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지, 새들의 안부를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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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지에는 지구상의 생물 중 약 2%가 살고 있고 해양생물의 약 60%가 산란하거나 서식한다. 습지는 육지와 물을 이어주는 중간단계의 생태적 환경특성으로 높은 ‘종 다양성’을 보인다. 오랜 세월 동안 쌓인 많은 양의 퇴적물은 수생식물들이 대규모로 자랄 수 있게 만드는 여건이 되어주었고, 이 같은 환경은 식물을 시작으로, 절지동물, 양서류, 파충류, 조류 등 다양한 생물이 먹이사슬을 형성하며 공존하는 하나의 생태가 되었다.
한강의 마지막 지류인 공릉천 하류(교하강)는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교하’ 들판을 흐르며 거대한 습지를 이루고 있다. 갈대 자생군락과 조수간만의 차이가 커서 먹이가 풍부해 많은 새들이 찾는다. 특히 민간인통제구역인 일부 지역에서는 역설적이게도 다른 곳보다 더욱 잘 보전된 생태를 만날 수 있다. 그런데 세계에 내놓아도 자랑할 만한 풍경과 종 다양성을 갖추고 있던 교하습지가 최근 개발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습지에서 볼 수 있던 새와 생물종의 종류와 수가 현격하게 줄어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책은 15년 가까이 기록해온 사진 작업을 통해 우리가 잃어버리면 안 되는 것에 관해, 자연이 얼마나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고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가에 관해, 동시에 무분별한 개발 앞에서 자연이 어떻게 무력해지는가에 관해 말하고자 한다.
저자인 황헌만 작가는 ‘임진강’을 비롯하여 많은 생태사진 작업과 출판을 해왔다. 사라지는 풍경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가진 작가의 사진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새들의 안부를 묻고, 교하습지를 기억하기를 바란다.
작가정보
黃憲萬
다큐멘터리 사진가. 1948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중앙일보〉 출판사진부 기자와 〈서울문화사〉 사진부장을 지냈다. 사라져가는 우리 것들과 DMZ · 접경지대의 자연을 오랫동안 사진으로 기록해왔다. 1970년 ‘새한싸롱’의 〈황헌만 사진전〉부터 2011년 가나아트의 〈임진강〉 사진전 등 많은 전시작업을 했고, 《임진강》을 비롯해 《조선땅 마을지킴이》 등의 사진책을 출간했다. 《장승》 《 초가》 《옹기》 《하회마을》 《한국의 세시풍속》 등 전통문화를 기록한 책들의 사진작업에 참여했고, 김용택 시인과 함께 섬진강 기록작업을 했다. 사진동화 출간도 적극 진행해 《민들레의 꿈》 《강가에 사는 고라니》 《날아라, 재두루미》 《독수리의 겨울나기》 《춤추는 저어새》 등 40여 권의 사진동화집을 냈다. 이 책 《습지, 새들의 안부를 묻다》는 15년 가까이 공릉천 하구를 기록한 사진작업의 결실이다.
목차
- 이 책은 목차가 없습니다.
출판사 서평
책의 내용
역사를 품은 교하들판, 생태계의 보고
‘교하’는 의미있는 두 강, 즉 강원도에서 발원해 동서를 가로지르는 한강과 북녘땅에서 내려온 임진강이 만난다는 뜻에서 붙여진 지명이다. 물이 풍부하고 땅이 기름져 삼국시대에는 서로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전투를 벌인 지역이다. 백제, 고구려, 신라가 차례로 이 지역을 차지했으며 신라 경덕왕 때 ‘교하군’이라 칭하기 시작했다.
한강은 임진강과 만나기 직전 공릉천과 만난다. 교하들판을 가로지르는 공릉천은 한강의 마지막 지류로서, 공릉천 강 둔덕의 코앞에서 오두산통일전망대와 북한이 보인다.(한편, 들판에서 북한산의 암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교하들판에 서면 아침 해는 멀리 북한산에서 뜨고, 저녁 해는 북한이 코앞인 오두산 통일전망대 너머로 진다.) 공릉천 하류는 민통선 지역이라 철조망이 처져있다. 공릉천은 파주의 삼릉 중 하나인 공릉에서 이름이 유래했고, 양주시에서 발원해 고양시를 지나 파주시에 이르면 국가하천으로 바뀌어 한강과 합류한다.
공릉천 하류는 교하들판을 가로지른다. 지역주민들은 이곳을 ‘교하강’이라 부르기도 한다. 교하강 일대는 거대한 습지로서 생태계의 보고다. 조수간만의 차이가 심해 밀물 때면 서해 바닷물이 밀려 올라온다. 겨울이면 강이 얼어 생긴 유빙이 물살을 역류해 올라오는 풍경을 볼 수 있다. 먹이가 풍부하여 텃새, 철새, 나그네새, 길잃은새 등 온갖 새들의 식당이자 보금자리이기도 하다. 습지의 버드나무와 갈대는 물과 바람과 함께 흔들리고, 새들은 자유롭게 남한과 북한을 오간다. (‘서문’ 중에서)
교하습지, 15년의 사진 기록
이 책은 카메라에 담은 공릉천 하류, 교하강과 교하들판 이야기다. 교하강은 한강과 임진강 그리고 서해가 만나 밀물 때면 민물과 해수가 섞인 물이 밀려오기 때문에 먹이가 풍부하여 새들이 많이 찾는다. 이 책에 기록된 새만도 천연기념물인 재두루미, 황조롱이, 큰고니, 개리를 비롯해 60종이 넘는다. 2008년부터 기록을 시작했으니 거의 15년을 사진으로 기록한 것이다.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꿈꾸며
그 사이 풍경은 변했다. 10년 전에는 농부가 논을 갈면 백로가 따라다니며 먹이를 찾았고 농부들은 추수가 끝나도 새들을 배려해 볏짚을 일부러 논에 두었다. 그러나 이제 볏짚이 남아있는 논은 거의 없다(새들이 오면 개발제한이 되어 땅값이 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먹이가 별로 없으니 새들은 찾아오지 않는다. 2~4마리 가족 단위로만 지내는 재두루미가 대규모로 찾아오기도 했던 교하들판에서 이제 재두루미는 찾아보기 힘들다. (재두루미를 보려면 DMZ 구역으로 가야 한다) 겨울이 되면 흔히 보이던 독수리도 먹이가 없으니 잘 나타나지 않는다. 더구나 최근 도로를 만들고 개발이 진행되면서 새들은 더 줄어들고 있다.
새뿐만이 아니다. 여름철 교하강 둔덕에는 말똥게가 까맣게 길을 메우고 있다. 어쩌다 자동차 불빛이 비치면 말똥게들은 마치 바닷물이 갈라지듯 길을 내주고 다시 강과 옆의 농수로로 들어갔다. 그러나 둔덕에 흙을 부어 높고 넓게 하면서 말똥게들은 이동하기가 어려워졌다. 도로에 흙을 부으면서 습지의 면적도 줄어들고 있다. 농수로도 재정비해 만들었다. 높이 3미터의 콘크리트 장벽으로 만들어진 농수로는 말똥게, 양서류, 등과 습지와 들판을 오가는 동물들의 이동을 불가능하게 만들었고, 심지어 동물이나 사람이 농수로에 빠지게 되면 다치거나 빠져나오기 힘들어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런 습지의 난개발로 새들과 동물들은 떠나가고 습지는 생명을 잃어가고 있다.
이 책에는 60여 종의 새들, 봄~가을 농부들의 농사 모습, 강을 건너는 고라니, 가을~겨울 갈대와 버드나무, 새들의 파티장인 습지 풍경이 따뜻한 시선의 사진으로 포착되어 있다. 한강, 임진강, DMZ와 만나는 교하습지를 더 많은 사람이 기억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은 책이다.
이 책에 담긴 새들
60종이 넘는 새들이 이 책에 등장한다. 멸종위기종 및 천연기념물도 10종 가량이다.
대백로, 중대백로, 중백로, 쇠백로, 황로, 흰뺨검둥오리, 저어새, 노랑부리저어새, 청다리도요, 학도요, 알락도요, 중부리도요, 깝작도요, 뜸부기, 민물가마우지, 갈매기, 왜가리, 개개비, 붉은머리오목눈이, 뻐꾸기, 꾀꼬리, 후투티, 청호반새, 꿩, 원앙, 논병아리, 물닭, 물총새, 흰날개해오라기, 해오라기, 검은댕기해오라기, 때까치, 오색딱다구리, 딱새, 멧비둘기, 기러기, 쇠기러기, 큰기러기, 독수리, 쑥새, 북방검은머리쑥새, 참새, 되새, 비오리, 흰비오리, 흰죽지, 직박구리, 청둥오리, 참매, 흰꼬리수리, 비둘기조롱이, 황조롱이, 잿빛개구리매, 말똥가리, 털발말똥가리, 황오리, 큰고니, 개리, 댕기물떼새, 재두루미, 흑두루미. (**굵은 글씨는 멸종위기종 및 천연기념물)
이 책에 담긴 함께 사는 다른 동물들
왕우렁이, 줄베짱이, 말똥게, 펄콩게, 삵, 너구리, 고라니, 메뚜기, 미꾸라지
기본정보
ISBN | 9788994750996 |
---|---|
발행(출시)일자 | 2022년 10월 19일 |
쪽수 | 208쪽 |
크기 |
226 * 188
* 24
mm
/ 823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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