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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에타 랙스의 불멸의 삶

리베카 스클루트 저자(글) · 김정한 , 김정부 번역
꿈꿀자유 · 2023년 01월 01일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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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7년 이상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가디언〉 선정 ‘21세기 최고의 책 100’
아마존 선정 ‘평생 한 번은 읽어야 할 100권의 책’
평범한 젊은 여성이 자궁경부암으로 죽었다. 의사들은 허락도 받지 않고 몰래 그녀의 세포를 가져갔다.
헨리에타 랙스는 이름 없는 무덤에 묻혀 잊혔지만, 그녀의 이름을 딴 헬라 세포는 무한 증식해 불멸의 존재가 되었다. 의학 혁명을 일으키고 수백억 달러 규모의 산업을 탄생시켰다.
하지만 수십 년간 가족은 이런 사실도 모른 채, 가난과 질병에 시달리며 의료 혜택도 받지 못하고 살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 의미가 더욱 중요해질 우리 시대의 새로운 고전

과학과 역사와 휴먼드라마가 하나로 합쳐진 이 이야기는
첨단의학과 환자의 권리,
불평등과 차별,
의료윤리와 사회적 정의,
무엇보다 인간이 사회에 공헌한 다른 인간을 인정하고 기리는 방식에 관해
수많은 생각거리를 던지고 방향을 제시할 것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리베카 스클루트

리베카 스클루트

Rebecca Skloot
과학 저술가이자 논픽션 작가. 《뉴욕 타임스 매거진》 《오프라 매거진》 《디스커버》 《프리벤션》 《글래머》를 비롯한 많은 잡지에 기고해왔다. 미국 공영라디오(NPR)의 〈라디오 랩(Radio Lab)〉과 PBS 방송국의 〈노바 사이언스나우(Nova Science NOW)〉 통신원으로 일했으며, 《파퓰러 사이언스(Popular Science)》의 객원 편집자 및 《베스트 아메리칸 사이언스 라이팅 2011(The Best American Science Writing 2011)》의 초청 편집위원으로 활동했다. 전미도서비평가협회의 부회장을 역임했으며, 멤피스 대학, 피츠버그 대학, 뉴욕 주립대학에서 논픽션 작법과 과학 저널리즘을 강의했다. 현재 시카고에 살면서 동물 연구 실태를 통해 인류와 동물의 관계를 탐구한 책을 쓰고 있다.

번역 김정한

한림의대를 졸업하였고, 성균관대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혈액종양내과 전문의로 현재 한림의대 교수 및 강남성심병원 항암센터장으로 재직 중이다. 2010년 미국 프레드허치슨 암연구센터에서 연수했으며, 마르퀴스 Who’s Who, IBC, ABI 등 세계 3대 인명사전에 등재된 암연구자이다. 저역서로 ≪한평생의 지식(민음사, 공저, 2012)≫, ≪면역학 (라이프 사이언스, 공역, 2023)≫, ≪PP+면역학(라이프 사이언스, 공편저, 2021)≫ 등이 있다.

번역 김정부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조지아 공대(Georgia Institute of Technology)와 조지아 주립대(Georgia State University)에서 정책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경희대학교 행정학과에서 주로 재무행정, 예산제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재정관계 등을 연구하고 가르치고 있다.

목차

  • 책머리에
    프롤로그 사진 속의 여인
    데보라의 목소리

    제1부 삶
    검진 1951년
    클로버 1920~1942년
    진단과 치료 1951년
    헬라의 탄생 1951년
    “시커먼 게 몸 안 가득 번지고 있어 ”1951년
    “어떤 아줌마 전화야” 1999년
    세포 배양의 생과 사 1951년
    “정말 비참한 환자다” 1951년
    터너스테이션 1999년
    길 건너편 저쪽 1999년
    “고통의 악마 그 자체 ” 1951년

    제2부 죽음
    폭풍 1951년
    헬라 세포 공장 1951~1953년
    헬렌 레인 1953~1954년
    “기억하기엔 너무 어렸을 때 ” 1951~1965년
    “한곳에서 영원히” 1999년
    불법적이고 부도덕하며 개탄스러운 1954~1966년
    “정말 해괴한 잡종” 1960~1966년
    “이 세상에서 가장 결정적인 순간 ” 1966~1973년
    헬라 폭탄 1966년
    심야 의사 2000년
    “그녀는 명성을 얻을 자격이 충분합니다 ” 1970~1973년

    제3부 불멸
    “그게 아직 살아 있대요 ” 1973~1974년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소한 ” 1975년
    “누가 내 비장을 팔아도 좋다고 했습니까?” 1976~1988년
    프라이버시 침해 1980~1985년
    불멸의 비밀 1984~1995년
    런던 이후 1996~1999년
    헨리에타 마을 2000년
    제카리아 2000년
    죽음의 여신, 헬라 2000~2001년
    “저게 다 우리 엄마 ” 2001년
    흑인 정신병원 2001년
    진료 기록 2001년
    영혼 정화 2001년
    천상의 몸 2001년
    “겁먹을 건 아무것도 없으니까 ” 2001년
    클로버로 가는 먼 길 2009년

    그들은 지금 어디에
    에필로그 헨리에타 랙스, 못다 한 이야기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찾아보기

책 속으로

P13 누가 찍었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이 사진은 온갖 잡지, 과학 교과서, 블로그, 실험실 벽에 수없이 등장한다. 보통 ‘헬렌 레인’이라고 하지만, 아예 이름조차 밝히지 않은 경우도 많다. 그녀는 간단히 헬라HeLa라는 코드명으로 불린다. 이것은 숨이 멎기 고작 몇 달 전 그녀의 자궁경부에서 떼어낸 세포, 세계 최초의 불멸 인간 세포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 여인의 진짜 이름은 헨리에타 랙스다.
오래도록 그 사진을 들여다볼 때마다 그녀의 삶은 어땠을까, 남겨진 아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자신의 세포가 수조 개씩 포장돼 세계 곳곳의 실험실에서 사고 팔리며 영생을 누리고 있음을 알면 어떤 생각이 들까 궁금했다. 인간이 우주로 처음 나갈 때 인간 세포가 무중력 상태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연구하기 위해 자신의 세포를 가져갔다는 것을, 또 소아마비 백신, 항암화학치료, 세포 복제, 유전자 지도, 체외수정 등 역사상 가장 획기적인 의학 발전에 자신의 세포가 크게 기여했음을 알면 어떤 기분이 들지 상상했다. 몸속에서 자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세포가 실험실에서 자라고 있다고 알려준다면 그녀는 기절초풍할 것이다.
오늘날 정확히 얼마나 많은 헨리에타의 세포가 살아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어떤 과학자는 지금까지 배양된 헬라 세포를 무게로 따지면 5천만 톤이 넘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P49 간호사가 브랙 판을 스테인리스 받침 위에 올려놓았다. 다른 간호사가 헨리에타를 휠체어에 태워 2층에 있는 조그만 흑인 전용 수술실로 데려갔다. 스테인리스 수술대 위로 커다란 전등들이 강렬하게 빛났다. 수술 팀은 모두 백인이었다. 모두 흰 가운을 입고, 흰 모자, 마스크, 수술용 장갑을 착용했다. 헨리에타는 전신마취 상태로 방 한가운데에 놓인 수술대에 누웠다. 집도의인 로런스 와튼 주니어Lawrence Wharton Jr.는 등받이 없는 동그란 의자에 앉아 그녀의 다리 사이에 자리잡았다. 그는 헨리에타의 몸속을 자세히 살핀 후, 자궁경부를 벌려 치료 준비를 했다. 누구도 사전에 그녀에게 테린드가 자궁경부암 조직을 모으고 있다고 알리거나, 조직 기증 의사를 묻지 않았다. 와튼은 먼저 날카로운 칼로 자궁경부에서 10센트짜리 동전만 한 조직 두 개를 떼어내 유리접시에 담았다. 하나는 암에서, 다른 하나는 근처의 정상 자궁경부에서 채취했다.
그 후 라듐 튜브를 헨리에타의 자궁경부 안쪽에 밀어 넣고, 적당한 위치에 꿰매어 고정했다. 자궁경부 바깥 표면에 라듐판을 고정하고, 맞은편에 다른 판을 고정했다. 라듐판이 암 조직과 계속 접촉하도록 거즈 뭉치를 질 속으로 밀어 넣었다.

P59 헨리에타가 퇴원하고 이틀 후, 메리는 시험관 바닥에 붙은 혈괴 주변에 달걀 프라이의 흰자처럼 보이는 작은 반점들을 발견했다. 세포들이 자라고 있네! 하긴 다른 세포들도 얼마간 생존한 적이 있었지. 메리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나 헨리에타의 세포는 단지 생존한 것이 아니라 가공할 속도로 자랐다. 다음날 아침에는 흰자 같은 반점들이 두 배로 늘어나 있었다. 메리는 세포들이 자랄 공간을 넉넉히 주기 위해 다른 두 개의 시험관으로 분주分株했다. 24시간 후 반점은 또 두 배가 되어 있었다. 그녀는 네 개의 시험관에, 다음에는 여섯 개의 시험관에 분주했다. 그때마다 헨리에타의 세포들은 금세 자라나 메리가 마련해준 공간을 바로 채웠다.
하지만 가이는 폭죽을 터뜨리기엔 아직 이르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도 언제 죽을지 모르지.” 그가 메리에게 말했다. 세포들은 죽지 않았다. 지금껏 본 것들과 달리 계속 자랐다. 세포 수는 24시간마다 두 배로 불어났다. 수백 개 위에 또 수백 개가 쌓이며 금세 수백만 개가 되었다. “잡초처럼 번지네!” 마거릿이 말했다.
암세포는 헨리에타의 정상 세포보다 스무 배나 빨리 자랐다. 헨리 에타의 정상 세포는 메리가 배양을 시작한 지 며칠 만에 죽어 버렸지만, 암세포는 먹을 것과 누울 곳만 있으면 결코 성장을 멈출 것 같지 않았다.

P268 두 개의 작은 지하실 방에는 철사를 엮어 위를 막은 쓰레기통 속에 잔뜩 스트레스를 받은 앵무새들이 바글바글했다. 병원체가 공기를 통해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소독약으로 커튼을 적셔놓은 방 안에는 깃털과 새똥이 풀석거렸다. 현대식 BSL-4 시설과는 거리가 멀었던 것이다. 암스트롱도 병에 걸렸지만 다행히 죽지는 않았다. 위생연구소에서는 직원 9명이 감염되었는데 지하 조류방에 들어간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건물 전체가 병원체에 오염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연구소장은 건물을 폐쇄했다. 그 후 직접 지하실로 내려가 남아 있던 앵무새 전부와, 같은 실험에 사용했던 기니피그, 비둘기, 원숭이, 래트를 모두 클로로포름으로 마취시켜 죽인 후 사체를 소각로에 던져넣었다. 기록에 따르면 ‘키가 크고 링컨을 닮은 얼굴이 쭈글쭈글한’ 이 단호하고도 솔선수범 정신에 투철한 행정가는 바로 조지 맥코이 박사였다. 면역계의 경이로움과 기적에 가까운 행운 덕에 맥코이 박사는 병에 걸리지 않았다

P118 1951년 9월 24일 오후 4시, 에밋 형제와 친구들이 다녀간 직후에 의사는 고용량 모르핀을 주사한 후 차트에 적었다. “진통제를 제외한 모든 투약과 처치를 중단할 것.” 헨리에타는 이틀 후에 깨어났지만 때와 장소를 구분하지 못하고 몹시 겁에 질린 모습이었다. 어디에 있는지, 의사가 무엇을 하는지 전혀 알지 못하고, 심지어 잠시 자기 이름도 기억하지 못했다. 정신이 좀 들자 그녀는 글래디스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얼마 못 가 죽을 것 같다고 했다.
“언니, 데이가 아이들을 잘 보살피는가 좀 봐줘.” 뺨 위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특히 울 애기 데보라를 부탁해.” 그녀가 입원했을 때 데보라는 겨우 첫돌이 지난 아기였다. 헨리에타는 애타게 데보라를 안아보고 싶었다. 예쁜 옷을 입히고 머리를 곱게 땋아주고 싶었다. 더자라면 매니큐어를 예쁘게 칠하는 법과 머리 땋는 법을 가르쳐주고, 남자들 다루는 법도 알려주고 싶었다.

P136 헬라 세포를 이용해 개발한 초창기 세포 배양 및 클로닝cloning 기법은 단일 계통 세포를 배양하는 데 필요한 첨단 기술의 모태가 되었다. 단일 계통 세포를 배양할 수 있게 되자 인공수정, 동물 복제, 줄기세포 분리가 가능해졌다. 그동안에도 헬라 세포는 대표적인 인간세포로서 대부분의 실험실에서 꾸준히 이용되며 인간 유전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열었다.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인간 세포는 48개의 염색체를 가지고 있다고 믿었다. 염색체란 세포 내 모든 유전정보를 포함한 DNA 가닥의 꾸러미를 일컫는다. 염색체는 한데 엉켜 있기 때문에 숫자를 정확하게 헤아리기가 매우 어렵다. 1953년 텍사스의 한 유전학자가 순전히 실수로 엉뚱한 세포가 들어 있는 액체를 헬라 세포와 섞어 버렸다. ‘행운의 실수’였다. 세포 안에 있던 염색체가 부풀어서 터져 나왔던 것이다. 과학자들은 최초로 각각의 염색체를 명확하게 관찰할 수 있었다. 이 우연한 발견을 계기로 스페인과 스웨덴 출신의 두 과학자가 각기 별도로 인간의 염색체가 46개임을 밝혀냈다.
인간의 염색체 수가 몇 개인지 알려지자, 염색체 수가 너무 많거나 적어서 생기는 유전질환의 진단이 가능해졌다. 곧바로 전 세계 과학자들은 염색체의 수적 이상으로 생기는 질병을 밝혀내기 시작했다.

P192 그날 밤 조는 피범벅이 되어 데보라를 찾아갔다. 데보라는 이글거리는 분노로 앞만 응시하는 조의 얼굴을 닦고 소파에 앉혀 얼음찜질을 해주었다. 조는 밤새 벽만 쳐다봤다. 지금껏 데보라가 본 그 누구보다도 더 섬뜩한 얼굴이었다.
날이 밝자 조는 데보라네 부엌에서 검은 나무손잡이가 달린 식칼을 들고 나갔다. 이틀 후인 1970년 9월 15일, 조는 운전수로 일하던 지역 트럭회사로 출근했다. 오후 5시 무렵 그는 동료 한 명과 올드 그랜드대드Old Granddad 위스키 한 병을 거의 다 비웠다. 퇴근한 조가 이스트 볼티모어의 랜베일가와 몬트퍼드가가 만나는 모퉁이에 들어섰을 때는 아직 벌건 대낮이었다. 아이비는 바로 모퉁이에 위치한 자기 집 현관 앞에서 친구들과 떠들고 있었다. 조는 길을 건너 “어이, 아이비”하고 부르더니 곧바로 심장을 찔렀다. 아이비는 비틀거리며 옆집으로 도망쳤고 조가 뒤쫓았다. 아이비는 피가 흥건히 고인 바닥에 얼굴을 처박고 쓰러졌다. “맙소사, 내가 죽다니, 구급차를 불러줘!” 너무 늦었다. 몇 분 지나지 않아 소방관이 도착했지만, 이미 숨이 끊어진 뒤였다.

P277 헬라 세포를 연구해 과학자들은 암세포가 무한히 분열할 수 있음을 알아냈다. 그리고 세포가 헤이플릭의 한계점에 도달하면 사멸하는 기전에 어떤 이상이 생겨 암이 발생하는 것이 아닌가 추측했다. 모든 염색체의 끝에는 텔로미어telomere라는 DNA 가닥이 있다. 시곗바늘이 째깍째깍 움직이면서 시간이 가듯, 정상 세포는 분열할 때마다 텔로미어가 조금씩 짧아진다. 텔로미어가 거의 없어지면 세포는 분열을 멈추고 죽는다. 이런 과정은 노화와도 관련이 있다. 우리가 나이를 먹을수록 텔로미어는 점점 짧아지고, 세포들이 사멸할 때까지 분열할 수 있는 횟수도 점점 줄어든다.
1990년대 초반, 예일 대학교의 한 과학자가 헬라 세포를 이용해 암세포에는 텔로미어를 재건하는 텔로머라제라는 효소가 있음을 밝혀냈다. 텔로미어를 무한정 재생한다는 뜻이다. 이로써 사멸하지 않는 헬라 세포의 비밀이 풀렸다. 헬라 세포가 결코 늙지 않고, 죽지도 않는 것은 텔로머라제가 헨리에타의 염색체 끝에 붙어 있는 똑딱시계의 태엽을 계속 되감기 때문이다. 강력한 증식력으로 그렇게 많은 배양 세포를 잠식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불멸성 때문이다. 헬라세포는 어떤 세포와 맞닥뜨리든 그들보다 더 빨리 증식하고 더 오래 살았던 것이다.

P339 오랜 침묵 끝에 제카리아가 입을 열었다. “저게 엄마 세포면, 엄마는 흑인인데 왜 세포는 검은색이 아닐까요.”
“현미경으로 보면 세포는 색이 없습니다. 다 똑같지요. 염료로 색을 입히기 전엔 투명합니다. 세포만 봐서는 피부색이 어떤지 알 수 없어요.” 그는 제카리아에게 가까이 오라고 손짓했다. “현미경으로 세포를 한번 보시겠습니까? 이렇게 보면 더 잘 보이죠.”
크리스토프는 데보라와 제카리아에게 현미경 사용법을 설명했다.
“이렇게 보세요…… 안경은 벗으시고요…… 이제 여기 손잡이를 돌려서 초점을 맞추세요.” 마침내 데보라의 시야에 세포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그 순간 그녀는 현미경을 통해 영롱한 형광 녹색으로 염색된 어머니 세포로 이루어진 거대한 바다를 보았다.
“아름다워요.” 이렇게 속삭이고 그녀는 아무 말없이 현미경을 들여다보았다. 마침내 그녀가 세포에서 눈도 떼지 않은 채 말했다. “세상에, 현미경으로 엄마를 볼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네요. 이런 날이 올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어요.”

P362 “이게 어디서 사기를 쳐!” 데보라가 다시 소리쳤다. 그리고 침대에서 뛰어내리더니 삿대질을 하며 내 앞에 버티고 섰다. “거짓말 치는 게 아니라면, 왜 웃었냐구?”
나는 이유를 설명하며 진정시키려고 했지만, 그녀는 정신없이 캔버스 가방에 기록지를 쓸어 담았다. 그러다 갑자기 가방을 침대 위로 던지더니 달려들었다. 벽으로 밀어붙이며 손으로 내 가슴을 세게 내리쳤다. 벽에 머리를 호되게 부딪쳐 숨도 못 쉴 지경이었다. “너 누구 좋으라고 이 짓거리야?” 그녀가 고함을 질렀다. “존홉킨이지?”
“뭐라고요? 아니에요!” 나는 헐떡거리며 소리쳤다. “저 혼자서 일하는 거 아시잖아요.”
“누가 보냈어? 누가 너한테 돈을 주냐구?” 그녀가 악을 썼다. 손은 여전히 나를 벽에 밀어붙인 채였다. “이 방값 낸 사람 이름 불어!”
“벌써 다 얘기했잖아요! 기억 안 나요? 신용카드? 학자금 대출?” 결국 만난 후 처음으로 데보라에 대한 인내심을 잃고 말았다. 나는 그녀의 손아귀를 홱 뿌리치면서 소리를 질렀다. “씨발, 진정하고 나한테서 떨어져!”

출판사 서평

그녀 이름은 헨리에타 랙스다!

오늘날 의학과 생물학의 눈부신 발전의 밑바탕에는 헬라(HeLa) 세포가 있다. 최초로 실험실에서 인공배양에 성공한 세포주다. 이 세포가 없었다면 소아마비 백신도, 클로닝도, 유전자 매핑도, 시험관 아기도 가능하지 않았다. 하지만 대중은 물론 과학계에 몸담은 사람들조차 헬라는 알아도 그 세포주가 한 사람의 이름을 딴 것임은 모른다. 그 세포는 한 흑인 여성의 자궁경부암 조직에서 떼어낸 것이었다. 의사들은 가난한 담배 농부였던 그녀의 조직을 허락도 받지 않고 떼어내 배양했다. 그녀는 암으로 죽었고, 지금은 찾을 수도 없는 무덤에 묻힌 후 잊혔다. 아무도 헬라 세포의 주인이 누군지 묻지 않았다. 이제 우리는 그녀의 이름을 부른다. 그녀 이름은 헨리에타 랙스다!

가족은 눈부신 과학의 발전 속에서 가장 후미진 곳에 소외되었다.

헬라 세포는 무한 증식했다. 지금까지 복제 증식된 세포의 무게는 5천만 톤. 부피로는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100채 분량이다. 지구를 세 번 덮고도 남을 정도다. 불멸의 세포는 생물학과 의학의 혁명을 일으키고 수백억 달러 규모의 산업을 탄생시켰다. 그러나 헨리에타 랙스의 가족은 그런 사실을 까맣게 모른 채 빈곤층으로, 노숙자로, 범죄자로 살며, 의료보험 혜택조차 받지 못했다. 10년에 걸쳐 이렇듯 기막힌 사실을 추적한 이 책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큰 충격과 함께 수많은 의문을 던지면서 21세기 최고의 논픽션의 위치에 올랐다. 미국에서는 7년 넘게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수백만 부가 필렸고, 오프라 윈프리가 주연을 맡아 전격 영화화되기도 했다.

우리가 답해야 할 문제는 이제 시작이다.

이 책은 수많은 문제를 제기한다. 의학/과학 발전을 위해 인간의 권리를 어디까지 양보할 수 있는가? 또는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과학 발전을 미룰 수 있는가? 어디까지가 이용과 착취이고, 어디부터 숭고한 희생과 양보인가? 피험자가 모든 것을 이해하지는 못하는 상황에서 설명과 동의는 어떤 의미를 갖는가? 인간에게서 유래한 것으로부터 개발된 모든 제품과 기술의 상업적 가치는 어떻게 분배되어야 하는가? 이런 과정에 기여한 사람을 어떻게 기억하고 대우해야 하는가? 그런 과정을 통해 빈부, 장애, 인종 등 차별과 혐오를 줄일 수는 없을까? 이런 모든 질문이 갈수록 중요한 의미를 갖는 까닭은 이제 우리가 인간의 모든 것이 정보화되어 가공되고 저장되고 이용되는 시대의 문턱에 서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진정한 의미는 앞으로 끊임없이 발굴되고, 해석되고, 적용되면서 새로운 빛을 던질 것이다.

기본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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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87313618
발행(출시)일자 2023년 01월 01일
쪽수 460쪽
크기
140 * 225 mm
총권수 1권
원서(번역서)명/저자명 The Immortal Life of Henrietta Lacks/Rebecca Sklo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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