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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의 시대

양장본 Hardcover
윌북 클래식 첫사랑 컬렉션
이디스 워튼 저자(글) · 김율희 번역
윌북 · 2022년 07월 20일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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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의 시대 상세 이미지
V 20세기 여성 최초의 퓰리처상 수상 작가 이디스 워튼의 최고작 『순수의 시대』
V ‘역대 최고의 명저 100’(뉴스위크), ‘20세기 100대 영문학’(모던라이브러리) 선정
V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유효한, 시대와 개인의 균열 그리고 사랑과 선택을 그려낸 문학의 정수
1차 세계대전이 끝난 무렵의 뉴욕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순수의 시대』는 1921년 여성 최초로 퓰리처상을 받은 작가 이디스 워튼의 대표작이다. 작가가 자전적 경험을 담은 작품으로, 1870년대 화려하고 오만한 뉴욕의 상류사회가 배경이다. 개인의 감정을 억압하는 세계에서 욕망에 충실한 행복과 사회적 의무를 놓고 갈등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통해 전통적인 구체제와 역동적인 신체제의 대립을 절묘하게 포착해낸다. 여성으로서 작가 활동을 하는 경우가 드물었고, 여성 작가가 쓴 작품은 그 이유만으로도 평가 절하되던 시대에 워튼은 탁월한 심리묘사와 시대에 대한 통찰을 섬세한 문장으로 담아내며 미국 문단의 거장이 되었다.
정신으로는 시대를 앞서갔으나 현실과 타협한 뉴랜드 아처, 당대 사회의 요구에서 벗어난 현실을 살았으나 완벽히 자유롭지 못했던 엘런, 사회의 규범과 울타리 안에 안주하고 다른 삶을 꿈꾸지도 않았던 메이 등 뚜렷하게 대비되는 인물들이 펼치는 삼각관계와 로맨스는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로 끊임없이 변주되고 있다.
지금도 우리 곁에 살아 숨 쉬는 듯한 인물들과 낯익은 상황들을 마주하며, 인간에게 내재한 욕망과 이성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게 된다. 『순수의 시대』는 시대의 변화가 개인의 삶과 선택에 어떤 균열을 일으키는지, 그리고 그 선택으로 인해 어떤 갈등을 겪고 또 희열을 만날 수 있는지를 우아하게 해부한 불세출의 고전이다.
윌북 클래식 첫사랑 컬렉션에 담긴 『순수의 시대』는 서로 다른 시대와 공간에 사는 주인공들이 어떻게 같은 애정과 고민을 안고 삶을 영위하는지, 그리고 그 모습은 지금 우리의 모습과 얼마나 비슷한지 보여준다. 한 인간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든 출발점으로서의 ‘첫사랑’이란 바로 이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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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총서 (5)

작가정보

저자(글) 이디스 워튼

이디스 워튼

Edith Wharton
1862년 1월 24일 미국 뉴욕에서 태어났다. 네 살부터 열 살이 될 때까지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각지를 돌아다니며 유년 시절을 보냈다. 정규교육 대신 가정에서 교육받은 그는 책이라면 가리지 않고 독파했는데 특히 문학, 철학, 종교 서적을 탐독했다. 다양한 독서의 내공으로 1878년 첫 시집을 출간했다. 1885년 스물세 살의 나이에 열세 살 연상의 에드워드 로빈스 워튼과 결혼한 후, 불행한 결혼 생활과 상류사회의 이목, 작가적 야심 사이에서 갈등하다 심각한 신경쇠약을 앓았다. 유럽으로 이주, 이후 여러 나라를 옮겨 다니며 유럽 지역의 역사, 건축, 미술에 대한 글과 소설을 썼다. 1913년 남편과 이혼하고 1937년 사망할 때까지 프랑스에서 살았다. 1905년 장편소설 『기쁨의 집』을 발표하면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이 작품을 통해 평단의 명성과 대중적 인기를 모두 누리는 작가로 자리매김한 워튼은 헨리 제임스, 싱클레어 루이스, 장 콕토, 앙드레 지드 등 유명한 문인들과 교류했다. 1차 세계대전 때에는 프랑스에서 전쟁 구호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쳤고, 이 공로로 레지옹도뇌르 훈장을 받기도 했다. 이후 발표한 『순수의 시대』(1920)로 1921년 여성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평생 소설, 시, 에세이, 여행기, 회고록 등 40여 권이 넘는 책을 남긴 워튼은 1937년 일흔다섯의 나이로 프랑스 파리에서 생을 마감했다. 『순수의 시대』는 개인의 열정과 사회의 관습 사이에서 갈등하는 1870년대 뉴욕 상류사회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수작으로 꼽힌다.

번역 김율희

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뒤 동 대학원에서 근대영문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삶을 풍요롭게 하는 책의 힘을 믿으며 번역가의 길로 들어섰다. 『크리스마스 캐럴』,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월든』, 『작가란 무엇인가 3』, 『작가라서』, 『키다리 아저씨』, 『이만하면 괜찮은 죽음』, 『안녕, 아이반』, 『새의 언어』, 『오즈의 마법사』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목차

  • 순수의 시대
    1부
    2부

책 속으로

그러나 무엇보다도 뉴욕은 대도시였고 대도시에서는 오페라하우스에 일찍 도착하는 것이 ‘관례에 어긋나는’ 행동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뉴랜드 아처가 사는 뉴욕에서 ‘관례’에 어긋나느냐, 그렇지 않으냐는 수천 년 전 선조들 운명을 지배했던 토템에 대한 불가사의한 공포만큼이나 중요하게 작용했다. _11쪽

“그래요. 예전 생활은 벗어던지고 이곳에 사는 다른 사람들처럼 되고 싶어요.”
아처의 얼굴이 붉어졌다.
“당신은 이곳에 사는 사람들처럼 되지 않을 겁니다.”
그가 말했다. 부인은 곧게 뻗은 눈썹을 살짝 치켜 올렸다.
“아, 그런 말은 하지 말아요. 내가 다르다는 걸 얼마나 싫어하는지 당신도 알면 좋을 텐데!”
부인의 얼굴에서 어느새 비극 속 가면처럼 침울한 분위기가 풍겼다. 부인은 몸을 숙여 야윈 두 손으로 무릎을 감싸며 아처에게서 시선을 돌려 어둡고 먼 곳을 바라보았다.
“그 모든 것에서 벗어나고 싶어요.” _176쪽

아처는 메이의 얼굴도 점차 흐려져 저렇게 불굴의 순수함을 발산하는 중년의 얼굴로 변하고 마는 것일까, 하고 자문했다.
아, 그래서는 안 된다. 메이가 저런 종류의 순수를, 상상력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생각을 봉인하고 경험에 저항하며 마음을 닫아버리는 그런 순수를 갖게 되는 것은 싫다! _234쪽

그가 세인트오거스틴의 선교회 정원에서 깨달았듯이, 그런 깊은 감정과 상상력 결핍이 공존할 수 있다니 놀라웠다. 그러나 아처는 그때에도 메이가 양심을 짓누르는 짐을 내려놓자마자 금세 무표정한 소녀로 돌아가 그를 놀라게 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메이는 새로운 경험이 다가올 때마다 최선을 다해 대처하며 삶을 헤쳐나가겠지만, 앞으로 닥칠 일을 흘낏 훔쳐보고 예견하지는 못할 것이다. 어쩌면 무지라는 그 능력 덕분에 메이의 눈동자가 그렇게 투명하며 얼굴도 한 개인이 아닌 어떤 유형을 대변하는 표정을 띠는 것이리라. 마치 시민의 미덕을 표현한 그림이나 그리스 여신의 모습을 그릴 때 모델로 선택된 사람처럼 말이다. 아름다운 피부 바로 밑에서 흐르는 피는 파괴적인 요소가 아니라 보존 용액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얼굴에 파괴되지 않을 젊음이 어린 덕분에, 메이는 매정하거나 우둔해 보이지 않고 원시적이면서도 순수해 보였다. _302~303쪽
이것은 ‘피를 흘리지 않고’ 목숨을 빼앗는 옛 뉴욕의 방식이었다. 질병보다 추문을 더 두려워하고 용기보다 품위를 우선시하며 ‘난동’보다 더 교양 없는 것은 오직 난동을 일으킨 사람들의 행동뿐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의 방식이었다.
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오르자, 아처는 무장 군대 한복판에 갇힌 죄수가 된 기분이 들었다. 그는 식탁을 둘러보며, 플로리다산 아스파라거스를 앞에 두고 보퍼트 부부를 거론하는 어조에서 그를 사로잡은 이들의 냉혹함을 짐작했다.
‘나에게 보여주려는 거야.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아처는 이렇게 생각했다. 직접적인 행동보다 암시와 비유가, 경솔한 말보다 침묵이 더 뛰어난 수법이라는 무시무시한 느낌이 가족 납골당의 문처럼 그를 옥죄었다. _530~531쪽

간단히 말해, 그는 사람들이 ‘선량한 시민’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존재가 되었다. 뉴욕에서 지난 오랜 세월 동안 자선이나 시정, 예술과 관련해 새로운 움직임이 있을 때마다 사람들은 그에게 의견을 구하고 그의 이름을 원했다. 장애 아동을 위한 학교를 처음 세우거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개편할 때, 그롤리에 클럽을 설립할 때, 새 실내악단을 준비할 때 사람들은 “아처 씨에게 물어보자”라고 말했다. 하루하루는 충만했고 품위 있게 채워졌다. 그가 생각하기에 남자로서 더는 바랄 게 없는 삶이었다.
자신이 놓친 것이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것은 인생의 꽃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도달하기 어렵고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져서, 그 일로 한탄해봤자 복권에서 일등에 당첨되지 않았다고 절망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의 복권에는 무수히 많은 표가 있었고 그중에 일등은 단 하나였다. 너무나 확실하게 불리한 상황이었다. 엘런 올렌스카를 생각하면 책이나 그림에만 존재하는 가상의 연인을 떠올릴 때처럼 추상적인 느낌이 들었고 담담했다. _548쪽

세상이 얼마나 먼 길을 걸어왔는지 이보다 더 분명하게 보여주는 예시는 없을 것이다. 요즘 사람들은 개혁이나 ‘운동,’ 유행과 맹목적인 숭배와 온갖 하찮은 일들로 너무 바빠서 이웃들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게다가 모든 사회 구성원이 거대한 만화경 속의 똑같은 평면에서 빙빙 돌고 있는데, 다른 사람의 과거가 뭐 그리 중요하겠는가? _557쪽

“저기, 아버지, 그분은 어떤 사람이었어요?”
아처는 아들의 뻔뻔스런 시선 밑에서 자신의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어서요, 솔직히 말씀해보세요. 아버지랑 그분은 친한 친구 아니었어요? 누구보다도 아름다운 분 아니었나요?”
“아름답다고? 모르겠다. 부인은 달랐지.”
“아…… 바로 그거예요! 늘 그렇게 진행되기 마련이잖아요, 그렇지 않아요? 그 사람이 나타났는데 다른 거예요…… 이유는 모르죠. 패니에 대한 제 느낌이 딱 그래요.” _561쪽

아들의 말을 듣는 동안 아처는 자신이 무능하며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한다는 느낌에 더욱 사로잡혔다. 아들이 둔감하지 않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아이에게는 운명을 주인이 아니라 동등한 존재로 바라볼 때 생기는 능숙함과 자신감이 있었다.
‘바로 그거야. 이들은 모든 걸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해…… 자기들이 갈 길을 아는 거지.’
아처는 아들을 낡은 표지물과 더불어 이정표와 위험 신호까지 전부 쓸어버린 신세대의 대변자로 여기며 생각했다. _565쪽

출판사 서평

20세기 여성 최초 퓰리처상 수상작 『순수의 시대』
헨리 제임스, 조지프 콘래드와 더불어 당대 미국 문학을 이끈 이디스 워튼의 대표작

뉴욕 상류층 출신 작가 이디스 워튼의 대표작 『순수의 시대』는 당대 미국 사회의 분위기와 풍속, 인물상을 묘파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1921년 퓰리처상을 수상한다. 여성 작가로는 최초였다.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상류층의 관습과 질서에 맞춰 재단된 삶과 불행한 결혼생활, 사랑의 열정과 좌절 등 자전적 요소가 배어나는 이 작품으로 워튼은 거장의 반열에 오른다.
위선과 허위, 무지와 편견으로 가득한 1870년대 뉴욕 상류사회를 배경으로 세 인물의 엇갈리는 사랑과 애증이 펼쳐진다. 개인의 자유와 감정은 어디까지 용납될 수 있을지, 사랑과 열정은 어떤 사색과 선택을 거쳐 현실이 되는지, 사회 질서와 관습은 인간의 욕망과 어떻게 대립하고 융합하는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들이 『순수의 시대』 전편에 흐른다. 화려한 문화와 엄격한 윤리 뒤에 숨은 치밀한 억압과 위선의 힘에 억눌리고 마는 각자의 비극을 담아낸 이 작품은 영화와 드라마 등으로 다양하게 변주되며 작품 본연의 가치와 현재성을 발전시키고 있다.

남북전쟁 직후 19세기의 뉴욕 상류층을 배경으로
허상과 실상, 무지와 위선, 열정과 사랑을 해부한 문제작

1870년대 뉴욕 명문가 출신인 부유한 변호사 뉴랜드 아처는 새하얀 피부에 투명한 푸른 눈동자를 지닌 순수의 결정체인 메이 웰랜드와 약혼한 사이다. 날 때부터 주어진 세계에 아무 의문도 없이, 완벽한 그림처럼 살아온 그들의 일상은 메이의 사촌인 엘런 올렌스카 백작 부인이 뉴욕으로 돌아오면서 미묘하게 흔들리기 시작한다. 미국과 유럽에서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고 호화로우면서도 굴곡진 삶을 살아온 엘런은 자유분방하며 진솔하고, 새로운 경향과 예술을 두루 이해하고 받아들인 열정적인 여성이다. 엘런의 매력과 개성은 가는 곳마다 소문을 부르고 주목을 받는다.
폴란드 귀족인 남편을 떠나 가출해 고향 뉴욕으로 온 엘런은 이혼 소송을 준비하고, 아처는 어린 시절의 친구이기도 했던 엘런을 도우며 점차 그 매력에 빠져든다. 개인의 자유나 개성보다 관습과 명예를 중시하는 뉴욕 상류사회는 엘런의 이혼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변호사 아처를 통해 엘런을 회유해 이혼을 막는다. 그리스 여신처럼 빛나는 외모와 순수하고 여린 마음을 지닌 약혼자 메이는 이제 아처에게 아둔하고 경직된 존재처럼 느껴진다. 자신이 속한 안정된 사회가 원하는 대로 살아가는 것이 메이에게는 가장 큰 덕목이었기 때문이다.
아처와 엘런은 영혼의 교감을 느끼며 사랑에 빠지지만, 아처는 현실과 관습을 변화시킬 힘도 없고 실제로는 얽매여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결국 익숙한 메이와의 결혼을 선택한다. 그러나 결혼생활은 행복하지 않았고, 아처는 점점 더 엘런을 그리워하며 엘런과의 도피를 꿈꾸고 도모한다. 그러나 아처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은 경험하고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잘 아는 엘런은, 아처와의 사랑만으로 살아갈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아처와 엘런의 관계를 눈치챈 뉴욕 사교계는 일치단결하여 엘런을 그들 사회에서 교묘히 추방한다. 그래도 그 뒤를 따르려던 아처는 운명의 장난 같은 소식을 들은 뒤, 그대로 현실에 남는 길을 선택하고야 만다.
각자의 삶에 충실한 세월이 흐르고 이제 노년에 접어든 아처는 결혼을 앞둔 아들 댈러스와 함께한 여행길에 엘런과 재회할 기회를 맞닥뜨린다. 그러나 그는 엘런의 집 창문 아래에서 결국 발길을 돌린다. ‘순수의 시대’와 더불어 현실에 안주하며 살아온 아처에게는 이제, 지금과는 다른 운명이나 이상을 마주할 기력이 사라졌기 때문이 아닐까.
진정으로 바라는 것을 가져서는 안 되었던 『순수의 시대』
삶의 실제 모습을 담아낸 자화상이자 다음 시대를 향한 기대

뉴랜드 아처는 지적이고 섬세한 심미안으로 사회와 인간의 내면을 감지한다. 모든 것이 가공된 관습과 위선으로 점철된 옛 뉴욕 사교계는 안전하지만 박제된 삶을 강요한다. 이 억압적인 사회와 획일화를 깨닫지만, 아처는 사회에 완벽히 적응하지도 못하고 사회를 변화시키지도 못하며 한계에 갇힌다. 영혼을 바쳐 사랑하는 엘런에게도, 자신의 곁을 평생 지키며 사랑해준 아내 메이에게도, 누구에게도 완전히 닿지 못한 채 자기 삶의 주인이 되지 못한다. 그의 이상과 정신은 엘런에게 가닿아 있으나 현실과 몸은 메이에게서 벗어날 수 없었다.
우아한 장편 로맨스 소설의 대명사이기도 한 『순수의 시대』는 세 등장인물의 삼각관계 이면에 뉴랜드 아처라는 한 인간의 성숙을 다룬 성장소설이자, 시대의 변화상과 풍습을 치밀하게 그려낸 시대소설이기도 하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주어진 시대와 현실 속에서 각자에게 맞는 행복과 사랑을 추구하며, 갈등하고 선택하고 견디고 살아간다. 사회의 유지와 개인의 자유, 전통 고수와 변화에 대한 갈망, 안정과 열정, 사랑과 욕망이 얽힌 씨줄과 날줄을 이디스 워튼은 노련하게 엮어 나간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발표된 이 작품은 풍요롭던 옛 뉴욕의 상류사회상을 완벽히 되살리고, 상반되는 감정과 가치 사이에 응축된 변화의 에너지를 드러낸다. 미국과 유럽에서 서로 다른 문명의 충돌을 겪고, 불행한 결혼생활을 거쳐 프랑스에서 여생을 보내는 인물 엘런 올렌스카에게는 이디스 워튼의 자전적인 경험이 상당히 투영된 듯하다. 욕망과 위선이 난무하는 시대, 현실과 허상을 가르는 생의 역설과 사랑을 근거리에서 드러내 파헤친 시선이 놀랍다. 이디스 워튼 작품의 특징을 이루는 서로 다른 문화와 가치관의 충돌, 윤리와 자유의 만남과 충돌이라는 주제가 『순수의 시대』에서도 반복되는 셈이다. 워튼은 두 세계의 만남에서 그 차이를 인정하고 수용하는 태도를 보인다. 아버지와는 달리 자신의 사랑에 충실하고 자유로운 가치관을 지닌 댈러스는 다음 시대상에 대한 워튼의 기대가 담긴 인물이기도 하다. 아름답고 우아하고 순수했지만 한편 공허했던 시대를 지나, 더 자유롭고 경계가 허물어진 시대를 그린 이디스 워튼의 통찰은 여전히 현재형이다.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 시리즈명, 원서(번역서)명/저자명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91155814925
발행(출시)일자 2022년 07월 20일
쪽수 572쪽
크기
131 * 186 * 41 mm / 692 g
총권수 1권
시리즈명
윌북 클래식 첫사랑 컬렉션
원서(번역서)명/저자명 The Age of Innocence/Edith Whar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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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전쟁 직후 19세기의 뉴욕 상류층을 배경으로


허상과 실상, 무지와 위선, 열정과 사랑을 해부한 문제작


 


진정으로 바라는 것을 가져서는 안 되었던 『순수의 시대』


20세기 여성 최초 퓰리처상을 수상한 이디스 워튼의 대표작 


 


윌북 첫사랑컬렉션으로 만나 본 네 권의 책 모두 좋았지만, 그중 단연코 최애 작품인 <순수의 시대>. 책도, 영화도 정말 좋아하는 작품이다. 특히 다니엘 데이 루이스와 위노나 라이더 주연의 영화는 그야말로 완벽에 가깝다. 태어나기 몇 년 전 작품인데도 시대극이라 그런지 지금 봐도 촌스럽지 않고 캐스팅부터 영상미, 연출까지 그냥 다 찰떡!! 넷플릭스에 있으니 꼭 보세요!!


 


‘순수의 시대’지만 순수함과는 거리가 먼 아이러니한 제목 또한 인상깊다. 피상적으로 보면 남자 주인공이 아내의 사촌언니와 바람을 피는 막장드라마지만, 그들이 사는 세상인 19세기 뉴욕 상류층과 사교계를 깊숙이 살펴보면 어느 하나 안타깝지 않은 인물이 없다. 애틋하고도 강렬한 삼각관계 로맨스는 이야기의 핵심이자 주 갈등 원인이지만, 각 등장인물이 상징하는 바를 알아가는 것도 의미 있다.


 


메이 웰랜드는 현실에 완벽하게 순응하며 그 시대의 전통적인 여성상을 수호하는 전형적인 ‘참한’ 인물이라 볼 수 있다. 그는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면서도 뚝심 있게 가정을 지키는 외유내강이다. 반면 메이와 대척점에 있는 엘런은 다양한 외국 경험을 바탕으로 자유분방한 매력을 뽐낸다. 그에게 잘못이 있다면 시대를 잘못 타고난 것뿐. 타인을 크게 의식하지 않고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이 멋있었다.





마지막으로 뉴랜드 아처는 원래 메이와 같은, 보수적이고 견고한 울타리 안에 머물렀으나 엘런에게 빠지면서 점점 사상이 변하는 가장 입체적인 인물이다. 관습과 명예를 강요하는 폐쇄적인 상류층의 삶에 저항하며 개인의 자유와 행복을 좇지만 끝내 현실과 타협하고 만다. 세상이 ‘발칙한’ 여인으로 단정짓는 엘런과 대비하여 메이는 순수하게 그려지지만, 어쩌면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충실했던 뉴랜드가 가장 ‘순수’한 인물이 아닐까 싶다.


 


숨막히는 전통과 관습을 탈피하고 빛나는 자유를 꿈꾸던, 20세기 여성으로서 보기 드문 진취적인 작가 이디스 워튼. 여성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하고 미국 문단의 거장이 되었지만, 그녀의 이름이 정략결혼 후 이혼한 남편의 성씨인 ‘워튼’으로 남아 있는 건 아직도 아이러니다. 길이 남을 명작 『순수의 시대』, 고전 입문용으로 강력 추천합니다!


 


 


윌북 첫사랑 컬렉션의 장점


1.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예쁘고 심플한 디자인


2. 고전 특유의 번역체를 탈피한, 시대에 맞는 깔끔한 문장


3. 무엇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세기의 첫사랑 명작 4편으로 구성





p.72  올렌스카 백작 부인의 문제 때문에, 오랫동안 확고히 자리 잡았던 신념이 흔들렸고 그의 머릿속을 위험하게 표류했다. “여자들은 자유로워야 합니다…… 우리 남자들만큼이나”라는 그의 외침은 그가 속한 세계에서 존재하지 않는다고 여기기로 모두가 합의한 문제의 뿌리를 공격했다. ‘참한’ 여자들은 제아무리 부당한 대우를 받더라도 그가 말한 종류의 자유를 요구하지 않을 것이며, 따라서 아처 자신처럼 관대한 남자들은 (뜨거운 논쟁을 거쳐) 한층 더 기사도적인 태도로 여자들에게 그 자유를 허용해줄 용의가 있었다. 그런 말뿐인 관대함은 사실 모든 것을 속박하며, 사람들을 낡은 행동 방식에 구속하는 냉혹한 관습을 눈속임하고 위장하는 방편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는 자기 아내가 그랬다면 교회와 국가의 온갖 비난이 쏟아지길 빌어 마땅하다고 여겼을 행위를 두고, 약혼자의 사촌으로서 옹호하기로 맹세한 셈이었다.


  
10점 중 10점



순수의 시대가 20세기 여성 최초 퓰리처상 수상작이라는데 정말 왜 이 책이 퓰리처상을 수상했는지 다 읽고나면 수긍이 간다. 지금과는 아주 동떨어진 옛날 사람의 오래된 책인데 지금 읽어도 너무 먹먹하고 감정이입이 마구 돼서 고전을 왜 지금까지 계속 읽게 되는지 실감하게 됐다. 무엇보다 현대적 번역으로 재탄생된 작품이라 아마 더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1870년대 뉴욕 명문가 출신인 부유한 변호사 뉴랜드 아처는 새하얀 피부에 투명한 푸른 눈동자를 지닌 순수의 결정체인 메이 웰랜드와 약혼한 사이다. 날 때부터 주어진 세계에 아무 의문도 없이, 완벽한 그림처럼 살아온 그들의 일상은 메이의 사촌인 엘런 올렌스카 백작 부인이 뉴욕으로 돌아오면서 미묘하게 흔들리기 시작한다. 미국과 유럽에서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고 호화로우면서도 굴곡진 삶을 살아온 엘런은 자유분방하며 진솔하고, 새로운 경향과 예술을 두루 이해하고 받아들인 열정적인 여성이다. 엘런의 매력과 개성은 가는 곳마다 소문을 부르고 주목을 받는다.
폴란드 귀족인 남편을 떠나 가출해 고향 뉴욕으로 온 엘런은 이혼 소송을 준비하고, 아처는 어린 시절의 친구이기도 했던 엘런을 도우며 점차 그 매력에 빠져든다. 개인의 자유나 개성보다 관습과 명예를 중시하는 뉴욕 상류사회는 엘런의 이혼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변호사 아처를 통해 엘런을 회유해 이혼을 막는다. 그리스 여신처럼 빛나는 외모와 순수하고 여린 마음을 지닌 약혼자 메이는 이제 아처에게 아둔하고 경직된 존재처럼 느껴진다. 자신이 속한 안정된 사회가 원하는 대로 살아가는 것이 메이에게는 가장 큰 덕목이었기 때문이다.
아처와 엘런은 영혼의 교감을 느끼며 사랑에 빠지지만, 아처는 현실과 관습을 변화시킬 힘도 없고 실제로는 얽매여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결국 익숙한 메이와의 결혼을 선택한다. 그러나 결혼생활은 행복하지 않았고, 아처는 점점 더 엘런을 그리워하며 엘런과의 도피를 꿈꾸고 도모한다. 그러나 아처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은 경험하고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잘 아는 엘런은, 아처와의 사랑만으로 살아갈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아처와 엘런의 관계를 눈치챈 뉴욕 사교계는 일치단결하여 엘런을 그들 사회에서 교묘히 추방한다. 그래도 그 뒤를 따르려던 아처는 운명의 장난 같은 소식을 들은 뒤, 그대로 현실에 남는 길을 선택하고야 만다.
각자의 삶에 충실한 세월이 흐르고 이제 노년에 접어든 아처는 결혼을 앞둔 아들 댈러스와 함께한 여행길에 엘런과 재회할 기회를 맞닥뜨린다. 그러나 그는 엘런의 집 창문 아래에서 결국 발길을 돌린다. ‘순수의 시대’와 더불어 현실에 안주하며 살아온 아처에게는 이제, 지금과는 다른 운명이나 이상을 마주할 기력이 사라졌기 때문이 아닐까.
10점 중 10점
/고마워요
언제 어디서 꺼내어 한 장씩 보아도 좋을, 저녁의 느낌을 담은 시인의 에세이.
10점 중 10점



 

<순수의 시대>를 읽기 전부터 궁금하였다. 여기저기서 이디스 워튼 작가의 이름과 제목을 주워들었고 무엇보다 여성 작가가 그려내는 사랑 이야기를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그려냈다고 하기에 읽어보고 싶었다.








<순수의 시대>는 삼각관계이다. 일반적인 삼각관계라면 평범한 사랑 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이들은 위험한 사랑이다. 불륜에 가까운 위태로운 사랑을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도 또다시 개인적으로 갖고 있는 궁금증이 떠올랐다. 고전 작품에서는 불륜의 내용을 정말 자주 볼 수 있다. 그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작품의 가치가 달라지겠지만 "많은 유명한 고전 작품들은 왜 유독 불륜 이야기를 많이 다룰까??"


많은 사람들이 막장 드라마를 욕하면서 보는 것처럼 자극적인 요소가 사람들의 흥미를 유도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자극적인 소재인 만큼 작가의 메시지가 강렬하게 전달하는 것일까?








 




"여자들은 자유로워야 합니다. 우리 남자들 만큼이나"





읽다 보면 종종 볼 수 있는 뉴랜드 아처 글귀이다. 뉴랜드 아처는 뉴욕의 상류층이면서 변호사이다. 처음에 그는 약혼녀 메이를 사랑하며 결혼을 빨리하자고 종용하자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메이는 솔직하고 성실하고 용감하며 순진하다. 그러나 아처는 이 모든 솔직함과 수수함이 인위적인 산물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갖는다. 오래전에 선조들의 음모로 교묘하게 가공된 인위적인 순수함이라고 생각한다.


이 둘의 사이가 표면적으로 위태로워지기 시작한 것은 아처의 첫사랑 엘런의 등장부터이다. 엘런은 어느 무도회에서 만난 엄청난 갑부와 명성을 가진 폴란드 귀족과 결혼을 하였으나 이혼하고 고향 뉴욕으로 돌아오게 된다.








"고독이란 가식적인 행동만 요구하는 온갖 친절한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가는 거예요!"





결혼과 이혼에 대해 보수적인 사회 관습을 가진 뉴욕은 엘런에게 또 다른 절망감을 가져다준다. 엘런을 향한 불쾌한 이야기는 소문으로 떠돌았으며 이혼녀와 불행한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백작 부인이 되어야 하는지 선택을 해야 하는 혼란스러운 엘런이다. 아처는 엘런과 자주 접하게 되면서 다시 옛날의 감정이 되살아나는지 메이를 두고서 엘런을 사랑하기 시작한다.

 
 
 



 

<순수의 시대를> 읽는 동안 주인공은 엘런과 아처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읽다 보니 주인공은 엘런이 아닌 메이가 아닌가 싶었다. 순수하고 인위적인 느낌을 주는 메이는 결코 그렇지 않았다. 결정적인 순간에 큰 한방을 날리는 대담함을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엘렌은 그 당시의 여성과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았다.


아처가 다른 여성을 사랑하는 모습을 지켜보아야 했던 메이, 답답하지만 첫사랑을 두 번이나 놓치고 자신의 삶을 받아들이는 아처, 어디에서나 자신에게 절망을 주는 사회적 관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엘런이 모두 안타깝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순수'는 무엇이었을까? 남녀 간의 순수한 사랑이 사회적인 관습을 깨뜨릴 수 없는 그 당시 시대적 상황에 대한 반어적인 표현이었을까 혹은 작가가 원하는 사랑를 표현하고자 하는 것일까?


단순 사랑 이야기만을 다루고 있지 않던 <순수의 시대>여서 더 흥미롭게 읽었던 듯하다.

 
 
 



10점 중 10점



 

순수하다는 말을 들으면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기분 좋은 칭찬인가요? 아니면 좋은 말로 돌려서 하는 욕인가요? 글쎄요. 요즘은 순수하다는 것이 좋은 것만 같지는 않더라고요. 아니, 순수한 사람이 존재하지 않을 것 같기에 좋은 칭찬으로 생각되지가 않는 거 같아요. 하지만, 그래서 더욱 순수함에 끌리는 것이 아닐까도 싶은데요. 그래서 <순수의 시대>라는 제목에 우선 시선이 가게 됩니다. 여성 최초 퓰리처상을 수상한 작품이자, 영화로 3번이나 제작된 베스트셀러인데요. 저는 어릴 적에 멋진 외국 배우들이 나왔던 영화 포스트가 기억에 남아있답니다. 별로 순수해 보이지는 않았던 포스터였던 거 같긴 하지만요. 과연 제목만큼 순수한 이야기일지.. 첫사랑 컬렉션 중에서 어떤 사랑을 보여줄는지.. 찬찬히 읽어보았답니다.

 



 

메이는, 자신은 여행을 좋아하겠지만 어머니는 그렇게 남들과 다르게 행동하고 싶어 하는 두 사람을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고백했다. /p.135

 


 

 

메이 웰랜드





순수하다고 해야 할까요? 순진하다고 해야 할까요? 뉴욕 사회에서 고귀한 명예와 품위를 위해 살아가는 주류의 생각과 삶을 대표하는 인물인 메이. 그녀는 그렇게 자라왔고, 그것만 보아왔기에.. 그렇게 살아가야 했을 지도 모르겠네요. 상류 계층에게 필요한 집안과 미모, 재력과 품위를 모두 가지고 있는 그녀였지만.. 과연 사랑은 어떠했을까요? 남들과 다르게 행동하면 안 된다는 규칙 때문에, 마지막까지 모든 것을 덮어야만 했던 그녀의 마음은 순수의 시대에 어울리는 사랑이었을까요?

 



 

상류층이라니! 당신들은 모두 그걸 그렇게나 중요하게 여기는군요! 각자 자긴의 방식대로 살면 안 되나요? /p.119

 


 

 

엘렌 올렌스카





또 한 명의 여성이 있었는데요. 운 나쁘게도 비참한 결혼 생활에서 도망쳐 뉴욕으로 돌아온 ‘불쌍한 엘렌’. 예전 생활을 벗어버리고 뉴욕 사교계의 세계에서 다른 사람들처럼 살고 싶은 그녀였지만, 그동안 너무 독립적으로 살아왔기 때문일까요? 뉴욕 상류층이 중요시하는 체면과 예의에서 한참 벗어난 그녀의 모습에 누군가는 반발을 누군가는 색다른 매력을 느끼게 되네요. 자유로운 영혼에 대한 호기심이라고 해야 할까요? 순수한 그녀의 삶에 대한 부러움 때문이라고 해야 하나요? 그녀는 순수의 시대에 어떤 아이콘으로 남겨지는 걸까요?

 



 

여성들은 자유로워야 합니다. 우리 남자들만큼이나. /p.69

 


 

 

뉴랜드 아처





여성들도 남성처럼 자유로워져야 한다며 젊은 세대다운 발언을 과감하게 던지는 그의 모습에 뭔가 새로운 반란이 되겠다고 생각했었는데요. 하지만, 그 역시 뉴욕 상류층의 규범과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네요. 그들의 세계에 익숙해져 있고 길들여져 있는 약혼녀 메이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그의 이중적인 모습이 짜증 납니다. 그는 기존 관습을 대변하는 약혼녀 메이와 자유로운 삶을 원하는 엘런 사이에서 방황하거든요.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 안정된 것에 대한 편안함? 조금씩은 다르겠지만, 항상 우리 앞에 놓인 선택지가 아닐까 싶은데요. 순수의 시대에 그가 선택한 삶은 무엇이었을까요? 그리고 당신이었다면 어떤 선택을 하셨을 건가요?

 



 

한 명의 남자와 두 명의 여자. 어떤 분은 이 소설을 삼각관계에 대한 이야기라고 하시더라고요. 하지만, 읽고 나니 참 순하게 표현하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삼각관계라고요? 아닙니다. 양다리에 불륜이었거든요. 그래서 의문이 들더라고요. 뉴욕 상류층에서 인정받기 위해 필요했던 사랑과,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솔직했던 사랑 사이에서 방황하는 남자의 이야기가 왜 첫사랑 컬렉션에 포함된 걸까라는 의문? 게다가 도대체 어느 포인트가 <순수의 시대>라는 걸까? 읽으면 읽을수록 미궁에 빠져드는 느낌이었어요. 아련한 추억만으로 남은 마지막 장면이 포인트인가요? 아니면 뭔가 놓친 부분이 있는 걸까요?

 



 
 

하지만, 저의 불만? 저의 의구심? 저의 부족함을 들은 지인께서 현명한 답을 주셨답니다. "이성으로 자신의 감정을 억눌렀던 여인의 순수를 보여준 소설"이라는 한마디. 아! 깨달음을 얻는 순간이었답니다. 그런 거였어요. 누구의 관점에 보느냐에 따라 다른 내용이 되는 소설이었던 거 같아요. 저는 남자 주인공의 입장에서 양다리니, 불륜이니, 이게 뭐 첫사랑이냐, 순수의 시대는 언제인 거냐..라고 투덜투덜했는데요. 그게 전부가 아니었네요. 메이, 엘렌, 뉴랜드.. 각각의 인물들 입장에서 바라보면 모두 다른 이야기였던 거였네요. 이래서 많은 이들이 추천하는 책인가 봅니다. 역시 세계문학은 뭔가 다르네요! 읽으면 읽을수록 다른 느낌이고, 또 다른 깊이가 느껴지잖아요. 아마 언젠가 또다시 읽어봐야 할 듯한 책이었답니다. 다음에는 다른 느낌이 올 듯하거든요.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 지원도서입니다.

 
 
10점 중 10점
/고마워요
틀에 박혔던 꽉 막힌 가치관을 가졌던 주인공이 순수한 삼각관계속 사랑을 통해 달라지는 모습이 흥미로웠던 소설.
10점 중 10점



 
 
W클래식첫사랑컬렉션 : 순수의 시대 



 
 
1921년 여성 최초로 퓰리처상을 받은 저자 이디스 워튼의 대표작으로 남북전쟁 직후 19세기의 뉴욕 상류층을 배경으로 한 허상과 실상, 무지와 위선, 열정과 사랑을 해부한 문제작으로 W클래식 첫사랑 컬렉션 시리즈 중 <순수의 시대>입니다. 역대 최고의 명저 100 뉴스위크, 20세기 100대 영문학 모던 라이브러리 선정되어 오랜 시간이 흘러도 사랑받는 책입니다.
 
 
뉴랜드 아처는 지적이고 섬세한 심미안으로 사회와 인간의 내면을 감지하는 인물입니다. 모든 것이 가공된 관습과 위선으로 점철된 1870년대 옛 뉴욕 사교계는 안전하지만 박제된 삶을 강요받던 시기였습니다. 억압적인 사회와 획일화를 깨닫지만, 아처는 사회에 완벽히 적응하지도 못하고 사회를 변화시키지도 못하며 한계에 갇히며 갈등하게 됩니다. 영혼을 바쳐 사랑하는 엘런에게도, 자신의 곁을 평생 지키며 사랑해준 아내 메이에게도, 누구에게도 완전히 닿지 못한 채 자기 삶의 주인이 되지 못하며 방황하게 되고. 그의 이상과 정신은 엘런에게 가닿아 있으나 현실과 몸은 아내 메이에게서 벗어날 수 없는게 현실임을 안타까워 합니다. 마치 완벽한 사람을 살아온 그는 탈출구가 필요했을까요?
 
 
아처는 메이의 얼굴도 점차 흐려져 저렇게 불굴의 순수함을 발산하는 중년의 얼굴로 변하고 마는 것일까, 하고 자문했다.아, 그래서는 안 된다. 메이가 저런 종류의 순수를, 상상력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생각을 봉인하고 경험에 저항하며 마음을 닫아버리는 그런 순수를 갖게 되는 것은 싫다! ---P.234
 
 
 
메이의 사촌인 엘런 올렌스카 백작 부인이 뉴욕으로 돌아오면서 감정은 미묘하게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미국과 유럽에서 호화로우면서도 굴곡진 삶을 살아온 엘런의 자유분방하며 진솔하고 면을 보면서 부러웠는지도 모릅니다. 폴란드 귀족 남편을 떠나 가출해 고향 뉴욕으로 온 엘런은 이혼 소송을 준비하고, 아처는 어린 시절의 친구이기도 했던 엘런을 도우며 점차 그 매력에 빠져들면서 소설의 결말이 흥미로와 집니다.
 
 
 
작가의 자전적 경험을 담은 작품으로, 1870년대 화려하고 오만한 뉴욕의 상류사회가 배경이 되고 개인의 감정을 억압하는 세계에서 욕망에 충실한 행복과 사회적 의무를 놓고 갈등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통해 전통적인 구체제와 역동적인 신체제의 대립을 절묘하게 포착해낸 작품으로 훌륭히 평가 받고 있습니다. 여성으로서 작가 활동을 하는 경우가 드물었고, 여성 작가가 쓴 작품은 그 이유만으로도 평가 절하되던 시대에 이디스 워튼은 탁월한 심리묘사와 시대에 대한 통찰을 섬세한 문장으로 담아내며 미국 문단의 거장이 되었습니다.
 
 
 

소설에 등장하는 삼각관계 속에 한 사람은 분명히 상처를 받을 것입니다. 아니 어쩌면 모두일지도 모르지요. 순수의 시대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는 아처가 그토록 그리던 여인을 만나지 못하고 물러나는 마지막 장면에서 독자는 마음이 아픕니다. 아처의 삶에 결정적인 영향력은 행사하는 엘런과 뉴욕의 사교계의 모습까지 작품을 통해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꿈과 현실의 세계는 구분되어야 합니다. 이십여 년간 꿈꾸어온 행복을 실제로 누릴 수 있는 기회가 오자 아처는 비로소 그것이 또 꿈일 뿐 현실에서는 이루어 질 수 없음을 알았을까요. 아내 메이에 대한 아처의 무관심이 그의 사랑을 파멸로 이끄는 가장 중요한 원인이 되었을 것입니다. 미움보다 무서운 것이 무관심 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내가 아처 자신을 마음대로 조종하고 본인의 계획과 욕망에 따라 철저히 통제하고 결국엔 사랑하는 엘런을 영원히 떠나 보낼 수밖에 없도록 만든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어으니까요. 무지와 위선이 만든 삶의 실제와 허상을 가르는 심연 그 사이를 풍요롭게 채운 아이러니와 로맨스의 정교한 향연 순수의 시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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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기회가 되어 윌북의 첫사랑컬렉션 시리즈 중 <순수의 시대>를 읽었습니다. 진정으로 바라는 것을 모두 가질수는 없습니다.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서재 창문을 통해 추운 밤공기 속으로 몸을 내밀었을 때 찾아온 결심, 생각의 표면 아래 어딘가를 표류하도록 자신을 내버려 두어야 했던 마음 가져서는 안 되었던 순수의 시대 삶의 실제 모습을 담아낸 자화상이자 다음 시대를 향한 기대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유효한, 시대와 개인의 균열 그리고 사랑과 선택을 그려낸 문학의 정수로 꼽히는 작품이었습니다.
 
 


10점 중 10점



 

순수의시대


이디스 워튼, 김율희옮김


윌북 펴냄


 






그런 순수함은 아이가 상대방을 온전히 믿고 손을 꼭 잡는 것처럼 감동적이었다. 그 순간, 호기심 없는 그 침착한 태도 밑에 숨은 열정적인 관대함이 기억났다. 그가 보퍼트가의 무도회에서 약혼을 발표하자고 설득할 때 메이가 보여주던 이해심 가득한 눈빛이 떠올랐다. 선교회 정원에서 "다른 사람에게 잘못을 저지르면서...... 행복을 얻고 싶지는 않아요"라고 말하던 그 목소리가 귓전에 생생했다. 메이에게 진실을 털어놓고 그 관대함에 자신을 맡기며, 한때 그가 거절했던 자유를 달라고 말하고 싶은 갈망에 걷잡을 수 없이 사로잡혔다.


509쪽






















작가 이디스 워튼은 뉴욕 상류층 가정에서 태어나 유럽의 다양한 나라를 경험한 신여성으로 <순수의 시대>는 그녀의 가정환경 및 유럽을 바라보는 미국인의 시선 등을 유려한 문체로 표현한 작품이다. 단순히 세 인물의 갈등을 넘어서 당시 호화로웠던 뉴욕 부유층의 분위기와 체면을 중시했던 당대 보수적인 모습을 대비시켜 묘사한 소설로, 이디스 워튼 말년에 집필된 명작 중 하나이다.





작 중 주요인물 뉴랜드 아처, 메이 웰랜드, 엘런 올렌스카 세 명이다. 남편과의 불화로 고향 뉴욕에 돌아온 엘런 올렌스카와 약혼을 앞둔 뉴랜드 아처, 메이 웰렌드가 접견하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엘런 올렌스카는 자주 어울려 놀았던 어린 시절 뉴랜드 아처가 그녀를 좋아했었지만 그녀는 다른 사람에게 마음이 있었던 사실을 내비치는데, 이 부분은 앞으로 일어날 사건에 대한 복선처럼 느껴졌다. 모종의 이유로 뉴랜드 아처는 앨런 올렌스카에게 접근한다. 그리고 그녀의 황량함, 어떤 달관이 느껴지는 아름다움에 빠져든다.





그러나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던가, 유럽에서 한 차례 불행으로부터 도피한 앨런에게 뉴욕은 또 다른 절망을 안겨준다. 더 이상의 밑바닥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건만 이젠 가문이 외면하는 추문의 이혼녀가 될 것인가, 불행한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백작부인이 될 것인가의 기로에 놓였다. 아처는 엘런 엮이며 메이의 위선적인 미소와 속아넘어가주는 듯한 태도에 점점 회의감을 느낀다. 과연 엘런과 아처는 사회 문화를 뛰어넘은 세기의 사랑을 할 수 있을까? 메이의 운명은 또 어떻게 되는 것일까?


<순수의 시대>에서 뉴랜드 아처, 메이 웰랜드, 엘런 올렌스카는 각기 다른 순수의 면모를 보인다.





뉴랜드 아처는 일전에 비슷한 가십, 유부녀와의 연애로 한 바탕 사교계를 시끄럽게 한 전적이 있다. 얼마나 깊었던 세기의 사랑인지는 가늠하기 어려우나 이를 통해 뉴랜드 아처는 관습을 따르고 체면을 중시하는 보수적인 인물이지만 가슴 한 켠엔 금단의 사랑에 대한 욕망이 도사리고 있음을 추측할 수 있다. 본인이 대외적으로 어떤 사람으로 비춰지는지, 어떤 이미지로 형상화되고 싶은지도 확실히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맹목적인 사랑을 숨기지 않는다는 데에 있어서는 세속과 영 딴판인 인물이다.





메이 웰렌드, '순수'의 표현이 잘 어울리는 행색과 강인한 면모를 지니고 있다. 명예로운 집안에서 태어나 여성은 자유로울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불합리한 인습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녀는 아처가 엘런의 마음을 가장 잘 보듬어주었음을 알고 있다. 순수를 지향하고 앨런의 상황에 연민을 빙자한 친절함으로 답하지만 그것으로 끝. 또한 결정적인 순간에는 예상치 못한 분별력을 발휘해 호락호락하지 않은 인물임을 반추할 수 있다.








답습되어온 대로 유럽의 부유층과 혼인하지만 불행한 결혼생활 끝에 미국으로 도주한 앨런 올렌스카, 그녀를 수치스럽게 생각하는 보수적인 상류 계급들은 그녀에 대한 풍문을 더욱 부추긴다. 순수한 마음으로 고향으로 돌아와 평화와 안정을 기대했건만 원색적인 선입견을 숨긴 채 가면을 쓴 사람들을 마주하고 상처받는다. 타인에 의해 부추겨진 삶은 자유로웠던 그녀의 품위를 옅여지게 했다. 다만 실추된 명예로 인해 쉽사리 불순(그 시대 기준으로)해질 수 있음에도 올렌스카는 결국 예외없는 1800년대 여성을 선택한다.


 


윌북의 첫사랑 시리즈로 다시 만난 <순수의 시대>를 읽으며 사회적 통념과 사랑이 대척점에 위치한 것만큼의 비극은 없다고 느껴졌다. 순수가 허락되지 않은 시대여서 더 빛났던 그들의 운명, 본인들의 의지보다는 사회의 위치에 걸맞는 기품을 강요받았던 시대였기에 <순수의 시대>는 작중 인물들에게 아쉬움이 남는 선택지만을 제공한다. 그렇다면 관습에 덜 ̖매이는 현재에는 순수라는 가치가 통용될까? 순수라는 미명의 금지된 사랑은 통시적인 선악과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절제로 마무리된 사랑이었기에 아름다운 이야기 <순수의 시대>, 나에게 남은 순수함을 되돌아보게 한다.


 


본 서적은 리딩투데이 지원도서입니다.













10점 중 10점



 
 





순수의 시대


이디스 워튼/ 윌북














이디스 워튼은 순수문학의 길을 걸어가던 몇 안 되는 미국의 여성 작가였고 그녀 자신이 부유한 집안 출신이어서인지 돈보다는 문학적 가치에 비중을 둔 글을 쓰고자 노력하였다. 여인의 초상을 쓴 헨리 제임스와 교류하며 그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고 1차 대전이 후 발표한 순수의 시대(1920)로 여성 최초 퓰리처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극 중 인물들의 복잡한 내면의 변화 또는 사회적 관습으로 인해 억눌린 열정을 부각시켜 주인공들이 각자 처한 상황으로부터 어떤 심리적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를 보여주는데 노력하였다.

















아처, 메이 그리고 엘런의 복잡하고 심오한 관계-





뉴랜드 아처는 변호사로서 메이와 결혼을 약속한 사이이다. 그는 1870년대 보수적인 뉴욕의 상류층 인물로 남녀가 동등한 존재이며 여자도 지적인 사고와 활동을 할 수 있고 또 그래야만 한다는 개혁적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전통적 여성상으로 살아가는 약혼녀 메이가 미모와 건강미, 우아하고 민첩한 태도나 책과 사상 등을 익히며 솔직하고 세련된 모습들을 항상 보여주고 있어 사랑했으나 한편으로는 그녀의 이러한 모습이 순수함보다는 왠지 가공된 인위적 순수함으로 가려졌다는 느낌을 가끔 받기도 한다. 뉴랜드는 메이가 이상적이고 진보적인 여성이 되기를 원하면서도 그 시대 남자들처럼 진부한 구석도 있어 깨끗한 순백의 백지로 자신에게 오기를 바라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약혼녀 메이에게는 엘런이라는 사촌 언니가 있었고 그녀는 현재 이혼 소송 중이며 방탕한 남편을 피해 남편의 비서와 집을 도망쳐 나와 살았다는 소문이 많은 여성이다. 뉴욕 사교계는 워낙 소문이 빨라 이미 그녀에 대해 모르는 게 없었고 메이의 집안에서는 엘런이 가지고 돌아온 온갖 추문들이 순수하고 구름 한 점 없이 희망으로 가득해야 할 이들의 약혼의 순간에 추문의 소용돌이를 몰고 온 올렌스카 백작부인(엘런)이 한편으로는 원망스럽기도 하다.








엘런의 귀환을 축하하는 파티를 메이의 가문인 밍곳가에서 열었지만 사교계 사람들은 갖가지 핑계를 대며 이 초대에 응하지 않았고 이에 부담을 가진 뉴랜드 아처는 어머니인 아처부인과 함꼐 뉴욕 사교계의 대부를 찾아가 부탁하여 엘런의 위신은 겨우 살아나게 된다. 몇몇 가족을 제외하고는 그녀 엘런이 다시 유럽의 남편에게로 돌아가기를 희망한다. 이 시점에서 엘런과 뉴랜드 아처는 어린 시절 함께 자란 친구였음이 보인다. 뉴욕 사교계에 염증을 느낀 뉴랜드 아처는 엘런의 의외로 소박한 문화적 감수성과 자유분방한 가치관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조금씩 그녀에게 빠져들게 된다.





























결혼하고 나면 진짜 경험으로 가득한, 삶의 이 좁은 여백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자기만큼 열렬하지는 않았어도 이런 꿈을 꾸던 젊은이들이 선배들처럼 평온하고 호화로운 일상 속으로 서서히 가라앉는 모습을, 그는 질리도록 보았다.




page204















"당신 때문인 것 같아요."


고백을 이보다 더 냉정하게, 또는 듣는 사람의 허영심을 거의 부추기지 않는 말투로 하기란 불가능 할 것이다. 아처는 관자놀이까지 새빨개졌지만, 감히 움직이거나 입을 열지 못했다.엘런의 말은 희귀한 나비 같았다. 살짝 움직이기만 해도 놀라 날개를 팔랑이며 날아가 버릴테지만 건드리지 않고 놓아두면 주변으로 나비 떼를 불러 모을 것만 같았다.




page383















이들은 그가 아직 모르는 방법으로 그와 불륜 상대를 갈라놓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제는 일족 전체가 다들 아무것도 모르고 어떤 것도 짐작한 적 없으며, 이 만찬 행사는 그저 친구 겸 사촌과 정답게 작별하려는 메이 아처의 자연스러운 소망이라는 암묵적인 전제하에 그의 아내 곁으로 결집한 것이었다.




page530














이 책에서 그들이 바라는 '순수'가 무엇이길래 이를 지키기 위해 각자가 개인의 감정을 미친 듯이 누르며 상황에 대처하는지 의아했다. 그나마 뉴랜드 아처는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다고 봐야 하는 것인가. 끊임없이 자신의 마음을 엘런에게 드러낸다. 스스로도 끌리는 마음을 억제하기 어렵지만 사촌인 메이의 남편과 부적절한 관계임을 원하지 않는 엘런의 속 깊은 마음이나 이들이 떠났을 때 남아서 상처받을 메이의 감정 따위는 생각하지도 않는다. 아무것도 모르고 순수하기만 할 것 같았던 메이는 아처가 스스로의 행복과 사회적 의무를 놓고 고민하는 것을 두고 자신의 임신을 알림으로써 이 문제를 한방에 해결해 버린다. 어떻게 보면 순수라는 가면 뒤에 서서 냉철하게 자신의 가정을 지켜내는 메이의 모습이 그 시대가 요구하는 여성상을 그대로 보여준것 같았다.








순수의 시대는 그 시기 여성에 대한 전통 관습 등 다양한 것들을 포괄한 사교계 문화의 불편함을 읽었고 중간중간 보여지는 이디스 워튼의 세련된 문장에서 불완전한 인간의 모습을 읽었다.
















10점 중 10점
 
이웃분이 잘 읽었다며 추천했던 순수의 시대..
제목만으로는 어떤 이야기일지 모르겠어요. 정말 순수한 시대가 있었던 걸까요?
제목부터 내용까지 기대되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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