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카미유 클로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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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매일경제 > 2022년 6월 5주 선정
나는 내 삶을 완수하고 싶었다.”
사랑에서 폐허까지
카미유 클로델, 조각가의 초상
“누구의 삶이든 다를 바 없겠지만, 카미유의 삶에는 예술가, 여성, 그리고 병과 소외, 사랑과 실패, 급변하는 시대의 풍경이 더 큰 물살로 어우러져 소용돌이치고 있다. 한 사람의 인생을 이루는 것은 공적인 사건들만이 아니라 그 안에서 일어나는 우연한 일들, 사소한 감정들이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들이 진짜 삶을 설명한다고 믿기에 그녀에 대한 남아 있는 기록으로 몇 가지 풍경의 빈틈을 상상했고, 그 부분을 나의 상상력으로 채우고 싶었다.”_이운진, 편집자에게 보낸 메일에서
작가정보
목차
- 시작하며 그녀와의 슬픈 왈츠
그녀…
파리를 향해
운명이 시작되다
로댕, 나의 로댕
약속은 배반을 담고 있다
몇 개의 풍경 속 진실 1
애원하는 여인
완전한 결별
홀로 선 여자 그리고 예술가
파괴의 나날
1913년, 파리, 봄
병원에서 보낸 편지 혹은 발송되지 못한 편지
몇 개의 풍경 속 진실 2
30년간의 고독
모든 것이 끝나고
(있었을 지도 모르는) 그녀의 마지막 일기
카미유 클로델
카미유 클로델의 주요작품
참고 문헌
작품 보기
책 속으로
한 사람의 일생을 알기 위해서, 그 사람이 이미 죽은 사람이라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기록을 찾는 것뿐이다. 그래서 나는 어린 시절의 일화, 누군가에게 쓴 편지들, 남겨진 작품과 사진 몇 장을 최대한 모으기 시작했다. 오로지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였다. 새로운 비밀을 발견하려는 의도 같은 건 없었고, 학문적 접근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녀의 진짜 목소리가 궁금했고, 조각들을 맞추어 상상하는 동안 뭉클하게 아려왔다._8쪽
그녀가 살았던 것처럼 앞으로도 세상은 여전히 외롭고 막막할 것이다. 슬픔은 떠나지 않을 것이고 무얼 바라 살아야 하는지 대답은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우리는 계속해서 형편없는 배역을 맡고 사랑을 하고 헤매면서, 절망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너무 오래 절망하는 일이 없기를 바라야 할 것이다._10쪽
채 스무 살이 되기 전에 자신의 욕망을 정확하게 깨닫는 일은 어쩌면 불운이며 어쩌면 행운이고 혹은 둘 다인지도 모른다. 빌뇌브에서 그녀는 미켈란젤로가 되기를 꿈꾸었지만 파리에서 그녀는 그녀 자신이 되고 싶었다. 그저 훌륭한 조각가가 아니라 스스로가 인정하는 위대한 조각가로 남고 싶었다._22쪽
카미유가 로댕의 작업실에서 중요한 작업을 맡게 되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로댕 상사’라고 불릴 정도로 주문이 밀려들어서이기도 했지만, 실제로 로댕은 초기의 대리석 작업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믿을 만하고 재능 있는 사람에게 자신의 작품에 들어갈 손과 발을 맡기곤 했는데 그녀가 그 일을 하게 되었다. 수련생이나 제자가 아니라 제작조수의 역할이 그녀에게 주어진 것이었다. 그리고 당연한 얘기지만 그녀가 다루는 부분들이 점점 더 많아졌다._34쪽
카미유는 여러 차례 벽난로를 만들었다. 그녀에게 벽난로는 긴 여행을 떠났던 순례자가 이윽고 고향 땅을 밟을 때와 같은 따뜻한 그리움을 담고 있었다. 고향의 집과 정원, 겨울이면 장작불이 타오르는 거실의 벽난로 곁은 그녀가 가장 돌아가고 싶어했던 곳이었다. 엄마는 닭과 토끼 요리를 하고 달이 뜨는 시간이면 난로 곁에서 묵묵히 바느질을 하는 풍경 속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녀가 간직한 유일하게 따듯하고 평온한 순간 속으로. 하지만 카미유가 만든 벽난로는 너무 작았다. 그녀의 시린 가슴을 데우기에는 너무나 작았다. 그녀의 몸과 영혼을 감싸 냉기를 녹여줄 만큼 큰 벽난로가 필요했다._56~57쪽
여성스러움과 제도의 관습을 거부하고 예사롭지 않은 내면의 힘에 자신을 맡기고자 하는 것은 위험을 부르는 지름길이었다. 여성들의 자유란 언제나 논란을 부르는 말이었고, 상대적인 것이었다. 카미유는 그 속에서 자신의 길을 가기로 결정한 것이었다._96~97
그녀는 모델 없이 작업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장면인 듯 생생한 느낌을 살려냈다. 그녀는 딱딱한 나무의자에 앉아 돌을 깎아내는 자신의 손이 진정으로 신뢰받기를 바랐다. 자기 자신을 최대한 완성하고 싶었다. 조각가 카미유 클로델, 그뿐이었다._98쪽
출판사 서평
예술적 기질의 발현,
파리로의 이주
1864년 12월 8일, 등기소 공무원이었던 루이프로스페르 클로델과 의사 집안의 딸이었던 루이즈아타나이즈 세르보 사이에서 카미유 클로델이 태어났다. 한해 전 카미유보다 먼저 태어난 사내아이는 보름 만에 이름이 지워졌고, 15개월 후 세상에 나온 카미유는 먼저 간 아이의 몫까지 사랑과 축복을 받기는커녕 외면받으며 컸다.
그 때문이었을까. 카미유는 작고 조용한 마을 빌뇌브쉬르페르에서 유년기를 보내면서 자연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진흙을 만지며 엄마의 냉대를 견뎠다. 진흙은 자신이 주무르는 대로 형태를 만들어냈고, 이를 통해 카미유는 생각과 감정을 표현해냈다.
이미 열세 살 때부터 조각에서 재능을 보인 카미유는 1879년에 조각가 알프레드 부셰를 만난다. 카미유의 습작을 보고 그녀의 천부적인 재능을 알아챈 그는 카미유의 첫 조언자이자 예술에 대한 기초 지식을 가르쳐준 스승이 된다. 그리고 카미유의 아버지에게 그녀를 예술가로 키워줄 것을 설득하여 파리로 가는 길을 열어준다. 이후 엄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클로델 가족은 1881년, 파리로 간다.
1800년대 세계 어느 곳과도 비교할 수 없는 세련됨으로 사람들을 빨아들이던 파리는 전통과 현대, 자유와 향락, 사치와 가난이 뒤섞인 도시였다. 한적한 시골에서 생활하던 클로델 가족에게는 낯설고 불편한 곳이었으나 예술의 향기에 굶주렸던 카미유는 처음부터 파리가 좋았다. 무엇보다 본격적으로 조각을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자신이 있을 자리를 찾은 양 행복했다. 부셰의 소개로 에콜 데 보자르의 교장을 만난 카미유는 자신의 작품 「다윗과 골리앗」을 보여주었고, 학교장 폴 뒤부아는 그녀의 조각 실력에 놀라며 묻는다. “로댕에게 배웠습니까?”
하지만 어쩌면 그것은 불행의 신호탄이었을지도 모른다. 들어본 적도 없는 낯선 이름이 자신의 인생을 덮어버리리라고는 카미유 자신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으리라. 훗날 “예술적 소명이 우리 가족 중에 나타나, 끔찍한 불행을 가져올까봐 두려웠다”는 폴 클로델의 예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차별의 시대
열정과 야망을 품었던 여성, 예술가
카미유와 폴 클로델 남매는 각자 미술과 문학에서 뚜렷한 예술적 재능을 드러내며 조각가로, 시인으로 자신들만의 분야를 개척해갔다. 그러나 한 가지, 카미유가 여성이라는 사실은 그녀의 아킬레스건이었다. 19세기라는 높고 견고한 벽으로 둘러싸인 시대에 여성은 참고 억눌러야 할 것이 많았다. “사회가 정의한 여성다움은 가정과 희생의 다른 이름이었다. 여성스럽지 못한 감정들은 억누르는 게 미덕이라고 가르쳤다.”(96쪽)
클로델 남매 앞에 펼쳐진 세상은 더욱 달랐다. 날 때부터 엄마의 냉대를 견뎌야 했던 카미유는 죽는 날까지 엄마의 애정 어린 눈길 한번 받지 못했다. 또한 당시 여학생은 미술학교에 입학 허가조차 받을 수 없었기에 개인 아틀리에에서 도제생활을 겸한 교육만이 허락되었다. 한편 폴 클로델은 시인으로 활동하면서 훗날 외교관이 되어 부와 명성을 얻었으나 카미유에게는 조각하는 여자에 대한 편견과 수근거림이 끊이지 않았다. 더욱이 로댕의 공방에서는 수련생이나 제자가 아니라 제작조수의 역할이 주어졌으나 공동 작업을 한 사람들의 이름은 작품 어디에도 남길 수 없었고, 익명으로 처리되었다. 그러니 로댕의 작품 중에서 카미유가 만든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길은 없다. 그저 이른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작업에 몰두했다고 하니 그녀의 손길이 닿은 작품이 생각보다 많을 것이라고 짐작할 뿐이다.
물론 카미유는 파리로 이주한 후 1883년부터 거의 해마다 쉬지 않고 여러 전시에 자신의 작품을 출품했을 만큼 의욕적이었고, 또 그 작품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로댕의 공방에서 일하면서도 절대 자기 작품을 손 놓는 법이 없었고, 로댕을 존경했지만 단순한 경외심을 넘어 그의 이름 옆에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어할 만큼 야망도 있었다. 단지 세상이 여성 예술가의 야망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을 뿐이다. 사람들은 카미유의 이름 앞에 자꾸 로댕을 언급했고, 로댕의 부도덕한 행실과 까마득하게 어린 소녀에게 보내는 끈질긴 구애는 비난하지 않으면서 카미유의 사랑은 손가락질했다. 로댕과 카미유 두 사람 사이의 일이었으나 마치 둘 중 한 사람에게만 책임이 있다는 듯이 힐난했다.
바깥세상에서는 그녀와 로댕의 이야기가 나날이 커져가고 있었다. 사람들은 곧잘 남녀의 추문은 곱절로 부풀려 듣고 확대경을 쓰고 보는 법인데,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 세계의 주목을 받는 거장과 아리따운 제자였다면 어땠겠는가. 누군가는 은밀하게 누군가는 노골적으로 두 사람의 사생활을 떠들었고 모두가 그 이야기를 신속하게 믿었다. 반면 그것의 숨겨진 사정과 이면을 알게 하는 일은 산을 옮기는 것만큼 어려웠다.(65쪽)
그럼에도 살아남아
생을 완수하다
카미유에게 결혼까지 약속했던 로댕은 오랜 세월 자신에게 헌신하며 곁을 지킨 여인 로즈 뵈레를 떠나지 못하고 결국 카미유를 외면했다. 로즈가 자신의 예술이나 감수성을 이해하기에는 부족하지만 “선하고 충실한 영혼”이라는 그럴싸한 변명만을 남긴 채. 1898년 카미유는 로댕과의 관계를 완전히 청산한 후, 이듬해 케 드 부르봉 19번지로 이사하여 정착한다. 이곳은 카미유가 파리에서 마지막으로 거처했던 곳이다. 이후 카미유는 어떤 전시에도 참가하지 않고 고립된 생활을 했고, 1901년부터는 공들여 만든 작품을 하나둘 파괴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행위는 점점 강도를 더해가 1905년 무렵에는 피해망상 징후들을 보이며 광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전한다. 1913년, 아버지가 사망하고 8일 뒤, 카미유는 갑자기 들이닥친 사람들의 손에 이끌려 빌에브라르 정신병원에 억류된다. 그리고 이후 30년을 세상에서 완전히 잊힌 채 시들어갔고, 그곳에서 생을 마감했다.
어느 누구도 그녀에게 그런 식으로 늙어가라고 선고를 내릴 권리가 없는데, 그녀는 앞으로도 수십 년을 벽을 보고 지내야 했다. 세상 끝에서 또 끝인 곳에서 지금보다 훨씬 더 외로운 상태가 되었다. 그녀의 사라진 꿈, 꺾여버린 야망, 희생당한 재능을 걱정해주는 사람은 없었다.(149쪽)
그녀의 삶을 되짚어보노라면 몇 가지 의문이 남는다. 왜 카미유는 정신병원에 억류되어 있던 30년 동안 작업을 전혀 하지 않았을까. 왜 폴 클로델은 어머니 사후 자신의 누이에게 다시 자유를 줄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않았을까. 왜 모두 카미유의 불행을 외면했을까. 왜……. 카미유 클로델의 인생에는 숱한 의문과 그로 인한 안타까움이 짙게 배어 있다. 그럼에도 카미유는 마지막까지 자신의 삶을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비극으로 보이는 삶이더라도 나는 내 삶을 완수하고 싶었다”라는 말은 카미유가 작가를 통해 꼭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아닐까.
예술과 사랑에 몸 바쳤기 때문에 피할 수 없었던 그녀의 고독, 희망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도 희망을 기다리던 그녀의 의지를 목격할 때는 힘들고도 따스한 위로가 되기도 했다. 특히 인생의 커다란 상실을 겪고 아픈 시절을 보내야 했던 때, 그녀에게 뻗은 손길은 나를 달래고 다시 무릎을 일으켜 세워주는 듯했다.(9쪽)
비록 나와 전혀 상관없는 사람의 이야기일지라도, 신마저 외면한 삶을 포기하지 않고 완수한 이를 목격하면 우리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위로와 용기를 얻는다. 한때 빛났고, 수없이 외로운 낮과 밤을 보낸 한 예술가의 삶. 생이 불운했다고는 하나, 결코 그 생이 카미유의 예술을 퇴색시키지 못했고, 현재까지 남아 감동을 전하고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그녀의 삶은 충분히 아름답다. 이 책 『여기, 카미유 클로델』은 절대적 고독 속에서도 ‘생의 완수’를 추구한 예술가의 집념, 모든 삶의 가치와 그 의미를 되새기고자 쓰였고, 이는 모든 독자를 위한 것이다.
사랑이 더이상 엄두를 내지 못하고 희망마저 부서진 순간에도 삶은 이어진다. 그녀도 되돌릴 수 없는 불행과 끝까지 함께했다.
최초의 숨결과 최후의 한숨 사이에 있는 삶의 모습은 모두 다르고 결국 같다.(13쪽)
기본정보
ISBN | 9788961964159 |
---|---|
발행(출시)일자 | 2022년 06월 15일 |
쪽수 | 196쪽 |
크기 |
146 * 224
* 19
mm
/ 488 g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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