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핑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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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안지숙 『스위핑홀』 출간
“누구나 자신만의 우주를 가지고 있다고 하잖아.
아름답고 장엄한 우주가 있다면 그 반대의 우주도 있는 거겠지.“
악(惡)으로 가득 찬 세상을 뒤엎어라!
MZ세대 주인공이 펼치는 통쾌한 활극
정의란 무엇인가?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어반 판타지
소설의 주인공 유진은 아픈 엄마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신장을 팔기로 결심하고 브로커 ‘비비’를 만난다. 그런데 수술대를 보니 도살업자의 작업대 같다. 수술을 취소하겠다고 하자 비비는 폭력을 쓴다. 이때 눈앞에 자잘한 얼룩들이 떠다니는가 싶더니 비비가 사라진다. 마당에서는 오토바이 탄 사내가 나타나 유진더러 타라고 한다. 유진을 구해 준 사내의 이름은 알렉스. 그가 유진을 데려간 곳은 베티가 사장으로 있는 나무달 카페다. 이 카페가 ‘디 오더’의 본거지다.
알렉스와 베티는 ‘디 오더’라는 단체의 회원으로 악행을 저지른 사람들을 삭제한 다음 스위핑홀이라는 가상의 공간으로 보내는 일을 하고 있다. 비문증처럼 떠오른 얼룩 가운데 하나가 스위핑홀의 문이 되는 것이다.
소설은 두 가지 이야기를 다룬다. 하나는 유진이 엄마를 위해 심장을 구하기까지의 여정이고, 또 하나는 천둥새를 숭배하는 부족의 신화를 품고 있는 ‘디 오더’라는 비밀단체의 이야기다. 소설은 갑질 민폐와 약탈의 행태 가운데 레드마켓, 곧 장기 불법 매매 사건을 중심에 놓고 디 오더와 약탈자 간의 승부를 다룬다.
그런 와중에 유진은 디 오더와 얽히면서 체 게바라를 만나 심장을 구해 오고, 디 오더 요원들은 남의 삶을 약탈하는 약탈족을 찾아내 제거한다. 약탈족은 대체로 중장년층과 노인 세대이다. 급속한 경제 발전과 자본주의가 만든 사회 구조 탓이다.
소설의 화자인 유진은 디 오더 요원인 알렉스와 베티를 만나고, 혁명의 아이콘 체 게바라를 만나 심장을 구하는 여정에서 이 소설이 던지는 질문, 정의란 무엇인가, 윤리적 삶은 뭔가에 대한 답을 찾아간다.
이 책의 총서 (12)
작가정보
작가의 말
(중략)
축제는 끝났다. 국가는 ‘이태원 참사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책임을 묻지 말고, 분노하지 말고,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모두 슬픔에 잠긴 채 가만히 있으라고, 아무 잘못도 책임도 없는 국가를 향해 작은 돌멩이조차 던지지 말라고, 근조 없는 검은 눈을 부라린다. 그리하여 축제는 끝났다. 방향을 찾지 못한 분노와 깊은 슬픔, 트라우마가 된 기억이 용암처럼 끓고 있다. 경악과 고통이 시그니처가 된 날,
작가의 말을 쓰기 위해 앉은 나는 작가의 말을 포기한다. 나는 애도한다. ‘지금은 애도(만)을 해야 하는 시간’이라는 공포에 따른 애도가 아니다. 세상에서 가장 어이없고 허망한 죽음을 맞이한 이들에 대한 애도이며, 그들 앞에 별처럼 펼쳐졌던 날들에 대한 애도이다. 애도는 죽은 자에게 보내는 산 자의 배웅의 의례이며 그들의 죽음에 애통해하는 살아남은 자들을 위한 위로이다. 이 참사가 일어난 세상보다 더 나은 세상을 염원하는 마음의 간절한 기도다.
이번에 내는 장편소설 『스위핑홀』의 부제가 ‘더 나은 세상’이다. 처음에 부제를 그렇게 붙였다가 아예 한 장(章)으로 써서 에필로그로 삼았다. 공정, 평등, 정의를 외치는 우렁찬 목소리가 스치고 지나간 자리에서 교묘하게 뻔뻔하게 행해지는 온당치 못한 행위를 까발리고 싶었다. 일테면, 생생하게 들려오는 비명으로 짐작건대 사람이 죽어 나가는 현장일 수도 있는데 신고 전화를 조용히 삼가는 인간을 이 사회에서 삭제해 버리고 싶다는 충동에서 이 소설이 시작되었음을 고백한다. 타인의 고통에 무감한 인간들이 156명이 죽은 현장에서 설정샷 사진을 찍고 인터뷰를 하며 웃는 세상이다.
적어도 이보다는 나은 세상을 바란다. 이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망각되지 않도록, 용납할 수 없는 일은 용납하지 않도록, 각자의 삶에 주어진 소명에 대해 생각하고 따로 또 같이 행동하기를 소망한다.
소설 『스위핑홀』을 쓰는 동안 행복했고, 힘들었다. 민폐 덩어리 악당을 향해 혼자 떠들고, 유진의 통쾌한 활극에 혼자 웃고, 알렉스의 슬픔에 과도하게 몰입했다 휘청거리고, 어린 친구에게 생명을 선물하고 떠난 미홍에게 연민하며 디 오더(The Order)와 함께했다. 소설은, 그러니까 세상에 대한 내 애도의 방식이다.
2022년 11월
안지숙
목차
- 프롤로그
1장. 비비가 사라졌다
2장. 나무달과 독수리
3장. 버튼을 눌러 멈추게 하는 거지
4장. 메시지MZ의 웹툰 작가
5장. 죽이는 게 아니라 보내는 거야
6장. 교수는 살아 있습니다
7장. 곤약 덩어리로 디노를 만나다
8장. 어린 생명을 빼앗는 묵은 여우
9장. 쿠바의 게릴라들
10장. 유진과 알렉스, 소해헌을 보내다
11장. 심장을 구하러 가야 해
12장. 체 게바라의 심장
13장. 내가 옳다는 확신이 가장 위험해
14장. 알렉스와 야수
15장. 엄마는 괜찮아
16장. 알렉스와 체 게바라
17장. 디 오더 되기
18장. 천둥새에게
에필로그-더 나은 세상
작가의 말
추천사
-
안지숙의『스위핑홀』은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 있음에도 여전히 더 나은 세상에 대한 꿈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어른들과 지금 여기의 부조리들을 도무지 견딜 수 없는 청년들, 모두를 위한 어반 판타지이다. 현실에서 마주할 수 있는 불법 장기 매매 조직과 연루되는 도입부를 시작으로 점차 시공을 초월하며 초자연적인 사건들로 확장되는 서사는 읽는 이에게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부여하며 진행된다. 여타의 환상소설에서 볼 수 있는 선과 악의 대립이라는 단순한 도식을 넘어 자신만의 행동강령을 따라 세계의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고자 하는 인물들의 카리스마는 묵직하고 밀도 있는 문장의 힘을 통해 소설의 몰입감을 더한다. 나아가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과 사건들이 일회성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시작으로 향후에 전개될 방대한 세계관의 시작임을 암시하는 서사장치들의 배치를 찾아내는 것도 이 소설을 읽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책 속으로
디 오더(The Order)는 단체를 지칭하는 이름이지만 순명 자체이기도 했다. 디 오더는 삼라만상의 모든 존재가 순명대로 사는 세상을 지향했고, 디 오더에 속한 요원들은 천둥새의 전설을 믿었다. 그것은 기억할 수 있는, 인류 최초의 시간으로부터 시작된 이야기였다.
-10쪽
“이유진, 우린 사람을 죽이는 게 아냐. 죽이는 게 아니라 보내는 거야. 그리고 형은 안 잡혀. 잡히기 전에 사라질 거니까.”
“스위핑홀로요?”
유진이 놀라 물었다. 알렉스는 그렇다 아니다 대답 없이 생각에 잠긴 표정이었다.
“스위핑홀로 사라지면, 그다음에는요? 그다음엔 어떻게 되는 거죠?”
유진이 다시 물었다.
“글쎄, 스위핑홀 저쪽 세계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몰라. 이런저런 소문은 들었지만 다 달라서 신빙성이 없고. 사람들의 죄라는 게 결국 욕망의 방향키를 잘못 잡아 일어나는 거니까 그 방향대로 가게 되겠지. 자신의 욕망과 죄에 어울리는 세계쯤으로 가지 않을까. 이것도 내 짐작일 뿐이야.”
-92~93쪽
유진이 장기 매매 합법화가 그렇게 나쁜 건지 잘 모르겠다고 솔직히 말했을 때 알렉스는 급정색했다. 남의 몸을 합법적으로 빼앗는 법이야. 죽어 가야 할 사람이 살아야 할 사람들의 목숨을 돈으로 살 수 있게 하는 법이라고. 합법으로 만들고 나면 돈 있는 자들만 살아남는 세상이 될 거야. 일단 법을 만들고 나면 법의 방패 뒤에 숨어 버릴 테니 제어할 수가 없어. 유진은 알렉스의 얼굴에 어리던 분노를 기억했다.
-164쪽
“대부분의 혁명은 실패했지. 그러나 혁명을 꿈꾼 사람들로부터 세상은 바뀌기 시작했어. 실패하면 실패한 자리에서 누군가 다시 시작하면 돼. 혁명은 선택이 아니라 운명이거든. 뿌리가 있으면 싹으로 올라오고 가지를 뻗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날이 오잖아. 혁명은 실패할 수 있지만, 실패로 끝나는 혁명은 없어.”
-166쪽
유진은 몸을 앞으로 숙이며 귀를 막았다. 귀를 막은 채 유진은 자갈이 섞인 흙바닥에 엎드려 슬픔과 분노와 공포가 밴 목소리들을 들었다. 유로 계곡… 부상… 볼리비아 적군… 처형… 부서진 말들이 불티처럼 날아들었다. 환영의 영역에 체 게바라라고 하는 구멍이 뚫리면서 스위핑홀의 세계가 무너지고 있었다. 게릴라 요원들이 하나둘 쓰러지고, 천막이 무너지고, 숲이 무너졌다.
-223~224쪽
천둥새는 몸집이 거대한 독수리였다. 디 오더 게임에서 천둥새는 모든 미션을 깨부수고 사라지지만, 현실의 독수리는 싸움에서 패했을 때 사라진다. 적에게 패하고 상처 입고 세월에 약해진 독수리가 가는 곳은 벼랑 위였다. 독수리는 벼랑 꼭대기에 앉아 부러진 발톱을 갈아서 없애고 튼튼한 발톱이 새로 돋아나길 기다린다고 했다. 튼튼한 새 발톱이 돋아나와 천둥새로 돌아올지 아닐지, 그것은 그의 운명에 달려 있었다.
-325~326쪽
“누구에게나 자신의 삶에 주어진 소명이 있잖아. 메시지MZ에 웹툰을 그려 올리는 건, 내 소명을 다하기 위해서야. 더 나은 세상을 향해 가는 길에 작은 돌멩이 하나 놓는 일이라 여기면서 웹툰을 그려. 일단은 이런 식으로 디 오더의 길을 따라가 보려고 해.”
유진은 솔직히, 진심을 담아 말했다. 비밀로 하지 않아도 되는 디오더도 얼마든지 멋질 수 있다고 유진은 생각했다.
“뜻은 좋은데, 언제까지 그럴 건데?”
희준이 경외심과 비꼬임이 뒤섞인 표정으로 물었다.
“할 수 있는 한 계속하고 싶어. 베티 누나가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것처럼 꾸준히.”
-334~335쪽
기본정보
ISBN | 9791192333403 | ||
---|---|---|---|
발행(출시)일자 | 2022년 11월 28일 | ||
쪽수 | 292쪽 | ||
크기 |
130 * 201
* 23
mm
/ 465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걷는사람 소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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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팍하고 부조리하며 불공정의 현실세계를 맞닥뜨리면, 우리는 어디엔가 이보다는 나은 세상이 존재할거라 기대하고 꿈꾼다. 아니 내가 직접 만들어도 이보다 나을 거라 호기롭게 외쳐보기도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소설의 기능이 존재하고 소설가는 이 세상이 조금씩 바뀌고 변화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소설을 쓴다.
'스위핑홀'은 아마도 그런 작가들의 간절한 바람을 집약하여 쓴 통쾌한 정의구현 판타지같다. 판타지를 별로 읽지 않은 독자들도 이 소설은 쉽게 다가가고 한번 손에 쥐면 끝까지 읽게 하는 힘이 있다.
소설은, 기득권세력과 약자들, 노인세대와 젊은이들간의 대립과 한판승부가 본격화되며 점점 흥미를 더한다. ‘디오더’라는 비밀단체가 남의 삶을 약탈하는 약탈족을 찾아내 제거할때마다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제대로 정의가 살아나고 갑질이 없는 공정사회가 실현될것 같은 희망이 일어나는 것이다.
'스위핑홀'의 뜻은, <쓸어담는 공간>이며 이 소설에서는 가상의 공간으로 설정되어 있다.
남의 삶을 약탈하는 악인들이 제거되어 스위핑홀에 갇히게 된다. 사라지지만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어느 곳에 존재하는 것이다. 존재해야 할 선은 있어야 하고 무익한 악은 보이지 않아야 한다.
이 소설을 다 읽고 나니 내 마음속에도 사라져야 할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분노, 두려움, 나태, 질투, 욕심 등 이러한 것이 제거되면 항상 평화롭고 로운 날들이 이어질터~~
유진이 엄마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장면과 엄마가 죽으며 안구를 기증하는 이야기가 인간적이고 감동적이었다.
읽는 이의 상황에 따라 색다른 감동과 재미를 선사하는 것이 이 소설의 또 다른 매력이다.
작가의 유려한 문체와 빛나는 상상력이 돋보이는 소설이었다.
“축제는 끝났다. 국가는 ‘이태원 참사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책임을 묻지 말고, 분노하지 말고,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모두 슬픔에 잠긴 채 가만히 있으라고, 아무 잘못도 책임도 없는 국가를 향해 작은 돌멩이조차 던지지 말라고, 근조 없는 검은 눈을 부라린다. 그리하여 축제는 끝났다. 방향을 찾지 못한 분노와 깊은 슬픔, 트라우마가 된 기억이 용암처럼 끓고 있다. 경악과 고통이 시그니처가 된 날,”
이 부분을 읽는데 10월29일 밤의 악몽이 되살아났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나는 차마 한탄조차 내뱉을 수 없었다.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아서다. 이 소설을 쓴 작가도 같은 심정을 밝혀놓고 있다.
“작가의 말을 쓰기 위해 앉은 나는 작가의 말을 포기한다. 나는 애도한다. ‘지금은 애도(만)을 해야 하는 시간’이라는 공포에 따른 애도가 아니다. 세상에서 가장 어이없고 허망한 죽음을 맞이한 이들에 대한 애도이며, 그들 앞에 별처럼 펼쳐졌던 날들에 대한 애도이다. 애도는 죽은 자에게 보내는 산 자의 배웅의 의례이며 그들의 죽음에 애통해하는 살아남은 자들을 위한 위로이다. 이 참사가 일어난 세상보다 더 나은 세상을 염원하는 마음의 간절한 기도다.”
작가 안지숙은『스위핑홀』의 부제가 ‘더 나은 세상’이라고 밝히고 있다. 공정, 평등, 정의를 외치는 우렁찬 목소리가 스치고 지나간 자리에서 교묘하게 뻔뻔하게 행해지는 온당치 못한 행위를 까발리고 싶었다고 했다. 작가의 말처럼 이 소설은 온당치 못한 행위를 하는 약탈족을 제거한다. 순식간에 삭제해서 스위핑홀을 통해 다른 세계로 보낸다. 그 세계는 정확히 어떤 곳인지 묘사되지 않는다. 유진이 갔다온 세계는 유진의 다른 세계이고, 다른 약탈족이 삭제되면서 간 세계는 알 수 없다. 다만 제 욕망이 흘러가는 길이 하나의 궤도가 되어 생성되는 가상세계 같은 게 아닐까 짐작된다.
적어도 이보다는 나은 세상을 바란다는 작가처럼, 나 또한 더 이상 어이없는 비극이 반복되지 않는 세상, 악행이 용납되지 않는 세상을 소망한다.
스위핑 홀이라니 도대체 무슨 뜻일까? 사전을 찾아보았다. 쓸다, 쓸어버리기라는 뜻이 감지되었다.
소설을 읽어 나가다 보니 그 뜻이 사회악을 쓸어담아 버리는 곳쯤이라고 해석되었다. 적폐들의 전당이랄까~~
이 소설은 일단의 젊은 정의의 사도들이 사회 속 인간의 약탈자들이라고 찍힌 적폐들을 사적으로 응징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마치 컴터에서 불필요한 데이터들을 휴지통으로 삭제하듯이~~
특히 장기매매를 합법화하려는 한 국개의원의 사악한 시도에 맞서는 디 오더의 사투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그 줜공이 엄마의 심장 이식을 위해 자신의 장기 일부를 팔려고 했던 아이러니도~~
안 작가의 소설은 참으로 예측을 불허한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종잡을 수 없는 결론이 그렇다는 뜻이 아니다.
일단 소재부터가 그렇고 장르 자체가 남다르다는 의미에서다. 외형상 전혀 그렇지 않은데, 쥔공들이 활약하는 시공간은 SF의 느낌이 강하다는 점이다.
이는 이미 작가님의 전작인 <우주 끝에서 만나>를 읽으면서 느꼈던 부분이기도 하다.
극중 인물인 유진이 스위핑홀로 진입하면서 몽롱해지는 의식을 곤약덩어리로 표현한 것은 아주 기발하고 또 신선했다. 게다가 체 게바라의 심장에 이르러서는~~가히 절정이다.
최근들어 나는 국내 작가들이 쓴 해당 장르의 소설을 읽을 기회가 있었는데, 공통점은 그들이 컴퓨터 게임과 버추얼 리얼리티에 익숙한 젊은 층이라는 사실이었다.
만약 내가 안 작가님의 이력을 전혀 모르고 이 소설을 읽었다면 필시 군대 갔다온 30대 중반의 남성 작가가 썼을 거라고 상각했을 터였다. 그만큼 필체도 힘이 있고 강건했다.
예컨대
"환영의 소실점을 향해 미친 속도로 내려꽂히려는 찰나 숲과 계곡이 환하게 펼쳐졌다." 라는 문장이 그렇다. 극중 유진이 엄마의 심장을 구하기 위해 스위핑홀로 뛰어드는 순간을 작가는 그렇게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엄마의 이름이 미홍이다~~
나는 어쩌다보니 안 작가님의 전작을 다 읽게 되었다.
내가 문학평론가라면 집중적 연구를 해보고 싶을 정도다~~
예술고등학교 다니는 유진은 평범한 거 같지만 은근히 고집 있고, 끝까지 목표를 향해 달린다.
알렉스. 이 친구가 독특하다. 악당인 약탈자들을 스위핑홀을 통해 각자의 욕망이 들끓는 세계로 보내는 능력자다. 그런데 그 능력이 출중하지 못하다. 혼자서는 장기매매 법안을 만들려는 국회의원 소해헌한테도 진다. 실력없는 영웅 캐릭터다.
베티는 여동생 윤아를 나쁜교수한테 잃고 '디 오더'라는 단체의 리더가 됐다. 살벌하고 엄한 면모도 보이지만, 변덕쟁이에 감정조절 안되는 노처녀 같다.
이 세 사람을 주축으로 소설이 전개되는데,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 같이 줄거리가 흘러간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다음장을 읽게 됐고, 진짜 금방 읽었다. 고딩 수준의 읽기에 적합해서 청소년소설 아닌가 싶다.
아, 유진이 체 게바라가 있는 1950년대 쿠바로 가는 장면은 이 소설에서 제일 재미있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쿠바에서 일어나는 혁명을 목격한 유진은 '디 오더'와 알렉스가 하는 일의 의미를 새롭게 깨닫는다.
'디 오더'는 순명을 따른다고 했는데, 그게 뭔지 잘 이해 못했다. 그런데 체 게바라를 만나고 나서 유진은 '디 오더'가 약한 자의 권리를 마음대로 빼앗는 이 시대에 하나의 혁명을 꿈꾸는 단체라는 것을 깨닫는다.
이 지점에서 소설은 '재미'에 초점을 둔 소설에서 '삶'에 눈길을 보내고 있는 소설로 전환이 일어난다. 그 전환은 소설자체와 소설을 보는 독자에게서 일어난다. 내 경우는 그랬다.
이 소설 만만치 않다. 재미도 재미지만.... 악당을 처치하는 서툰 혁명자들의 활약에 사이다 열 병 마신 쾌감을 느낄 수 있다.
–142쪽
안지숙의 '스위핑홀'은 ‘디 오더’라는 비밀단체의 이야기를 다룬다. 디 오더 요원들은 남의 삶을 약탈하는 약탈족을 찾아내 제거한다. 약탈족은 대체로 중장년층과 노인세대이다. 요즘 주변을 봐도 은퇴자 가운데 자기 삶을 여유롭게 향유하는 사람이 많고 젊은 층은 미취업에 미래는 안 보여서 알바를 전전하는 가난뱅이로 사는 경우가 많다.
소설은 갑질 민폐와 약탈의 행태 가운데 레드마켓, 곧 장기 불법매매 사건을 중심에 놓고 전개돼 나간다. 흥미를 더하는 사건은 디 오더와 약탈자 간의 승부일 것이다. 소설은 ‘목적이 정당하면 수단이 잘못되어도 괜찮은가’ ‘윤리적 실천은 무엇이고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주인공 유진은 디 오더를 만나 반쯤 일원이 되고, 혁명의 아이콘 체 게바라를 만나면서 이 소설이 던지는 질문에 답을 찾아간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예술고등학교 2학년 이유진은 아픈 엄마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신장을 팔기로 결심하고 브로커 비비를 만난다. 그런데 수술대를 보니 도살업자의 작업대 같다. 수술을 취소하겠다고 하자 비비는 폭력을 쓴다. 이때 눈앞에 자잘한 얼룩들이 떠다니는가 싶더니 비비가 사라진다. 마당에서는 오토바이 탄 사내가 나타나 유진더러 타라고 한다. 유진을 구해주려는 사내의 이름은 알렉스. 그가 유진을 데려간 곳은 베티가 사장으로 있는 룰루랄라 카페다. ‘디 오더’의 본거지인 것이다.
알렉스와 베티는 ‘디 오더’라는 단체의 회원으로 악행을 저지른 사람들을 삭제한 다음 스위핑홀이라는 가상의 공간으로 보내는 일을 하고 있다. 비문증처럼 떠오른 얼룩 가운데 하나가 스위핑홀의 문이 되는 것이다.
소설은 두 가지 이야기를 다룬다. 하나는 유진이 엄마를 위해 심장을 구하기까지의 여정이고, 또 하나는 천둥새를 숭배하는 부족의 신화를 품고 있는 ‘디 오더’라는 비밀단체의 이야기다. 소설은 갑질 민폐와 약탈의 행태 가운데 레드마켓, 곧 장기 불법매매 사건을 중심에 놓고 디 오더와 약탈자 간의 승부를 다룬다.
그런 와중에 유진은 디 오더와 얽히면서 체 게바라를 만나 심장을 구해오고, 디 오더 요원들은 남의 삶을 빼앗고 파괴하는 약탈족을 찾아내 제거한다. 약탈족은 대체로 중장년층과 노인세대이다. 급속한 경제발전과 자본주의가 만든 사회구조 탓이다.
소설의 화자인 유진은 디 오더 요원인 알렉스와 베티를 만나고, 혁명의 아이콘 체 게바라를 만나 심장을 구하는 여정에서 이 소설이 던지는 질문, 정의란 무엇인가, 윤리적 삶은 뭔가에 대한 답을 찾아간다.
이 소설을 앍으면서 안지숙 작가를 떠올렸다. 그는 아마도 이 소설을 고등학생 유진이 알렉스와 함께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독자에게 설득력 있게 가닿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썼을 것이다. 그랬다면 이 작품은 성공했다. 알렉스와 베티, 유진이 활동했던 ‘디 오더’의 활동을 보면서 나를 뒤돌아보았다. 나는 어떻게 살고 았는가. 나의 꿈은 무엇인가. 진지하게 생각했다.
선과 악, 불법과 합법, 정의와 불의에 대한 딜레마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병상에 누워있는 엄마를 위해 불법으로 장기 매매를 하려고 했던 유진과, 장기 매매를 합법화 하려고 하는 소해헌, 그리고 장기 매매가 합법화 되었을 때, 죽어야 할 사람들이 돈이 필요한 젊은 사람들에게서 장기를 가져다 쓰는 것을 막으려는 알렉스의 대립이 <스위핑홀>의 첫번째 흥미 요소다. 각각의 인물이 신념과 이상을 가지고 있다.
-나를 죽이는 게 정의라고 생각하나?
-이 세계의 순리가 뭔지 자네가 아나?
소해헌의 질문은 알렉스에게, 그리고 책 속의 상황을 따라가고 있는 독자에게 내적인 갈등을 선사한다. 정의 같은 건 모르겠다지만, 알렉스는 디 오더의 기준에서 어긋난 사람들을 제거하는 것을 사명으로 여기고 일한다. 어쩌면 개인적인 원한으로 시작한 일이었을지 모르는 영웅에 가까운 이 일에 대해, 소해헌은 의문을 제기한다. 자신도 같은 일을 해봤으므로 그 물음은 더욱 시니컬하다. 인간이 세계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사라지고 시스템에 순응한다. 알렉스와 소해헌의 말빨 배틀(?)은 두 이해관계의 중간 지점에 있는 유진의 존재로 인해 더 흥미로워진다. 소해헌은 '수술만 하면 살 수 있는 사람이 절박하게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그 돈을 주고 목숨을 얻는다'는 것을 강조하며 '정의든 순리든 다 떠나 상식적으로 보자'고 한다. 알렉스는 어린 아이들에게 '장기를 팔아 목돈을 마련하라'는 거냐며, 얼마 안 가 죽을 사람들 말고, 남은 인생이 창창한 애들을 위해 법을 만들 생각은 없냐고 한다. 이 광경을 불법으로라도 장기 매매를 해서 엄마를 살려야 하는 유진이, 알렉스가 손해헌을 스위핑홀로 보내야 자신이 다시 현실로 돌아올 수 있는 상황에서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 재밌다.
디 오더 요원들은 불합리하고 부정한 어른들에게 분노한 젊은 세대를 나타내는 것 같았다. '부동산을 쟁여 놓고 수십억씩 주무르'고 '강사 자리를 미끼로 젊은 대학원생을 성추행하'며 '세금으로 해외 맛집 다니고 골프 지원비까지 받아먹'고 '묵은 세월이 억울하다며 난장 치는' 사람이 너무 많다고 하면서, 그런 사람들이 악착같이 살아 가려고 하는 것에 분노한다. 비단 알렉스와 베티만 그런 것이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한 이유는, 디 오더 요원들이 어떤 범죄자라도 나이가 젊은 사람들은 건드리지 않았고, 어린 사람들을 괴롭히는 늙은 사람들을 타깃으로 했기 때문인다.
여기까지 읽었을 때 이 소설에는 분노와 상처만이 가득했다. 그런데 결말을 보면 이 소설은 이 사회의 방향성을 제시해주고 있다. 소설의 주인공인 유진은 약탈자, 그러니까 남의 삶을 빼앗는 나쁜 어른들을 삭제하는 디오더들을 보면서 자기 방식대로 성장해간다. 그 디오더들은 교수라는 나쁜 어른에 의해 소중한 사람을 잃고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은 인물이기에, 복수심에 따라 세상을 바꾸려는 영웅이다. 그러나 새로운 디 오더가 되려는 유진에게는 자신을 구하다가 다친 알렉스나, 심장을 준 체 게바라, 그리고 더 어리고 창창한 아이를 위해 신장을 양보한 엄마 등 희생적이고 따뜻한 어른들이 있었다. 그 점에 있어서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그저 아픔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가지 현실적인 사회 문제들을 판타지적으로 써서 접근하기 쉽게 또 재미있게 다루고 있다. 그래서 한 번 잡으면 끝까지 읽을 수 있게 몰입감 있게 읽힌다. 무엇이 진정한 악이고 선인지, 그런 것이 존재하는지, 어느 것이 옳은 것인지에 대한 물음을 계속 던져서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여러 생각을 해볼 수 있어 주변에도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