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마지막 대통령, 5년의 외교 비하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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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이슈의 중심이자 게임 체인저로서
지리적, 정치적 악조건 속에 고군분투한 한국의 ‘커튼 뒤’ 외교전을 기록하다
역대 대통령들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던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역사적 갈등을 경제 보복으로 응수해온 일본, 어느덧 G2의 위상으로 올라선 중국과의 틈새에서, ‘임기 중 한반도의 평화를 이루겠다’라는 목표를 향해 고군분투한 문재인 정부의 외교는 성공작일까, 실패작일까.
『청와대 마지막 대통령, 5년의 외교 비하인드』은 전쟁의 위협이 아닌 평화와 종전의 메시지로 전 세계 이목이 한반도에 집중됐던 시절, 치열하게 현장을 누빈 두 기자가 오감으로 체험한 생생한 외교 이야기다. 순간을 놓치지 않고 빼곡하게 담아둔 스케치를 통해, 지난 5년간 대한민국 외교 현장에서 목도한 역사적 장면과 그 의미를 되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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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중ㆍ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미국에서 다녔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미 ABC 방송국의 인턴도 해봤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당시 한국에 들어와 《매일경제》 영문뉴스팀 에디터로 첫발을 들였고, 당시 팀원들과 함께 책 《글로벌 리더들의 명품 영어 시크릿》을 펴냈다. 영어 특기를 살려 《코리아중앙데일리》에 기자로 입사했다. 이후 JTBC 개국 멤버로 국제부, 사회부, 정치부를 두루 거쳤다. 특히 탐사팀을 거치면서는 잠입 취재를 통한 ‘김무성 사위 마약 사건’의 마약 공급책 인터뷰와 ‘주한 미군의 지카 바이러스 실험 의혹’ 보도 등이 주목을 받았다.
외교안보 분야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고 취재하게 된 것은 문재인 정부 들어 청와대 출입기자가 되고나서부터다. 세 번의 남북 정상회담과 한 번의 북미 정상회담을 치렀고, 외교안보팀장을 맡으면서 또 한 번의 북미 정상회담과 남ㆍ북ㆍ미 판문점 회동까지 취재했다. 현재도 외교와 통일 분야 취재를 담당하고 있다.
목차
- 추천사_손석희
글을 시작하며_정제윤
휘몰아친 5년간을 돌아보며
1장 다이내믹 2018~2019
“김정은이 혹시 술을 많이 마시거나 약을 하진 않습니까?”
“제가 잘하고 있는 거죠?”_도보다리 브로맨스
김여정 방남 준비 목록에는 “‘엄마손 밥집’ 찾기”
밥 먹으면서도 김정은에게 실시간 보고하는 북한 사람들
“평양냉면 멀리 온, 멀다 하면 안 되갔구나”
카톡으로 알려진 2차 남북 정상회담
김정은·김여정·현송월_로비에서 만난 그들
세기의 악수
김여정 통해 20분 만에 빌린 ‘백두산 천지행’ 비행기
가톨릭 단체에 ‘평양지부’ 만들어달라던 북한
“위원장님이 직접 말씀하실 겁니다”
스톡홀름 협상 ‘막전막후’
“일단 내가 김정은을 만나봐야겠어”
‘영변’ 때문에…… ‘하노이 결렬’ 초강수 둔 미국
‘하노이 결렬’ 전날 밤, 초저녁에 불 꺼진 트럼프의 방
회담장 나가는 트럼프 대통령 붙잡은 최선희
도대체 영변은 어떤 곳?_외무성도 못 건드리는 과학자들의 성지
역사적 판문점 남ㆍ북ㆍ미 회동의 굴욕
‘김정은 서울 답방’ 본격 준비했던 청와대
죽을 고비를 넘기고 살아난 판문점 소나무
종전선언, 공허한 외침이었나
2장 외교전 : 대미, 대일, 대중 외교의 분투기
◇ 트럼프의 미국을 상대한다는 것
‘독도 새우’로 시작된 불만
평창동계올림픽과 펜스 부통령 ‘자리’
“주한미군을 빼면 왜 안 되는지 설명하라”
“한미 동시 무력시위는 돈 낭비” 을지훈련엔 “그게 뭐지?”
포틴저가 내민 ‘50억 달러 파워포인트’
비건의 닭 한 마리
“기름도 가져가지 마라”_북한보다 넘기 어려운 유엔사의 관문
동맹의 균형추, 지소미아
야구장부터 온천까지, 일본의 대미 로비
◇ 대놓고 싫어할 수 있는 나라, 일본
한일 관료들이 사석에서 만나면……
비공개회의에서도 ‘동해 아닌 일본해’ 외친 일본
일본의 ‘사과’ 진실공방 내막
북한 미사일보다 중요한 ‘연휴’
‘성적 발언’한 소마 공사_일본 정부 관료들이 보는 한국
“후쿠시마 방류, 일본에 적극 항의” 진실은?
과거사가 ‘과거사’가 아닌 이유_강제동원 후손들의 피눈물
◇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
미중 사이에 낀 한국
10 중에 미국이 5.5면 나머지는 중국
기자 폭행 의식한 문 대통령
‘사드’ 단어조차 부담스러운 한국
미세먼지 인정 안 하는 중국
중국, 유엔 안보리의 황소개구리
3장 대한민국의 외교 현장 취재기
◇ ‘코로나19’ 속 한국 외교
우한 전세기 007 작전
떠다니는 배양접시 ‘일본 크루즈선’에 갇힌 사람들
입국 제한 100개국 넘자 ‘한국 대응 홍보해라’
‘홍보는 하지만’……_보건복지부가 대사관 관계자들을 만나길 꺼렸던 이유
“바닷물도 막고 날아오는 건 다 쏴라”_북한의 코로나19 외교
◇ 청와대 주도권 싸움
남ㆍ북ㆍ미 사안 결정 권한을 가진 단 3명
‘공’은 청와대가 ‘과’는 부처가
김현종 vs. 강경화_영어 싸움의 진실
◇ ‘찐’ 선진국을 향한 한 발짝
WTO 사무총장 선거 출마한 한국, 그리고 일본의 방해공작
‘미라클 작전’은 기적이 아니었다
유엔 가입 30주년, 은퇴한 외교관들이 전한 상전벽해
존 케리가 수시로 장관에 전화하는 나라_기후변화의 무게
◇ 21세기 전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진짜 터질 줄 몰랐다”
민간인 피해도 ‘가짜뉴스’라는 러시아 대사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을 가다
의용군에 골머리 앓는 외교부
글을 맺으며_신진
추천사
-
정제윤과 신진은 지난 5년여 동안 우리를 둘러싸고 일어난 그 다이내믹했던 순간들의 이면을 기록했다. 기자는 기록이 업이라 하지만, 이렇게 세세하게 기록을 챙겨두고 있는지는 나도 알지 못했다. 나로서는 이 책에 나오는 많은 사건과 그 시간들을 두 기자와 함께 겪어냈으므로 ‘내가 모르는 건 엔간해선 없겠지’ 하는 마음으로 초고를 열어보았다. 그러나 그건 오산이었다. 이들의 메모들을 좀 더 일찍 꺼내볼 수 있었다면 내가 진행했던 그 많은 뉴스들과 인터뷰도 그 내용이 더욱 풍성해졌을 텐데…… 하는 아쉬움마저 남는다.
이제라도 이 책을 통해 우리가 겪어냈던 일들의 이면까지 알 수 있다는 건 다행스런 일이다. 그래서 또 깨닫게 되는 사실. ‘기록’은 어떤 경우에든 소중하다. 심지어는 ‘잡담’까지도!
책 속으로
사실 김정은-트럼프 간 협의 방식이 기존과 많이 달랐던 점 중 하나는 ‘탑 다운’ 방식이라는 거다. 즉 정상과 정상이 먼저 합의를 하고, 그 후에 실무진이 이행하는 방식이다. 통상 기존에 정상 간 합의라고 하면, 실무진에서 먼저 합의를 끝낸 뒤 합의 내용을 각 정상에게 확인받고, 두 정상은 만남에서 그 내용을 다시 한 번 논의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한 뒤 서명하고 헤어지는 식이다. 그런데 트럼프-김정은 두 정상은 본인들이 허심탄회하게 협의해보고 합의가 이뤄지면 그 내용을 실무진이 이행하라는 방식이다. 물론 실무진에서 기본적인 틀은 논의했겠지만, 두 정상이 서명할 합의문 자체를 미리 만들어두지 않았다는 얘기다. 결국,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우선 만나보자’라는 의지로 북미 정상의 역사적 만남은 시작된 것이다. -85쪽
사실 하노이 회담 결렬 배경은 이렇다. 북한은 가장 중요한 핵시설 중 하나인 ‘영변’을 내놓기로 마음먹고 하노이에 왔다. 그렇게 마음먹기까지 뒤에서 큰 역할을 한 건 우리 정부다. 영변을 포기하면 미국이 그에 맞는 보상을 해줄 것이라고, 북한을 안심시켰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우리 정부도, 북한도 간과한 부분이 있다면, 미국이 그걸로 만족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었다. 정상 간 회담이 이뤄지기 전에는 정상들이 서명할 결과물을 최종 조율해놓는 게 통상적이다. 그런데 큰 틀에서의 조율만 해둔 채 정상 간 서명할 부분은 남겨둔 것이 큰 실수였던 것으로 보인다.
즉 ‘영변’이라는 카드 하나를 들고 60시간 이상 기차를 타고 온 김정은 위원장에게 트럼프 대통령은 ‘영변은 당연한 것이고, 이것도 같이 내놔’라고 한 것이다. 이에 김정은은 적잖이 당황했을 것이고, 그에 비해 미국은 그다지 급할 게 없었던 거다. 트럼프가 모두 기대하던 ‘영변’ 하나 받고 본국으로 돌아간다고 누가 그를 칭찬해줄 리 없었기 때문이다. -89~90쪽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으로 돌아가는 기차 안에서 술에 만취해 괴로워했다고 한다. 하노이에서 평양까지의 거리는 4500킬로미터. 기차로 60시간 이상 걸리는 먼 길을 빈손으로 돌아가야 하는 심경은 어땠을까. 김정은은 당시 ‘역사적인 조미 수뇌 상봉’을 치적으로 내세우던 터였다. 선대에서 하지 못했던 성과를 이뤘다는 점, 북한이 더 이상 고립된 테러국가가 아닌 정상국가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을 인민에게 과시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로부터 몇 달 뒤, 김정은은 협상을 지휘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을 경질하고 협상 라인을 대거 교체한다. -97쪽
바이든 대통령 취임 직후 방위비 협상이 속전속결로 타결되긴 했지만 마냥 긍정적으로 평가할 순 없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고수했던 50억 달러는 막아냈지만 올해 이후 2025년까지 매년 ‘물가상승률’이 아닌 ‘국방비 증가율’만큼 더 올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물가상승률은 매년 1∼2퍼센트 정도지만 국방비 증가율은 평균 연간 6퍼센트가량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2025년에 우리가 내야 할 돈은 약 1조 5천억 원에 가까울 수 있다는 계산이다. -141쪽
문재인 정부 들어 한국과 일본 간 갈등이 심화된 것은 2019년 7월, 일본이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위안부 배상 판결을 문제 삼으면서 수출 규제 조치를 취하면서부터다. 이에 우리 정부는 그해 8월, 한일 간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을 종료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발표에 화가 난 건 미국이다. 당시 지소미아 관련 협의에 깊이 관여했던 관계자는 “지소미아 때문에 미국이 한국에 굉장히 불쾌해했다”라며 “한국이 지소미아를 건든 건 잘못”이라고 말했다. (중략) 워싱턴의 한 학자는 통화에서 “한국이 위안부 합의를 먼저 깬 것 때문에 (한일관계 악화) 문제를 촉발시켰다고 보는 사람이 워싱턴에 많다”고 말했다. 워싱턴의 일부 전문가들조차 이런 관점을 갖고 있다는 것은 꽤나 충격적이었다. -150∼151쪽
당시 정부의 고위 관계자는 이런 말을 했다.
“문 대통령은 사드 ‘봉인’을 원하지만 중국은 사드를 ‘봉합’ 수준으로 인식하고 있다.” 여기서 ‘봉인’은 한마디로 꽉 묶어서 다시는 두말 안 하게 만든다는 뜻이고, ‘봉합’은 어느 정도 합의는 봤지만 언제라도 어그러질 개연성은 있다는 뜻이라는 거다. 그래서 중국은 사드 ‘봉인’이라는 단어 자체를 굉장히 민감하게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한국 입장에선 사드 문제가 일단락되어야 한중 관계의 다른 부분을 발전시켜 나갈 텐데 중국이 협의 때마다 이 문제를 들고 나올 경우 전혀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190~191쪽
북한의 ‘코로나19 포비아’는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북한 매체인 《노동신문》과 ‘조선중앙TV’는 코로나19에 대한 터무니없는 정보들을 그야말로 ‘살포’하고 있다. ‘겨울철 내리는 눈을 통해서도 악성 비루스(바이러스)가 유입될 수 있다(《노동신문》 2021년 11월 4일)’는 주장은 그나마 이성적으로 보일 정도다. 북한 매체는 날아가는 철새, 중국에서 불어오는 황사, 바닷물을 통해서도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극도의 예민함은 비상식적 정책으로 이어져 결국 주민들을 굶주리게 한다. 국정원은 지난해 11월 27일 국회 정보위 보고에서 “북한이 바닷물이 오염되는 걸 우려해 물고기잡이와 소금 생산도 중단했다”라고 밝혔다. -221쪽
우여곡절 끝에 정부는 군 수송기를 보내 아프간인 391명을 무사히 구출한다. 이 중 절반 이상이 미성년자였고 태어난 지 한 살도 안 된 영아도 3명 있었다. (중략) 그러한 상황이었으니, 한국 외교관들은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만든 셈이다. 구출에 성공한 뒤 정부는 이것을 ‘미라클 작전’이라고 명명했다. 처음엔 촌스럽고 다소 낯간지럽게 느껴졌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뒷얘기를 들어보니 ‘기적’이 아니고서는 달리 표현할 수 없는 일이었다. 좀처럼 정부 정책을 칭찬하지 않는 기자들도 이때만큼은 보도자료에 나온 ‘미라클 작전’이라는 네이밍을 그대로 가져다 썼다.
-245∼246쪽
오 전 대사의 30년 전 바람과 달리 여전히 분단의 경계는 분명하다. 하지만 30년 동안 대한민국은 분명 여러모로 나아간 것이 확실해 보인다. 무엇보다 2021년 비로소 선진국 대열에 공식적으로 합류했다. 2021년 7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한국을 선진국 그룹으로 격상시킨 것이다. UNCTAD가 출범한 뒤 개발도상국이 선진국으로 지위가 올라간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57년 만의 일이다. -256쪽
출판사 서평
‘기록’은 어떤 경우에든 소중하다. -손석희
■ 역사가 기억할 문재인의 외교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기록을 남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죄다 틀어졌다고 타박할지도 모르지만, 지난 2018년과 2019년에 남ㆍ북ㆍ미가 함께 일군 일들은 역사적으로 기록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외교의 소용돌이 속에 정말 많은 일이 있었고,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일 또한 많다. 지금 기록해두어야 추후 일어날 일을 대비할 수 있다. ‘기록’이 갖는 힘은 엄청나기 때문이다. -정제윤
정제윤 기자는 문재인 정부 들어 청와대 출입기자가 되면서, 세 번의 남북 정상회담과 한 번의 북미 정상회담을 치렀고, 외교안보팀장을 맡아 또 한 번의 북미 정상회담과 남ㆍ북ㆍ미 판문점 회동까지 취재했다. “우리가 10년 동안 있었어도 경험 못한 거 2년 안에 다 한 것”이라는 선배의 말처럼, 말도 안 되는 사건들이 줄줄이 펼쳐지는 현장을 몸으로 겪어낸 그는, 변화무쌍한 소용돌이를 제대로 직시하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기록해두어야 한다고 믿는다.
외교 안보라면 무겁고 심각한 주제로 여겨 밀려난 이슈들에 관심을 갖도록, 직접 보고 듣고 겪은 에피소드를 꺼내놓았다. 덕분에 독자는 커튼 뒤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우리가 보도를 통해 접한 사건은 어떻게 성사되었는지, 그 내막을 이해할 수 있다.
지난 5년간, 삭막한 외교가에도 모처럼 생생한 현장이 펼쳐졌다. 유례없는 외교 이벤트가 잇따라 열렸다. 발로 뛰고 열심히 듣고 많이 만나면 그만큼 고급 정보가 모였다. 기사 쓸 맛 나던 시절이었다. 그 시간을 기록한 취재 파일을 들여다보며,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이슈와 과제를 고민한다. 외교는 우리 삶과 동떨어져 있지 않다. 단순히 성공 혹은 실패로도 단정 지을 수 없다. -신진
이른바 ‘장이 섰다’라고 표현할 만큼, 지난 5년간의 한반도는 이슈의 중심지였다. 신진 기자는 매 순간 한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현장을 누비며, 기자여서 볼 수 있었던 현장 속 단서들을 챙겼다. 정부부처 내부의 은밀하고 날카로운 소문, 엄숙한 협상장 뒤에서 벌어지는 피 말리는 신경전이 어떤 형태로 가시화되고 실현되는지를 낱낱이 목격했다. ‘책상이 아닌 길바닥이 일터’인 말진 기자가 취재수첩에 담은 정보들은 좀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작은 밑거름이기도 하다. 비핵화와 한미 동맹, 한일 과거사 문제, 아프가니스탄과 우크라이나 전쟁, 기후변화 이슈까지, 이 책에 담긴 대부분의 주제는 고스란히 새 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에 첫 번째 방문국으로 대한민국을 선택한 현재, 외교지형상 전략적 요충지로서의 역할은 여전히 막중하고 위중하다. 이제 핵 보유국이 되어버린 북한을 머리에 두고, 점차 심화되는 미중 경쟁에서 외줄타기를 해야 하는 우리는 어떤 전략과 선택을 해야 할까. 이 책에 담긴 5년의 궤적은 앞으로의 선택에 유용한 가이드라인이 될 것이다. 문재인의 외교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 휘몰아친 5년의 외교사, 그 시간을 복기해야 하는 이유
싱가포르 회담부터 남ㆍ북ㆍ미 판문점 회동, 하노이 회담까지 절대 일어날 수 없을 것 같았던 일들이 약 1년 반에 걸쳐 한꺼번에 일어났다. 2018년과 2019년 사이 우리에게 찾아왔던 ‘한반도의 봄’은 정상들의 결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그 결단이 있기까지 물밑에선 정말 많은 대화들이 오갔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한반도의 봄’은 결과적으로 그리 길지 않았지만 그 ‘봄’이 찾아왔을 때는 모두가 꽃내음에 취해 바삐 움직였다.
2018∼2019년의 격동기를 주시한 1장에선 문재인 정부의 남ㆍ북ㆍ미 관계를 이야기한다. 남북, 북미, 남ㆍ북ㆍ미가 어떻게 만날 수 있었고, 또 만나기까지는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그 이면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들도 공개한다.
한반도는 지리적으로 참 쉽지 않은 조건을 갖고 있다. 세계 강대국들 간 힘이 맞서는 곳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동맹이지만 중국과는 지리적으로 맞붙어 있다. 그런 와중에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날로 고조되고 있는데 우린 누구 편을 들기도 애매하다. 일본과는 안보 때문에라도 친하게 지내야 하지만 과거사 문제로 인해 절대 친해질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외교는 당연히 어려울 수밖에 없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서의 대미 외교는 역대 대미 외교와 좀 달랐다. 바로 도널드 트럼프라는 지금까지 보지 못한 스타일의 ‘직설적’이고 ‘즉흥적’인 미국 대통령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과 많은 일이 있었던 시기였기 때문에 미국과 얽힌 뒷이야기도 많았다. 일본과는 표면적으로도 갈등이 드러났는데 커튼 뒤에서 있었던 일들을 들어보니 더 화가 났다. 그래도 일본에게는 ‘미워!’라는 말이라도 할 수 있다면, 중국과의 외교에선 그조차 쉽지 않다. 2장에선 지리적, 정치적 악조건 속에서 고군분투한 한국의 외교전을 전한다.
지난 5년의 외교사가 다이내믹했던 이유는 사상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을 전후한 소동 때문만은 아니었다. 코로나19라는 유례없는 전염병이 전 세계를 공황 상태로 몰아넣은 시기이기도 했다. 3장에서는 우리 정부의 초기 대응은 어땠는지, 북한은 어떤 기상천외한 논리로 국경을 꼭꼭 걸어 잠갔는지, 현장에서 보고 들은 에피소드를 풀어본다. 청와대와 외교부의 알력 다툼부터 양날의 검이 된 외교부 장관의 영어 실력까지……, 출입처 기자들의 귀를 쫑긋하게 만든 외교가의 흥미로운 뒷이야기들도 공개한다. ‘미라클 작전’이라 불린 아프가니스탄 조력자 탈출기, 30년 전 유엔 가입 당시를 되돌아본 전직 외교관들의 소회 등, 공식적으로 선진국 반열에 오른 대한민국의 달라진 위상에 대해서도 짚어보았다. 그리고 막 취재를 마치고 돌아온 저자의 우크라이나 접경지역 현장과 사람들 이야기도 추가했다.
기본정보
ISBN | 9788998229993 |
---|---|
발행(출시)일자 | 2022년 05월 31일 |
쪽수 | 288쪽 |
크기 |
140 * 211
* 20
mm
/ 478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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