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 주머니에 사탕 있는 남자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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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작가의 말
출생 ;
문제의 번호와 답안지의 번호가
잘 맞게 답하시오.
검은 연필로
꾹꾹
적어 넣으시오.
시간 제한이 있을 수 있으니
빨리 읽고 빨리 답하시오.
이제 표지를 넘기고
일생을 시작하시오.
목차
- 제1부
썰물 / 폭포 / 하얀 날갯짓 / 사활 / 바다다 / 감자 / 흰 눈이 피어요 / 항아리 / 헐! / 바비큐 / 죽은 뱀을 밟았다 / 파도를 나무라 부르고 숲에서 물고기 한 마리 구하네
제2부
동심 / 도움닫기 멀리뛰기 / 종 /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는 / 색안경을 쓰는 일 / 뿜 / 시픔 / 우아함 / 날개 / 오른쪽 주머니에 사탕 있는 남자 찾기 / 쓰디쓴 입맛 / 약간 열린 문 / 거기 엄마?
제3부
가스 그리고 라이트 / 붉을 적 / 가출 소녀 / 같은 옷을 두 번 벗지 않는다 / 질주 / 점심 / 앵무 죽이기 / 빨강 뺨치는 블루 / 사과나무와 뱀과 그림자 / 색, 피움 / 꽃 피지 마세요 / 표의문자 / 네가 보내온 하루 / 명랑한 여름
제4부
이름을 묻는다 / 조요오옹 1 / 조요오옹 2 / 숙모 장롱 그리고 쓰레기 / 나를 향하는 낙하 / 불합리 / 인격충전소 / 빨랫줄과 십자가 / 닭 / 고시원 / 집 / 왼손 / 청어가 온다
제5부
정전 / 잠투정 / 귀가 / 목성의 날 / 미생 / 고속 / 고요한 밥상 / 버스 정류소에서는
작품 해설 : 이어지는 길, 잇는 시 - 김지윤
추천사
-
김임선은 읽기 힘든 소설이다. 소설로 세계 이상의 세계를 만든 지 꽤 됐다. 『섹시하거나 은밀하거나』 이후의 소설들, 예컨대 『직지』 『바람집』 등은 우리의 입맛을 다시게 하는 애매하면서도 민감한 아름다움 자체였다. 그렇게 쭉 갈 줄 알았다. 그런데 그녀가 시를 쓴다. 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 소설보다 더할까 하고 들여다보니 속이 울렁인다. 그녀는 “흰죽 한 그릇을 못다 먹은 여자”로 길 나선 사람처럼 어렵게 “잠긴다”. “나는 이름이 없었다”고 아예 구체적으로 명명될 수 없는 자신의 세계를 강조하여 드러낸다. 그리하여 “나는 잊힌 인생”임을 넌지시 알리면서도 “거기 아무도 없습니까?”라고 “돌아오는 질문”을 한다. 그래, 그녀의 시는 결국 “바다에 빠져드는 깊이”의 길이다. 그래도 “뿌리는 너에게 있”다며 저녁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여. 아아, 그래, 그래, 실로 묘한 세계는 그녀의 소설보다 그녀의 시가 아닌가? 내가 사랑할 수밖에 없는 세계가 그러하다.
책 속으로
색안경을 쓰는 일
안경을 쓰면
돌은 달이 되기도 합니다
달은 둘이 되기도 해요
달의 종족은 돌을 키우는 것이 목적일까
둘을 키우는 것이 목적일까
생각하는 여행이 될 것입니다
이번 생은 말이에요
달이 없는 곳에서 돌은 돌을 알아볼까
돌이 없는 곳에서 달은 돌을 알아볼까
돌의 동족은 달
아닐까
깨진 달의 액정에 식은땀이 맺혔어요
달을 시청하는 소파가 안경다리에 매달려
색안경을 쓰는 일
여름날 물가에서
돌에 들면
달의 세상이 보입니다
그 바다에 돛단배 떠 있으면 나는 망망합니다
너와 내가 짝을 먹고 색유리를 통과하는 시간이 오고 있어요
색은 빛을 따라 달리고
정체된 길에서 점점 어두워지는 너의 낯빛
그 위로 빗줄기가 우거지고 쓰러지고 뒤엉키고 있어요
우산이 비를 따라 달리네요
의심은 우산을 쫓아 달리고요
쫓다가 코너에 몰리면 눈만 가리면 그만입니다
우산을 쓰면
둘은 하나가 되기도 해요
오른쪽 주머니에 사탕 있는 남자 찾기
그때 오른쪽 주머니에
사탕 있는 남자가 내 앞을 지나간다
혹시, 당신의 오른쪽 바지 주머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아세요? 어머, 이상한 생각은 하지 마세요 도둑 아니고 강도 아니에요 당신의 왼쪽 바지 주머니라 해도 상관은 없어요 당신의 왼쪽 심장이라 해도 상관없지요
사탕 있으면 한 개 주실래요? 에이, 거짓말! 나는 당신의 주머니를 잘 알아요 한번 만져볼까요? 꽃뱀 아니구요 사기꾼 아니에요 그렇게 부끄러워할 것 없어요 그럼 당신 손으로 당신 주머니에 손 한번 넣어보세요 어머, 그것 보세요 사탕이 남아 있다니 당신에게 애인이 없다는 증거예요
그것이 어떻게 당신의 주머니에 들어갔는지 당신은 모를 수 있어요 누구에게나 주머니에 사탕 한 개씩은 들어 있어요 사랑 말이에요 세균처럼 바이러스처럼 그 사탕 나한테 주시면 안 될까요? 나는 달콤한 것을 좋아해요 유난히,
망설이지 마세요 그 사탕 내게 주면 당신 주머니에는 또 다른 사탕 생길 거예요 사랑처럼 말이에요 경험해보지 않으면 믿을 수 없는 일 맞아요
사탕 대신 꽃은 어때요?
어머, 꽃 피우는 당신 마법사였군요
꽃을 나눠 가진 우리
이제 달콤해집니다
질주
이 버스는 정류장이 없다
이 버스는 문이 없다
이 버스는 운전수가 없다
이 버스는 목적지가 없다
이 버스는 이가 없다
이 버스를 쫓는 사이렌 소리
이 버스를
당신께 보냅니다
출판사 서평
세계는 빛으로 가득 차 있으나, 정작 하늘의 별은 보이지 않는다. 어둠 속에서만 볼 수 있는 것들이 있으나 너무 화려한 조명들과 밝은 빛들은 어둠의 공간을 허락하지 않는다. 멀리 있는 것들의 빛은 종종 흐릿하게 나타나고, 너무 밝은 곳에서는 볼 수가 없다. 어둠 속에서 옛사람에게 길을 알려주었던 그 희미한 빛들은 이제 도시의 밤하늘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김임선 시에는 세계를 인식하는 남다른 감각이 있다. 시인은 쉽게 볼 수 있는 화려한 것들, 네온사인처럼 선명한 빛에서 시선을 거두고 잘 보이지 않는 흐릿한 것을 보기 위해 집중한다. 그러기 위해서 시인은 어둠을 응시해야 한다. 태양이 만물을 다 밝혀 보여주는 존재인 데 반해, 어둠은 존재의 윤곽을 감추고 가려준다. 모든 비밀들, 타자의 신비는 어둠 속에 존재한다. 시인의 첫 시집 『오른쪽 주머니에 사탕 있는 남자 찾기』 속에 담긴 시인의 시선은 빛에서 어둠으로, 다시 어둠에서 빛으로 오고 가며, 어떤 곳에 계속 머물거나 고정되지 않는다. 소음 속에서 귀를 기울이고, 더 많은 소리를 듣기 위해 침묵을 택하기도 한다. 더 많은 것을 보고, 듣기 위해 시인은 계속 걸음을 옮긴다.
이 시집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는 것은 ‘집’ ‘길’ ‘문’과 같은 시어들인데 이것들은 ‘눈’과 관련이 있다. 시인은 머무르기보다는 움직이려고 하는데 그 움직임을 강제로 멈추게 하는 ‘벽’이나 고립되고 단절된 ‘집’과 같은 내부 공간들은 부정적으로 인식된다. 이에 반해 내부와 외부를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문’의 존재는 긍정적으로 여긴다. (중략)
시는 우리에게 자기만의 지평을 만들어 보여준다. 물론 그것을 따라 걷든, 걷다가 새로운 갈림길로 빠지든, 하나의 길을 다른 길과 이어 새로운 나의 길을 만들든 모두 좋은 것이다. 중요한 것은 길이 끝없이 펼쳐지게 하는 일이다. 시들이 연결되고 겹쳐지고, 계속 새롭게 시작하는 계기를 맞을 수 있도록, 수많은 시작들을 향해 문을 열어두어야 한다. “과거는 빨래가 되고 전생은 세탁이 되고 찬란한 앞날이 햇볕에 말라”가면 “새로운 인생이 뽀송뽀송해”(「같은 옷을 두 번 벗지 않는다」)질 것이다. “찬란한 앞날”을 가진 이 시인의 다음 시집이 기다려진다.
- 김지윤(시인, 문학평론가, 상명대 교수) 작품 해설 중에서
기본정보
ISBN | 9791130819754 | ||
---|---|---|---|
발행(출시)일자 | 2022년 11월 28일 | ||
쪽수 | 144쪽 | ||
크기 |
129 * 206
* 14
mm
/ 341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푸른사상 시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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