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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신 저자(글)
소담출판사 · 2022년 07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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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이 책이 속한 분야

74만 독자가 선택한 『생각이 나서』 작가
황경신의 이야기노트
『생각이 나서』, 『밤 열한 시』, 『초콜릿 우체국』, 『지워지는 것도 사랑입니까』 등 다양한 감성을 담은 이야기로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은 작가 황경신이 신간 『달 위의 낱말들』을 펴냈다. 단어와 관련된 이야기를 통해 작가가 독자들에게 말을 건네듯이 펼쳐지는 스물여덟 편의 단편과 작가와 얽힌 사물들의 이야기를 담은 열 편이 수록된 에세이이다. 작가 황경신은 시처럼 유려한 언어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1장 「단어의 중력」에서는 작가 황경신이 직접 찍은 사진이 수록되어 저자가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다양한 장소에서 찍은 다양한 경험들이 하나의 이야기로 묶여 우리에게 전해진다. 2장 「사물의 노력」에는 일러스트레이터 전지나의 감성적인 일러스트가 실려 있어 한층 더 풍부한 느낌을 자아낸다. 항상 다채로운 사진, 일러스트와 함께 선보이는 작가의 글은 독자들에게 더 큰 울림을 안겨 준다.

사랑을 품듯 마음에 품은
잘 익은 낱말 한 알

잘 익은 낱말 한 알을 당신에게 주려고 사랑을 품듯 마음에 품었다. 하지만 당신이 건네받은 낱말은 맛과 생기를 잃어버린 지 오래, 당신은 어리둥절했고 나는 속이 상한 채로 우리 사이에는 오해가 쌓여갔다. 낱말의 열매들은 망각의 정원에 버려져 뭉그러지고 썩어갔다. (중략) 썩은 열매의 씨앗들이, 바람을 타고 달로 날아가, 꼬물꼬물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리고 잎을 뻗고 꽃잎을 여는 중이었다. …… 뭔가 다른 것이 되어. 말랑하고 따뜻하고 착하고 예쁜 것이 되어. _「여는 글」 중에서

일상에 녹은 단어와 사물들을 작가 황경신은 이야기로 끌어들인다. 평범한 경험, 수수한 사물은 작가의 손길이 닿음으로써 소중한 순간, 특별한 존재가 되어 우리에게 다가온다. 수많은 독자가 사랑하는 작가의 낱말은 우리의 마음에 날아들어 특별한 싹을 심는다. 싹이 트고 뿌리를 내리고 잎을 뻗고 꽃이 피어나는 순간, ‘말랑하고 따뜻하고 착하고 예쁜’ 황경신만의 언어가 우리 마음속에 꽃잎처럼 터질 것이다.

작가정보

저자(글) 황경신

황경신

부산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했다.
『나는 하나의 레몬에서 시작되었다』, 『그림 같은 세상』, 『모두에게 해피엔딩』, 『초콜릿 우체국』, 『그림 같은 신화』, 『생각이 나서 1, 2』, 『위로의 레시피』, 『눈을 감으면』, 『밤 열한 시』, 『나는 토끼처럼 귀를 기울이고 당신을 들었다』, 『아마도 아스파라거스』 등의 책을 펴냈다.

목차

  • 여는 글

    1. 단어의 중력
    내리다
    찾다
    터지다
    쫓다
    지키다
    오르다
    이르다
    버티다
    닿다
    쓰다
    고치다
    선택
    미래
    행복
    막장
    인연
    기적
    안녕
    원망
    공포
    몽매
    단순
    침묵
    미련
    소원
    연민
    고독
    재회

    2. 사물의 노력
    컴퓨터
    자동차
    오디오
    소파
    토끼
    전화기
    피아노
    카메라

    청소기

책 속으로

너는 너의 마음속을 뒤져 네 속에 숨어 있을 법한 불같은 것을 찾고 싶었다. 사소한 계기를 핑계 삼아 솟구쳐 나올, 그래서 한순간 세상을 밝힐 환한 무엇을 너도 갖고 있었어야 했다. 삶이 너를 쥐고 뒤흔드는 동안 터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는 것을, 불씨가 보일 때마다 모질게 짓밟아 왔다는 것을 너는 뒤늦게 깨달았다. _「터지다」 중에서

어느 저녁, 너는 산마르코 광장의 카페에 앉아 있었다. 네 앞에 놓인 에스프레소 한 잔은 점심과 저녁식사를 포기한 대가였다. 옆 테이블에는 열 명쯤 되는 대가족이 모여 생일파티를 열고 있었다. 휠체어에 타고 있던 노부인이 케이크의 촛불을 껐다. 카페의 밴드가 생일축하곡을 연주하고 광장의 모든 사람들이 노래를 불렀다. 어린아이들이 노부인의 뺨에 입을 맞추자 그이는 선글라스를 벗고 눈가를 훔쳤다. 기묘하게도 너는 그 눈물의 맛을 느꼈다. 행복의 맛이고 순간의 맛이었다. 다시 오지 않을 날의 맛이고 영원히 기쁨으로 또한 슬픔으로 기억될 맛이었다. _「막장」 중에서

더 이상 찾을 길도 잃어버릴 길도 없는 곳, 희망의 빛이 가물가물 희미해지는 그곳에서 산마르코 광장의 어느 저녁을 떠올리면 좋겠다고 너는 생각한다. 네 혀끝을 감도는 순간의 맛을 느끼고 싶다고 생각한다. 낯선 이의 길고 고난한 삶이 너에게로 흘러 들어오던 그때, 세계는 아름다웠으나 너는 외로웠다. 너는 외로웠으나 세계는 아름다웠다. _「막장」 중에서

너는 우주 같은 바닷속에서 먼지 같은 너를 겪었다. 경이로운 허무, 차고 냉정한 바다의 다정함이 너를 감싸 안았다. _「인연」 중에서

어느새 별들이 깜박깜박 꺼지고 가장 높은 산의 봉우리가 푸른빛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너는 온 힘을 다해 불쑥 솟아올라 어둠을 물리치는 해를 목격한다. 네가 살아가야 할 하루가 네 앞에 활짝 열리는 순간이 심장 깊이 각인된다. 그것은 매일 일어나는 기적, 그러나 네가 돌보지 않았던 기적이다. _「기적」 중에서

소원이 이루어지길 소원했던 그는 소원이 없는 삶을 소원했다. 너는 그날 소원 대신 사랑하는 이들의 이름을 썼다. 종이를 나무에 매달며 너는 생각했다. 어쩌면 소원의 나무는 소원을 들어주는 나무가 아닐지도 모른다고. 지금 너의 소원이 무엇인지 묻는, 그래서 네가 지켜가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나무일 거라고. _「소원」 중에서

출판사 서평

아픈 것에서 피어나는
말랑하고 따뜻하고 착하고 예쁜 것들

어느 적막하고 쓸쓸한 밤, 당신이 그리워 올려다본 하늘에 희고 둥근 달이 영차 하고 떠올랐다. 달은 무슨 말을 전하려는 듯 고개를 갸우뚱하고 나를 바라보았다. 달의 표면에 달을 닮은 하얀 꽃들이 뾰족 솟아 있었다. 썩은 열매의 씨앗들이, 바람을 타고 달로 날아가, 꼬물꼬물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리고 잎을 뻗고 꽃잎을 여는 중이었다. 터지고 쫓고 오르는 것들, 버티고 닿고 지키는 것들이 거기 있었다. 인연과 선택과 기적이 거기 있었다. 뭔가 다른 것이 되어. 말랑하고 따뜻하고 착하고 예쁜 것이 되어. _「여는 글」 중에서

작가 황경신은 「여는 글」에서 ‘썩은 열매의 씨앗들’이 ‘말랑하고 따뜻하고 착하고 예쁜 것’이 되어 피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우리의 언어도 마찬가지 아닐까. 말랑하고 따뜻하고 착하고 예쁜 것들은 아픈 것에서 피어난다고. 그러니 아픈 것이 나쁜 것은 아닐지 모른다고.

우리의 아픈 것들은 시간이 흘러 바람을 타고 달로 올라간다. 지구라는 환경에서 싹을 트지 못한 썩은 열매들은 환한 달까지 날아가 언젠가는 싹을 트고 말 것이다. 어느 어둡고 깊은 밤, 우리는 고개를 들어 우리가 떠나보낸 아픈 것들이 꽃잎이 되어 밤하늘을 빛내는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이 도서의 제목이 『달 위의 낱말들』인 것은 아닐까.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91160272956
발행(출시)일자 2022년 07월 01일
쪽수 264쪽
크기
130 * 189 * 20 mm / 453 g
총권수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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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랑하고 따뜻하고 착하고 예쁜 것들은 아픈 것에서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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