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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23: 통일

푸른역사 · 2022년 10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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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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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 ‘자유’ 개념을 통해
‘통일’의 역사적 의미 변화를 추적하다
독일의 역사를 통해 ‘통일’ 개념의 역사적 변화 과정을 살피다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에 실린 단어들이 넓게 보아 유럽 전체를 배경 삼아 설명되기는 하지만, 실은 독일어권의 맥락이 두드러진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그중에서도 ‘통일Einheit’이라는 단어의 경우라면, 근대 이후 두 차례의 통일을 힘겹게 이루어낸 독일의 지난 역사와 더욱 깊이 연관되어 있을 수밖에 없다.
독일의 첫 번째 통일은 1871년의 일로, 신흥 군주국가 프로이센의 주도 하에 오랜 정치적 분열의 시대가 끝나고 근대적 국민국가가 수립된다. 두 번째 통일이 바로 첫 번째보다 훨씬 더 유명한 동독과 서독의 ‘재통합’이다. 이 역사적인 사건은 냉전시대의 견고한 상징과도 같았던 베를린 장벽의 붕괴와 함께 이를 지켜보던 동시대 세계인들의 기억 속에도 여전히 강렬하게 각인되어 있다.

‘통일’과 ‘연방’의 밀접한 관계
근대 이후 역사에서 두 번의 통일을 성취한 국가답게, ‘통일’은 독일인들에게 그래서 늘 뜨거운 정치적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단어였다. 상반되는 의미와 감정들이 이 단어의 역사 속에 켜켜이 쌓여 있다는 점은 여러 루트로 확인할 수 있다.
예컨대 ‘통일’은 독일어에서 ‘연방Bund’이라는 단어와 밀접한 관계를 가져왔다. 작은 소국들로 나뉘어졌던 시대, ‘연방’은 ‘통일’로 가는 도정을 곧장 떠올리게 했고, 실은 상당 기간 동안 ‘통일’과 거의 동의어로 쓰였던 듯하다.
그러나 군소 국가들이 그저 느슨하게 모인 ‘연방’ 정도의 수준이 아니라, 혁명으로 거듭난 프랑스처럼 중앙집권적인 ‘통일’을 꿈꾸는 정치 세력들에게라면 이야기는 또 달라진다. 이때 ‘연방’은 ‘통일’을 방해하거나 오히려 상반되는 대조적 개념으로 통용되었기 때문이다. 동일한 단어가 이처럼 정반대의 의미로도 사용되었다는 것은 강력한 통일 국가를 바라보는 독일인들의 시각이 희망과 두려움으로 팽팽하게 대립되어왔던 사정을 말해준다.

‘통일’과 ‘자유’, 대척적인 개념이 아닌 유사성이 강한 개념
‘연방’뿐만 아니라 ‘자유’ 역시 ‘통일’과의 관계 속에서 유사한 궤도를 걸어왔다는 설명도 흥미롭다. 중앙집권적 통일국가가 소국의 자유를 앗아가는 사태를 염려하는 입장에서라면, ‘통일’과 ‘자유’는 상반된 개념임이 분명했다. 그러나 민족자결이라는 근대적 원칙 위에 통일된 국가가 누리게 될 더 많은 자유를, 보다 더 자주 상상했던 이들에게 ‘통일’과 ‘자유’는 결코 대척적인 대념이 아니었다. 오히려 두 단어는 친족적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유사성이 훨씬 강한 개념이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통일》 항목 사전은 한국인들이 좀 더 기대를 가지고 살펴보게 될 두 번째 통일의 시대까지는 서술하고 있지 않으며, 1871년에서 논의를 끝내고 있다는 점이다.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이 주로 근대 초기, 국민국가 성립기를 다루고 있는 사정과도 연관이 있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오지 않은 통일에 대해 19세기의 독일인들이 품었던 상반된 기대지평과 다양한 정념들까지도 꼼꼼하게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이 사전은 지금ㆍ여기를 살아가는 한국인들에게도 의미 있는 선례와 참조가 되지 않을까.

이 책의 시리즈 (25)

작가정보

저자(글) 로타르 갈

Lothar Gall(1936~)
독일의 근대 역사가. 1975년부터 2005년 퇴임까지 독일 프랑크푸르트대학에서 근대사 교수로 활동했다. 저서로 《백색 혁명가 비스마르크》, 《독일의 시민계층》 등이 있다.

저자(글) 크리스타 제거만

Krista Segermann(1941~)
독일 예나대학교 ‘라틴어문학연구소Institut fur Romanistik’에서 2007년 퇴임할 때까지 교수로 근무했다. 저서로 《서정시에서의 모토》, 《외국어 연습 유형》 등이 있다.

저자(글) 디르크 블라지우스

Dirk Blasius(1941~)
독일의 근대역사가. 1974년부터 2006년 퇴임까지 독일 에센대학에서 법제사, 사회사 등을 가르쳤다. 저서로 《범죄와 일상》, 《카를 슈미트》 등이 있다.

엮음 오토 브루너

Otto Brunner(1898~1982)
오스트리아 역사학자. 베르너 콘체와 함께 ‘근대 사회사 연구회Arbeitskreis für moderne Sozialgeschichte’를 조직했다.
주요 저서로 《향촌과 지배Land und Herrschaft》(1939), 《사회사로의 새로운 길Neue Wege der Sozialgeschichte》(1956), 《중세기의 유럽 사회사Sozialgeschichte Europas im Mittelalter》(1978) 등이 있다. 특히 베르너 콘체, 라인하르트 코젤렉과 함께 펴낸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원제는 《역사적 기본개념, 독일 정치ㆍ사회 언어 역사사전Geschichtliche Grundbegriffe. Historisches Lexikon zur politisch-sozialen Sprache in Deutschland》)은 가장 주요한 업적으로 꼽힌다.

엮음 베르너 콘체

Werner Conze(1910~1986)
독일 역사학자. 1950~60년대까지만 해도 역사학의 방법론은 정치사에 편중되어 있었다. 하지만 콘체는 산업화 이후 전개되는 역사적 과정에 경제시스템, 인구발전, 소득분배와 같은 사회적 요인이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회사Sozialgeschichte를 주장함으로써 독일 학계에 주목을 끌었다.
주요 저서로 《농민해방과 도시질서Bauernbefreiung und Städteordnung》(1956), 《독일 민족. 역사의 결과Die Deutsche Nation. Ergebnis der Geschichte》(1963) 등이 있다. 특히 오토 브루너, 라인하르트 코젤렉과 함께 펴낸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원제는 《역사적 기본개념, 독일 정치ㆍ사회 언어 역사사전Geschichtliche Grundbegriffe. Historisches Lexikon zur politisch-sozialen Sprache in Deutschland》)은 가장 주요한 업적으로 꼽힌다.

엮음 라인하르트 코젤렉

Reinhart Koselleck(1923~2006)
‘위대한 아웃사이더’, ‘18세기 철학자’, ‘홀로 서면서도 여러 경계에 걸친 인물’. 개념사 사전의 선구자 코젤렉을 달리 부르는 이름들이다. 그렇듯 그는 유럽 근대사 연구에서 빼어난 업적을 쌓았지만 스스로 ‘역사가 동업조합’의 울타리에 들지 않았다. 그는 늘 언어와 사실, 주관과 객체 사이의 중간지점에 서서 구조주의와 탈구조주의의 한계를 직시했다.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었던 그의 이력은 역사학을 전공하면서도 철학과 정치이론에 더 많이 기울었던 하이델베르크 대학 시절로 거슬러 오른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카를 뢰비트, 한스 게오르크 가다머, 마르틴 하이데거, 카를 슈미트 등이 청년 코젤렉을 키운 이론가들이다. 시간운동의 역사철학, 번역의 해석학, 정치적 인류학이 이들로부터 흘러나와 코젤렉의 개념사 이론에 녹아들었다.
그렇지만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의 골격을 이룬 ‘경험공간’과 ‘기대지평’은 그의 독창적인 인식체계다. 그 줄기에서 그는 사회적, 정치적 변화의 지표이면서 그 요소가 되는 개념의 세계를 발굴했다. “‘근대’라는 위기의 시대에 수많은 ‘투쟁개념들’이, 다가오는 역사적 운동을 이념적으로 선취하면서 실천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명제가 역사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던 것이다.
그는 그렇게 객관주의와 주관주의 사이의 해묵은 경계선에서 홀로 서면서 《비판과 위기Kritik und Krise》(1959), 《개혁과 혁명 사이의 프로이센Preußen zwischen Reform und Revolution》(1967), 《지나간 미래Vergangene Zukunft》(1979), 《시간의 층위Zeitschichten》(2000), 《개념사Begriffsgeschichten》(2006) 등의 저술을 남겼다.

기획 한림대학교 한림과학원

한림과학원은 1990년 1월, 한림대학교의 설립자인 고故 윤덕선 박사가 국내의 저명한 원로 교수들을 연구원으로 초빙해 설립한 학술연구소로서, 그동안 인문ㆍ사회ㆍ자연과학을 아우르는 종합 학술사업과 연구에 주력해왔다.
특히 한림과학원은 2005년부터 ‘한국 인문ㆍ사회과학 기본개념의 역사ㆍ철학사전’ 편찬 사업을 시작하여 2007~2017년 인문한국HK ‘동아시아 기본개념의 상호소통 사업’을 수행해왔다. 2018년부터는 인문한국플러스HK⁺ ‘횡단, 융합, 창신의 동아시아 개념사’로 확장하여 동아시아 개념사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전근대부터 근대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동아시아에서 개념이 생성, 전파, 상호 소통하는 양상을 성찰하여, 오늘날 상생의 동아시아 공동체 형성을 위한 소통적 가능성을 발견하는 것이 이 사업의 목표다. 이러한 목표를 위해 한림과학원은 동아시아 개념소통 관련 기초연구의 축적, 개념사 총서 및 이론서ㆍ번역서 발간, 다양한 국내외 학술행사 개최, 국내외 학술교류협력 사업 추진,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 다방면에서 선도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번역서 출간은 이 사업의 일환이다. 이 사전의 번역은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하는 작업으로, 유럽의 개념사 연구 성과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다. 2010년 1차분 〈문명과 문화〉, 〈진보〉, 〈제국주의〉, 〈전쟁〉, 〈평화〉를 내놓으며 시작된 이 작업은 2014년 2차분 〈계몽〉, 〈자유주의〉, 〈개혁과 (종교)개혁〉, 〈해방〉, 〈노동과 노동자〉, 2019년 3차분 〈위기〉, 〈혁명〉, 〈근대적/근대성, 근대〉, 〈보수, 보수주의〉, 〈아나키/아나키즘/아나키스트〉, 2021년 4차분 〈역사〉, 〈민주주의와 독재〉, 〈동맹〉, 〈법과 정의〉, 〈헌법〉 출간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이번에 5차분 〈경제〉, 〈반동-복고〉, 〈통일〉, 〈협회〉, 〈습속, 윤리, 도덕〉을 내놓으며 십수 년에 걸친 발간 일정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이 책의 출판을 디딤돌 삼아 한국에서 개념사 연구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개념사 연구방법론을 개발하는 시도가 왕성해지길 기대한다.

번역 최성철

서강대학교 인문대학에서 학부와 대학원을 마치고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교 역사문화학부에서 19세기 스위스 역사가 야코프 부르크하르트의 역사이론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 역사이론, 서양사학사, 서양지성사 분야의 여러 주제에 관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현재는 홍익대학교 교양과 부교수로 재직하면서 인간 본성을 역사적으로 결정하는 여러 테마에 대한 탐구를 계획하고 있다.
《부르크하르트: 문화사의 새로운 신화를 만들다》, 《과거의 파괴: 19세기 유럽의 반역사적 사상》, 《역사와 우연》, 《폭력의 역사학》 등의 단행본 외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목차

  • 번역서를 내면서

    I. 서론

    II.
    1. 기독교적 통일Unitas christiana
    2. 정치 조직체Corpus politicum
    3. 인류의 통일Unitas generis humani
    4. 독일어권에서의‘ 통일’이라는 단어와 개념
    5. 예술작품과 문학작품의 통일: 레싱Lessing
    6. 통일 개념의 역사서술적 관점: 유스투스 뫼저Justus Möser
    7. ‘민족 통일Einheit der Nation’ 개념의 준비 작업: 헤르더Herder
    8. 제국헌법에 대한 국법적 토론에서의 ‘통일’ 개념
    9. 나폴레옹 시대
    10. 3월혁명 이전 시기의 ‘통일’ 문제와 개념
    11. 1848년의 통일 개념의 현장화
    12. 사회적 통일의 문제와 그것의 개념적 반영: 로렌츠 폰 슈타인Lorenz von Stein, 카를 마르크스Karl Marx
    13. 독일의 민족국가적 통합 시기의 ‘통일’ 개념

    III. 전망

    옮긴이의 글
    읽어두기: 주석에 사용된 독어 약어 설명
    주석
    찾아보기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 원서(번역서)명/저자명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91156122333
발행(출시)일자 2022년 10월 29일
쪽수 112쪽
크기
144 * 214 * 13 mm / 300 g
총권수 1권
원서(번역서)명/저자명 Geschichtliche Grundbegriffe E - G : E - G/Otto Bru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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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통일의 사례를 개념화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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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의 결핍은 민족들의 통일과 자유와 자결에 대한 요구가 전 유럽 민족들을 휘어잡던 시기에 더욱더 강하게 독일 통일 문제에 관한 토론을 불러일으켰다.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23: 통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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