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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지어꽃 필 때면

최정옥 에세이
최정옥 저자(글)
황금알 · 2022년 11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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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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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옥의 수필집 『프리지어꽃 필 때면』을 관통하는 특징은 소재를 보는 눈이 예리하다. 남들이 거들떠보지 않는 발가락을 소재로 하여 한 편의 재미있는 작품을 빚어냈다. 대상에 대한 친근감을 가지고 사물을 친구로 삼아 무언의 대화를 한다. 발가락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대상을 대화의 상대로 삼은 이상 그려내는 일만 남았다. 최정옥의 특징과 작가적 기질이 유감없이 태어난 작품이 바로 「민둥 발가락」이다.
수필이 자신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쓴 글이기에 ‘자조의 문학’이니 ‘고백의 문학’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자신의 이야기가 많을 수밖에 없다. 작가는 발가락에 대한 어릴 때 오빠의 기억을 되살리면서 가족 간의 사랑을 표현했다. 본문 속의 한 토막을 빌려오면 섬뜩할 정도로 사실적이다. 발가락이 잘린 오빠를 두고 왜 그렇게 되었는지 어머니께 물었다.
‘어렸을 때 발가락에 상처가 났는데 병원에 간다고 하니까 어른들이 그까짓 상처에 병원이 웬일이냐고 야단치셔서 된장을 바르고 싸매주었다’고 하셨다. 며칠이 지나 발가락이 반이나 떨어져 나갔으니 얼마나 아팠을까.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자식의 몸에 상처가 나면 곧 당신의 아픔으로 생각할 게다. 작가 또한 발가락을 다쳐 발톱이 빠지는 고통을 겪어야 했다. 부모가 물려준 몸을 잘 간직하고 건강하게 지내는 것을 효도라고 했다. 새끼발가락의 발톱이 새로 자라기를 기대하면서 항상 몸조심해야겠다고 자기 성찰을 하고 있다. 이 작품은 구성이 치밀하고 문장에 군더더기가 없다. 그래서 독자는 글을 통해 작가의 마음을 읽을 수 있고 쉽게 공감하게 된다.

작가정보

저자(글) 최정옥

지원(芝苑) 최정옥 수필가는 평안남도 개천 출생, 서울에서 성장, 서울 진명여고 졸업, 월간 수필문학 등단, 문학청춘 신인상 수상, 제17회 중구문예문학상 수필부문 차상, 제19회 중구문예문학상 수필부문 차상

작가의 말

미지의 세계로 가는 길

돌이켜 생각하니 적지 않은 세월을 살아왔다. 그동안 겪어왔던 사건과 여행지에서의 감정을 글로 풀어내고 싶었다. 혼자의 생각이지만 글을 써서 책으로 엮어 보고 싶었다. 내가 쓴 글을 세상에 펼친다는 것은 새색시가 시집갈 때처럼 떨리고 두려웠다.
어릴 때 한글을 익힌 뒤부터는 읽는 것을 좋아해서 늘 책을 가까이하게 되었다. 글읽기의 기쁨도 잠시뿐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한국 전쟁을 겪었다. 전쟁 중에는 모든 물자가 부족했다. 특히 식량이 부족하여 늘 허기진 상태로 살아야 했다. 그 어려운 시절에도 돈이 생기면 책을 빌려다 읽었다. 배고픔보다도 읽을 책이 없는 것이 더 허전했다. 당시에는 책을 읽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일과라고 생각했다. 아버지께서는 동생들을 돌보지 않고 책에 빠져있다고 몹시 꾸중하신 기억이 있다. 남의 집 서가(書架)에 빽빽이 꽂혀 있는 책을 보고 몹시 부러웠던 시절이었다.
-중략-
어느 날 문득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작이 반이라고 늦었을 때는 없는 법, 출발점이 적당한 시기라는 말로 위로를 받고 싶었다. 글을 쓰는 작업은 항상 새로운 길을 가는 것과 같다. 가보지 않은 길은 두려움이 앞선다. 미지의 세계로 가는 이 길은 남극 탐험이나 에베레스트를 정복하는 것과 흡사하지 않을까. 그러나 그것은 가고 싶어서 스스로 가는 길이다. 생사의 갈림길에 맞서야 하는 위험이 따르는데 그 일을 사랑하지 않으면, 즐거움이 없으면 누가 권해도 가지 않는다.
어려서부터 글을 좋아했던 마음으로 어려운 시절에도 책을 놓지 않았던 고집으로 배고픔보다도 읽을 책이 없는 것이 더 허했던 한결같은 마음은 이제까지 나를 지켜왔고 지금에서야 글을 쓰고 있다.
가슴에서부터 우러나온 감정이 흘러넘쳐야 글이 된다. 너무 늦게 시작했지만 남보다 부지런히 가슴에 품은 이야기들을 고스란히 원고지에 담아내는 데 매진하련다. 수필은 논픽션을 좋아하는 내게 맞는 장르다. 세상의 모든 사물을 다 사랑하고 싶다. 어떤 상황이나 사건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나이가 되었다. 아낌없이 주는 삶이고 싶은데 그렇지 못했다. 앞으로는 기버(giver)가 되도록 노력하련다.

목차

  • 1. 어느 멋진 날

    민둥발가락·14
    봄비·18
    어느 멋진 날·22
    말째다·26
    호사다마·30
    차선책·33
    따뜻함·37
    숫눈·41
    새로운 풍습·45
    삶을 풍요롭게·50
    빗소리·55
    사회적 거리두기·60
    내가 하고 싶은 일·64
    12월 생일·69

    2. 아버지의 선물

    아버지의 선물·74
    여동생과의 동거·79
    넷째로 태어나·83
    특별한 효도·87
    태몽·90
    유년의 아픈 기억·94
    영원한 이별·100
    성묘·104
    초겨울에 떠난 사람·108
    늙음은 회색이다·112
    노후를 자매끼리·116
    이 시대의 필수품·120
    컴퓨터야 놀자·124

    3. 끝은 새로운 시작

    끝은 새로운 시작·130
    대지를 박차고 나온 강인한 생명력·134
    산나물 뜯기·139
    신세대에게 바란다·143
    장마·148
    캄포도마·153
    잡초·156
    비오는 날의 쇼핑·160
    봄맞이·164
    여름 과일·169
    프리지어꽃 필 때면·173
    105동 105호·177
    굽은 나무·181
    모범 경찰관·186

    4. 꿈속의 고향

    꿈속의 고향·192
    야유회·197
    아름다운 푸켓·201
    봄에 떠난 남도 천리·206
    친구·211
    벗과 함께 나그네 되어·215
    오월의 단상(斷想)·219
    코로나19·224
    코로나 후기·228
    역주행(逆走行)·233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며·238
    가을 단상(斷想)·244
    2월 여행·248
    경의선숲길공원·253

책 속으로

민둥발가락

금요일 저녁에 조그만 사고가 있었다. 하루 일과를 끝내고 거실에서 침실로 가려는데 탁자 모서리에 걸려 넘어졌다. 왼발에 충격이 있었다 싶었는데 새끼발가락에 감각이 없었다. 절뚝거리며 방으로 향했다. 발자국마다 피가 묻어났다. 발톱이 거의 잘려나가서 끝에만 조금 붙어 건들거렸다. 우선 응급조치로 상처 부위를 꽉 눌렀다. 좀 지나고 나니 지혈은 됐는데 통증이 심했다. 순식간에 생긴 일이라 마음을 진정시키고 선잠을 잤다.
이튿날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았다. 건들거리는 발톱을 전부 자르는데 얼마나 고통스러웠던지 창피를 무릅쓰고 소리를 질렀다. 신체 중에서 제일 끝에 있는 하잘것없는 부위라고 여겼는데 상상을 초월하도록 심하게 아팠다. 고통을 호소하면서 불평을 했더니 의사 선생님이 “몸에서 가장 예민한 곳이라서 죄인을 고문할 때 발톱을 뽑아 고통을 주어 죄를 자백하게 했어요.” 발걸음 한번 잘못 디딘 탓에 죄인이 받는 벌을 받아본 기분은 씁쓸하기만 했다.
일주일 동안 의자에 앉아서 샤워를 하려니 불편하기 그지없었다. 물이 닿으면 염증이 생기니 살이 굳어질 때까지는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갑자기 생긴 일이라 당황스러워서 가늠할 수가 없었다. 주말에 예정했던 일들이 어그러진 것도 마음이 아팠다. 살다 보면 뜻하지 않은 일이 생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예고 없이 오는 좋은 소식도 있지만 뜻밖에 불행한 일도 당하는 것이 세상 이치다. 일주일 동안 치료를 받았다. 하루하루 상처는 아물고 좋아지는 데 몽땅 없어진 발톱이 문제였다.
발톱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피부에 단단하게 붙어 발가락을 보호한다. 특별한 기능이 없어 보이지만 몸의 균형을 바로잡고 체중을 견딜 수 있게 하며 앞으로 전진할 수 있는 힘을 받기도 한다. 새로운 발톱이 자라나는데 수개월이 소요된다. 발톱은 일 개월에 일 밀리미터 정도 자라기 때문에 다시 완전히 재생되려면 팔 개월에서 일 년 정도 걸린다.
빠진 발톱의 발가락이 편하지가 않다. 그것이 있던 자리 주위에 바람이 들락날락 시리고 설어서 신경이 쓰인다. 아니 이 허전함은 또 뭘까? 덧버선을 신으면 좀 편해질까, 부드러운 헝겊으로 감싸게 되니까.
발가락 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나와 열 살 차이 나는 오라버니 이야기다. 그분은 왼발 네 번째 발가락이 발톱 없이 길이가 반으로 짧다. 걷는 데 전혀 지장이 없었지만 맨발이면 눈에 띄었다. 그래서 왜 그러냐고 물어보면 “글쎄 벌레가 물어뜯어 갔나?” 대답을 농담처럼 하면서 즉답을 피하곤 하였다.
내가 손을 다쳐서 한가하게 쉬는 날 어머니께 오빠 발가락에 대해서 말했다. 어렸을 때 발가락에 상처가 났는데 병원에 간다고 하니까 어르신들이 그깟 상처에 병원이 웬일이냐고 야단치셔서 된장을 바르고 싸매주었다고 하셨다. 며칠이 지나고 나니 발가락의 반이 떨어져 나가고 말았다. 그래서 발톱 없는 반만 남은 발가락이 되었다고 하시면서 눈물을 흘리셨다. 어머님은 떨어진 반 토막 발가락을 화단 한쪽에 묻으면서 자식의 신체 일부분인데 하는 생각에 아주 서러웠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붕대 감은 내 손을 살며시 쓰다듬어 주셨다. 세상 모든 어머니는 자식들의 몸 어디라도 다칠세라 노심초사하신다.
결혼 2년쯤 된 손녀가 임산부가 됐다. 그동안 직장 다니면서 입덧하느라 엄청나게 고생하더니 초음파 사진을 인터넷으로 보내 왔다. 어린아이가 어미 배 속에 앉아있는 뒷모습, 옆모습이 영상으로 뚜렷하게 보였다. 고집이 센지 움직이지 않아 앞모습을 볼 수 없어서 아직 성별을 모른다. 아기 모습엔 머리가 제일 크다. 잔뜩 웅크린 몸에 팔, 다리, 손발, 어느 것 하나 소홀함이 없이 완전하다. 신기하다. 성스러운 자태가 사랑스럽다. 감탄이 저절로 나온다. 태반 속의 아기를 미리 볼 수 있는 밝고 좋은 세상에 살고 있음에 감사한다. 태아의 모습을 보면서 어머니의 위대함을 새삼 느끼게 된다.
자녀를 원해도 갖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이 시대는 불임 여성이 많은 편이다. 주위에서 보면 시험관을 했다는 이야기를 흔히 들을 수 있다. 반면에 자연히 생겨서 원 없이 자식을 두게 되는 사람이 있는 것을 보면 생명의 탄생은 신의 영역이라 할 수 있다. 신과 인간의 멋진 조합이다.
어머니는 위대하다. 그래서 우리 몸은 참으로 귀중하다. 신체의 한 부분인 발을 함부로 간수하여 발톱이 잘려나가는 고통을 맛보았다. 그것이 어떻게 고통이라 할 수 있는가? 어머니가 자손을 잉태하는 것에 비하면 신에게 죄를 짓고 어머님께 불효를 저질렀음을 생각하니 새삼 미안하고 죄송할 뿐이다.
발가락에 발톱이 없는 것은 머리칼 없는 민머리와 유사하다. 나무가 없는 산은 민둥산이라 한다. 민머리와 민둥산은 볼품이 없다. 발가락에 발톱이 없으니 민둥발가락이다. 보기 흉하다. 발이 시리고 설다. 양말 신기도 불편하다. 몸이란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것이므로 소중히 여겨야 한다 ‘신체발부수지부모(身體髮膚受之父母)’라고 하지 않든가.
골절되었던 뼈는 더 단단해지는 습성이 있다. 잘려서 없어졌던 발톱도 야무진 발톱으로 차오를 것이다. 새로 돋아날 새끼발톱의 성장을 기대하면서 항상 몸을 조심해야 한다는 경각심을 가지고 살아가리라.
붕대를 감은 내 손을 따뜻이 감싸주시던 어머님이 그립다. 단 일 분만이라도 어머님 손의 온기를 느끼고 싶다.


봄비

3월은 봄이다. 가늘게 내리는 봄비를 맞으며 매화가 제일 먼저 꿈처럼 피어올랐다. 하얀 목련 꽃이 무리 지어 피었다. 산수유, 살구꽃도 예쁜 자태를 드러냈다. 봄비를 맞으며 식물들이 활발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봄에 내리고 있는 비는 봄소식을 전하는 반가운 손님이다. 봄비가 내릴 때마다 산천초목은 생기가 돈다. 그리고 봄비가 내리면 초목이 점점 짙어진다. 앙상했던 나무들은 잎이 풍성해지면서 주위를 연두색으로 꽉 채운다.
그녀는 봄비처럼 살며시 다가온 손님이다. 가뭄에 메말랐던 대지를 적셔주는 반가운 봄비 같다. 우리 집에 15년 만에 찾아온 아기다. 귀엽고 앙증맞다. 향기가 좋고 촉감도 부드럽고 따스하다. 방긋거리는 웃음과 미소는 환상적이다. 둥근 얼굴에 커다랗고 동그란 눈, 작은 코, 입, 덜 발달된 턱 하며 아직은 어린 티가 흐른다. 균형 잡히지 않은 몸이라 머리가 제일 크게 보인다. 그녀의 매력은 환하게 웃는 모습에 있다. 보는 이로 하여금 저절로 미소를 짓게 한다.
누워만 있더니 어느새 뒤집기를 하고 이제는 항상 엎드려 지낸다. 엎드린 채 턱을 괴고 정면을 보고 있으면 의젓하다. 아빠 옆에서 잠잘 때 보면 아빠와 닮았고 엄마와 나란히 누워있는 걸 보면 제 어미를 쏙 빼닮았다. 그녀는 봄비에 젖은 화초같이 싱싱하다. 장난감을 주면 밋밋한 것은 별로이고 원숭이, 강아지, 나비 같이 곡선으로 패인 목각 인형을 좋아한다. 아기자기한 물건을 좋아하는 개성 강한 특성을 보여주어 대견스럽다. 앞날이 좋을 것이란 상상도 해본다.
이유식을 먹이려고 의자에 앉히면 호기심이 가득한 눈빛과 표정이다. 작은 수저로 떠먹이면 이상한 표정을 짓다가 입맛을 다시면서 환하게 웃는다. 때로는 낯선 사람을 보면 입을 삐죽거리면서 서럽게 운다. 낯가림도 꽤 하는 편이다. 이런 증손녀 라은이는 봄비 같은 존재다. 그녀를 떠올리면 봄비를 맞으며 걷는 기분이어서 가슴이 촉촉이 젖어오며 힘이 솟는다.
봄에는 비가 오지 않고 가물면 공기가 건조해져서 바이러스가 성행하여 우리 몸을 침범할 수 있는 확률이 높다. 자연생태계는 습기가 적당히 있어야 좋은 환경이다. 사람도 환절기에 병마가 침범하는 수가 대부분이다. 생명이 있는 자연과 동식물도 사람과 무엇이 다르랴.
봄을 맞이하는 환절기에는 자연생태계도 불안하다. 지난가을 낙엽이 쌓여 산을 뒤덮고 있는데 겨울 동안 바싹 말랐다. 그 마른 낙엽이 건조해지면 여러 가지 이유로 산불이 날 수 있다. 대형 산불이 나서 며칠 동안 계속 타게 되는데 소방관들이 불을 끈다고 하지만 힘이 든다. 수수방관할 수밖에 없다. 비가 오면 불은 저절로 꺼진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 할 수 없는 영역 밖의 일을 자연으로 내리는 비가 해결해 주는 것이다. 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나무는 심어 놓고 몇 년을 기다려야 제구실을 한다. 거목이 되는 데에는 몇십 년이 소요되지만, 산불이 나면 삽시간에 타 없어져서 안타깝고 애석하다. 몇 년마다 주기적으로 이런 대형 산불이 나는데 막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
우리나라의 산에는 대부분 소나무가 주류를 이룬다. 소나무는 특히 불에 약하다. 불에 잘 안 타는 강한 나무를 심는 것도 산불 예방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올해 3월 4일 강원도 강릉 산불은 방화범이 일으킨 인재로 보고 있지만 그 후유증은 대단하다. 일주일째 계속 타고 있으니 그 손해는 이루 헤아릴 수 없으며 많은 사람들이 집과 가산을 잃고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봄에는 바람이 심하게 분다. 바람이 산불을 부추기는 형상이다.
산불감시단과 방화자 검거 전담팀을 꾸리고 예방 진화에 총력을 기울이지만 산불을 철저하게 막을 수는 없나 보다. 몇 년마다 대형 산불이 나서 민등산이 된다. 산에 나무가 없으면 보기 흉한 것도 있지만 장마 때 홍수 피해를 막을 수 없다. 국가적 손실이 크다. 결국 비가 내려서 산불이 꺼졌다.
나무는 지구 온난화를 막아주고, 오염된 공기를 정화해 준다. 자연재해를 막아주는 나무를 아끼고 잘 가꾸어야 한다. 그리고 식목일에 나무 심는 일도 잊지 말아야 한다.
사월에 내리는 비는 꽃비다. 비 오는 오후에는 잠시나마 마음의 여유를 갖는다. 봄비는 대지를 적시고 내 가슴에도 내린다. 소리 없이 내리는 봄비를 맞으며 꽃이 피어난다. 봄비에 젖은 꽃잎들이 흩날린다. 활짝 핀 벚꽃은 눈부시게 아름답다. 그 위에 비가 내리면 꽃잎이 모두 흩어져 낙화가 된다. 그때의 봄비는 심술쟁이 오빠처럼 보인다. 내 어릴 때 고무줄놀이를 할 때면 고무줄을 끊어놓고 도망가던 얄미운 오빠가 생각난다.
봄비는 무한정 많이 내리지 않는다. 절제할 줄 알아서 적당히 내리고 그친다. 장맛비처럼 무한정 내려서 가산을 망치게 하는 일은 없다. 들고 나는 것이 적당하여 가슴을 포근히 적셔주는 아름다운 봄비여! 그대는 버들가지 사이로 왔다가 벚꽃 날리며 어디로 가는가. 우리 아기 같은 싱그럽고 고마운 봄비여.


어느 멋진 날

그날은 대통령 선거일이었다. 아침 일찍 서둘러서 일곱 시에 투표를 마칠 수 있었다. 그 시간이 한가해서 편리하기도 했지만, 남편을 투표에 참가시키려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난번 단체장 선거가 있던 날은 남편의 휠체어를 밀고 투표하러 갔다. 기표하려는데 참관인이 다가와 남편이 장애인이라고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며 비밀투표를 못 하게 하는 불손한 행동에 마음이 상했다. 또다시 그렇게 부당하게 나오면 당당하게 대항하리라. 날씨는 춥지 않아서 외출에 별 지장이 없을 것 같았다.
선거 유세전은 불꽃 튀는 대접전이라 볼만했다. 두 당이 연합해서 당선된 대통령 후보가 있었다. 후보 경선에서 낙선한 당 대표는 당선된 대표를 지원해 주기로 약속했다. 그래서 같이 유세를 다녔는데 뜻이 맞지 않아 갈라서면서 ‘지원 철회’라는 기상천외한 일까지 있었던 보기 드문 선거전이었다. 정책과 노선이 다른 당끼리 합쳐서 한 사람의 후보를 낸 것은 야합이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정상이 아니니 지원을 중지한 것은 당연지사다.
남편은 서울특별시 직원으로 35년을 근속했다. 퇴직할 때에는 표창장과 국가유공자 증서를 받았다. 1961년부터 근무했으니까 대한민국 격동기를 다 겪은 셈이다. 식목일 산에 나무 심는 행사는 꼭 참석하였다. 그때 벌거숭이였던 산이 지금 푸른 것을 보면 매년 열심히 나무 심던 남편의 모습이 거목 사이로 설핏 스쳐 가는 듯했다.
금강산 여행을 갔을 때 본 북한 쪽 산은 나무가 많지 않아서 볼품이 없었다. 남쪽 우리나라 산과 비교되면서 심란하고 우울했다.
‘아! 저 산에 나무를 심으려면 많은 인고의 세월이 필요할 텐데….’
토요일이면 오전 근무를 했던 시절 남편은 보통날과 똑같은 시간에 퇴근하는 것이 예삿일이었다. 숙직은 매달 월례행사였다. 우리 집 아이들은 중고등학교 때 과외공부를 못 했다. 박봉에 시킬 형편이 되지 않아서 엄두를 못 냈다. 게다가 자녀를 과외 시키는 아버지가 공직자이면 강제 퇴직시킨다는 나라의 지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이들이 대학 다닐 때는 운동권은 불순세력이니 조심하라고 누누이 교육을 했다. 그 세력과 휩쓸리면 절대로 안 된다고 하였던 기억이 새롭다. 애국심이 투철하였던 분이기에 대학생들 데모는 국가를 배신하는 행위라는 생각뿐이었지 싶다. 아들들은 성묘 가서 아버지를 회상할 때면 국가관이 투철하고 애국자였던 아버지의 모습을 회자하곤 했다. 그들도 지금은 제 아버지를 닮아가고 있다.
성실하고 강직하며 책임감이 강했던 남편은 자신의 직업에 열심이어서 전혀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지내는 듯했다. 집안 대소사에는 참석 못 하는 것이 다반사였지만 당연한 일로 알았기에 식구 모두는 직업에 충실한 가장을 존경했다.
남편은 평소 지병이 없어서 건강에는 자신만만했었는데 불가사의한 일이 일어났다. 무더운 여름날 월요일이었는데 근무시간이 끝나고 연장 근무하다가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졌다. 늘 추위에 약했던 사람인데 왜 더위에 맥없이 쓰러졌는지 수수께끼 같은 일이었다. 직원이 모두 퇴근하고 아무도 없는 사무실이라 이튿날 새벽에야 발견되어서 병원으로 옮겼다. 다행히 목숨을 건진 것도 천운이었다. 쓰러진 지 오랜 시간이 경과된 후의 뇌수술은 회복이 어렵다. 정상 회복이 되지 않은 채 십오 년을 장애인으로 살았다.
그런 연유로 육십 초반에 장애인이 되었다. 그때부터 휠체어를 타야만 외출이 가능했다. 불편한 외출이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투표를 거른 적이 없었다. 투표는 국민의 의무라 꼭 참가해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었다. 투표 자체를 은근히 기다리는 모습이 역력했다.
유세가 끝났고 투표도 마감했다. 드디어 개표하는 시간. 새로운 대통령 탄생을 기대했다. 국민의 심판이 어떻게 내려질지 참으로 흥미로웠다. 나도 왠지 가슴이 두근거리며 긴장되었다. 정의가 반드시 이긴다는 세상 이치 앞에 우리는 개표 상황을 지켜봤다. 이번 선거에서 오직 나라를 사랑하고 국민에게 신뢰를 받는 이 시대에 필요한 인물이 선택되리라는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남편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한 표를 행사했다. 나는 자랑스러웠다. 투표소에서 기표하고 나오는 모습을 보니 반가웠다. 손가락으로 V자를 표시해 보였다. 내가 계획했던 선거 날 일정을 무사히 마친 것 같아서 흐뭇했다. 그이의 건강했던 예전 모습이 그리웠지만 그런 것은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과거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어제는 역사요, 내일은 미스터리, 오늘만이 귀중한 선물이다.’
다만 현재만이 있고 미래는 다가오는 것이기에. 선거일이면 불편한 몸이지만 항상 기권하지 않고 당당하게 투표하는 남편이 자랑스러웠다. 상쾌하고 멋진 날이 지나고 있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그 멋진 날이 그립기만 하다.

출판사 서평

최정옥의 표제작인 작품 「프리지어 꽃 필 때면」에서는 세상을 보는 눈이 정직하고 자애롭다. 대상을 따뜻하고 부드러운 눈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제3자인 독자의 마음도 흐뭇할 수밖에 없다. 프리지어는 봄날의 햇살같이 선명한 노란색을 지닌 꽃이다. ‘지는 모습을 보면 더욱 매력적이다. 시들어가면서 꽃잎이 흩어지지 않고 색감은 더욱 짙어져 아름다움을 발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대부분의 꽃들이 질 때는 추한 몰골이지만, 프리지어는 지는 모습조차 고고하다고 했다. 그렇다. 프리지어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작품 속에 등장하는 꽃의 아름다움에 공감하리라.
작가는 여성 특유의 감수성 있는 문체로 대상을 포착하여 파스텔톤으로 그려냈다. 표현에 무리가 없으며 대성을 보는 눈이 정확하면서도 과장해서 그리지 않았다. 그래서 그의 글을 읽으면 우리의 마음까지 정화되는 것 같다.
최정옥의 수필집 『프리지어꽃 필 때면』을 관통하는 특징은 소재를 보는 눈이 예리하다. 남들이 거들떠보지 않는 발가락을 소재(「민둥 발가락」)로 하여 한 편의 재미있는 작품을 빚어냈다. 대상에 대한 친근감을 가지고 사물을 친구로 삼아 무언의 대화를 한다. 발가락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대상을 대화의 상대로 삼은 이상 그려내는 일만 남았다.
수필이 자신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쓴 글이기에 ‘자조의 문학’이니 ‘고백의 문학’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자신의 이야기가 많을 수밖에 없다. 작가는 발가락에 대한 어릴 때 오빠의 기억을 되살리면서 가족 간의 사랑을 표현했다. 본문 속의 한 토막을 빌려오면 섬뜩할 정도로 사실적이다.
그 밖에도 「넷째로 태어나」와 「여름 과일」, 그리고 「여동생과의 동거」 같은 작품에서도 작가의 순수한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수필이 점차 현학적이고 난해한 주제로 치닫고 있는 요즈음 가족의 사랑을 잔잔한 목소리로 풀어나가는 작가의 글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91168150379
발행(출시)일자 2022년 11월 11일
쪽수 256쪽
크기
152 * 225 * 16 mm / 503 g
총권수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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