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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IC, 예언자의 세상 읽기

정의, 평화, 창조 보전 바로 알기 | 2023년 세종도서 교양 부문 선정
조현철 저자(글)
생활성서사 · 2022년 08월 24일
9.7
10점 중 9.7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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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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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우리의 생존을 위한
‘새로운 복음’
이 책은 JPIC의 핵심 사상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JPIC의 교과서’와도 같다. 정의Justice와 평화Peace는 우리 인류의 간절한 염원이지만 창조 보전Integrity of Creation 없이는 모두 헛수고이기에, 그 첫 글자들로 이루어진 JPIC는 이제 한 단어가 되었고, 오늘날 ‘가톨릭 사회 교리’의 중심이 되었다. 이 책은 ‘JPIC’라는 개념을 확실히 하고, 예언자가 세상을 바라보듯 우리도 오늘날 세상 현실을 구체적으로 바라보게 하며, 더욱 근본적인 변화의 필요와 그 근거를 성경과 교회의 가르침에서 찾아 제시한다. 그래서 인류의 시선을 인간의 욕망이 아닌, 창조주를 향해서 돌릴 것을 촉구한다.
생태 위기 시대를 사는 모든 이, 특히 JPIC 운동에 대해 알고 싶은 이, 지구의 위기 극복을 위한 교회의 인식이 궁금한 이에게 이 책을 권한다.
선정 및 수상내역
2023년 세종도서 교양 부문 선정

작가정보

저자(글) 조현철

조현철

예수회 사제. 현재 서강대학교 교수, 녹색연합 공동 대표, ‘비정규노동자의집 꿀잠’ 대표, JPIC 양성 학교장, 예수회 JPIC 위원회 위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서강대학교에서 전자 공학으로 1981년 공학사, 1987년 공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90년 예수회에 입회하여 미국 웨스턴 예수회신학교에서 1998년 신학 석사(M.Div.), 2000년 신학 석사(STL) 학위를 받고 같은 해 사제품을 받았다. 2004년 바티칸 그레고리안대학교에서 신학 박사(STD) 학위를 받았고, 2006년부터 서강대학교 신학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목차

  • 추천사 위기의 시대를 극복하는 교회의 가르침 008

    머리말 생태적 회심을 위한 상상력과 희망 012

    제1부 JPIC로 읽는 세상

    1장 JPIC는 무엇인가? 018
    정의, 평화, 창조 보전의 세 가지 함의 019
    JPIC의 역사적 개괄 021

    2장 예언자는 누구인가? 025
    JPIC와 예언자 025
    세상 읽기 027
    JPIC는 인간의 소명이다 028

    제2부 세상의 현실

    1장 사회의 위기 030
    닫힌 세상의 그림자 030
    배척과 불평등의 경제 032
    [경제적 불평등의 세계적 현황] 034
    더 불안정해지고 더 위험해진 노동 035
    [우리나라의 비정규직, 출생율, 자살률 현황] 036
    [우리나라의 산업 재해 사망자 현황] 038
    시장이라는 새로운 독재 039
    우울한 나라, 한국 041
    두려움이 우리 사회를 움직인다 043

    2장 자연의 위기, 인간의 위기 045
    보이는 쓰레기 045
    감춰 놓은 쓰레기 046
    [고준위 핵폐기물 영구 처분장 현황] 048
    보이지 않는 쓰레기 049
    기후 변화는 기후 위기다 050
    [기후 변화의 차등적 책임과 대응 현황] 053
    [우리나라의 주요 탄소 배출원 현황] 056
    기후 위기, 식량 위기 057
    [우리나라의 식량과 곡물 현황] 059
    하느님 보시기에, 세계는 지금 061

    제3부 창조 질서

    1장 창조 질서란 무엇인가 064
    첫 번째 창조 이야기(창세 1,1-2,4) 066
    두 번째 창조 이야기(창세 2,4-25) 070
    인간의 자유, 사랑의 자유 075

    2장 하느님의 행동 양식 079
    자기 제한 079
    분배와 공유 081
    육화와 나자렛 예수 082

    3장 창조 질서는 사랑의 질서다 085
    땅은 하느님의 것이다 088
    역사로 살펴본 창조 질서 090

    4장 창조 질서와 하느님 나라 093
    예수님의 비유 093
    예수님을 따르는 길 095

    제4부 창조 질서 훼손의 근원

    1장 자본주의 098
    자본주의는 창조 질서를 훼손한다 099
    자본주의는 노동과 삶을 피폐화한다 101
    자본주의는 성장해야 한다 104
    행복은 성장과 비례하지 않는다 107
    성장과 함께 불평등도 늘어난다 108
    성장은 자연 생태계를 훼손한다 111
    노동 시간 단축이 해법이다 113

    2장 소비주의 116
    자본주의의 귀결 116
    관계의 상품화 118
    자율성의 훼손 120

    3장 기계론적 세계관 123
    인식은 행동을 지배한다 123
    세계를 물질로 환원하다 125
    기술 지배 패러다임 128
    기술, 진보의 상징이 되다 131
    기술에서 기술주의로 133
    인간 중심주의 135

    제5부 성장 이데올로기와 근원적 전환

    1장 성장이라는 이데올로기 140
    패권을 차지한 성장 이데올로기 141
    성장이 ‘발전’이 되다 142
    성장의 몸부림 145
    경제 성장은 기하급수적 증가다 146

    2장 성장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기 151
    기계론적 세계관에서 생태론적 세계관으로 151
    상상력의 해방 156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157
    탈성장 담론의 등장 161
    개인의 변화에서 세계의 변화로 163

    제6부 근원적 전환과 창조 질서 보전

    1장 성경 속 근원적 전환의 원천 166
    안식일은 창조 질서를 보전한다 167
    안식년과 희년은 창조 질서를 보전한다 173
    예수, 안식일과 희년을 살다 176
    생태적 회개는 창조 질서를 보전한다 181

    2장 교회 전통 속 근원적 전환의 원천 184
    기도는 창조 질서를 보전한다 184
    성사는 창조 질서를 보전한다 188
    수도 생활은 창조 질서를 보전한다 194

    3장 모든 그리스도인의 소명 200
    평신도 그리스도인과 수도자 200
    주일을 안식일 정신으로 지내기 201
    일상에서 안식일 정신 실천하기 204
    함께 대안 모색하기 206

    맺음말 JPIC, 예언자의 세상 살기 209

    주 215

    참고 문헌 220

책 속으로

『JPIC, 예언자의 세상 읽기』는 바로 그 ‘새로운 복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 신앙인에게도 어쩌면 다소 생소할지도 모르는 정의, 평화, 창조 보전(JPIC)에 관한 정보와 함께 우리가 왜 JPIC에 대해 바로 알아야 하고, 세상에는 왜 JPIC가 필요하며, JPIC를 따르는 삶이 어째서 중요한지에 대해서도 알고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 추천사 ‘위기의 시대를 극복하는 교회의 가르침’, 10쪽

세상에 대한 하느님의 뜻은 창조 공동체에 “하느님께서 심어 놓으신 그 질서”, 바로 ‘창조 질서’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기쁨과 희망」 78항 참조). 따라서 정의는 하느님의 뜻이 담긴 창조 질서를 보전하는 것이고 평화는 바로 이 “정의의 결과”(이사 32,17)입니다. 정의와 평화와 창조 질서 보전(또는 창조 보전)은 서로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으며 여기에 걸맞게 JPIC도 마치 하나의 단어처럼 사용됩니다. - 제1부 JPIC로 읽는 세상, 19쪽

JPIC는 이 시대의 예언자가 세상을 읽는 법입니다. 성경에서 ‘예언자’는 하느님의 뜻을 분별하고, 선포하며, 실천하는 사람을 뜻합니다. 유다교 신학자 아브라함 헤셸(Abraham Heschel, 1907-1972년)은 예언자를 다음과 같이 묘사합니다. “예언자의 눈은 그가 살고 있는 현장에 쏠려 있다.”, “그러나 그의 귀는 하느님께로 열려 있다.” 예언자는 세상에 대한 하느님의 뜻이 담긴 창조 질서를 이해하고 세상의 현실을 창조 질서에 비추어 정확하게 읽어야 합니다. - 제1부 JPIC로 읽는 세상, 25쪽

인간은 하느님의 사랑에 자유롭게 응답하여 하느님의 뜻을 실천합니다. 그러므로 인간의 소명은 하느님의 뜻이 담긴 창조 질서를 보전하여 세상에 정의를 실현하고 평화를 일구는 것입니다. JPIC의 실현에 충실할 때,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가 됩니다. “행복하여라,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의 자녀라 불릴 것이다.”(마태 5,9). - 제1부 JPIC로 읽는 세상, 28쪽

비정규직은 정규직보다 고용이 불안정하고 임금은 적습니다. 시급제 노동자의 임금은 사실상 최저 임금으로 결정됩니다. 저임금 노동자는 ‘시간 외 수당’을 받는 장시간 노동을 마다할 수 없는 형편입니다. 불안정한 저임금 노동으로 내몰리는 사회 계층은 주로 여성과 청년과 노인입니다. ‘아빠는 공장으로, 엄마는 마트로, 아이는 알바’로 가는 것은 이제 흔한 일입니다. - 제2부 세상의 현실, 36쪽

매년 약 8백만 톤의 플라스틱을 비롯한 각종 쓰레기가 바다로 들어가 거대한 쓰레기 더미가 됩니다. 태평양에서 발견되어 ‘GPGPGreat Pacific Garbage Patch’라는 이름을 얻은 쓰레기 더미는 그 넓이가 한반도의 여섯 배를 넘습니다. ‘패스트 패션’의 유행으로 의류 쓰레기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음식 쓰레기, 종이 쓰레기, 전자 쓰레기, 그리고 온갖 종류의 산업 쓰레기도 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지구는 점점 더 엄청난 쓰레기 더미”로 변해 갑니다(「찬미받으소서」 21항 참조). - 제2부 세상의 현실, 46쪽

우리가 세상에서 초래한 결과는 결국 우리 자신에게 돌아오므로 “인간 환경과 자연 환경은 함께 악화됩니다.”(48항). 오늘의 현실은 근대 이후 인류가 쌓아 온 산업 문명의 모순과 허구를 여실히 보여 줍니다. 하느님께서 보시니 좋았다고 하셨던 세상에서 인류는 경제적 성장에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개인의 온전함과 사회적 평등과 생태적 균형을 실현하고 보전하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 제2부 세상의 현실, 62쪽

세상은 하느님이 창조하신 모든 피조물이 “서로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된 창조 공동체입니다(「찬미받으소서」 89항 참조). 공동체에는 질서가 있으며, 그 질서는 공동체 구성원 간의 관계로 구체화됩니다. 하느님이 만드신 창조 공동체의 질서는 “근본적으로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세 가지 관계 곧 하느님과의 관계, 이웃과의 관계, 지구와의 관계”로 이루어집니다(66항 참조). - 제3부 창조 질서, 64쪽

산업화 이후 세계적으로 부의 총량은 놀라울 정도로 증가했지만, 불평등과 각종 차별은 더욱 심해졌습니다. 경제는 성장했지만, 창조 질서는 훼손되었습니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벌어지는 ‘능력주의’가 공정으로 행세합니다. 자유의 이름으로 실질적 자유를 잃어버린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산업 자본주의는 기후 변화와 생물 다양성 감소를 비롯하여 지구적, 지역적 차원의 생태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상대적으로 책임이 적은 사회적 약자가 생태적 재난에 먼저 고통을 당하는 불의가 만연합니다. - 제3부 창조 질서, 92쪽

그리스도인으로서 JPIC에 관심을 기울인다는 것은 평소에 하던 다른 활동에 JPIC라는 활동을 하나 더 보태는 것을 뜻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근본적으로 자신의 삶 전체에서 창조 질서를 더 깊이 의식하고 더 잘 보전하겠다는 내적 결단을 뜻합니다. ‘기후 운동’ 같은 특정한 JPIC 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이런 변화의 열매일 것입니다. 이렇게 할 때 JPIC는 모든 그리스도인을 하느님 나라로 이끄는 삶의 나침반이 됩니다. 창조 질서 보전은 하느님 나라를 실현하는 것이며, JPIC는 예수님을 충실히 따르는 길입니다. - 제3부 창조 질서, 95-96쪽

창조 질서를 훼손하는 근원에는 오늘날 세계의 지배적인 경제 체제인 자본주의가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자본주의의 잘못된 운영이 아니라 자본주의 자체가 창조 질서를 훼손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세상에서 창조 질서를 보전하여 정의와 평화를 실현하려는 그리스도인에게 매우 당혹스럽고 심각한 도전입니다. - 제4부 창조 질서 훼손의 근원, 99쪽

성장을 지속해야 하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생태적 부담과 피해는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성장은 생산과 소비를 확대하는 것이고 인간은 ‘무’에서 ‘유’를 만들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자원을 채굴하고 제조, 유통, 소비, 폐기의 전 과정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합니다. 자원과 에너지 사용이 늘면 오염 물질과 온실가스를 포함한 쓰레기 배출도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성장은 우리가 자연에서 물질을 ‘더 많이’ 채굴하고 생산하고 소비했으며 결국 ‘더 많은’ 쓰레기를 만들었다는 뜻입니다. - 제4부 창조 질서 훼손의 근원, 112-113쪽

소비주의는 성장을 추구하는 자본주의의 필연적 귀결입니다. 소비주의는 많이 소비할수록 좋고 비싼 것을 소유할수록 행복하다고 주장합니다. 무엇을 소유하고 무엇을 소비하는지가 당신을 규정한다고 현혹합니다. 소비주의는 무분별한 소비를 부추길 뿐 아니라 소비의 대상을 확대하여 사람도 쓰고 버리는 소모품으로 간주합니다(「복음의 기쁨」 53항, 60항 참조). - 제4부 창조 질서 훼손의 근원, 116쪽

산업주의는 자본주의 경제는 물론 우리의 일상과 내면의 의식까지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산업 문명은 개인과 사회를 물질주의와 소비주의에 예속시켰고 성장과 풍요의 이름으로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조화와 협력과 공존이 아니라 대립과 경쟁과 착취로 물들였습니다. 창조 질서는 뿌리까지 흔들렸으며, 그 결과가 이제 우리에게 돌아오고 있습니다. - 제4부 창조 질서 훼손의 근원, 136-137쪽

자본주의는 구조적으로 성장의 압박을 받기 때문에 아무리 사회적, 생태적 문제가 심각해져도 성장을 포기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성장이 필요하다며 성장을 밀어붙입니다. 우리는 더 이상을 성장을 통제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성장 이데올로기는 성장만이 빈곤을 줄이고 삶의 질을 향상하여 행복에 이르게 하는 유일한 길이라며 ‘성장을 위한 성장’이라는 자본주의의 비정상적 요구를 정당화합니다. - 제5부 성장 이데올로기와 근원적 전환, 141쪽
프랑스의 경제학자 질베르 리스트Gilbert Rist의 말대로, 성장은 이미 오래전에 영원히 없어졌지만 아직도 우리 눈에 그 빛이 보이는 별과 같습니다.82 잔치에서 남은 음식을 먹느라 정신이 팔려 잔치가 이미 끝난 줄 모르고 있습니다. 지구라는 한정된 자원을 가진 유한한 공간에서 인구와 생산의 기하급수적 증가가 무한정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은 상식입니다. - 제5부 성장 이데올로기와 근원적 전환, 149쪽

위기는 바로 변화의 때입니다. 위기 이전과 이후는 같을 수 없다는 것이 “위기의 근본 법칙”입니다. 지금보다 더 좋아지거나 더 나빠지거나 둘 중의 하나입니다. 우리의 대응에 따라 위기는 회복할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때일 수도 있고 새로운 전환의 때일 수도 있습니다.92 세계의 `변화는 먼저 개인의 변화를 요구합니다. 마하트마 간디Mahatma Gandhi가 말했듯이 먼저 우리가 변해야 세상도 우리가 보기 원하는 대로 변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세상도 변하지 않습니다. - 제5부 성장 이데올로기와 근원적 전환, 163쪽

안식일 계명을 준수하며 우리의 관심을 자기 자신에서 이웃으로 돌릴 때 십계명의 나머지 계명, 곧 부모 공경, 살인, 간음, 도둑질, 거짓 증언, 탐심에 관한 계명도 잘 지킬 수 있습니다. 안식일 계명은 자발적인 ‘멈춤’으로 인간의 욕망을 절제하여 창조 질서를 회복하고 보전하려는 사회적 제어 장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제6부 근원적 전환과 창조 질서 보전, 170쪽

수도자는 오늘날 물신 숭배가 횡행하는 자본주의 체제에 맞서는 최전선에서 창조 질서를 회복하고 보전하는 예언자가 되어 하느님 나라의 선포와 실현에 헌신하셨던 예수님의 삶을 이어 가야 합니다. 수도자의 예언자적 삶은 자본주의가 치명적으로 훼손한 ‘우리 공동의 집’을 다시 짓는 일에 그리스도인은 물론 선한 지향의 모든 사람을 초대할 것입니다. - 제6부 근원적 전환과 창조 질서 보전, 185쪽

수도자가 수도 서원으로 창조 질서를 존중하고 지키는 삶을 세상에 보여 주는 ‘빛’의 역할을 한다면, 평신도 그리스도인은 세상 한가운데서, 곧 “현세 질서의 현실 속에 완전히 깊숙이 파고들어 현실 운용에서 자기 역할을 더욱 효과적으로 수행”하여 세상의 질서를 창조 질서로 변화시키는 ‘소금’의 역할을 맡았습니다(29항 참조). 수도자와 평신도가 상호 보완하며 각자 주어진 몫을 다할 때, 교회는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창조 질서 보전에 기여할 것입니다. - 제6부 근원적 전환과 창조 질서 보전, 200-201쪽

그리스도인의 소명은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것이며, 세상에 대한 하느님의 뜻은 창조 질서에 있습니다. 하느님의 뜻이 담긴 창조 질서를 보전하는 것이 정의의 실현이고, 그 결과로 평화가 이루어집니다. - 맺음말 ‘JPIC, 예언자의 세상 살기, 209쪽

하느님이 만드신 아름다운 세상을 파국으로 몰고 가는 산업 자본주의의 폭주를 멈추려면 행동해야 합니다. 창조 질서를 파괴하는 맹목적 폭주에 맞서려면 우리보다 먼저 공동의 집을 지키는 일에 뛰어든 사람들과 연대해야 합니다. 우리의 행동에 우리의 미래가 달렸습니다. 현실의 진단과 분석, 대안의 담론도 물론 필요하지만,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결국 실천입니다. 우리가 마음을 모아 함께 행동하는 것만이 세상을 바꾸는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 맺음말 ‘JPIC, 예언자의 세상 살기, 213쪽

출판사 서평

“인류는 집단행동과
집단 자살의 갈림길에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은 기후 위기에 대해 “인류의 절반이 (기후 위기의) 위험 지역에 살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화석 연료 중독을 끊지 못하고 있다.”라고 경고하며 덧붙였다. “우리에겐 집단행동과 집단 자살이라는 선택지가 있다. 그것은 우리에게 달렸다.” 연일 이어지는 충격적인 기사를 접하면서 기후 위기가 현실이 되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비슷한 기사들을 이제는 뉴스나 소셜미디어 등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폭염과 코로나 재유행,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무역 분쟁, 사회 계층 간의 갈등 등 여러 위기가 상존하는 2022년의 대한민국은 어떠한 선택을 하게 될 것인가?
예수회원이면서 서강대학교 교수로 있는 조현철 신부는 이 책 『JPIC, 예언자의 세상 읽기』에서 오늘날 현대 사회가 처한 위기 극복을 위한 교회의 가르침인 JPIC(정의Justice, 평화Peace, 창조 보존Integrity of Creation)를 소개한다. 다소 생소할 수도 있는 JPIC의 개념에 대한 소개와 JPIC의 성경적 근거 그리고 오늘날 세상이 처한 위기를 다루며 시작하는 이 책은,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세상이 ‘훼손’되는 근원으로 ‘자본주의’와 ‘소비주의’ 그리고 ‘기계론적 세계관’을 제시하며, 그것들을 극복하기 위해 ‘창조 질서’를 보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그 역할을 맡아 삶으로 실행하는 ‘예언자’의 역할을 수도자를 비롯한 그리스도인이 삶으로 살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보시니 좋았다.”(창세 1,10).
그런데 지금도 좋으실까?
구약 성경의 창세기에는 하느님께서 처음 세상을 창조하실 때, 하늘과 땅과 바다, 동물과 식물, 해와 달과 별들을 만드시고 난 후, “보시니 좋았다.”(창세 1,25)라고 나와 있다. 그러나 그 이후 성경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기록에서는 하느님께서 보시기 좋으셨던 세상의 모습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인간이 ‘죄’로 인해 하느님에게서, 서로에게서 멀어지고 다시 돌아서 다가가는 무수한 증언의 모음집이 바로 성경이 아닐까 싶은 정도이다.
굳이 성경의 시대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실상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를 조금만 둘러봐도 하느님께서 세상을 창조하면서 “보시니 좋았다.”(창세 1,25)라고 하셨던 마음을 느끼기는 매우 힘들 것이다. 기후 위기와 로 고통받는 생명들, 산업 발전이라는 명목으로 사라져 가는 생명들, 인간의 편의에 쌓여 가는 쓰레기와 각종 오염 물질들, 권력을 가진 소수만을 위한 정치, 그 정치의 결과로 벌어지는 전쟁과 분쟁, 그 잔혹한 폭력으로 고통받는 사람들, 모든 것을 손익으로 구분하는 경제 구조가 야기한 약자들에게 가해지는 폭력 등 오늘날 우리 세상의 모습을 과연 하느님께서는 “보시니 좋았다.”라고 할 수 있으실까?

정의와 평화 그리고 창조 보전(JPIC)
지구와 우리의 생존을 위한 ‘복음’
‘JPIC’라는 단어는 생소한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JPIC를 구성하는 ‘정의’와 ‘평화’ 그리고 ‘창조 보전’이라는 각각의 단어는 어렵거나 낯선 단어는 아니다. JPIC의 의미도 어렵거나 다르지 않다. 단지 정의와 평화가 그것을 주장하는 이들의 이권이나 신념에 따라 누군가에게는 폭력으로 자행되기도 했던 인류의 역사와 비교해 볼 때, JPIC는 ‘창조 보전’ 즉, “하느님께서 심어 놓으신 그 질서”(「기쁨과 희망」 78항)에 근거한 정의와 그 정의의 실현이 가져온 결과로써의 평화를 의미한다는 점이 JPIC를 이루는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JPIC는 창조 질서의 파괴에 직면한 오늘날의 교회가 자신의 믿음을 어떻게 고백하고 실천할지 깊이 반성한 결과이자 응답이다. 1965년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교회가 당시 세계에 만연한 빈곤과 불의의 극복을 위해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그리스도의 사랑과 정의를 어디에서나 증진하도록 보편 교회의 한 기관”(「기쁨과 희망」 90항) 설립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시작된 움직임은 1967년 성 바오로 6세 교황이 ‘정의평화위원회’를 교황청에 설립한 것을 비롯해 2020년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모든 형제들」에 이르기까지 사회적 약자와 자연에 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촉구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과 실천을 요구하는 활동으로 이어져 왔다.

JPIC와 예언자
예언자는 누구인가?
구약 성경에 등장하는 ‘예언자’는 대부분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지 않는 메시지(하느님의 말씀)를 굳건한 사명감으로 사람들에게 전해야 했다. 예언자들은 대체로 자신의 소명을 깨닫고 그것을 실천하는 가운데 수많은 고난을 겪어야 했다. 하지만 그들은 세상에서 도피하지 않고 늘 세상일에 깨어 있으면서 동시에 하느님의 뜻에도 깨어 귀 기울여, 세상에 하느님 말씀 전하는 데 투신하였다.
유다교 신학자 아브라함 헤셸Abraham Heschel은 예언자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예언자의 눈은 그가 살고 있는 현장에 쏠려 있다. 그러나 그의 귀는 하느님께로 열려 있다.” JPIC는 이 시대의 예언자가 세상을 읽는 법이다. 즉, 하느님의 뜻이 담긴 창조 질서를 이해하고, 그 창조 질서에 비추어 세상의 현실을 볼 수 있으며, 창조 질서와 세상 사이의 괴리를 의식하고, 하느님의 뜻에 따라 현실을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예언자의 소명은 특정한 누군가에게만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느님의 뜻이 담긴 창조 질서를 보전하여 세상에 정의를 실현하고 평화를 일구는 것은 인간의 소명이기도 하다. 즉, 이미 우리 모두는 예언자의 역할을 실천해야 하는 부르심을 받은 것이다.

“위기의 시대를 극복하는
교회의 가르침“ - 강우일 주교
모두에 전술한 오늘날 세상의 위기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이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러한 위기의 거의 대부분은 인간의 욕망에 근원을 둔다. 그러나 인간의 욕망을 자극하는 사회 제도적 분위기 역시 아주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이다. 자본주의와 소비주의는 자본과 자본의 소비에 의한 재화의 구매를 다른 모든 가치들보다 우선시함으로써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세상과 인간을 등한시하는 부정적인 가치관이 형성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는 16세기 르네상스 시대를 거치면서 생명이 깃든 세계를 물질로 이루어진 기계적 질서로 보는 인식의 전환에서 비롯되었으며, 그로 인해 창조 질서와 그 피조물을 자본의 아래에 두어 소비의 대상으로 여기기 시작했다. 자본주의와 소비주의 그리고 기계론적 세계관은 성장을 최고의 가치로 보는 ‘성장 이데올로기’를 구축했고, 오늘날 세상의 위기는 바로 이 성장 이데올로기로부터 시작됐다.
그 위기의 극복을 위해 우리는 성장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피조물을 이용과 착취의 대상으로 보았던 기계론적 세계관에서 벗어나 하느님께서 맡기신 우리 “공동의 집”을 지키기 위해 창조 질서를 따르는 생태론적 세계관을 견지해야 한다. 이 책의 추천사를 쓴 前제주 교구장 강우일 주교는 JPIC가 ‘욕망’을 좇던 시선을 나와 주변 그리고 하느님께로 돌리라는 촉구이고, 그 삶에 온전히 투신하라는 외침이며, 인류의 번영이 아닌 지구의 생존을 걱정해야 할 오늘날의 위기를 극복 하는 21세기의 새로운 복음이라고 언급하면서 다음과 같이 이 책을 추천했다.

“이 책에서 우리는 … JPIC에 관한 정보와 함께 우리가 왜 JPIC에 대해 바로 알아야 하고, 세상에는 왜 JPIC가 필요하며, JPIC를 따르는 삶이 어째서 중요한지에 대해서도 알고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책은 바로 오늘날 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더 이상은 묵과할 수 없는 세상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하느님의 가르침을 전하는 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추천사 ‘위기의 시대를 극복하는 교회의 가르침’, 10쪽.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88984816213
발행(출시)일자 2022년 08월 24일
쪽수 224쪽
크기
142 * 201 * 16 mm / 363 g
총권수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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