평론가 안성길은 이번 시집에 대해 “집을 펼치는 순간 싱싱한 갯내가 훅 얼굴에 끼친다. 서시 「바다의 태교」를 보면, 그도 그럴 것이 시인의 “어머니는 제주 해녀”였고, 시인을 출산하는 전날까지 물질을 했으니 말이다. 그 결과로 나온 고백, “나의 첫 교과서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 물결의 출렁임과 / 깊게 내뱉던 어머니의 숨비소리 / 그게 어머니의 가르침이고 / 바다의 첫 가르침이었다”는 구절, 또한 「어머니의 도장」 「파도」 표제작 「해목」, 평소 시인의 발표작에는 늘 바다 냄새가 난다.“고 했다.

오창헌의 시에는 시 전체를 관통하는 은유가 있다. 그것은 삶속에 담긴 이야기를 끄집어내고 그 이야기에 시인의 호흡과 리듬과 생각을 담아 은유로 드러낸다. 삶속의 은유는 시인이 경험한 자연과 세상과 관계된 모든 일상의 은유이며 삶을 위로하는 은유이다.

오창헌 시인은 그동안 갯내음 물씬 풍기는 시인으로, 영상시 전문가로, 시전 기획자로, 또는 지역출판계의 편집자로 문화 현장을 누벼온 문학활동가이다. 그의 뒤늦은, 첫 시집 발간이 반가운 이유이다.
이 시집은 울산문화재단의 2018 예술창작발표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발간되었다.

이 책의 총서 (7)

작가정보

저자(글) 오창헌

오창헌

1997년 ‘울산공단문학상’ 시 부문 최우수. 1999년 《울산작가》로 등단. 2004년 울산대학교 대학원 정보디자인학과 졸업. 석사논문 『수용자 중심의 시 감상 멀티미디어 컨텐츠 제작』. 시집 『이상한 일이 요즘엔』(변의수 외 공저). 시노래북음반 『울산이라는 말이 별빛처럼 쏟아져 내리네』(정일근 외 공저). ‘부산ㆍ경남젊은시인회의’ ‘울산작가회의’ ‘울산사랑시노래회’ 활동과 《울산작가》 편집주간을 거쳐 무크지 《고래와 문학》 편집주간을 맡고 있으며, 현재 시 창작 교육, 시노래ㆍ영상시 공연, ‘고래문학제’ ‘고래와 바다 詩展’ 운영 등 지역문학에 애정을 쏟고 있음.

작가의 말

삶이 시와 자연스럽게 만나는 지점
그곳에 내 마음이 있다

목차

  • 제1부

    바다의 태교ㆍ12
    어머니의 숨비소리 (악보)ㆍ14
    첫 울음ㆍ16
    어머니의 도장ㆍ17
    노래가 되는 마을의 한 때ㆍ18
    새벽 바다ㆍ20
    땅개ㆍ21
    해목ㆍ22
    숨겨둔 거울ㆍ24
    강동해변에서ㆍ27
    파도ㆍ28
    바다 앞에 서면ㆍ30
    바다 화장실ㆍ32
    고래의 작살ㆍ34
    오체투지의 꿈, 고래ㆍ38
    귀신고래를 기다리며ㆍ42
    색소폰을 부는 고래ㆍ44
    돌고래의 수평선ㆍ48
    바다의 눈물ㆍ49
    숲속의 고래ㆍ54
    어머니의 봄 바다ㆍ56
    숨구멍ㆍ60
    해인을 찾아서ㆍ61
    투명한 그릇ㆍ62
    봄바다 편지ㆍ64
    지심도ㆍ66
    향일암 거북바위ㆍ67

    제2부

    공두ㆍ70
    봄이 겨울에게ㆍ72
    자연의 계산법ㆍ74
    투명한 폐가ㆍ76
    개구리울음ㆍ77
    시집을 펼치며ㆍ80
    양파 똥ㆍ82
    꿈꾸는 나무ㆍ84
    거시기ㆍ87
    거시기 (악보)ㆍ88
    같은 뿌리ㆍ92
    국자를 읽다ㆍ94
    모기ㆍ96
    깨끗함을 위하여ㆍ98
    마지막 겨울비ㆍ99
    사투리 밭에 흰 눈이 내린다ㆍ102
    원지ㆍ103
    반가운 손님ㆍ104
    큰애의 신발ㆍ106
    작은애 역성을 들다ㆍ108
    20대 바둑론ㆍ109
    그 며칠은ㆍ112
    꽃잎 하나ㆍ114
    부엉이ㆍ116
    한 폭의 풍경 속으로ㆍ120
    지리망산 으름꽃ㆍ122
    신불산행ㆍ125

책 속으로

〉 시집 속의 간추린 시 12편

숨겨둔 거울

육칠십 년대 부산은 거친 물빛의 도시였어요 말 그림자 끊어졌다는 영도, 하고도 청학동은 내가 태어난 곳이고요 오륙도는 아버지가 호적에 올린 나의 첫 이름이죠
 
등교하다 바라보면 식구 수대로 떠 있었죠 바다는 수줍은 섬 하나를 아기처럼 안고 있었고요
 
내 꿈은 키 작은 갯바위처럼 밀물에 곧잘 잠겨버렸어요 어머니 숨비소리 갯내음 갯바람 소리... 세월 속에 잊히는 기억처럼요
 
몸이 부대끼는 대로 잊고 살다 비에 젖는 밤, 도로를 달리는 차 소리가 파도처럼 들리면요 불현듯 깨어 가족을 부르죠 온몸이 그리움에 젖는 동안 더욱 작아진 내꿈이 부끄럽다고 생각도 하는데요
 
어쩌면 어린 시절 함께 보낸 숨비소리 갯내음 갯바람 소리는 잊은 게 아니라 거울 속에 숨겨두었나 봐요 새벽 아스라한 지점에 나를 비추면 사십칠 년의 섬 하나가 그렁그렁 출렁이며 저만치 서 있는 걸 봐서는요

바다의 태교

어머니는 제주 해녀였다
어머니 붉은 꽃잎 펴 나를 꿈꾸던 날에도
나를 세상 밖으로 몽긋이 내밀던 날에도
어머니는 물질을 하셨다

나의 첫 교과서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물결의 출렁임과
깊게 내뱉던 어머니의 숨비소리
그게 어머니의 가르침이고
바다의 첫 가르침이었다

세상에 나와 많은 것을 배웠지만
그때처럼 따스하지 않다
어머니 자궁처럼 편안하지 않다

어머니 손잡고 저녁 바다에 선 날
벌겋게 달아오르던 숨결 거기 있었다
나에게 일러주던 숨비소리
달빛 아래 아늑하였다

어머니의 도장

어머니는 오랜 시간 바다와 함께 했다
고무옷을 입고 수경을 끼고 허리에 납을 차고
바닷속에 들어가 출근도장을 찍었다
어머니는 계약서에 붉은 도장을 찍지 않았지만
돈 한 푼 받지 않고
계약서에 잉크 한 줄 남기지 않고
자신을 빌려주고 자신의 양식을 나눠주는 바다에게
붉은 도장 찍고 가는 노을을 계약서 삼아
전복을 잡고 해삼을 잡고 망사리에 미역을 담았다
그러다 물살이 어머니의 몸에 도장을 잘못 찍고 가는 날이면
어머니는 몸져누웠다 때때로 수술도 하면서 버텼지만
그게 퇴직사유서라는 걸 물질을 그만두고서야 알았다

해목

제삿날 다가오던 밤이었주게 먼저 간 아방을 꿈속에서 만날 때가 있주 심장 쿵쾅거리는 소리 여명을 타고 들려오주 그런 날이면 막 기대가 되주게 배 타고 아침바당 가르멍 가다 보믄 전복이 눈에 서언하주게 우린 평생 바당속에 목숨줄 내려놓구 사는 거라 마씸 무엇을 건지려구 하는지 더는 묻지 맙써 그저 살라구 바당을 댕겼다 밀었다 했싱게

바당은 큰큰한 굴레라 마씸 가늠할 수도 거역할 수도 없는 운명이라 마씸 무당 접신하듯 생명줄을 탔주 숨을 참으멍 전복 캐고 자슥 생각허멍 해삼 건져올렸주 숨비소리 들어봤수꽈 온몸에 핏줄 돌아 퍼지는 숨구멍 소리 바당 나왕 가늘게 회오리치는 노래 마씸 그중 한 곡조만 담으믄 하루일관 끝나주 너울대는 망사리에 채워 넣으믄 바당의 마지막 쪽빛날을 너멍 육지로 들어오주

아방은 먹을 복 있수다 매년 큰 전복 올리게 되니 참으로 먹을 복 많은 양반이우다 바당에서 죽었으니 상 밑에 물그릇 넣어불라 전은 꾸엄시냐 막내야 아방 소주 좋아했엄시낭 소주 사 와불라 물 들어올 때 됐수다 방안 가득 촛불이 물결 지다 잠잠해지믄 아방도 짐짓 옷깃을 여미었주 사는 기 별거 이수꽈 밀물 들고 썰물 나는 인생살이 물결처럼 푸르게 살면 되주

오체투지의 꿈, 고래

꿈이 꿈을 낳는다는 말처럼
절실하고 애끓는 기다림
어디 있을까

꿈이 꿈을 낳는다는 말처럼
수천만 년을 오체투지로 염원한 그리움
또 어디 있을까

(고래는 왜 바다로 갔을까?)

밤늦은 동해 어느 해안선인들
고래의 울음소리 들리지 않을까
물결 져 오며 우르릉 우르릉 천둥 울리는
파도, 거대한 몸집의 고래들
검은빛 내뿜으며
해안선 끝에 온몸을 부딪친다
하얗게 부서진다
남은 건 기다림이다 지독한 기다림
기다림에 지칠수록 사무치는
그리움, 고래는 애타는 그리움이다

(고래는 왜 파도 속에 꿈을 심었을까?)

작은 짐승이 고래가 된 것은
생존의 불가피한 선택이라고들 하지만
그건 학자들의 유추일 뿐
고래의 진면목을 모르는 해석에 불과할 뿐

파도가 전한 수억 년의 몸짓이
수십억 년 아니 그보다 더 오랜
우주가 태어난 순간부터 전해져 온 몸짓이
고래에게 파도를 꿈꾸게 했다면
고래는 진짜 고래가 되려고 수천만 년 전부터
파도처럼 바다를 헤엄칠 꿈을 꾸었을 것이니

바다에서 고래를 본 자는 알 것이다
고래가 파도를 닮았다는 것을
그 어느 생물과 비교할 수 없이
파도를 닮았다는 것을

언제부턴가 파도의 꿈이 고래의 꿈이 된 것처럼
이제 고래의 꿈은 지구 모든 어린이의 꿈
수천만 년 전부터 오체투지로 염원한 고래 이야기는
어린이의 마음에 새로운 꿈을 심을 것이니

우주가 파도에게 전한 말
파도가 고래에게 전하고
고래가 다시 지구의 모든 어린이에게 전하는

그 몸짓은
우주가 전하는 또 다른 말씀

꿈이 꿈을 낳는다는 말처럼
절실하고 애끓는 사랑 노래
또 어디 있을까

색소폰을 부는 고래

언제부턴가 두만강 푸른 물속을
어미 귀신고래 거슬러 올라가
색소폰을 분다

젖줄은 한없이 흘러 백두대간을 타고
구룡포 염포 가덕 거제를 지나
오동도 완도 가거도에 이르기까지
잔물결 일렁이며 남해를 돌아나가고
추자도 거문도를 헤엄치다
소리치는 백록담에 오르며
뭉게뭉게 구름집이 되는데

고래가 부는 색소폰은
소리 내지 못한다
두만강의 젖은 마음이
한반도를 흔들어 댈 뿐
가닿을 수 없는 안타까움으로
백록담에서 뭉게구름이 될 뿐
고래의 색소폰은
소리가 되지 못한다

사람들이 고래를 기다리는 것처럼
고래는 색소폰을 입에 물고
소리 없이 소리 없이
껴안고 뱃고동 칠 목포의 눈물을 분다

空頭

옛날에 오 씨라는 사람이 밥 먹고 하는 일이
자신의 빈 문패를 쓰러뜨리고 세우는 일이었다
아침에 쓰러뜨린 문패를 저녁이면 세웠다
칠흑 같은 밤이기도 했고
비 오는 새벽녘의 일이기도 했으며
세우지 못한 날도 있었다
세울 때면 붓으로 맹물을 찍어
빈 문패 위에 무언가를 적었다
그는 자신을 찾고 있었다
누구인지 알고 싶었다
왜 사는지 묻고 있었다
그걸 위해 시를 썼다
한 편씩 쓸 때마다 자신을 찾아갔다
한 편씩 쓸 때마다 빈 문패가 세워졌다
어느 날 빈 문패를 쓰러뜨렸는데도 편안했다
이제 그는 굳이 자신을 찾아 떠나지 않아도 되었다
그는 자신을 찾는 일로 더 이상 시를 쓰지 않았다
가끔 자신과 어울리는 세상에 대해 읊조리면 그만이었다
그는 빈 문패 위에 먹물을 찍어 자신을 써 내려갔다
空頭, 비어있는 것은 모두 머리다
그는 허공에 머리를 내밀었을 뿐인데
사람들은 그를 ‘허공의 머리’라 불렀다

봄이 겨울에게

햇살을 받아
햇살을 받아
너는 수피 속에 금자탑을 세우고
그대로 서 있거라
 
나는 이 순간 헐벗은 나무로 남아
너의 인고를 가슴에 기록할 것이다
너의 문을 열고
네가 세운 금자탑으로
세상에 너의 마지막 소식을 알릴 것이니
혹 너를 버렸다고 당혹해 하지는 마라
 
그리고 기다려다오
 
마음이 뜨거워지고
몸이 활활 타올라
마침내 사그라들면
나의 일기장엔 너의 기록이
가득 찰 것이다
빛나는 금자탑이 언강을 녹이고
폭설을 당당히 물리치고
꽃시샘추위도 헤쳐내면
그때를 기다려
그때를 기다려 나는
너의 마지막 기록을 가슴에 품고
햇살의 위로를 받을 것이다

자연의 계산법

혹독한 추위에 새싹을 더하니 봄이 왔고
겨울바람에 봄을 더하니 여름이 왔다
지난가을에 올여름을 빼니 봄이 그립다
봄의 거리에서 나는 한 그루 나무가 되어
자연의 계산법을 익히려 했다
지난봄에 늦여름 아스팔트를 더하면
세상이 온통 시커멓게 변할 줄 알았다
나의 철없는 유추는 모두 틀려버렸다
우리의 봄은 그 어느 뜨거운 여름을 더하더라도
철없이 숯검댕이가 되지 않고 무르익는다
나는 더위를 싫어하지만 여름의 열정은 사랑한다
그 열정에 가을의 붉은 낙엽을 띄우면 겨울이다
쓸쓸한 가을길에 겨울의 깊이를 더해야만
다시 새싹이 돋고 연초록으로 산이 물들 것이다
구월에 비가 내리면 내 몸은 빼기를 한다
여름을 액세서리처럼 서산마루에 걸어놓고 나면
서방칠수 백호가 가을밤을 지켜낼 것이다

개구리울음

볍씨는 왠지 눈물이 났다
졸음 오는 봄 내음이 싫었다
겨울 한 철 누런 때를 벗기고 싶었다
개구리 한 마리가 그걸 눈치채고 울어주었다
그러자 이웃들이 따라 울었다
너무 큰 나머지 온통 무논이 되었다
그런 봄밤이었다
청개구리처럼 푸른 달빛이
봄밤을 깨우고 있었다
그제야 볍씨는 저도 모르게 일어섰다
눈물보다 진한 향기가
봄밤을 출렁이게 했다
오월 어느 날이었다

꽃잎 하나

“내게 고향이란... 군소개작전에 따라 소각된
잿더미 모습 그대로 머리에 떠오르는 것”*

거미야 흩어진 기억을 붙잡으러 왔니 저미는 봄빛을 붙잡으러 왔니 니가 더듬듯 갓 피운 꽃잎 하나, 낡은 집이 기우뚱거린다
니가 새로 집 짓는 것이 밤이슬 속에서 새벽이슬 속까지 마냥 애태우는 것이 허공에 눈 틔우는 길이라는 걸 웅크린 새벽에도 여명을 보면 안다
바람 불 적마다 낮은 목소리 섞어 기록하던 키 작은 집들
그 집에 살던 청미래덩굴과 밥 연기와 빈 마을을 어슬렁거리던 햇살과 추적추적 내리던 빗줄기의 오랜 이야기는 아직 곡예 중이다 그 무엇도 땅 짚지 못하고 허공을 떠도는 곡예사들이다
살 에이는 꽃샘바람에도 사월은 꽃잎을 피운다
무거울 정도로 어두운 집터, 꽃이란 오랜 기억을 갈고 갈아 투명한 속살이 되는 이슬, 잠시 머물다 떠나고 다시 돌아와 오랜 나무의 벗이 되는 한해살이
꽃잎이 하나하나 오름을 오르고
낡은 집은 무너져 내린다

* 현기영 作 「순이 삼촌」에서

부엉이

그리움은 커다란 부엉이 눈처럼 커지는 것
애잔해질수록 가슴에는 커다란 눈망울이 자꾸 걸려
멍울 터뜨리는 눈가에 맑은 집 한 채 지었다지
울분이 일면 종이비행기 날리며 울부짖었다지
덕수궁 담벼락 서울시청 광장
봉하 마을 논바닥이든 어디든
가슴을 쥐어뜯는 거리 곳곳
그저 미안하다 미안하다
리본을 달고 쪽지를 붙이며
한 줄 한 줄 아로새겼다지
노오란 멍울 짙어질수록
가슴 한복판 쥐어짰을
김해 봉화산 부엉이

밤에 더욱 애잔해지는 것은
마른 물줄기 타고 흐르던
푸른 강을 기억하기 때문이지
노오란 촛불이 서글피 타는 것은
봉화산 부엉이바위보다 강한
부엉이 울음소리 들었기 때문이지
커다란 부엉이 눈망울을 리본처럼
가슴에 달았기 때문이지

출판사 서평

시인 오창헌은 90년대 벽두, 서울에서 변의수 시인 등과 시동인 활동을 왕성하게 한 바 있다. 이후, 부산ㆍ경남젊은시인회의 일원으로 경향 각지의 문예지에 시를 발표하는 동시에, 시노래가 불리는 현장, 고래가 생명의 꽃잔치 벌이거나 아파하는 어디, 또 영상시가 상영되는 곳이면 대부분 그를 볼 수 있었다. 즉 그는 시를 매개로 다방면에서 활동한 열정의 문학 활동가였다. 그런 그가 시력 30년이 가까워 첫 시집 『해목』을 엮으니 마냥 반갑다.
시집을 펼치는 순간 싱싱한 갯내가 훅 얼굴에 끼친다. 서시 「바다의 태교」를 보면, 그도 그럴 것이 시인의 “어머니는 제주 해녀”였고, 시인을 출산하는 전날까지 물질을 했으니 말이다. 그 결과로 나온 고백, “나의 첫 교과서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 물결의 출렁임과 / 깊게 내뱉던 어머니의 숨비소리 / 그게 어머니의 가르침이고 / 바다의 첫 가르침이었다”는 구절, 또한 「어머니의 도장」 「파도」 표제작 「해목」, 평소 시인의 발표작에는 늘 바다 냄새가 난다.
이번 시집 『해목』을 관통하는 오창헌 작품세계의 지향점은 “삶이 시와 자연스럽게 만나는 그곳”(시인의 말)에 대한 치열한 사유다. 또한 그 감각적 표현양태는 여러 작품들에 보이는 ‘숨비소리’ 하나로 모인다. 그리고 그것은 주어진 삶을 지극히 성실하고 경건하게 살아낸 과정이요 결과가 아니고는 불가능하다.
- 안성길 (시인ㆍ평론가)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 시리즈명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91196225629
발행(출시)일자 2018년 11월 30일
쪽수 128쪽
크기
127 * 188 mm
총권수 1권
시리즈명
가을 시인총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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