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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관과 역사학자

비동시성의 동시성
허동현 저자(글)
북코리아 · 2022년 07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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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자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군부독재가 기승을 떨치던 암울한 시절, 「역사란 무엇인가」는 판매가 금지된 불온서적이었다. 그래도 386 운동권 세대, 요즘은 ‘586’으로 불리는 그 시절의 대학생들은 “역사란 과거와 현재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명언이 담긴 이 책을 밤을 새우며 읽었다. 영국의 역사학자 카(E. H. Carr, 1892-1982)가 1961년에 행한 강연들을 묶어 펴낸 이 책의 무엇이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한마디로 말하자면 그것은 “역사는 진보한다”라는 신념이다. 1980년대 신군부 권위주의 체제하에서 자라난 586의 가슴속에 아무리 독재의 어둠이 짙어도 역사는 반드시 민중이 주인이 되는 세상으로 ‘진보’할 것이라는 믿음이 자라는 데 이 책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다.
이제 ‘진보’라는 개념도 더 이상 좌파의 전유물이 되지 않는 탈근대 상황이 벌어졌다. “역사는 진보한다” 외에도 “역사는 과학이다”라는 근대 지상주의(至上主義) 명제를 담고 있는 「역사란 무엇인가」는 탈근대 역사서술의 집중적인 공격 목표가 되었다. 그 선봉에 선 김기봉은 역사가가 시도하는 ‘과거와의 대화’는 어디까지나 역사가의 상상력을 매개로 하기에 과학이 아니라고 본다. 따라서 그는 카가 역사서술의 문학적 특성을 간과하는 오류를 범했다고 통렬하게 비판한다.
586 운동권 세대의 필독서였던 이 책의 마지막 구절은 “세상은 움직인다’’이다. 기성세대들은 자신들의 세상을 지키려 하지만, 젊은이들은 항상 ‘세상을 움직이고 싶은’ 열망을 품는다. 「역사란 무엇인가」를 성전(聖典)처럼 읽었던 586 운동권들이 기성 권력화한 오늘, 민족이나 민중 같은 거대담론에 매몰되지 않은 실용주의 · 합리주의 가치관을 체득한 20대 MZ 세대의 눈에 586 운동권들은 넘어서야 할 장벽으로 비친다.
다원화된 시민사회를 사는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역사학자의 주관적 해석이 아니다. 역사가의 존재 이유는 사실 중심의 객관적 역사서술을 함으로써 시민 스스로 다양한 역사해석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아닐까? 특히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버지와 어머니 시대의 역사인 당대사(contemporaryhistory)는 오늘 우리를 있게 한 토대이자, 미래의 진로를 비추는 등대다. 우리가 누리는 물적 풍요와 다원적 시민사회는 그들의 피와 땀이 씨앗이 되어 거둔 결실이다. 그들의 삶의 발자취가 담긴 근현대사를 모르고 미래 시대의 앞길을 열 수는 없는 법이다.
이 책의 목적은 현재진행형인 역사가들의 충돌하는 역사관의 요체를 황사영백서(黃嗣永席書, 1801), 동학농민봉기(1894~1895), 대한제국(1897~1910), 현행 검인정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현대사 서술에 보이는 문제점, 그리고 근현대 문명전환의 주체를 둘러싼 논쟁 등을 살펴봄으로써 역사가의 존재 이유에 대한 나름의 관견(管見)을 제시해보려는 데 있다.

작가정보

저자(글) 허동현

고려대학교 문학박사
현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경희대학교 한국현대사연구원 원장

저서
『일본이 진실로 강하더냐』(당대, 1999)
『건국·외교·민주의 선구자 장면』(분도출판사, 1999)
『근대 한·일관계사연구』(국학자료원, 2000)

공저
『우리역사 최전선』(푸른역사, 2003)
『열강의 소용돌이에서 살아남기』(푸른역사, 2005)
『길들이기와 편가르기를 넘어』(푸른역사, 2009)
『인문학 콘서트 3』(이숲, 2011)
『21세기에 다시 보는 해방후사』(경희대학교출판문화원, 2012)
『윤보선과 1950년대 한국정치』(한국학중앙연구원출판부, 2021)

역서
『유길준 논소선』(일조각, 1987)

편저
『조사시찰단 관계자료집』(국학자료원, 2000)
『장면, 시대를 기록하다』(샘터, 2014)
『장면, 수첩에 세상을 담다 1(1948-1949)』(경인문화사, 2016)
『장면, 수첩에 세상을 담다 2(1949-1951)』(경인문화사, 2019)

목차

  • 머리말

    I. 「황사영백서」, 개인과 전체 무엇이 더 소중한 가치인가?
    1 머리말
    2 황사영은 누구인가?
    3 백서의 내용은 무엇인가?
    4 역사가들은 백서를 어떻게 보았나?
    1) 전통적 역적관에 입각한 백서관
    2) 식민주의 사관에 입각한 백서관
    3) 민족 · 민중주의 사관의 백서관
    4) 천주교 역사가들의 백서관
    5) 개신교 역사가들의 백서관
    6) 북한과 서구학계의 백서관
    5 황사영과 백서에 대한 관견(管見)

    II. 1894년 동학농민봉기를 어떻게 기억해야 하나?
    1 머리말
    2 동학농민봉기의 발발과 전개
    1) 동학의 탄생과 포교
    2) 제1차 동학농민군의 봉기
    3) 제2차 동학농민군의 봉기
    3 민족 · 민중주의사관 등장 이전 역사가들은 동학농민봉기를 어떻게 보았나?
    1) 동시대인의 봉기관
    2) 일제 식민지 시대의 봉기관
    3) 해방 이후의 봉기관
    4 민족 · 민중주의적 동학농민봉기 해석의 공적 기억화
    5 통설에 대한 반론
    6 관견(管見): 민족 · 민증주의 사관에 입각한 역사해석의 문제점

    III. 대한제국은 국민국가인가?
    1 머리말
    2 비교사 · 국제사의 시야에서 조망한 한 세기 전 실패의 역사
    1) 동아시아 국제질서의 판을 바꾼 서세동점
    2) 조선왕조, 국민국가로의 진화에 실패하다
    3 대한제국에 대한 역사가들의 인식
    1) 동시대인의 대한제국 인식
    2) 1970년대 이전 역사가들의 대한제국 인식
    3) 1970년대에서 현재에 이르는 역사가들의 대한제국 인식
    4 반론과 관견(管見): 대한제국의 역사적 성격 어떻게 보아야 하나
    1) 왜 다시 황제인가?
    2) 고종의 눈에 비친 러시아: 침략자인가, 독립의 옹호자인가?
    3) 대한제국은 “민국이념”에 기반을 둔 자주적 제국이었나?
    4) 개혁 모델로서의 러시아
    5) 그들이 꿈꾼 것은 국민국가였는가?

    IV.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에 보이는 현대사 서술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1 머리말
    2 수정주의 사관에 입각한 한국 현대사 서술의 문제점
    1) 제1차 세계대전 전후 미국과 소련의 대외정책에 대한 서술에 보이는 편파성
    2) 제2차 세계대전 전후 적색(赤色) 전체주의에 대한 비판의 결여
    3)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소 양국의 중국과 일본 정책 관련 서술에 보이는 편파성
    4) 광복 전후 미국과 소련의 한반도 정책 관련 서술에 보이는 편향성
    3 통일지상주의 사관에 입각한 한국 현대사 인식의 문제점
    1) 독립운동 방법론 평가에 보이는 편파성
    2) 북한과 남한의 지도자와 정부에 대한 긍부(肯否)가 대조되는 평가
    4 무엇이 문제인가?
    5 현대사 교과서 어떻게 써야 하나

    V. 근현대 문명전환의 주제를 둘러싼 논쟁을 어떻게 볼 것인가?
    1 머리말
    2 해방 후 문명전환의 주체로 민족을 호명한 민족주의 사관
    1) 식민주의 사관 탈피 못한 해방 직후 신(新)민족주의 사관
    2) 내재적 발전론과 민족주의를 결합한 「한국사신론」
    3 1980년대 말 민중을 문명전환의 주체로 호명한 민족 · 민중주의 역사학
    1) “광무개혁” 논쟁에서 대두한 민족 · 민중주의 사관
    2) 사회민주주의 체제의 수립 여부로 바뀐 문명의 기준
    4 문명관의 충돌: “비동시성의 동시성”
    1) 거대담론 민족과 민중을 해체한 탈민족 · 탈근대 역사학
    2) 문명전환의 주체로 제왕(帝王)을 소환한 근왕주의 역사관
    3) 신우파 경제성장주의 역사관의 역사수정주의
    5 관견(管見): 기억의 내전(civil war)을 넘어서기 위한 제언
    1) 기억의 내전: “비동시성의 동시성”
    2) 역사기억을 둘러싼 내전의 원인
    3) 충돌하는 역사기억을 넘어서기 위한 제언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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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88963248806
발행(출시)일자 2022년 07월 25일
쪽수 480쪽
크기
153 * 225 * 28 mm / 826 g
총권수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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