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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의 조레스 당의 조레스 노동자의 조레스

프랑스 제3공화정, 1885-1914
노서경 저자(글)
마농지 · 2022년 07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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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사회주의자 정치인 장 조레스Jean Jaur?s(1859-1914)는 사망한 지 한 세기가 더 지났지만 프랑스 좌파의 표상으로 국민의 기억과 역사 속에 살아 있는 인물이다. 이 책은 프랑스 제3공화정을 배경으로 장 조레스의 정치 활동과 사회주의를 탐구한다. 1990년대부터 조레스 연구에 천착해온 저자의 오랜 문제의식과 학문적 성과를 담았다.

계급이라는 추상이 아니라 인간을 바라보고 그 인간의 자유를 사회주의와 결합한 인본 사회주의자, 공화주의적 개혁과 사회주의적 혁명을 융합해 노동자를 위한 정치 권력을 획득하려 했던 의회정치인, 분열되었던 프랑스 사회주의의 통합을 이끈 역량 있는 지도자, 고조되는 1차대전의 전운에 맞서 반전을 외치다 암살당한 ‘평화의 사도’. 현실의 엄중함을 인식하면서도 그 조건 위에서 비전을 제시하고 동료와 대중을 설득해나갔던 그의 행보는 정치란, 정치인이란 무엇인지 다시 묻게 한다.

작가정보

저자(글) 노서경

1999년 〈프랑스 노동계급을 위한 장 조레스의 이상과 실천(1885-1914)〉으로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8년 조레스의 연설/논설 선집인 《사회주의와 자유 외》를, 2009년 막스 갈로의 조레스 전기 《장 조레스 그의 삶》을 번역 출간했다. 2001년에서 2020년 사이에 〈20세기 프랑스 노동자와 프랑스 국민: 지적인 계급투쟁〉, 〈계급이념과 정치현장〉, 〈조레스의 반전(反戰)과 프롤레타리아〉, 〈조레스에게 독일은 무엇이었는가?〉, 〈대표 개념에 따른 프랑스 사회주의의 갈등〉, 〈프랑스 사회당(SFIO) 전국당대회(1905-1914)〉 같은 관련 논문들을 발표했다.
그 외 저서로 《알제리전쟁: 생각하는 사람들의 식민지 항쟁》(2017), 《지식인이란 누구인가》(2001), 《19세기 허스토리》(2022, 공저), 《전쟁과 프랑스 사회의 변동》(2017, 공저) 등이 있으며, 프란츠 파농의 《검은 피부, 하얀 가면》(2014)을 우리말로 옮겼다.

목차

  • 서문 _ 장 조레스, 21세기를 위한 사회주의자|질 캉다르
    감사의 말
    서장 _ 젊은이들에게 보내는 연설: 1903년 7월 30일, 알비

    1부 정치란 무엇이며 사회주의는 어떻게 하는가
    1장 광부들 그리고 농민들과 함께
    2장 사회공화국을 향해
    3장 드레퓌스 사건
    4장 인본사회주의

    2부 반대 진영
    1장 교회와 국가
    2장 민족 우익의 현상: 불랑제주의
    3장 민족 우익의 이론·서정·행동
    4장 독일은 적인가

    3부 폭력의 문명을 허용치 않는 사회주의
    1장 모로코
    2장 반전反戰: 운동과 사상

    4부 당의 건설
    1장 인터내셔널과 프랑스 통합사회당SFIO 창당
    2장 합류: 게드주의, 브루스주의, 알르만주의
    3장 어려운 사이인 당과 노조
    4장 당의 존재 양식: 연차 전국 당대회
    5장 당은 《뤼마니테》와 함께

    결론


    부록 1 장 조레스 연보
    부록 2 이 시대의 신문과 잡지
    부록 3 주요 인물
    부록 4 조레스 연구사 60년
    참고문헌
    찾아보기

책 속으로

조레스는 사회주의자였지만 이 시대 대부분의 사회주의자와 달리 처음부터 정치가 꿈이었으며 그때 정치란 사상과 운동, 나라의 방어와 인민의 평안을 아우르는 크고 넓은 것이었다. _24쪽

카르모 광부들은 고등사범 출신에 학구열 높은 지식인과 만났다. 라틴 고전 문헌에 익숙하고 근대 프랑스 문학을 아끼고 독일어로 헤겔과 피히테, 마르크스를 읽는 젊은이가 지하 광산에서 뼈가 굵은 그들 앞에 섰다. 이로써 조레스 사회주의의 성격이자 특징이 수립되었다. 그는 사회주의라는 목적을 위해서만 의회에 나가지 않았다. 그에게 의회와 사회주의는 서로 목적이고 서로 수단이었다. _52쪽

그는 사건이 어떻게 사회주의의 문제인가를 간결하게 설명했다. 드레퓌스가 부당한 재판을 받고 무고하게 고통받고 있다면 그는 더 이상 부르주아도 포병 대위도 아니고 헐벗은 인간이었다. 누구든 부당하게 핍박받고 버림받았을 때 그를 돌아보지 않는 이념, 그런 것이 사회주의일 수는 없었다. _106쪽

여러분은 발칸전쟁을 보았습니다. 군단 하나가 거의 전부 전쟁터에서, 병원 침상에서 쓰러졌습니다. 하나의 군단은 30만 명의 일부입니다. 30만 명 가운데 10만 명이 홍역에 걸렸습니다. (……) 유럽의 재앙이 어느 정도일지 생각해보십시오. 발칸 같은 30만 명의 군대가 아니라 200만 명의 군대 넷, 다섯, 여섯 개입니다. 이 사태가 어떤 학살일 것이며 어떤 폐허, 어떤 야만성이겠습니까. 폭풍의 암운이 이미 우리에게 드리운 때에, 아직도 완전한 범죄가 일어나지는 않았기를 바라는 이유입니다. _298쪽

1914년 7월 31일 저녁, 신문사가 지척인 식당에서 조레스가 총격으로 운명하고 동석했던 편집자들이 혼란과 비통으로 경황없는 속에서도 몇 사람은 정치국장의 시신을 뒤로하고 “신문을 만들러 갑시다. 내일 아침 신문이 늦지 않게” 하고 뤼마니테로 발걸음을 옮겼다. _417쪽

그에게는 의회가 사회주의의 목적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자신의 꿈, 욕망, 연설, 논리를 휘둘러 부정의와 맞서려는 거친 싸움터였다. 때문에 의회에 빈손으로 나가는 일이 없었다. 그날의 신문과 급변하는 해외 정세를 살피고 고전, 신간을 뒤적이고 의회 도서관, 고등사범 도서관, 시청 문서고를 다녔다. 칼을 벼리듯 말과 글을 벼리고 갈고 닦았다. 그것이 파리 고등사범 출신 하원의원인 그가 인민에게, 프롤레타리아에게 보내는 존중과 경애의 징표였다. _420쪽

좀 더 의회다운 의회, 이렇듯 분단이 지속되어 사상적 대립이나 거부가 강한 사회에서도 뭇 사상을 키우고 섞어 다음의 시간으로 건네는 도량 있는 의회, 의원들의 그 기품 있는 언어를 듣기만 해도 지적 만족감에 웃음이 나는 의회, 노동자를 사회적 약자라 치부하지 않고 좀 더 인본주의로 예우하는 이념 정당, 밝고 따뜻하고 무엇보다 정신과 지성을 풍요롭게 하는 생산자들의 당, 당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렇듯 심한 금전 위주의 사회적 토양을 한 이랑씩 갈아엎으려는 노동자, 인문이 선사하는 비옥한 거름을 가진 자들의 처분에만 맡기지 않고 내 것으로 만들어 노동을 더 기름지게 빚어내는 생산자. 이 책에 흐른 그런 문제의식은 젊은이들이 피를 뿌려야 했던 나라의 지난날 정치사에서 나왔을 뿐이다. _426쪽

출판사 서평

21세기를 위한 사회주의자 장 조레스 Jean Jaur?s
개혁과 혁명, 계급과 인간, 의회정치와 사회주의를 융합하다

정치란, 정치인이란 무엇인가?
다시 물어야 할 이 질문에 대한 역사적 답변

프랑스의 사회주의자 정치인 장 조레스Jean Jaur?s(1859-1914)는 사망한 지 한 세기가 더 지났지만 프랑스 좌파의 표상으로 국민의 기억과 역사 속에 살아 있는 인물이다. ‘민중의 호민관’이라는 이름으로 팡테옹에 안치되었으며, 대학 하나와 수백 개의 초중고등학교, 2천 개가 넘는 도로가 그에게 헌정되었다. “나를 키운 건 노동자와 농민”이라는 자각 위에서 개혁과 혁명을, 의회정치와 사회주의를, 계급과 개인을, 노동과 지식을 융합하려 애쓴 조레스는 진영을 넘어 프랑스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정치인의 한 사람이다. 그는 어떤 정치, 어떤 사회주의로 고통받는 이들의 삶을 대면했을까?
서양사학자 노서경의 신간 《의회의 조레스 당의 조레스 노동자의 조레스》는 프랑스 제3공화정을 배경으로 장 조레스의 정치 활동과 사회주의를 탐구한 저작이다. 1990년대부터 조레스 연구에 천착해온 저자의 오랜 문제의식과 학문적 성과를 담았다. 저자는 제목에 제시한 대로 세 가지를 묻는다. 조레스는 제3공화정 권력의 핵심이었던 의회에서 어떤 언어로 무엇을 수행했는가? 1905년부터 지금까지 존속하고 있는 프랑스 사회당의 창건기에 그는 동지들과 함께 무엇을 어떻게 했는가? ‘의회’와 ‘당’이라는 정치 공간에서 어떤 지평을 바라보고 노동과 노동자를 수호했는가?
이러한 질문이 탐색하는 ‘의회의 조레스’ ‘당의 조레스’ ‘노동자의 조레스’는 때로 수렴되고 때로 충돌하면서, “계급의 이해에 충실하면서도 온 나라를 생각한 정치인 사회주의자”(막스 베어)의 초상을 구성한다. 계급이라는 추상이 아니라 인간을 바라보고 그 인간의 자유를 사회주의와 결합한 인본 사회주의자, 공화주의적 개혁과 사회주의적 혁명을 융합해 노동자를 위한 정치 권력을 획득하려 했던 의회정치인, 분열되었던 프랑스 사회주의의 통합을 이끈 역량 있는 지도자, 고조되는 1차대전의 전운에 맞서 반전을 외치다 암살당한 ‘평화의 사도’. 현실의 엄중함을 인식하면서도 그 조건 위에서 비전을 제시하고 동료와 대중을 설득해나갔던 그의 행보는 정치가 누추해진 시대에 다시 정치란, 정치인이란 무엇인지 묻게 한다.

*조레스 전기를 집필하고 총 17권의 조레스 전집 출간에 참여하는 등 조레스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프랑스 역사학자 질 캉다르Gilles Candar(몽테스키외 고등학교 역사 교사)가 이 책의 서문을 썼다. 캉다르에 따르면, 조레스 사후인 1921년 파리에서 ‘한국의 친구들 협회’가 결성되었다고 한다. 조레스와 함께 《뤼마니테》를 만들었던 장 롱게 등 조레스의 친구들이 회원으로 참여했다.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사회주의, 정치의 의미를 증명하다
정치인 조레스의 출발은 공화파였다. 1885년 공화파 명부로 의회에 들어간 조레스는 광산 관련 위원회에 배치되어 노동자의 현실을 마주했으며, 이후 노동과 사회주의 등에 대한 사유를 다듬어간다. 1892년 카르모 광부 파업이 일어났을 때 그는 신중하고도 열정적으로 광부들의 노동과 인격을 엄호했다. 다음 해 보궐선거에서 카르모 광부들은 사회주의 후보로 조레스를 선택했고, 조레스는 이 노동자들 그리고 농민들을 발판으로 사회주의자 정치인으로 성장해간다. 선거를 통해 민중의 대표가 된 조레스에게 “의회와 사회주의는 서로 목적이고 서로 수단”이었다.
일하는 사람들에 원천을 둔 조레스의 사회주의는 왜곡된 소유와 경제구조를 바로잡기 위해 금권과 세습자본, 약탈적 금융을 비판했으며, 노동자들의 생사를 지배하는 대기업의 노사의식을 문제 삼았다. 1895년 카르모 유리병공장에서 파업이 발생했을 때 조레스는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파업 현장에 함께하고, 강연과 집회를 열어 여론을 움직이고, 여러 도시를 뛰어다니며 파업 노동자를 위한 기금 모금을 기획했다. 또 한편으로는 국가에 노동과 기업의 중재를 요구하고, 의회 토론을 조직해 기업주를 압박했다. 파업에 공장 폐쇄로 맞섰던 기업주는 결국 공장을 다시 열고 퇴진한다. 노동자들로서는 의회를 부리는 정치의 의미를 확인한 셈이다.

핍박받는 인간을 외면하는 이념은 사회주의가 아니다
드레퓌스 사건은 제3공화정 정치사를 좌우로 가른 중대한 계기였을 뿐 아니라 조레스의 사회주의, 나아가 프랑스 사회주의에 결정적인 전환점이 되었다. 드레퓌스의 간첩 혐의를 두고 온 나라가 지지와 반대 세력으로 갈렸을 때 사회주의자들은 이 부르주아의 내분에 가담하지 말자는 성명서를 내놓았다. 드레퓌스가 군의 정예이자 사회 상층인 육군 포병대위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레스는 계급이라는 추상이 아니라 인간 개인을 날카롭게 의식했다. “부당한 재판을 받고 무고하게 고통받고 있다면 그는 부르주아도 포병대위도 아니고 헐벗은 인간이다.” 조레스는 부당하게 모든 것을 박탈당한 이는 계급에 앞서 인간이며, 그런 인간을 외면하는 이념은 사회주의가 아니라는 데까지 나아간다. 인간의 자유와 권리를 사회주의와 불가분의 관계로 연결한 조레스의 사유는, 사회주의란 계급을 위해서뿐 아니라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는 프랑스 사회주의의 방향을 정립했다.
드레퓌스 사건의 여파로 우익 세력이 분출하자 공화국 수호에 위험을 느낀 발데크루소 총리는 사회주의자 밀랑을 상무장관으로 임명한다. 밀랑 입각이 유럽 사회주의 전체의 문제로 비화되어 논쟁이 벌어졌을 때 조레스는 찬성 편에 선다. 그 역시 사회주의의 궁극적 목적이 혁명이라고 믿었지만, 사회주의는 민주주의 위에서 구축되어야 하며 프롤레타리아가 의회정치에 참여해 권리를 확장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조레스는 먼저 개혁의 업적을 쌓고 개혁 속에서 혁명을 시작하는 실적을 만들기를 원했다.” 나라 안팎의 공격을 받으며 조레스의 개혁사회주의는 모습을 갖추어간다. 혁명주의와 개혁주의는 사회주의의 목적과 수단을 근거로 구분되지만, 드레퓌스 사건을 계기로 도입된 인본사회주의는 혁명과 개혁의 이분법을 넘어서는 것이다.

개혁과 혁명은 반목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흐르는 것이다
밀랑 입각 등으로 분열되었던 프랑스 사회주의는 1905년 4월 통합사회당을 창당시킨다. 조레스는 사회당 창건에 이바지했고, 이념 정당일수록 의회라는 수단을 노동계급을 위해 써야 한다는 정치적 의지가 굳건했다. 그런데 창당 후에도 당은 사실 분열의 집합체였다. 각 파가 하나의 사상가라고 할 수 있었는데, 저자는 ‘노동자 말롱에서 지식인 조레스에게 흐르는 것’에 주목한다. 피혁공 출신 코뮈나르 말롱은 사회주의에 필수적인 것이 경제와 모럴이라고 믿었다. 금전과 물질이 대중을 현혹하는 시대에 사회주의는 삶의 정신과 도덕성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보았는데, 조레스도 생각이 같았다. 또 개혁과 혁명은 반목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것이라는 말롱의 시각은 조레스의 혁명과 개혁의 융합론을 뒷받침했다.
조레스의 융합론은 당내 분파들이 당의 방향을 두고 치열한 토론을 벌인 1908년 툴루즈 당대회에서 동료들을 설득하며 통합을 이끌어낸다. 조레스는 노동계급만의 사회주의 전략을 주장하는 라가르델에게 생디칼리슴과 민주주의를 대립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 말하고, 마르크스주의자 라파르그에게는 사회주의와 인간을 대하는 관점을 불어넣었다. 조레스에게 사회당은 무엇보다 “노동계급의 정당”이었다. 이 전제 위에서 그는 개혁을 쌓아 혁명으로 가는 길을 준비하자고 말한다. 개혁을 부르주아에 영합하는 것으로 만들지 않고, 정치에 주력하지만 노조와 보조를 맞출 것이며 그것이 20세기를 바라보는 당의 방향이라고 역설했다. 그가 말한 융합은 “개혁과 혁명, 사회주의와 생디칼리슴의 논리적 합성이 아니었다. 그렇게 살아가자는 신념, 당원들과 나누는 연민, 정치라는 비폭력 수단에 대한 무한한 애착의 융합”이었다. 조레스의 안은 출석 326표, 찬성 325표로 통과되었다.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91197870101
발행(출시)일자 2022년 07월 30일
쪽수 600쪽
크기
151 * 220 * 33 mm / 942 g
총권수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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