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느린 눈으로 오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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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총서 (87)
작가정보
작가의 말
괜찮아?
아직은.
당신께 두 번째 연서를 보낼 수 있어
다행입니다.
2022년 10월
조현정
목차
- 시인의 말
1부
아주 긴 장마가 시작될 거예요
결로結露
거머리
소요유逍遙遊
파치의 시간
겨우살이
폭설暴雪
까마귀 이는 저녁
생존율 15프로
그깟
미미
봄 바다에서
유품에 대한 사적 견해
다시는 못 볼까 봐
ON AIR
2부
지나간 여름 이야기
파이트클럽을 보는 저녁
그 나무 어디로 갔을까
엉엉 우는 여자를 본 두 여자
아니와 응
끈에 관한 농담
중복
휜 나무
주도권
쥐잡기 요령
허울
귀
어떤 변절
비누 도둑
시집 전문서점 실비아
3부
약藥사리고개
일요일의 감자꽃
파리풀꽃
청평사 산책
가을의 환幻
4월의 눈
시詩
슬픈 긍정 1
슬픈 긍정 2
새벽에 온 바다
신비의 도시
어디쯤이건 어디에 있건
이팝나무꽃 젯밥
미생未生
어리바리 세계관
4부
말, 화살을 날리다
꿈과 춤
두부를 만들다
이상한 영농 일지
비법祕法
유쾌한 제사
전가복
개명改名
나의 빽
자전거를 탄 오토바이
슬픈 긍정 3
슬픈 긍정 4
내려놓기 1
내려놓기 2
복기復記
발문과 해설 사이 _ 겨울에서 봄으로 공간과 관계의 안과 밖 ㆍ 김정수
출판사 서평
마침내 느린 눈으로 오시는 그대를 마중하는 시간
- 조현정 시집 『그대, 느린 눈으로 오시네』
2019년 계간지 『발견』으로 등단한 조현정 시인이 두 번째 시집 『그대, 느린 눈으로 오시네』를 펴냈다. 달아실시선 60권으로 나왔다.
첫 번째 시집 『별다방 미쓰리』(북인, 2019)를 낸 지 3년 만에 펴내는 시집인데, 조현정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이렇게 얘기한다.
“괜찮아?/ 아직은.// 당신께 두 번째 연서를 보낼 수 있어/ 다행입니다.”
그러니까 이번 시집은 시인 조현정이 (첫 번째 시집과 마찬가지로) 맞닥뜨리고 있는 안팎의 무수한 타자인 당신(들)에게 보내는 위로이며 연서인 셈이다. 지독 지난한 삶이지만 견대내자고, 지면서 이겨내자고 어깨를 두드리는 것이다.
이번 시집을 시인 박용하는 이렇게 얘기한다.
조현정의 시에는 어느 시편 할 것 없이 그만의 목소리가 덤덤하고 담담하게 울려 나온다. 그 말투는 조근조근 뭉근하기도 한데, 어떨 땐 까짓것! 그러며 털털하게 세속의 먼지들을 한꺼번에 털어내 버리듯 뒤끝이 없다. “네 말에 내가 얼마나 아픈지 알아도/ 내 말에 네가 얼마나 아픈지는” 모르는 말 사용법이 흥건한 세상에 남을 이기려/제압하려 드는 자의 말투가 아닌, 지는 사람의 말투가 시 곳곳에서 비근하게 펼쳐진다. 이기는 자들(의 말투) 치고 세계의 깊이에 가닿는 자들을 본 적이 있는가. 그것은 지는 자의 말이되 “생존율 15프로”로 ‘생존하지 않을 85프로’를 너끈히 감당하는/감당하겠다는 긍정이자 결의의 말이기도 해서 우리의 마음가짐을 돌아보게 만든다. 그 긍정이 ‘슬픈’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어도 긍정에 변함이 있을 수 없다. 저 지는 사람의 말의 근저와 기원엔, 상실에 관한 불안한 흔적과 다시는 못 보게 될지도 모를 두려움에 관한 기억이 지문처럼 묻어 있다. “선택할 무엇도 없는 저녁”의 어떤 기억에 뿌리를 두고 있을 이 상실과 불안은 “밤이 무서워 늘 형광등을 켜고 자던 아이”를 불러내고, “비 웅덩이를 피해가는 법을” 모르는 “세상에 던져진 아이”를 호출한다. 그러니 아이는 마법을 염원했을 법하다. 떠난 엄마가 보내온 맞지 않는 ‘초록신발’을 신고 다니던 ‘소녀’는 슬픔과 쓸쓸함의 비밀한 연대였던 ‘그녀와 그녀’의 시절을 지나 자분자분 이 세상의 빛과 그림자에 말의 의미와 존중을 더하는 ‘시녀(詩女)’가 되어 있다. “잠깐 동안 저승의 눈과 마주쳤다”는 이 긍정의 귀재는 자신의 장점을 발휘해 “최대한 무의미한 하루를 지내고자 나선 길”에서 “숨만 쉬어도 산 것들의 의미가 되어가던 식구들”이라는 내치기 어려운 전언을 우리 일상의 식탁 위에 올려다 놓는다. 그것은 겸손의 말이되 잘났다고 으스대는 자들을 무안하게 하는 승리의 말이기도 하다. (박용하)
이번 시집을 편집하기도 한 박제영 시인은 조현정 시인과 그의 시집을 뭉뚱그려 이렇게 얘기한다.
“조현정의 시는 지는 별에서 지는 방식으로 별의 중심까지 내려가 보겠다며 제 가슴에 무덤을 파는 삽이다 빛의 중심에 다다르기 위해 그림자가 되어 어둠을 빚고 있는 손이다 오늘은 지겠지만 내일은 이기자며 오늘은 어둠이 되겠지만 내일은 빛이 되자며 후후 부는 입김이다 마침내 느린 눈으로 오시는 그대를 마중하는 시간이다”
그러니 화살이 무슨 소용이에요. 당신 안에 더 강력한 화살이 있어도 소용없어요. 무시무시한 혀를 타고 나온 화살은 형태도 냄새도 없이 그저 상대성에 충실할 뿐이지요. 같은 화살을 쏴도 누가 누구에게 쏘느냐에 따라 그 파장은 재미있거나 재미없거나 둘 중 하나죠. 애석하게도 그게 다예요. 결국 돌고 돌아 제자리로 온 화살을 껴안고 우는 건 닳아빠진 당신이에요.
스스로 반열을 높인, 변하지 않는 시인 나부랭이가 있어요.
빈 시위를 당겨보고 있어요.
- 「말, 화살을 날리다」 전문
첫 번째 시집 『별다방 미쓰리』에서 조현정 시인이 자신의 재기(才氣)를 보여주었다면, 이번 시집에서는 재기를 넘어 발효된 말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눙치듯 던지는 그의 말들이 이 풍진 세상을 건너는 당신에게 작으나마 힘이 되고 위로가 되어줄 것이니 일독을 권한다.
기본정보
ISBN | 9791191668544 | ||
---|---|---|---|
발행(출시)일자 | 2022년 10월 31일 | ||
쪽수 | 144쪽 | ||
크기 |
125 * 200
* 17
mm
/ 308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달아실시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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