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그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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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기관 추천도서 > 우수출판콘텐츠 제작 지원 > 2022년 선정
작가정보
목차
- 작가의 말
관측 가능한 불두덩의 중력장 …… 11
슈뢰딩거 고양이 …… 38
조형물 …… 64
모든 곳에 언제나 …… 88
원 그리기 …… 113
단세포적 참회 …… 136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 …… 160
프랙탈 …… 183
문어 …… 209
해설 _ 앓는 자들의 소리를 들어낸다는 것 …… 235
출판사 서평
아픔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 아무도 없을 것이다. 누구든 아팠거나 아프고, 또 아프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 누구도 아픔을 피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아픔은 삶 그자체이다. 신호철의 소설은 무엇보다 바로 그 아픔으로서의 삶에 주목하였다. 작가는 이 소설집에서 그 아픔을 앓아내고 있는 사람들이 내는 소리를 들어내는 데 오롯하게 집중했다. 그는 저마다의 이유와 사연들로 아파하는 자들이 내는 비명, 신음, 울음, 호소들에 정성껏 귀를 기울였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는 들릴 듯 말 듯 더 내밀하고 미약한 소리들까지 세심하게 들어낸 그의 다음 작품들을 기대하며 기다려도 좋지 않을까.
- 전성욱(문학평론가, 동아대학교 기초교양대학 교수)
이 작품집에서 그리는 병리적 현실은 개인적인 문제에서부터 가족이나 사회적인 차원에 이르기까지 복잡하게 얽혀있다. 작가는 그 복잡한 상황 속에서 인물들이 당하는 통각을 단순하고 명료하게 포착하고 기술한다. 그리고 그것은 구체적인 병인病因을 통해서 인과론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소설의 문법 역시 대단히 논리적으로 전개된다. 물론 통각에 대한 명료한 표현과 병리적 현실에 대한 논리적 선명함은, 독자들에게 그 사태와 상황을 명쾌하게 파악할 것을 요청하는 나름의 소설적 방법일 것이다.
「원 그리기」의 주인공 정세림은 간호사이다. 세림은 헤어나기 힘든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중독에 빠져든 여자이다. 세림의 고통은 유년시절에 당한 오빠의 사고에 대한 죄책감이 깊은 트라우마로 자리 잡은 데서 발원한다. 연놀이를 하다가 미루나무에 걸려버린 연을 오빠가 대신 내리려다가 추락사고를 당했고, 결국 오빠는 평생을 휠체어에 의존해야 하는 장애를 입고 말았다. 오빠는 나날이 몸만 비대해지면서 돈 먹는 하마가 되어버렸고, 그를 벗어나지 못하게 꼭 붙들고 놓아주지 않았다. 세림은 위내시경 검사 후에 마취에서 깨어나지 않는 채로 운전을 해서 거제의 본가로 가다 결국 큰 사고를 당한다. 출혈과 골절을 입고 온몸에 통증이 파고드는 가운데서도 그는 이런 생각을 한다.
“보잘것없는 하루하루가 왜 이리 아프고 불행한 걸까.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모르겠다. 이유를 따져보면 자꾸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과거로 올라갈수록 하나씩 하나씩 잘못이 지워졌다. 전부 지워지게 거꾸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영화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로. 아니, 엄마 뱃속으로…… 그러고 보니 내가 예정일보다 보름이나 빨리 태어났다고 했지. 열 달도 못 채우고 떠밀려 나온 년이 바로 나였네. 하, 그렇네. 거기서부터 잘못됐네.”
작가마다 각자의 방식이 있겠지만, 저는 과학적 개념을 선택했습니다. 졸업한 학과가 하필 이공계열이기도 했고, 저로서는 과학적 개념을 가미한 방식이 더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소설집 『원 그리기』에는 9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단편마다 인간 본연으로 드러나는 모습을 다양하게 담아내려 했습니다. 욕망, 타인의 시선, 자아, 중독, 타락, 아름다움, 죽음 등의 소재로 삶에 관해 이야기하고, 그 살아있음이 과연 언제까지 인간의 변명으로 통할 수 있을지를 자문했습니다. 저 나름의 개념과 방식으로 쓴 이야기들이 부디 독자들에게도 식상하지 않은 낯설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줄거리]
관측 가능한 불두덩의 중력장
‘욕망’에 대한 이야기다. 소설에는, 종교나 이념, 혹은 가치라는 근엄한 이름 뒤에서, 실상은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엎치락뒤치락 싸우는 모습이 나온다. 욕망이라는 막강한 중력에 빨려드는 인간과 그들을 생각 없이 따르는 신도들을 해학적으로 담으려 했다. 사람이 살기 위해서 이런 짓까지 하는구나, 그런 것들을 생각해 보게 만든다. 살기 위해서 몸을 팔고, 마음을 팔고, 신념을 판다. 내가 살기 위해서 너를 죽인다. 이 소설 역시 삶의 결핍과 결여에 관한 것으로서, 사이비 교단의 살벌한 이야기를 우습게 풍자한 작품이다. 삶의 불행을 현실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울 때 사람들은 초월적인 것에 의지하게 된다. 그 초월적인 것마저 압도하는 것이 불두덩, 그러니까 여자의 성性이다.
슈뢰딩거 고양이
소설에는 취업에 실패한 청년이 등장한다. 그는 생계를 위해 점차 더 위험한 구경거리를 만들어 낸다. 타인에겐 그저 한 순간의 눈요깃감이지만, 그에게는 그 모든 위험을 감수할 만큼 절박한 시선들이다. 이 소설은 한국사회가 겪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담겨 있다. 소설의 주인공 우동국은 이른바 공시족으로 3년간 고시원 생활을 하다가, 그 좁은 문을 통과하지 못하고 결국은 시험을 포기한 청년이다. 취업을 포기한 이 취업준비생의 그 절박한 생활과 생존에 대한 이야기다. 자존감이 줄어든 만큼 열등감이 늘어났고, 열등감이 늘어난 만큼 그의 몸도 점점 비만해져 갔다. 졸음이 와도 잠들지 못하는 불면의 시간 속에서, 그는 사는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좀비와 같은 자신의 처지를 자각한다.
조형물
상철은 아버지의 결여, 그 빈자리를 대체하고 있는 유사 아버지로서의 삼촌과 갈등을 벌인다. 요컨대 이 소설은 그 유사 부권의 권위와 속박으로부터의 탈주에 대한 욕망을, 청년을 사로잡은 순수한 아름다움을 통해서 표현하고 있다. 절대적이고 순수한 아름다움의 상징체이자 육체적 현현인 하영은 결핍의 형이상학이 만들어낸 일종의 환상이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에 삼촌을 찾아왔던 상철은 그런 공식(질서)을 강요하는 삼촌에게 점차 반발심을 갖게 된다. 그러다가 결정적으로 삼촌이 데려온 하영의 아름다움에 사로잡히게 되면서 그 갈등은 더욱 깊어진다.
원 그리기
이 소설은 속박의 줄을 끊어내고 자기가 조종할 수 있는 능동적인 자율의 ‘줄’을 얻기 위해, 스스로가 만들어낸 중독과 환상이라는 그 지독한 감옥과도 같은 원(동그라미)에서 헤어 나오는 드라마틱한 성장의 서사이자 탈출기라고 할 수 있다. 능숙한 간호사는 환자와 연결된 그 줄을 조종할 줄 알아야 한다고. 나도 그러고 싶다. 하지만, 줄을 당기려면 줄 끝의 중력까지 견뎌야 한다. 나는 내가 딛고 있는 땅의 무게를 느껴본 적이 없다. 이처럼 줄은 자기의 삶을 스스로 조종하는 능동적인 역량이지만, 세림은 오빠의 사고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그런 역량을 뒷받침할 ‘중력’을 잃어버렸다. 그래서 붕 뜬 채로 부유하고 있는 것이 이 여자의 현재이다.
기본정보
ISBN | 9788974565466 |
---|---|
발행(출시)일자 | 2022년 09월 20일 |
쪽수 | 264쪽 |
크기 |
141 * 211
* 20
mm
/ 542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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