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푸른 날개를 닮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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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원, 김인환, 유한나, 김원우, 그리고 이준수. 이 다섯 명의 시인과, 최정수, 황한나, 최고은, 박병현, 그리고 엄승화. 다섯 명의 에세이 작가가 그들의 언어로 청춘을 이야기합니다.
여전히 우리 청춘은 사랑을 이야기하고, 꿈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멋진 그들의 삶을 만들어 가고자 합니다. 소통할 수 있는 개체는 많아졌지만, 갈수록 세대 간의 갈등 또한 심해지고 있는 이 시대에 청춘의 이름을 외치는 꿈과 열정이 넘치는 그들의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작가정보
이제는 다음 장을 생각해야 할 때인데 여전히 같은 페이지를 읽는 기분. 심지어 이전 장을 다시 펼쳐 읽기도 한다. 무심코 지나치거나 놓친 부분이 없는지 살피는 것이다. 그렇게 매번 책 한 권을 다 읽지 못한다. 모든 이야기가 첫 장으로 돌아와 끝이 난다. 항상 그런 글을 쓰고 싶었다. 내가 나라는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는 글. 모든 처음을 돌이켜보는 글. 처음과 끝이 함께 있는 글.

조금 엉성하고 많이 까탈스럽습니다. 제 성질에 제가 못 이길 때가 많아서 성격 좀 고쳐야 한다는 말을 달고 삽니다. 요즘은 여러 사람과 부대껴 살아가는 법을 배워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수십, 수백 번 곪아버린 물집을 터뜨려야 하겠지만 잠시의 아픔을 견디면서, 더 멋있어진 저를 만나러 가는 중입니다. 非常, 備嘗, 飛上. 비상한 삶을 살아가며 타인을 보살피고 종국에는 힘차게 날아오를 제 모습을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사랑은 번거롭고 아프고 소모적입니다.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사랑인 명분이 필요했습니다. 다들 그저 한 철 유행처럼 마음을 흉내 낸다고 위안했습니다. 이제는 번번이 발견한 사랑의 가능태들이 제 삶의 구원입니다. 다양한 형태와 수명의 사랑들을 이제야 가늠하게 되었고 얕게나마 헤아려 본 사랑의 물성을 활자로 옮기는 작업을 합니다. 솔직한 마음끼리는 거침없고 용감하게 겁이 많은 마음끼리는 위태롭고 아슬하게라도 우리가 모두 무해하고 어쩔 수 없는 사랑을 하면 좋겠습니다.
낭만과 현실의 경계에서 주로 낭만을 선택하는 사람. 항상 낭만의 편에 서진 않지만 그래서 더 낭만을 좇는 21세기 마지막 낭만주의자. 평소 펜을 들고 다니며 새하얀 종이 위에 글을 쓰지는 않지만, 무언가 느끼는 것이 있다면 살짝 구겨진 이면지 위에라도 느낌을 끄적여본다. 그런 내 느낌이 누군가의 가치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살고 있다. 추억을 먹고 살며 기록으로 기억한다. 그렇기에 누구보다 추억이 가지는 힘을 믿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문장 한 줄을 위해 또 그 구겨진 이면지 위에 볼펜을 맞대보는 사람.
가쁜 숨에 눈앞이 흐려질 때마다 계절의 흐름을 붙잡고 싶어질 때마다 순간 속 영원을 믿고 싶을 때마다 한 움큼 쥐었던 모래가 흩어져 가는 것을 바라보면서 읊조릴 우리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내자고.’
계절을 여러 번 두드렸다 풍성한 글감이 조각조각 피어올랐고 무던하게 언어 속을 헤엄치던 시간은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 짙어져 가는 글의 언저리에서 난 많은 사람을 위해 여백을 짓고 끓이며 종이의 옆자리에 머문다.
23초간 주마등처럼 스쳐 가는 기억을 세어본다 23년간 얼마나 울었더라 23년간 얼마나 웃었더라 23년간 얼마나 넘어졌더라 이것들을 어떻게 견더냈더라 23년 이곳에서 과거는 얼마나 후회하고 미래는 얼마나 기대할 건가
많은 것을 받았습니다. 참으로 덧없는 축복입니다. 제가 나약하고 오만할 때조차 기꺼이 자신을 사랑으로 들켜주시는 무한한 존재와 여느 때나 돌아갈 수 있도록 안식처가 되어주는 가족들의 너른 품과 희희낙락 웃음소리에 몸 둘 바 몰랐던 과분한 친구들과 함께한 시간, 사람은 친구의 얼굴을 빛나게 하는 존재라는 것을 소개해 주신 그 분께 이 영광을 돌립니다. 꼿꼿이 서 춤을 추며 태양을 향해 걸어가는 삶을 살겠습니다. 함께하겠습니다. 사랑하겠습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서 드라마 연출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가끔씩, 아주 가끔씩 시를 씁니다. 사람이 담긴 풍경 사진도 찍습니다. 부산, 제주, 그리고 가족을 애정합니다. 김동률, 김승옥, 이와이 슌지를 좋아합니다.
목차
- (시 부문)
끄적임의 어느 날 _ 김희원 (대상) 16
글이 되어버린 사람이 _ 김인환 (금상) 38
파도 소리 _ 유한나 (은상) 60
단잠 _ 김원우 (장려상) 82
담십육서사 _ 이준수 (장려상) 104
심사평 _ 류재우, 권덕행 126
(에세이 부문)
우리 각자의 영화관 _ 최정수 (대상) 136
걸작까지는 아닐지라도 _ 황한나 (금상) 160
銘明명명 - 달을 새기다 _ 최고은 (은상) 184
하나, 둘, 셋 그리고 꿈 _ 박병현 (장려상) 206
사랑을 미워할 수 있을 때까지 _ 엄승화 (장려상) 230
심사평 _ 조은아, 송세아 256
책 속으로
조각놀이 _ 김희원
필연적인 끌림에
알알이 맺히곤 했던 마음 조각이
유난히도 발랄해 보이는 요즘
그대 시간에 안긴지 얼마 되지 않아
이곳저곳에
함께 한 시간들이 서려 있다
심장 소리에 얌전히 앉아있는 당신의 미소 한 자락이
내 조각을 울렸고
나는 혼미해진 정신을 겨우 붙잡은 채
당신의 온기로 흥건해진 나의 조각을 쓸어 담는다
어머니 계신 곳 _ 김인환
거센 소나기,
어머니의 울음인 줄 모르고
귀를 닫는다
거센 바람,
어머니의 교훈인 줄 모르고
창문을 닫는다
뜨거운 햇볕,
어머니의 사랑인 줄 모르고
커튼마저 닫는다
이들 없이 살아갈 수 없음을 망각한 채
난 갈수록 고립되어 간다
멀게만 느껴졌던
그녀와 나 사이가
창문 한 칸뿐인데
바람 _ 유한나
바람에 노래가 있는 걸 그대는 아는가
아는 그대는 흥얼거리고 있는가
바람에 마음이 있는 걸 그대는 아는가
아는 그대는 어떤 위로를 받고 있는가
바람에 여유가 있는 걸 그대는 아는가
아는 그대는 함께 적셔지고 있는가
바람에 용기가 있는 걸 그대는 아는가
아는 그대의 머리칼은 흩날려지는가
온전히 바람에 맡겨진 순간
그대는 이전에 없던 완벽함에 감탄하고 있지 않는가
순백 _ 김원우
내 얘길 들어봐
어제 첫눈이 내린 거야
아무도 밟지 않은
순백 위 흰 눈을 밟는데
소리가 너무 좋은 거야
뽀드득 짜악
내가 새하얀 눈 위에
첫걸음을 옮기는데
그 소리가 너무 이쁜 거야
너에게 들려주고 싶어
이 시를 쓰는 거야
너와 함께 이 눈을 밟고 싶어
이 시를 써보는 거야
젊은 상경 _ 이준수
지하철에 올라
덜컹 한번 덜컹 두 번
터널을 지나고 만난
도성은 회색 마천루의 숲이었다
양복을 입은 모두가 바삐 지나다녀
거리는 언제나 북적북적
고개를 끝까지 들어야 끝이 보이는 마천루 아래에서
그것보다 높은 꿈을 꾸었다
작은 우물을 나온 개구리
구한말 서양에 간 통신사
나무만 한 집을 짓겠다고
아마존 병정개미가
개미핥기에게 다짐하듯
여지껏 수많은 그대들처럼
이 도시의 당당한 일원이 되리라
우리 각자의 영화관 中 _ 최정수
“엄마는 꿈이 플로리스트였어?”
“아니, 엄마는 원래 옷을 만들고 싶었는데 잘 안됐지. 그리고 지금 직업을 갖게 된 거야.”
엄마와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나는 내가 엄마에 대해서 모르는 게 정말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엄마는 명화 극장을 챙겨보고 사진을 좋아했지만 내 생각과 다르게 영화에 그다지 흥미가 없는 듯했다.
“그럼 나는 왜 그렇게 영화관에 데려갔어?”
“그야 네가 너무 좋아하니까.”
그랬다. 엄마는 오래전부터 내 꿈을 응원해주고 있었다.
“그런데 어떡하지 엄마, 나 이제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
라고 차마 말하지는 못했다. 엄마가 두 번째 꿈을 꾸기 시작한 것처럼 나도 새로운 꿈을 가질 수 있을까.
걸작까지는 아닐지라도 中 _ 황한나
또래보다 일 년 늦은 대학 생활을 하게 된 나는 그 일 년을 앞당기기 위해서 좋아 보이는 활동이 있다면 있는 족족 주워 담았다. 그러면서 역설적으로 내가 잘난 줄 알게 되면서도 한없이 조급해하며 다른 무언가를 찾았다. 막상 눈앞에 던져진 과제를 완벽히 해내지 못하는 내 모습을 보면 도망쳤고, 그 영역에서 나보다 재능을 발휘하는 다른 이들을 시기했다. 내가 빛나 보일 수 있도록 해주면서도 큰 명예를 안겨줄 것들을 찾아 헤맸다. 엔드류 카네기의 명언 ‘젊은이여, 그대 이름을 가치 있게 하라’를 실천하고는 싶었지만, 조금 쉽고 간단한 방법을 찾을 수 있다면 그렇게 해서 내 이름을 세상에 드날리고 싶었다.
銘明명명 - 달을 새기다 中 _ 최고은
“그럼 나랑 짱친 할래?”
다시 생각해도 유치하고 어이없는 말이다. 취해서 고개를 들지도 못하는 너와 주먹 하이파이브를 하고, 날이 밝아오는 5시에 이르러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점에서 내 치마에 두르라며 준 너의 외투를 입고 있었는데, 헤어질 때 벗어주려 하자 너는 굳이 다음에 주라고 하고 되돌아갔다. 열 발자국만 걸어가면 기숙사였는데, 네가 가져가지 않은 외투 때문에 나는 나의 마음을 정리하는 길을 열 발자국 더 되돌아 이르러야만 했다.
하나, 둘, 셋 그리고 꿈 中 _ 박병현
꼬깃꼬깃 모아둔 티켓과 촌스러운 필터로 찍어낸 사진들을 집에 와 방 한편에 모아두고, 몸집보다 큰 배낭을 창고에 올려두고 침대에 누웠다. 샌들 자국대로 그을린 내 발은 아직 돌아오지 못했고, 미처 시차에 적응하지 못한 나는 해가 중천에 떠야 암막 커튼에 의지해 겨우 잠이 들었다. 막연했던 그 첫 번째 꿈을 여름의 유럽으로 이뤄낸 나는, 이 이야기를 유럽의 거리에서 지독하게도 들었던 ‘VIVA 청춘’이라는 노래 안에 저장한다. 한 번 이뤄낸 꿈은 나를 끝없이 정의할 힘을 준다. 노래 속 가사처럼 ‘반짝여라 젊은 날, 반짝여라 내 청춘, VIVA!’
사랑을 미워할 수 있을 때까지 中 _ 엄승화
“넌 첫사랑이 무어라고 생각해?” 천진난만하게 질문하던 나의 얼굴을 보면서 끄응 소리를 내던 그는 살면서 이러한 질문에 대해 딱히 고민해보지 않았던 사람처럼 보였다. 한편으로는 내뱉고 싶은 말이 나의 생각에 딱 들어맞을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 같아 보이기도 했다. 나는 그냥 그의 생각 자체를 알고 싶었던 것뿐인데. 눈살을 찌푸리고 눈알을 요리조리 굴리는 그의 모습에 나는 장난스럽게 웃어버렸고, 그는 내 웃음에 다시금 반한 것처럼 눈살을 피고 그 특유의 웃음소리를 내면서 웃었다. 한참을 웃다가 상황이 어색해졌는지 그는 나에게 첫사랑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그 질문은 우리가 사랑하는 동안에 수백 번, 수천 번 나에게 되돌아오는 부메랑과 같은 질문이 되었고 그때의 나는 그것을 예상하지 못했다.
출판사 서평
X세대, N세대, Z세대, 그리고 MZ세대. 어느 시대를 대표하는 표현입니다. 하지만 세대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귀울이지 않는 시대의 다른 표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이는 말합니다. 젊은 사람들이 꿈이 없다고, 사랑을 모른다고.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꿈과 희망을 이야기 하고 있으며, 사랑을 그 무엇보다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느 세대에나 그랬듯 말입니다.
대학생들의 꿈을 응원하는 기업 KT&G 상상유니브와 도서출판 꿈공장플러스는 대학생의 문학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글로 만나보고 싶었습니다. ‘청춘’의 한 가운데 서 있는 이들과 호흡하고자 했습니다.
이들이 표현하는 언어에서 우리는 다시 청춘을 느끼고, 청춘을 기억하며, 청춘으로 살아갈 힘을 얻었다 할 수 있습니다.
기본정보
ISBN | 9791192134246 |
---|---|
발행(출시)일자 | 2022년 10월 08일 |
쪽수 | 264쪽 |
크기 |
123 * 190
* 21
mm
/ 419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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