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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만 남은 아침

박장호 시집
K-포엣 시리즈 28
박장호 저자(글)
아시아 · 2022년 07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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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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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장호 시인의 『글자만 남은 아침』. 한국어와 영어로 함께 만나는 K-포엣 시리즈의 28번째 시집이다.

이 책의 총서 (44)

작가정보

저자(글) 박장호

서울에서 출생했다. 2003년 《시와세계》로 등단했다. 시집 『나는 맛있다』와 『포유류의 사랑』, 산문집 『샌드백 치고 안녕』이 있다. 2013년 박인환문학상을 받았다

목차

  • 공책에 남은 늑대 이빨
    못 견딜 얼굴이어도 다시 잃을 사랑이어도
    늑대 이빨이 부르는 소리
    표정은 빛의 속도로
    빛은 일그러진 표정으로
    글자만 남은 아침
    무지의 기악
    인형은 잠도 깨지 않고 울었다
    외로운 사람은 사물이 된다
    표피에 덮인 시간의 책
    호-삭제된 파일들의 역습
    우글거리는 호
    연체 시간 반납서
    직선처럼 완만한
    해설(海雪)
    해설(解雪)
    천사가 된 마네킹
    한성정밀 경성카레
    시는 검은색으로 수록된다
    강물처럼 울었네
    우조(雨鳥)
    불가능한 호
    손바닥에 떨어진 푸른 주화
    선명한 너의 자리로
    기린 불명
    우리는 함께 손톱을 잘랐다
    연필심
    이니셜
    고구마 줄기에 피는 소꿉
    감자 울창
    하얀 포도알
    안녕, 멜라닌
    조화로운 생화

    시인 노트
    시인 에세이
    발문|늑대의 이빨 자국을 헤아리는 시간_임지훈
    박장호에 대하여

추천사

  • 여전히 당신의 시를 모르고, 당신의 말도 모르지만, 늑대들은 여기에 오래도록 앉아 이빨 자국을 남기게 될 겁니다. 매력적이라고 느끼는 문장에는 밑줄을, 혹은 나름의 해석을 남기기도 하면서, 그 뒷장에 새로운 이빨 자국을 남기게 되겠지요. 우리의 개별적인 물음이, 당신의 시를 더욱 깊게 읽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리라 믿으며, 저는 다시금 시집의 첫 장으로 돌아갑니다. 당신의 이야기에 여전히 두근거리며, 다시금 정주행하는 마음으로 말입니다.

책 속으로

눈을 떴다. 로돕신이 분해되었다. 그는 없고 촛불이 혼자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사라진 그를 그리워했다. 마디가 바뀐 시간이 이야기로 이어져 나는 창밖에서 움직이는 나무의 그림자와 나뭇가지에서 깃을 친 새의 깃털을 보았다. 촛불과 나눈 이야기를 물고 진피의 세계를 떠나는 새를 본 건 표범의 눈. 사람이 외로운 건 그 눈을 가졌기 때문이다. 나무가 사랑에 빠진 건 몸속에 도는 장미 향기 때문이다. 하나이면서 둘인 표범이 자리를 바꾸고 멀어진 표피의 아침. 그 모든 이야기를 덮은 시간의 책.
- 「표피에 덮인 시간의 책」 중에서

비밀인데 말야, 나 실은 다음 주 화요일에서 온 너야. 1주일 후엔 기억나지 않을 오늘을 기록하려고 왔지. 검정, 빨강, 파랑. 리볼버 같은 3색 볼펜. 오늘 일기는 파란색으로 써야겠어. 파란색은 왠지 아무 말이나 써도 좋은 색깔 같아. 기록의 보호색이라고나 할까. 지금부터 나는 새파란 거짓말을 쓸 거야.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데 별수 없잖아. 주의할 점이 있어. 총알 하나는 반드시 남겨둔다는 킬러처럼 한 문장, 딱 한 문장은 검은색으로 쓸 거야. 그 문장은 거짓말이 아니라 내 기억이야. 그 불완전한 진실의 탄환이 너를 향할까. 나를 향할까.
- 「시는 검은색으로 수록된다」 중에서

너는 낱말을 하나 가지고 있다.
그 낱말은 이름이 없다.
너는 눈을 감는다.
그것은 네가 사람으로 된 사물이기 때문이다.
질끈 감은 너의 눈이 낱말을 흘린다.
나는 낱말에 내 이름을 붙인다.
이름 붙은 낱말이 사물이 된다.
너의 눈에서 사물이 흐른다.
나는 너의 눈물이다.
- 「외로운 사람은 사물이 된다」 중에서

분갈이를 했다. 함께 사서 기른 호야와 홍콩야자. 호야는 아버지가 불렀던 내 어린 시절의 이름 호야. 홍콩야자는 의리의 화신 소마*가 바라본 밤 풍경이 아름다운 홍콩의 야자. 이삼일에 한 번씩 물을 듬뿍 주고 틈틈이 공중수분도 했지만, 전혀 자라지 않아 조화 같았던 내 유년과
사춘기의 식물들

생장 환경이 좋지 않아 자라지 않는 식물이
생화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은
시드는 것밖에 없다는 듯이
- 「조화로운 생화」 중에서

출판사 서평

“그 모든 이야기를 덮은 시간의 책.”
박장호 시인의 『글자만 남은 아침』

한국어와 영어로 함께 만나는 K-포엣 시리즈의 28번째 시집으로 박장호 시인의 『글자만 남은 아침』이 출간되었다. 앞선 시집인 『나는 맛있다』와 『포유류의 사랑』 등을 통해 실험적인 문법과 깊이 있는 사유로 독자들을 사로잡았던 시인이 이번에도 다채로운 목소리를 들려준다. “하나로 환원될 수 없는 다성적인 목소리들과, 하나의 주제로 겹쳐질 수 없는 다양한 감정과 감각들이 하나하나의 ‘시’가 되어 살아 있다.”(문학평론가 임지훈)

〈바이링궐 에디션 한국 대표 소설〉과 〈K-픽션〉 시리즈를 잇는
해외진출 세계문학 시리즈, 〈K-포엣〉

아시아 출판사는 2012년에 기획부터 출간까지 7년이 넘는 시간을 들인 근현대 대표 작가 총망라한 최초의 한영대역선집 〈바이링궐 에디션 한국 대표 소설〉과 2014년에 한국을 대표하는 젊은 작가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은 〈K-픽션〉 시리즈를 출간하며 한국 문학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다. 2019년에도 새로운 도전을 이어간다. 유일무이 한영대역 시선집 시리즈인 〈K-포엣〉이 그것이다. 안도현, 백석, 허수경을 시작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의 시편을 영문으로도 번역하여 출간하고 있다. 영문 시집은 해외 온라인 서점 등에서도 판매되며 한국시에 관심을 갖는 해외 독자들의 마음도 사로잡을 예정이다.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 시리즈명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91156626022
발행(출시)일자 2022년 07월 27일
쪽수 128쪽
크기
116 * 188 * 12 mm / 250 g
총권수 1권
시리즈명
K-포엣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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