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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맛

이순호 시집 | 양장본 Hardcover
이순호 저자(글)
글상걸상 · 2022년 10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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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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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집은 가내수공 독립출판사 〈handmade books 글상걸상〉의 대표이기도 한 이순호 시인이 직접 손으로 엮었다. 사실, 세상 그 많고 많은 책들 속에 시집 하나 보탰다고 세상이 바뀌지는 않는다. 임시야간숙소 앞에서 동전 한 닢을 나눠준다고 세상이 바뀌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몸의 언어를 받아쓰는 사람이 시인이라면, 시인이 공동체-생태-환경-노동을 지향하고 복원하는 것이 필연적이고 마땅하다면, 이를 실천하는 시인의 작은 몸짓과 행위가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믿는다. 그 귀한 나무를 싹뚝 잘라 시집(책)을 뚝딱 만들어내는 것보다, 詩를 짓고 엮고 나누고 공감하는 과정에서 몸짓 언어를 보태는 것. 이는 종이(나무)와 종이(나무)의 연대기를 기록하는 인쇄노동자와 독자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예의일 것이다.

“몸의 무늬, 기억과 언어를 받아쓰는 자가 곧 시인이라는 사실을 겨우 알아챘을 때, 詩를 쓰는 일은 입을 열기 전에 귀를 여는 일이란 걸 알았다. 詩는 쓰는 그 무엇이 아니라 짓는 그 무엇이라는 것을 알았다. 나에게 詩란, 몸과 마음을 다하여 짓는 귤 형제들과 다르지 않다. 이제 올망졸망한 귤 형제들을 당신에게 보내니 맛난 놈은 정말 맛있게, 설익은 놈은 된통 싱겁게, 신 놈에게는 신소리 툭툭 던지며 욕도 간간히 섞어가며 드시라.” 〈이순호 시인〉

작가정보

저자(글) 이순호

이순호 시인은 1970년 제주에서 나고 자라 큰 공부랄 것도 없는 글 짓는 공부를 뭍에서 했으며, 1995년 문학사상에 ‘전철에서 詩를 읽다’ 등이 신인상을 수상하는 바람에 시인이란 허명을 얻었다. 뭍에 오른 바에 배운 대로 남의 글 쓰는 돈벌이를 십년 넘게 하다가, 더 이상 뭍 생활하다가는 꼭 죽을 것 같아 2011년 제주로 돌아왔다. 딱히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오로지 홀로 돌집 하나 지어 깃들었으며, 지금은 먹고 살고자 귤밭에서 몸을 굴리는 것도 모자라 가내수공업 궁리에 몰골하는 처지다. 시인이란 허명을 얻은 지 스무 해, 詩로 무엇을 이룬 바 없어 늦게나마 가내수공업의 한 방편으로 첫 시집 〈낡은 상자 헌 못〉을 엮었다. 2018년에는 홀로 지은 돌집 이야기를 엮은 산문집 〈집, 사람의 무늬〉를 펴냈으며, 공유공간 〈열권의 책방〉과 독립출판사 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이번 시집 〈피의 맛〉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2022년 우수출판콘텐츠 제작 지원’사업 선정작이기도 하다.

목차

  • 07 _ 시인의 말 _ 산처 山處
    11 _ 애기구덕 흥그는 소리
    12 _ 밭담 아래 낳은 자식
    13 _ 수다의 힘
    14 _ 고수, 전설의 시작
    15 _ 거름
    16 _ 돼지고기 엿
    17 _ 인사법
    18 _ 살을 일
    19 _ 노루궁뎅이 햇살
    20 _ 불알시계
    21 _ 오줌항아리
    22 _ 꼬순 것들
    23 _ 다디단 날
    24 _ 세송이바람꽃
    25 _ 어떤 시계
    26 _ 고사리장마
    27 _ 제주꽃멸젓
    28 _ 마지막 제사
    30 _ 퇴행성관절염
    31 _ 삼형제
    32 _ 고모들
    33 _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이야기
    34 _ 동백 冬柏
    35 _ 장흥이씨 長興李氏
    36 _ 쉐돈 지명풀이 1 _ 일뤠당
    37 _ 쉐돈 지명풀이 2 _ 향통
    38 _ 쉐돈 지명풀이 3 _ 막개낭밭
    39 _ 쉐돈 지명풀이 4 _ 구룡못
    40 _ 피서 避暑
    42 _ 고향집

    피의 맛 _ 45
    모처럼 비 _ 46
    어떤 역사 役事 _ 47
    먹쿠실낭 _ 48
    그곳 경주 _ 49
    살구 殺狗 _ 50
    짐승 _ 시인 서정춘 _ 51
    성난 고추 _ 52
    백일몽 _ 53
    나무의자 _ 54
    그집 마당에는 개집이 있다 _ 55
    평온한 잠 _ 56
    봄비 _ 57
    세상인심 _ 58
    사람의 일 _ 59
    가시리 _ 벗 손인호에게 _ 60
    오조리 吾照里 _ 61
    까마귀 밭 _ 62
    전설 傳說 _ 63
    가거도 1 _ 염소와 황소 _ 64
    가거도 2 _ 가거분교장 아이들 _ 65
    가거도 3 _ 오리똥싼데 _ 66
    가거도 4 _ 지랄이 지랄이여 _ 67
    가거도 5 _ 신기루 _ 68
    아프냐? 나도 아프다 _ 벗 정형수에게 _ 69
    그가 남기고 간 것 _ 70
    우산 雨傘 _ 71
    마른 장마 _ 72
    냉장고論 _ 73
    그리운 장대비 _ 74
    봄은 _ 75
    종이 한 장 차이 _ 76
    수평선 _ 77

출판사 서평

“사람 귀한 시절에 어디서 이런 눈썹 짙은 사내 심방이 하나 내렸는가. 피가 끄는 대로 읊고 부르는데, 노래인즉 사설이고 사설인즉 노래로다. 핏속 사무친 이 마음자리 떠나 어디메 기대어 詩일 것인가. 그 결기와 끈끈한 속힘으로 보건대 장차 그의 노래는 더 멀고 깊은 곳까지 흘러가 끝내는 풀과 돌과 바람과 혼백들까지 취하게 하고야 다할 것이다.”〈김사인 시인〉

시집 〈피의 맛〉은 제주 공동체의 서사를 짚는 시집이다. 시인 서정춘은 ‘시인의 고향 제주도 시편들은 그가 숙독했으리라 짐작되는 오장환 이용악 등의 그늘이 어설프게 서려있다. 말하자면 제주도 변방 섬사람들의 굴곡지고 거친 손이라도 얼굴에다 문지르며 저간의 안부를 여쭙는 살맛 같은 것이 좀 더 있었다면 좋았을 일이다.’ 라며, 시인의 서사에 주목했다. 이번 시집 〈피의 맛〉의 피는 혈연, 곧 이전 세대의 공동체와 서사를 대표한다. 혈연의 고집이 아니라 서사롤 풀어내는 지점, 그 시대를 살필 필요가 있다. 지금 현 세태의 혈연 지연을 넘어 과거 공동체적 혈연의 맛을, 그 서사를 복원하자는 의미인 셈이다.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91189268138
발행(출시)일자 2022년 10월 31일
쪽수 88쪽
크기
132 * 193 * 11 mm / 267 g
총권수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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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선지해장국을 공글리며 먹다 깨물어
선지에 스며든 피의 맛만큼이나
바람 잘 날 없는 제주의 과거와 현재가
여기저기서 물컹물컹 씹히며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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