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만치 혼자서
도서+사은품 또는 도서+사은품+교보Only(교보굿즈)
15,000원 미만 시 2,500원 배송비 부과
20,000원 미만 시 2,500원 배송비 부과
15,000원 미만 시 2,500원 배송비 부과
1Box 기준 : 도서 10권
로그아웃 : '서울시 종로구 종로1' 주소 기준
이달의 꽃과 함께 책을 받아보세요!
1권 구매 시 결제 단계에서 적용 가능합니다.
알림 신청하시면 원하시는 정보를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해외주문/바로드림/제휴사주문/업체배송건의 경우 1+1 증정상품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북카드
키워드 Pick
키워드 Pick 안내
관심 키워드를 주제로 다른 연관 도서를 다양하게 찾아 볼 수 있는 서비스로, 클릭 시 관심 키워드를 주제로 한 다양한 책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키워드는 최근 많이 찾는 순으로 정렬됩니다.

수상내역/미디어추천
-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경향신문 > 2022년 6월 2주 선정
-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동아일보 > 2022년 6월 1주 선정
-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매일경제 > 2022년 6월 1주 선정
-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문화일보 > 2022년 6월 2주 선정
-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서울신문 > 2022년 6월 1주 선정
-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조선일보 > 2022년 6월 2주 선정
-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조선일보 > 2022년 6월 4주 선정
-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중앙일보 > 2022년 6월 3주 선정
-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중앙일보 > 2022년 7월 2주 선정
-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한겨레신문 > 2022년 6월 2주 선정
-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한겨레신문 > 2022년 10월 4주 선정
- 교보문고 추천도서 > 역대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 2022년 > 2022년 선정
삶에 감겨든 글, 글에 감겨든 삶
『강산무진』 이후 16년, 김훈 두번째 소설집
판타지의 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최근작 『달 너머로 달리는 말』을 펴내며, 작가는 “여생의 시간을 아껴서 사랑과 희망, 인간과 영성, 내 이웃들의 슬픔과 기쁨, 살아 있는 것들의 표정에 관해서 말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저만치 혼자서』는 김훈이 이러한 마음으로, 독자 곁의 묵묵하고 다정한 이웃으로서 세상에 내보내는 단편집이다. 작가는 세속과 일상을 유심히 관찰한 끝에 특유의 강직한 문장으로 연약한 존재들의 인생사를 펼쳐낸다. 그 무엇보다 김훈 자신의 견문과 취재로부터 출발했을 이 단편들은 작가의 일상이 소설의 바탕이 되고, 소설쓰기가 곧 작가의 일상이 되는 모습을 보여주며 문학 하는 행위 자체에 대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작가정보
목차
- 명태와 고래 … 007
손 … 047
저녁 내기 장기 … 089
대장 내시경 검사 … 121
영자 … 147
48GOP … 185
저만치 혼자서 … 213
군말 … 249
책 속으로
수억 년의 새벽마다 수평선 너머에서 해가 떠올라 빛과 어둠이 스미면서 갈라졌지만 바다에는 시간의 자취가 남아 있지 않았다. 바다의 시간은 상륙하지 않았다. 바다는 늘 처음이었고, 신생新生의 파도들이 다가오는 시간 속으로 출렁거렸다. 아침에, 고래의 대열은 빛이 퍼
지는 수평선 쪽으로 나아갔다. 고래들이 물위로 치솟을 때 대가리에서 아침햇살이 튕겼고, 곤두박질쳐서 잠길 때 꼬리지느러미에서 빛의 가루들이 흩어졌다. _「명태와 고래」, 9~10쪽
구두에서도 철호의 발냄새와 철호가 밟고 돌아다닌 땅의 흙냄새가 났다. 싱크대 배수관이 막혔거나 에어컨, 냉장고가 고장나서 수리공을 부를 때, 새로 산 세탁기를 배달시킬 때, 나는 여자 혼자 사는 집안으로 낯선 남자를 들이기가 무서워서 철호의 구두를 꺼내 현관에 놓고 집에 남자가 있는 것처럼 위장했다. 나는 성폭행범의 구두를 나 자신을 보호하는 위장물로 쓰고 있었다. _「손」, 58쪽
법원의 직인이 찍힌 문서를 읽으면서 이춘갑은 한 생애의 모든 일상이 소멸된 자리에서 갯벌처럼 드러나는 공터를 느꼈다.
이춘갑은 경남 해안의 여러 소읍과 포구를 옮겨다니며 자랐다. 이춘갑은 아버지의 생업이 무엇이었는지 뚜렷이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아버지는 밥이라는 천형을 복역하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난 것 같았고, 태어났을 때부터 무기징역을 받은 것 같았다. _「저녁 내기 장기」, 106쪽
나는 사람들 틈으로 뒷모습만 보고도 나의 전처, 월롱동을 알아볼 수 있었다. 어떤 특징이 그런 식별을 가능케 하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전처 월롱동은 확실히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지나간 세월의 돌이킬 수 없는 갈등과 불화가 별것도 아니라는 듯이 앉아 있는 그 모습은 익숙한 만큼 낯설었다. 월롱동은 거스를 수 없는 그 시간의 무게를 모두 깔고 앉듯이 문상객들 틈에 앉아 있었다. 남의 뒷모습이 마음속에 새겨진 듯이 익숙하게 느껴지는 사태는 견디기 어려웠다. _「대장 내시경 검사」, 142쪽
임하사의 분대는 작업장의 잡초를 제거했고, 파낸 흙을 들것으로 옮겼다. 임하사는 들것을 들고 구덩이들 사이를 걸어가면서 뼛조각들을 들여다보았다. 뼈들은 헐거워 보였다. 작은 구멍들 사이에 봄볕이 오글거렸다. 뼈들은 오십 년 만의 햇볕을 힘들어하는 것 같았다. _「48GOP」, 209쪽
봄부터 초겨울까지, 수녀원 마당에서 장미는 피고 지기를 잇대었고, 지면서 더욱 피었다. 꽃 한 송이는 죽음의 반대쪽에서 피는 것이 아니었으므로 꽃이 지는 것이 죽음은 아니었다. _「저만치 혼자서」, 229쪽
사한다는 것은 이미 저지른 죄업의 존재를 부인하는 것이 아니고, 영혼을 그 죄업에서 건져내는 것입니다. 그것은 말 너머에서 이루어지는 은총일 것입니다. 가서, 알아들을 수 없는 손수녀님의 죄를 사하여주십시오. 하느님께서 장신부님의 편임을 믿습니다. _「저만치 혼자서」, 245쪽
출판사 서평
세월이 지나니 견딜 수 있게 된 일들과
갈수록 드러내기 어려워지는 연약한 감정과
흐르는 시간 앞에 겸허해지는 인간 존재에 대하여
사실에 입각하여 문장의 정확도를 겨루는 기자 출신이기도 한 김훈은 인간의 희로애락을 다루는 소설의 영역에 들어선 이후 감정을 생략한 간단명료한 문장만으로 마음을 울리는 독보적인 스타일로 독자를 사로잡아왔다. 인물의 직업을 구체적으로 설정하고 그 직업에 관한 전문용어를 구사하거나 업무의 디테일을 건조하게 묘사함으로써 세속의 구차함을 벗어날 수 없는 인간의 운명을 역설적으로 드러내는 글쓰기 방식은 김훈의 여전한 트레이드마크이다. 그러한 그의 문장은 『강산무진』에서 생로병사의 흐름 아래 한낱 유한한 육체에 불과해지는 인간 존재를 가감 없이 그려내 냉정하게 돌출시키기도 했다.
그런데 비루한 인간사를 허무하게 바라보던 김훈의 시선은 16년의 세월을 지나며 조금 더 애틋해진 듯하다. 물론 『저만치 혼자서』에서도 인간의 생애는 그들의 고통이나 절망과 관계없이 무심하게 흐르고, 시간은 살아가는 요령을 알려주는 대가로 그들의 신체를 허물어갈 뿐이다. 인간은 나약해서 이 비참한 과정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번 소설집에서 김훈은 그런 나약한 인간이 멈출 수 없는 시간에 초연히 몸을 맡기는 모습까지를 쓴다. 버티다보면 힘겨웠던 지난 일도 견딜 만한 기억으로 남고, 감정을 터놓을 상대가 점차 사라지는 외로운 과정이 곧 인생이며, 인간은 그저 시작에서 끝을 향해 갈 뿐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다시금 삶에 임하는 김훈의 인물들은 한결 편안한 분위기를 풍긴다.
김훈 단편의 이러한 변화를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표제작 「저만치 혼자서」는 죽음을 앞두고 호스피스 수녀원에 모여 살게 된 늙은 수녀들과 그들을 편안한 임종으로 인도하기 위해 성심성의껏 봉사하는 젊은 신부의 나날을 그린다. 성직자들조차 죽음이라는 미지의 사건에 대해 본능적인 두려움을 느끼고, 번민하고, 결국 죽음을 받아들여 안식에 드는 모습이 처연한 안도감을 남긴다.
나이들어 무너져가는 몸을 무연하게 지켜보아야 하는 상황은 김훈 단편에 주요하게 등장하는 장면이다. 작가가 공원에 벌어진 장기판을 구경하며 구상한 「저녁 내기 장기」는 가정이 해체되고 일터에서 밀려나는 등 각자의 비극을 품은 채 알지 못하는 상대와 장기를 두는 것으로 외로움을 견디는 노년의 애환을 안구건조증이라는 보편적인 노화 증세를 통해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대장 내시경 검사」에서 직장을 은퇴하고 명예 임원직에 이름을 올린 ‘나’는 처리할 일과 부탁받은 일들에 대한 고민을 대장 내시경 검사 이후로 미룬다. 검사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더는 고민하지 않아도 될 그 일들 중에는 과거의 연인 ‘나은희’가 보내온 인사 청탁도 있다. 때로는 과거의 추억에 깃든 감정을 곱씹으며 일상을 지탱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 감정을 정리하고 나아가야 하는 인생의 쓸쓸한 단면이 돋보인다.
「영자」는 「대장 내시경 검사」의 ‘나’와 나은희가 보여준 지난 시절의 연애가 현대의 청년 세대에 이르러 어떻게 변모하고 있는지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이다. 작가가 노량진에서 생활하는 공무원시험 준비생들을 관찰하며 쓴 이 단편은 너무 이른 시기에 삶의 냉혹성을 깨닫고 나이들어버린 청춘을 주인공으로 삼아 이들이 세상에 진입하려고 노력할수록 오히려 세상으로부터 밀려나고 마는 세태를 포착하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비록 문학이 삶을 구원하지 못할지라도
인간의 비극을 조심스레 감싸안으려는 글쓰기
김훈은 문학은 거창한 것이 아니며, 글은 삶의 무게를 온전히 감당하지 못한다고 누누이 말해왔다. 그런 만큼 김훈은 소설 속 인물들의 고통과 절망을 매우 조심스럽게 다룬다. 고통과 절망을 선명하게 묘사해 드러내는 대신 글의 이면에서 감지하게 만드는 서술은 김훈 소설을 읽는 묘미이자 등장인물에 대한 작가의 배려이기도 할 것이다.
특히 「명태와 고래」 「48GOP」에서 제도화된 폭력에 의해 덧없이 희생되는 존재들을 그릴 때, 작가는 기원전부터 이어져온 자연의 장구한 역사와 그에 비해 너무나 짧고 부질없는 인간 문명을 대비하는 것으로 서술을 대신한다. 「명태와 고래」에서 한 인물을 파국으로 몰아넣는 남북의 국가 폭력과, 「48GOP」에서 분단 이래 수십 년에 걸쳐 청년들의 가장 빛나야 할 시기를 착취하면서도 전사자의 유해마저 편을 가르느라 수습하지 못하게 만드는 이념 갈등도 거대한 자연의 흐름 안에서는 미미한 흔적으로 남으리라는 사실이 그러한 희생의 비극성을 더욱 강조한다.
삶을 문학으로 옮길 때 김훈이 갖추는 겸허한 태도는 소설집의 말미에 수록한 ‘군말’에 명확히 드러나 있다. ‘군말’은 김훈으로서는 이례적으로 길게 적은 ‘작가의 말’이자 작품 해제이다. 그는 이 글에서 새 단편들을 작가의 자리가 아닌 이웃의 자리에서 썼노라고, 그럼에도 문학의 언어로 삶의 언어를 이겨낼 도리가 없었노라고 밝힌다. 김훈에게 문학은 실제 삶 이상의 가치를 갖지 않는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김훈의 글은 문학으로만 도달할 수 있는 성취를 보여줌으로써 문학의 가치를 증명한다. 김훈이 보여주는 사유와 표현의 섬세함은 다른 매체가 아닌 오직 글을 통해서만 온전히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글의 힘이 의문에 붙여지는 시대에, 언제나 인간의 자리에서 모든 남루한 삶을 예우하며, 한결같이 빼어난 소설을 써내는 김훈이라는 작가의 존재는 그래서 더욱 소중하다.
◆
오영환 소방사의 글을 읽고 나서 나는 그에게 전화를 해서 그때의 손의 느낌을 더 자세히, 더 육감적으로 말해보라고 다그쳤는데 그는 간절한, 강력한, 따스한, 세 마디를 반복할 뿐이었다.
(…) 다시 읽어보니, 나의 이야기는 꿰맨 자리가 여기저기 드러나 있다. 간절한, 강력한, 따스한…… 이 세 마디를 이겨낼 도리가 없다. 글은 삶을 온전히 감당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손은 여전히 나의 소중한 테마다. 노동하는 손, 사랑하는 손, 쓰다듬는 손, 주무르는 손, 주는 손, 받는 손, 부르는 손, 보내는 손, 기도하는 손, 연장을 쥐는 손, 악기를 쥐는 손, 무기를 쥐는 손, 고운 손, 부르튼 손, 그리고 이 세상의 수많은 손잡이에 남아 있는 손들의 자취와 표정에 대해서 나는 쓰고 싶다. _김훈, ‘군말’에서
기본정보
ISBN | 9788954686921 |
---|---|
발행(출시)일자 | 2022년 06월 01일 |
쪽수 | 264쪽 |
크기 |
138 * 196
* 26
mm
/ 454 g
|
총권수 | 1권 |
Klover
구매 후 리뷰 작성 시, e교환권 200원 적립
문장수집 (49)
e교환권은 적립 일로부터 180일 동안 사용 가능합니다. 리워드는 작성 후 다음 날 제공되며, 발송 전 작성 시 발송 완료 후 익일 제공됩니다.
리워드는 한 상품에 최초 1회만 제공됩니다.
주문취소/반품/절판/품절 시 리워드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판매가 5,000원 미만 상품의 경우 리워드 지급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2024년 9월 30일부터 적용)
구매 후 리뷰 작성 시, e교환권 100원 적립
언젠가 아침 산책길에 일산호수공원 호숫가 밴치에서 쉬고 계시는 작가님 부부를 볼 때가 달 너머로 달리는 말을 읽고 난 직후쯤이다. 독실한 독자로서 너무 반가운 마음에 달려갔지만 정작 쑥쓰러움에 말도 걸지 못한게 두고두고 아쉽다. 마치 탈고 후에 아, 그 부분을 이렇게 써야 했는데 라는 생각이 드는 것처럼.
그 아쉬움을 이 소설집으로라도 달래볼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