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청소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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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동아일보 > 2023년 1월 3주 선정
소설가 김종광의 한문단편 각색 소설집
조선 후기 한문책들에서 지금의 청소년이라 할 수 있는 소년들의 한바탕 이야기를 찾아내 최대한 각색했습니다. 12편입니다. 텍스트 출처인 한문책에 대개의 이야기는 간략히 적혀 있죠. 요즘의 ‘줄거리 요약’ 수준입니다.
그 이야기들을 되풀이해서 읽고, 당시 상황에 맞춰 청소년 인물의 감정과 생각과 행동을 최대한 사실적으로 담아보려고 했습니다.
한국고전번역원의 ‘한국고전종합DB’의 번역문, 그 밖에 인터넷에서 열람이 가능한 번역문, 『이조한문단편집』(전 3권, 이우성·임형택 역편, 일조각)의 번역문을 참조했습니다.
어떻게 옛날 청소년을 제대로 그릴 수 있겠어요. ‘타산지석 이야기’로 꾸미는 데 집중했습니다. 다만 교훈이 부족할 수 있어요. “교훈은 강아지에게나 갖다줘!”라는 마음으로 썼어요.
_「작가의 말」에서
이 책의 총서 (3)
작가정보

1971년 충남 보령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서 공부했다. 1998년 〈계간 문학동네〉 여름호로 데뷔했다. 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희곡 「해로가」가 당선되었다. 소설집 『경찰서여, 안녕』 『모내기 블루스』 『낙서문학사』 『처음의 아해들』 『놀러 가자고요』 『성공한 사람』, 중편소설 『71년생 다인이』 『죽음의 한일전』, 청소년소설 『처음 연애』 『착한 대화』 『조선의 나그네 소년 장복이』, 장편소설 『야살쟁이록』 『율려낙원국』 『군대 이야기』 『첫경험』 『똥개 행진곡』 『왕자 이우』 『별의별』 『조선통신사』 『산 사람은 살지』, 산문집 『사람을 공부하고 너를 생각한다』 『웃어라, 내 얼굴』, 기타 『광장시장 이야기』 『따져 읽는 호랑이 이야기』 등이 있다.
목차
- 내 남자는 내가 선택한다
내 인생은 내가 되찾겠다
박문수의 변명
노래가 좋다
글은 재미있는 것
사랑은 공부다
아버지는 결백하다
기술자 최천약
나무꾼 시인
신부, 신랑을 구하다
거짓을 찌르다
우울증을 이겨내는 방법
작가의 말(각색의 변)
책 속으로
“소인은 비록 천한 신분이나 포부가 웅대합니다. 종놈이라 꿈도 꾸지 말라니 이래 살아 뭐 하겠습니까? 대장부가 이깟 종질에 썩고 있으니 울화가 치밀어 못 살겠습니다. 차라리 안 살고 말겠습니다.”
_「내 남자는 내가 선택한다」 16쪽
그렇게 내 운명은 정해졌다. 아무리 반항해도 어버이는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딸을 위해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확신했다. 일가친척들이 축하하러 왔다. 일가친척은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었다. 가문의 광영이라고 자랑스러워했다. 덕담이랍시고 지껄였다.
“얼마나 기쁜 일이냐? 판서 대감이 정력이 여전하시다니 애도 낳을 수 있을 테다. 떡두꺼비 같은 아들 하나만 낳아봐라. 크게 대접받을 것이야.”
_「내 인생은 내가 되찾겠다」 35쪽
“저는 권모술수를 써서라도 과거에 급제할 것입니다. 관직에 나가서도 권모술수를 다 할 것입니다. 그래서 힘 있는 자가 될 것입니다. 왜냐고요? 권모술수로 백성을 착취하는 탐관오리들을 때려잡으려고요.”
-「박문수의 변명」 59쪽
“저 아이는 노래할 때 모든 것을 다 바쳐 노래합니다. 그것이 듣는 이 귀에는 개 짖는 소리, 그릇 깨지는 소리, 돼지 멱따는 소리로 들릴지언정, 부르는 저 아이는 제 혼을 다 바쳐 노래한 것입니다. 저 아이는 석 달 동안 저렇게 노래했습니다. 오늘도 혼을 다 바쳐 노래하다가 혼절했고요. 그게 저 아이의 재능입니다.”
_「노래가 좋다」 94-95쪽
“네 녀석이 끝내 이런다면 너 한 몸만의 불행이 아니다. 우리 집안의 수치다. 너 하나로 인하여 삼대를 쌓아온 대제학의 명성이 우습게 되어버렸잖느냐?”
아버지는 창피해서 훈장을 데려다 쓰지 못하고, 몸소 가르쳤다. 아버지는 갖가지 방법을 다 썼다. 종아리를 때리고, 무작정 베끼게 하고, 잠을 안 재우고. 하지만 나는 끝내 그놈의 ‘하늘 천, 땅 지’ 두 글자를 깨치지 못했다.
_「글은 재미있는 것」 100쪽
공부를 열심히 하려고 들자, 자란이 걸림돌이 되었다. 자란이 나타나면 의지가 모래성처럼 허물어졌다. 자란과 우스개를 하고 신나는 놀이를 하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과거고 급제고 싹 잊었다. 당장의 행복이 야망을 지웠다.
_「사랑은 공부다」 123-124쪽
쏜살같이 달려 정자로 올라갔다. 북채를 들어 사정없이 북을 때렸다. 신문고가 울리면 임금님이 ‘짠’ 하고 나타나 내 말을 들어주어야 했다. 하지만 임금님은 나타나지 않았다. 사또보다 높아 뵈는 군인이 나타났다.
“북은 왜 쳤느냐?”
아는 대로 아버지 일을 얘기했다.
“알겠다. 돌아가 있으라.”
어리벙벙했다. 신문고가 이처럼 간단한 것이었나?
_「아버지는 결백하다」 160쪽
못생기면 재주나 품성도 오해받기 마련인가. 어렸을 때 유난히도 못생겼던 나는 근거도 없이 매사에 미련한 놈, 성미 고약한 놈으로 취급받았다. 열 살도 안 된 아이가 미련하면 얼마나 미련하고 고약해보았자 얼마나 고약하겠는가. 그럼에도 유독 멍청이에 싹수머리 없는 놈 취급을 당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 생김새 때문이었다.
_「기술자 최천약」 167쪽
“배불리 먹고살 수만 있으면 되지 종이면 어떻고 상놈이면 어떠냐? 어차피 양반이 아닐 바에야 종놈 상놈 따지는 것은 도토리 키 재기처럼 우스꽝스러운 짓거리다.”
“아버지는 종놈인 것이 하나도 억울하지 않단 말씀입니까?”
“대체 뭐가 억울하냐? 양반이라고 사는 게 편안하냐? 과거급제 못 하면 바보 신세고, 관리가 돼서도 툭하면 역모다 뭐다 걸려서 모가지가 달아날 걱정에 잠이나 편히 자겠느냐?”
_「나무꾼 시인」 191쪽
“그럴 마음이 왜 없겠나. 내 주제에. 이놈의 양반 허울 벗어던지고 상놈으로 살고 싶네. 태어나기를 양반으로 태어났으니 이래 빙충이 꼴이 돼서도 양반입네 하는 것이지. 나 같은 것을 사위로 받아주겠다는 중인집이나 상민집이 있겠는가? 돈만 있으면 양반 신분을 사고팔 수 있는 세상이네. 부가 모든 것을 말하네. 부유한 상민은 가난한 양반을 집 없는 개처럼 하찮게 보네. 어떤 상민이 나 같은 걸 사위로 들이겠나? 양반이 조약돌처럼 널린 세상에.”
_「신부, 신랑을 구하다」 207쪽
진실보다 거짓이 힘세다. 진실이 산들바람이라면 거짓은 태풍이다. 사람들은 정련이를 철없는 소년으로, 안 씨 할멈을 천하에 둘도 없는 허풍쟁이로 알아왔다. 처음에는 정련이와 할멈을 믿지 않았다. 거짓은 눈덩이와 같았다. 거짓은 데굴데굴 구르며 몸집을 불렸다. 믿지 않던 사람들이, 정말로 정련이와 은애가 호박씨를 깠을지도 몰라, 있을 법한 일이야, 시나브로 믿게 되었고, 약간의 믿음이 가미되자 거짓은 진실로 둔갑해버렸다.
_「거짓을 찌르다」 232쪽
출판사 서평
1998년 등단 이후 『경찰서여, 안녕』 『산 사람은 살지』 등의 소설을 비롯하여 『착한 대화』 『조선의 나그네 소년 장복이』 등의 청소년소설을 발표해온 김종광의 한문단편 각색 소설집. 조선 후기 한문책들에서 지금의 청소년이라 할 수 있는 10대들의 이야기를 골라 각색한 소설집이다.
이번 소설집은 조선 후기 사회를 사실적으로 그렸다고 평가받는 3대 야담집 『동야휘집』 『청구야담』 『계서야담』, 중인층 이하 인물들의 행적을 기록한 『이향견문록』 『병세재언록』 『동패집』 『동상기찬』 『청야담수』 『아정유고』, 연암 박지원의 초기 문학을 대표하는 『방경각외전』에서 고른 총 12편의 작품을 김종광 작가의 능청스러운 입담으로 “‘사’실적이게, ‘개’연성 있게, ‘핍’진성 있게, 그래서 ‘진’실성까지 느껴지도록” 각색하여 담았다.
“교훈은 강아지에게나 갖다줘!”
흔히 옛이야기를 당대 청소년에게 전할 때, 어른들은 어떤 교훈을 주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집니다. 청소년을 독자가 아니라 계몽 대상으로 여기니까요. 저는 그런 억지스러운 교훈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었습니다.
_「작가의 말」 259쪽
작가는 여느 청소년문학과 달리 교훈을 배제했다. 어른의 시각으로 만들어진 교훈은 뼈가 되고 살이 되지 못하고 창밖의 ‘교훈’으로 남는다. 작가는 그런 억지스러운 교훈보다는 그 인물의 사람다움을 나타내는 데 중점을 두어 조선시대 청소년들의 감정과 생각과 행동을 최대한 사실적으로 풀어내는 데 집중했다.
조선시대 ‘흙수저’ 청소년들의 이야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남을 속이고 빼앗아야 한다면?
괴이하다 못해 불쾌한 외모를 가지고 태어났다면?
명문가 집안의 내놓기 부끄러운 자식이라면?
가정이 어려워 사랑은 꿈도 못 꾸는 동무가 있다면?
주변의 악의적 거짓으로 나의 삶이 어둠 속에 갇힌다면?
이 질문들은 조선시대를 사는 작품 속 인물 문수, 석개, 안국, 조 도령, 은애의 고민이다. 시대를 떼어놓고 본다면 지금 청소년들의 고민과 별반 다르지 않다.
도망 나온 관노비의 아들로 태어난 정기룡,
무늬만 양반인 집 딸이라 대감 댁 첩이 되어야 하는 유 낭자,
어린 시절 첫사랑이었던 기생의 딸을 잊지 못하는 세창,
아버지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죽음을 불사하고 신문고를 울리는 차기,
못생겼다 하여 미련하고 성미 고약한 아이 취급을 받던 재주꾼 천약,
천출로 태어나 시인을 꿈꾸는 소년
작품들의 배경에는 조선 중후기 새롭게 등장한 부(富)로 말미암은 신분의 변화 등 기존 사회 규범과 모순이 깔려 있다. 이러한 사회적 모순 속에서 조선시대에도 ‘금수저’와 ‘흙수저’가 있고 빼어난 사람과 빠지는 사람이 있었으니, 조선시대 청소년들이 신분의 벽, 성차별의 벽을 어떻게 뛰어넘었는지 당차고 기세등등한 그들의 기지를 만날 수 있다.
사실적 고전에서 찾아가는 현재의 해법
이번 작품집에서 들려주는 열두 편의 이야기에는 다른 시대에 살지만 현대 청소년과 같은 고민, 같은 꿈을 꾸는 10대들의 모습을 담았다. 시대를 달리한 같은 고민은 현재에만 매몰되지 않고 문제를 멀리서 보고 비틀어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또한 사실적으로 그린 조선시대 사회 모습을 통해 불합리한 사회문제를 토론해보고 국가란 무엇인지 사회는 어떠해야 하는지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갖기를 추천한다. 주어진 스토리 읽기에서 나아가 청소년 글 읽기 방법의 확장을 꾀하는 시간을 줄 것이다.
이번 작품집을 통해 시대에 도전하는 조선 청소년들의 모습에서 지금 청소년들이 새로운 해법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기본정보
ISBN | 9791192247762 | ||
---|---|---|---|
발행(출시)일자 | 2022년 12월 26일 | ||
쪽수 | 261쪽 | ||
크기 |
136 * 196
* 25
mm
/ 552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온 가족이 함께 읽는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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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모음집이라 한 편의 길이도 짧고 글씨도 큼지막했다. 무엇보다 표지가 엄청 엄청 예쁘다. 국립중앙박물관 굿즈 느낌으로 책과 개다리소반, 향로와 연필 등 조선시대를 연상시키는 사물로 가득 차 있다. 튼튼한 양장본에 황금색 가름끈도 있다. 그런데 가름끈을 쓸 필요 없다는 게 함정이다. 후후룩 빨리 읽혀서 책을 접어 둘 일이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은 16~19세기 조선시대 쓰인 한문소설을 사실적이게, 개연성 있게, 핍진성 있게, 진실성이 느껴지도록 각색한 단편 소설집이다. 김종광 소설가가 오로지 재미로만 각색하여 ‘교훈은 개나 줘’라는 마음으로 썼다니 그저 읽고 즐기려는 가벼운 마음으로 보면 된다. 모두 12편이 실려 있고 다양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매 단편 앞에는 간략한 출처와 소개 글이 실려 있다.
12편의 이야기를 하나로 묶는 주제를 생각해 본다면 '기존의 틀을 벗어난 변화'라고 생각한다.
인재상의 변화, 여성 인권의 변화, 신분제의 변화 등이 이야기에 담겨 있었다. 당시에 많은 사람들이 요구하는 가치가 글에 담겨 있다. 부유한 서민의 등장으로 신분제가 흔들리고, 기술과 상업의 발달을 인정하고, 고른 인재 등용을 인정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여러 이야기 중에서도 <노래가 좋다>가 기억에 남는다. 주인공 '석개'에서 나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기술자 최천약>의 '최천약'과는 다르게 '석개'는 타고난 재능이 없다. 노래가 좋다는 그 이유 한 가지를 붙자고 쉬지 않고 노래를 부른다. 포기하지 않고 끈기를 갖고 노래하는 '열정'을 알아주는 이는 '명창' 단 한 사람이다. 석개의 노래를 들은 모든 사람이 석개를 비웃는 힘든 순간을 맞이하지만 '명창의 지지'는 석개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주는 계기가 된다.
"혼을 다 바쳐 노래하기를 석 달이나 계속해온 끈기와 노력이 재능입니다." (중략) 그리고 저 아이는 그때까지 줄기차게 노래할 것이고 명창이 돼서도 더 좋은 노래를 부르기 위해서 피를 몇 번이고 더 쏟을 아이입니다. 노력을 타고난 아이죠. 노력보다 더한 재능이 어디 있겠습니다?" P. 95 <노래가 좋다>
나는 석개처럼 타고난 재능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성인이 된지 한참 후에 책이 읽고 싶어졌다. 단지 그 마음 하나로 남들은 하루 만에 읽을 책을 몇 날 며칠을 붙잡고 읽었다. 글을 쓰고 싶어서 어설픈 글을 끙끙대며 적어 포스팅했다. 소유 필력 있는 글을 보면 나의 보잘것없는 글이 부끄럽게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딨어?'하며 정신승리(?)를 감행했다. 이 '열정'을 믿어주신 분들 덕분에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기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또한 6년 가까이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독서하며 차곡차곡 글을 쌓아온 나에게도 애정이 듬뿍 담긴 칭찬을 해주고 싶다. 타고난 재능은 없지만 끈기와 노력이라는 희망을 알려준 '석개'가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것 같다.
환경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개척한 주인공도 꽤 여러 번 나온다. 결혼이라는 삶의 기로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쟁취하려는 여성의 모습을 보면서 당시 많은 독자들도 용기를 얻고 희망을 가졌을 것이다. 특히 <내 인생은 내가 되찾겠다>의 유낭자는 적절한 명분을 대며 대차게 행동했다. 최근 협상에 관해서 배우고 있는데 상대방의 '면을 세우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한다. 윤감 판서 대감과 그의 아들들의 면을 세우면서 본능적으로 자신의 요구사항을 효과적으로 전달한 유낭자가 현대에 태어났으면 협상의 천재로 이름을 날렸을 것이라 상상해 보았다.
정말이지 첩이 되기 싫었다. 멀쩡하고 인물 좋은 총각의 첩이 되라고 해도 싫다고 할 판인데, 예순 살 홀아비의 첩이 되라니. P. 36 <내 인생은 내가 되찾겠다>
대감과 혼례를 치른 지 일 년이 지났다. 이대로 소박데기로 살 수는 없다. 집에서는 구박받고 밖에서는 온갖 놈의 손가락질 받으며 살 수는 없다. 내 인생은 내가 되찾아야겠다. 모든 것을 걸고 떠나기로 했다. P.45 <내 인생은 내가 되찾겠다>
부조리가 판치는 것은 시대와 나라를 막론하고 존재하지만 조선시대에는 특히나 심했던 것을 볼 수 있다. 양반은 과거를 통해 벼슬을 얹는 것을 목표로 매우 한정된 삶을 살았고, 양반이 아닌 나머지 사람들은 입에 풀칠할 농지조차 갖기 버거웠다. 사람은 늘어나고 재화는 부족한 상황이 현재에도 이어지고 있다. 한정된 공직을 차지하기 위해 부조리가 판치는 과거제도를 보면 현대 사회에도 크게 바뀐 건 없는 것 같다. 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이 생각나면서 출중한 능력을 지녀도 관직에 나갈 수 없는 당시 현실도 매우 안타까웠다. <박문수의 변명>을 읽으면서도 정직을 위한 권모술수가 옳은 것인가 계속 생각해 봤다.
"과거야말로 권모술수 판입니다. 진짜 제대로 된 선비는 단 한 명도 시험에 합격할 수 없어요. 형님이 세 번이나 낙방한 게 실력이 모자라서였습니까? 형님은 정직하셨기 때문에 낙방한 것입니다." P.58 <박문수의 변명>
어떻게 옛날 청소년을 제대로 그릴 수 있겠어요. '타산지석 이야기'로 꾸미는 데 집중했습니다. 다만 교훈이 부족할 수 있어요. "교훈은 강아지에게나 갖다 줘!"라는 마음으로 썼어요. (중략) 저는 그런 억지스러운 교훈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었습니다. 교훈보다는 그 인물의 사람다움을 나타내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중략) 판타지가 넘치는 세상입니다만, 이런 사개핍진한 이야기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P. 259 <작가의 말>
열두 편의 이야기마다 각각의 사람다움이 심겨 있었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어서 '온 가족이 함께 읽는 이야기'시리즈로 채택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자녀가 있다면 함께 읽고 이야기해 보면 참 좋을 것 같다. 나에게는 즐거운 일탈(?)이었던 『조선 청소년 이야기』를 꼭 한 번쯤은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교유서가에서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