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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9호

마을, 돌봄, 직접민주주의
시골문화사 · 2022년 03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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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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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일방적·위계적으로 주도해온 복지제도와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살핀다. 그리고 이로부터 배제되어온 농촌 마을과 면 단위 지역 주민들이 ‘서로돌봄’과 ‘직접민주주의/마을자치’로의 전환을 도모하는 주도적 실천의 세부와 그 가능성 및 사회적 의미를 다룬다.

작가정보

저자(글) 마을학회 일소공도

2017년 6월에 충남 홍성군 장곡면과 홍동면 일대의 농촌 마을에서 창립되었다. 근대 국민국가와 자본주의 체제의 폐해를 넘어서 21세기가 요청하는 공동의 자율적 삶에 바탕한 생태적 마을문명을 농촌에서 모색한다. 농민・주민・활동가・행정가・학자・예술가 등 다양한 영역의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새로운 형식의 학회다. 지구생명의 대멸종, 극한경쟁, 팬데믹과 기후위기를 초래한 자본주의 문명을 전환시킬 삶의 방식을 찾기 위해 함께 공부하고 일한다. 다층적인 실천-이론의 내용-형식을 농촌 마을의 삶과 앎 속에서 통합적으로 실험 중이며, 반연간지 『마을』과 격월간 《일소공도》를 발행하고 있다. ‘일소공도’는 일만 하면 소가 되고 공부만 하면 도깨비가 된다는 뜻이다. ‘일하는 도깨비, 공부하는 소’라는 통합적-혼종적 삶의 가치와 실천을 추구하는 마을학회의 창립 취지를 담고 있다.
홈페이지 https://cafe.naver.com/oolocalsociety

저자(글) 권혁범

전남 광주시에서 태어나 30대 초반까지 살았다. 존경하던 선배가 시골살이를 제안하여 2007년 사랑하는 아내, 아이들과 함께 영광군 묘량면으로 이주했고 서울과 대구에서 합류한 다른 동료들과 여민동락공동체를 시작했다. 과학 교사가 천직이라 생각했는데 어느덧 전천후 농촌 사회복지사로 벌써 16년째다. 오롯이 성숙과 성장의 시간이었다. 모두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저자(글) 귀네비어 고은 임 체이스

그림 그리는 것과 책읽기, 자유놀이를 좋아하고, 가족과 친구들, 자연과 동물을 사랑하는 아이. 현재 말을 돌보는 방법, 정원 가꾸기, 그리고 퇴비 담아두는 상자 만들기를 배우고 있다.

저자(글) 금창영

홍성군 홍동면에서 농사를 짓는다. 자연농 방식으로 100가지 이상의 작물을 심고 가꾼다. 농촌에 농민만이 아니라 다양한 직업인이 존재해야 하기에 청년과 사회적경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노동과 여가, 자기실현의 적절한 균형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경작 면적을 줄여서 지역주민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고자 한다.

저자(글) 김단비

그래픽 디자이너. 다양한 배경과 관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소통하며 콘텐츠를 기획하고 시각화하는 일에 흥미를 느끼고 있다. 현재 비정기 간행물인 《아셰프 매거진》 기획 및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danbikim.org

저자(글) 김영란

1963년 서울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부전공으로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다가 매력을 느껴 대학원을 진학해서 형제복지원 사건 당시 남성 노숙자의 삶에 대한 연구로 석사학위 논문을 썼다. 이후 필리핀과 미국에서 공부했고, 2000년에 목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되었다. 목포에 오자마자 진도, 완도, 신안의 섬 여성 연구를 시작하면서 농촌과 어촌의 복지에 대해 대학에서는 배운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지난 20년 동안 주변의 활동가와 연구자, 책과 현장으로부터 배우면서 가르치고 연구해 왔다. 이 과정에서 제도적 복지보다는 일상과 생태 중심의 자생적 복지가 중요하다는 입장을 가지게 되었고 현재는 비주류 사회복지 교육자이자 연구자로 살고 있다.

저자(글) 김정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마을학회 일소공도 운영위원, 농촌의 지속가능성을 화두삼아 연구하고 있다. 적게 먹고, 삼천 권의 책을 읽고, 산책하고, 가끔 벗이 찾아오면 시절時節을 평評하며 지내고 싶다. 몰라도 아는 체해야 하는 전문 지식 행상을 강요하는 체계와 불화不和하고 싶다. 그러나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배우며 산다.

저자(글) 박영선

마을학회 일소공도 기획편집위원장으로 일한다. 근현재 문명의 세부를 결정하는 시각매체인 사진과 시스템의 관계를 매개로 펼쳐지는 문화 현상에 관심 갖고 여러 방식으로 작업한다.

저자(글) 박종관

경북 상주 정양리 이장이다. 20대 청년의 때에 귀농하여 어느덧 50대의 문턱에서 서성이다. 유기농 포도 농사 짓는 농부이자. 마을과 지역에서 지속가능한 마을 공동체, 지역공동체를 꿈꾸며 움직이는 자칭 천직 마을활동가이다.

저자(글) 박진숙

10년 전 곡성으로 귀농하여 토종종자로 생태농사 짓고 있는 농부이다. 죽곡농민열린도서관 관장을 맡아서 마을학교를 운영하며 죽곡초등학교와 한울고등학교 친구들, 지역의 어르신들과 재미난 서로배움활동을 하고 있다. 함께마을교육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죽곡면 주민자치회 자치분과위원장을 맡아서 마을자치공동체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마을활동가이다.

저자(글) 신소희

충남 홍성 장곡면에서 산다. 함께하는장곡 사회적협동조합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저자(글) 안병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다. 수원시자살예방센터장, 행복한우리동네의원장, 협동조합 행복농장 이사장. 공저로 『별이 빛나는 건 흔들리기 때문이야』, 『역서로는 우리 아이의 정신질환 이해하기』, 『녹색 돌봄』, 『사별을 경험한 아동청소년 상담하기』, 『자살하려는 마음』 등이 있다.

저자(글) 오준호

서강대학교 아트앤테크놀로지 학과 교수로 일하며 실험영화, 미디어아트, 아티스틱 리서치, 매체미학, 미디어고고학을 교차로 융합연구를 하고 있다. 미디어의 변화로 촉발되는 예술, 문화현상에 관심을 두고 있는데, 최근에는 경제학자와 법학자와 함께 메타이코노미리서치라는 연구소를 만들어 메타버스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저자(글) 유대칠

어느 지방대 사라진 철학과 출신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철학은 돈이 되지 않는 무력한 애씀일 뿐이었다. 그렇게 버려진 자리에서 버려진 애씀을 돌아보며 철학의 쓸모를 다시 고민하며 살아간다. 우리를 위한 철학을 만들어내는 철학노동자가 되기 위해 애쓰며 살아가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아퀴나스의 신학대전』과 『신성한 모독자』 그리고 『대한민국철학사』가 있으며, 조만간 몇 권이 더 속간될 것이다.

저자(글) 이번영

1947년 홍성군 홍동에서 태어나 풀무학교를 1회로 졸업하고 《홍성신문》 창간, 풀무생협 창설 등 지역 일을 하며 평생 살고 있다. 서로 사랑하고 협력하며 아름답게 사는 바람직한 공동체 마을이 되려면 지역사회 교육, 협동조합, 지역 언론이 있어야하며 홍동은 부족하지만 그런 조건이 갖춰져 있다고 생각하며 그런 마을에 대한 꿈을 놓지 않고 있다.

저자(글) 이한범

미술비평가이다. 영상예술비평지 『오큘로』의 편집자이며 나선프레스의 대표다. 《새벽질주》(2014), 《Using Your Real Life》(2016), 《픽션-툴: 아티스트 퍼블리싱과 능동적 아카이브》(2018) 등의 전시를 기획했으며, 영상 스크리닝 플랫폼 《블라블라블라인드》를 운영하고 있다. 소리와 허구의 관계를 탐구하는 소닉픽션의 멤버다.

저자(글) 임고은

영화를 둘러싼 시선의 주체와 객체, 과거와 현재, 진실과 허구의 변증법적인 관계를 엮어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드는 가능성을 탐구하는 영상 작업을 그동안 해왔다. 최근에는 전 지구적 생태위기 속에서 야생을 회복하기 위한 시적 언어를 어떻게 찾을 수 있을지를 탐구하고 있다.

저자(글) 정민철

경주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공부했다. 풀무학교와의 인연으로 홍동면으로 이주하여, 농사와 농촌 마을 그리고 교육에 대해 배웠다. 2012년 두 청년과 장곡면에 협동조합으로 젊은협업농장을 만들어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아직은 농사를 배우고 싶어 하는 청(소)년들과 함께 일한다. 농장이 있는 장곡면 도산리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며 농촌 마을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 중이다. 협동조합젊은협업농장 collabo-farm.com

저자(글)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 세금도둑잡아라 공동 대표를 맡고 있다. 각종 개발 사업과 산업폐기물, 발전소, 송전탑 등에 대응하는 농촌마을들의 주민 운동을 지원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기후위기로 인한 농업 피해 문제, 농지 문제, 농업·농촌을 위한 예산 개혁, 정치 개혁, 지방자치 개혁 등의 주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 

저자(글) 황종규

경북 의성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유학하고 영주에서 대학 선생으로, 60년을 대구경북(TK)에서만 살더니 로컬리스트가 되었다. 활동가 같은 선생을 꿈꾸었지만 만족스럽지 못하다. 다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을 작은 바램으로 키워가며 어느 날 마을에서 작은 서당 훈장이 되고 싶다.

목차

  • 열며
    오래된-새로운 삶의 문턱│박영선
    트임│마을과 돌봄
    마을복지-서로돌봄의 이상과 현실│김영란
    지역사회와 노인돌봄│권혁범
    삶의 마지막 거소를 짓다│안병은
    왜 사회적 농업을 실천하고자 하는가│김정섭
    스밈│농촌으로부터
    죽곡면 마을자치공동체 이야기│박진숙
    농민이 바라보는 기후위기│금창영
    청년에게 농촌은 무엇인가│김이선벼림│농업·농촌·농민 연속좌담 8
    마을과 돌봄│구자인·정민철·김정섭·신소희
    지상전시 2
    실재하는 두꺼비가 사는 상상의 정원
    -『우화집: 달-두꺼비의 정원들』│임고은, 귀네비어 고은 임 체이스, 김단비, 이한범
    트임 2│직접민주주의와 마을자치
    직접민주주의 강화를 위한 농촌 면 자치
    -한국 지방자치사의 맥락에서│황종규
    마을과 면읍, 직접민주주의와 선거│하승수
    독립운동 지도자들, 면 자치에 참여하다│이번영
    농촌 마을에서 민주주의를 생각한다-행정리 이장의 경험과 성찰│박종관
    연재│마을살이를 위한 개념어사전 3│회복력
    제모습으로 제자리에 돌아가려는 힘│유대칠
    서평│책 너머 삶을 읽다
    돌봄을 ‘보이게’ 하기│장정일
    에바 페더 커테이, 『돌봄: 사랑의 노동』(박영사, 2016)
    조안 C. 트론토, 『돌봄 민주주의』(박영사, 2021)

    이대남을 위한 변명│오준호
    아즈마 히로키, 『관광객의 철학』(리시올, 2020)

책 속으로

7p 경쟁과 승리(생존)의 관점에서는 타인에게 의존하는 돌봄은 실패한 삶의 지표가 된다. 기존 복지제도는, 이러한 근대적 인간관에 바탕해서 독립적·자율적 능력이 없거나 경쟁에서 낙오한 ‘루저’로 판별되는 이들에게 (사회체계의 원활한 작동을 위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었다. 게다가 지금 이 서비스는 공적 영역을 넘어 시장에서 상품으로 팔리고 있다.
이런 지점에서 ‘시혜-수혜’라는 복지제도(공)와 복지대상자(사) 간의 일방적·위계적 관계가 아니라, 이런 사람과 저런 사람(만물) 사이에 이미 있는 상호의존적 관계 속에서 서로돌봄을 나누는 삶을 새롭게 상상하고 실험하는 담론과 실천이 요청된다. 직접민주주의 즉 자치는 이 서로돌봄의 삶을 구현할 적절한 사회적 조건을 사람들이 직접 만들어가는 정치적 실천이다.

17p 제도권 사회복지체계에 내재된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마을과 돌봄이라는 주제의 맥락에서 ‘의존dependence’에 대해 생각해보자. 돌봄을 받는다는 것은 의존인가? 페미니스트 정치철학가 낸시 프레이저는 복지수급자를 가리키는 다른 말은 ‘복지의존자’라고 한다. 그녀는 미국 정치와 사회복지의 핵심어인 ‘의존’이라는 말이 얼마나 변용되었는지를, 그 말이 복지에서 사용되는 가정과 함의를 따져 ‘의존의 계보학’이라는 제목의 글을 썼다.9 프레이저에 따르면, 전前-산업사회에서 “의존”은 남성·여성 모두에게 “서로 신뢰하고 의지하며 기댈 수 있다는 의미”(126쪽)였다. 의존이 비정상적인 개인적 특성이기보다는 정상적인 사회관계를 함축하고 있었던 것이다.10 그러나 산업자본주의가 부상함에 따라, 의존이라는 말에는 임금노동체계 안에서 스스로 노동하거나 독립적이지 않은 ‘일탈’이나 ‘실패’라는 의미가 장착되었다고 설명한다.

20~21p 광의의 ‘돌봄’은 혼자서는 거동하기 어려운 노인이나 환자를 수발하는 것을 넘어 폭넓은 종의 활동으로 이해된다. ‘돌봄’으로 번역된 영어의 ‘케어care’는 보살핌·관심·걱정·슬픔·애통·곤경을 의미하는 고대영어 ‘카루caru’에서 왔다고 한다. 그래서 돌본다는 것은 활동을 보조한다는 것 외에도 관심을 가지고 걱정하면서 함께 슬퍼하고 곤경을 겪어냄을 포함한다. 사람 모두는 동시적이든 평생에 걸친 다른 시간에든 타인의 돌봄을 받기도 하고 타인을 돌보기도 하므로 돌봄은 분명 상호부조적인 행위다. 따라서 돌봄에 의존하는 자와 돌봄을 제공하는 자가 따로 분리되지 않는다. 또한 인간의 마음에는 돌봄을 받고자 하는 필요와 돌봄을 주고자 하는 욕구가 공존한다는 것도 기억해야 한다. 돌봄이 시장영역에서 상품화되면서, 구매력 없는 사람들은 돌봄을 받기 어렵게 되고, 동시에 돌보고 싶을 때 돌볼 수 없는 사람들의 안타까움과 자책이 상품으로 대체되었다. 그래서 지금의 사회구조는 직접 돌보기보다는 돌봄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돈을 버는 것이 더 낫다고 결정하도록 부추긴다. 과연 그래야 하는가? 그렇게 해서 행복할 수 있는가?

23p 우리가 지금 머리를 맞대고 만들어가야 할 마을복지는 ‘커뮤티니 케어’ 혹은 ‘지역사회 통합돌봄’으로 불리는 정부사업을 어떻게 농어산촌 마을의 현실에 맞게 정비하는가를 넘어서는 일이어야 한다. 신자유주의가 추구하는 성장의 덫에 걸려 사지가 묶인 농어산촌에서 신자유주의식 그대로의 돌봄은 무용하거나 더 폐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애당초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이 없거나 부족한 농어산촌에서는 탈시설화를 이루기 위해 커뮤니티 케어가 필요하다는 정부의 주장이 별반 의미가 없다.

35~36p 국가와 시장의 실패를 만회할 새로운 사회 운영원리인 ‘제3의 길’이 나온 지 벌써 30년 가까이 흘렀다. 정부는 시민사회 기반 복지공급체계를 다양한 정책사업에 투영하여 현장에 내려보냈다. 그동안 추진한 사업의 수와 참여자 연간 인원은 대폭 늘어났는지 모른다. 그러나 이 제도가 시민사회조직을 실제로 강화했는지, 피폐해진 국민들의 삶에 얼마나 희망을 주었는지는 의문이다. 매년 발표되는 각종 삶의 지표들을 기준으로 보면 의미가 있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우리가 수입한 시민사회 관련 담론이나 이론은 서구 복지국가의 발전 과정에서 나온 서구 역사의 산물이다. 한국은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면서 조금씩 복지국가의 면모를 갖춰가기 시작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부터 시작하여 사회복지제도가 하나씩 만들어지고 공공복지비용도 늘어가고 있으므로, 최소한 복지국가로서 갖추어야 할 핵심 기준은 마련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은 OECD 국가 중 GDP 대비 사회복지비용이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국가의 개입을 최소화하며 “사회는 없고 오직 개인과 가족만 있다”라고 외친 자유주의 복지국가인 영국과 미국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단적인 예로 우리가 주로 비교하는 복지국가 중 민간보험 수입의 비중이 공적 사회지출 비중보다 높은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최근 OECD 17개국 국민들에게 “당신의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게 무엇인가?”라고 질문했다. 다른 나라 국민들은 대부분 ‘가족·건강·사회’처럼 삶의 행복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가치들을 말했다. 하지만 한국 국민만 “돈”을 1등으로 꼽았다. 세계에서 불평등과 양극화가 가장 심한 한국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44~45p 나가고 들어옴이 제한되었던 시절에는 태어나 자란 곳에서 늙어가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지금은 한곳에 머물다 그곳에서 죽는 경우는 드문 일입니다. 이동이 편해진 것도 있지만 주거 불안정 때문에도 터전을 바꾸지 않고서는 살기가 힘듭니다. 그렇지만 지역에서 받을 수 있는 서비스가 없다는 이유로 생애 마지막에 살아온 터전을 떠나는 경우는 없어야 합니다. 사람을 위한 서비스는 사람을 따라 움직여야 합니다. 사람이 서비스를 따라 이동해서는 안 됩니다. ‘살던 곳에서 늙어가기aging in place’는 서구 사회의 보건과 복지 분야에서 많이 인용되는 말입니다. 살아온 곳에서 늙어가는 게 그만큼 한 사람의 삶의 질에서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뜻합니다. 저는 이 말을 좀 더 확장해 ‘살던 곳에서 삶을 마무리하기dying in place’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삶을 마무리하고 필연적인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그동안 맺어온 인간관계뿐만 아니라 장소와의 유대 또한 가다듬어야 합니다. 생애 마지막을 어떻게 보내느냐뿐만 아니라 누구와 함께하는지, 어디서 보내는지도 살펴야 합니다.

53p 한반도에서도 사회적 농업 실천의 기원이야 수백 년, 아니 천 년도 더 앞선 시대에서부터 찾으려면 찾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사회적 농업’이라는 말 자체가 유럽에서 수입되어 사용된 것은 겨우 10년 전의 일이다. 신문에 ‘사회적 농업’이라는 말이 처음 등장한 게 2012년이고, 국내 학술논문에서 최초로 언급된 게 2013년이다. 그러다가 2018년에 정부가 ‘사회적 농업 활성화 지원사업’이라는 명칭의 정책사업을 시작하면서, 사회적 농업이라는 말이 정책 영역에서 공식화되었다. 어쨌든 정부 정책에 힘입어 ‘사회적 농업’이라는 말이 세간에 널리 알려졌고, 관심도 늘어났다. 현재 100개 정도의 농업경영체가 정부의 정책사업을 계기로 사회적 농업을 실천한다. 물론, 정부 정책과는 무관하게 사회적 농업을 실천하는 농민이나 농업법인, 협동조합, 사회적 협동조합 등이 적지 않을 테다.
여전히 잠정적이지만, 한국의 맥락에서 사회적 농업 개념의 윤곽을 어느 정도 그릴 수는 있다. ‘사회적으로 배제된 이들을 사회 안으로 끌어안는 농업 실천’을 사회적 농업이라 부를 수 있겠다. 유럽과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최소한 세 유형의 사회적 농업 실천을 볼 수 있다.

57~58p 농업은 원래 여러 사람이 같은 밥상에서 함께 먹는 일의 시작이다. 먹거리 생산이라는 본래의 역할 외에도, 농업 활동과 결합하여 일자리가 필요한 사람에게 농업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농업 활동에 내재한 긍정적 요인을 활용해 몸이나 마음이 아픈 사람을 돌보거나, 지식·기능이 필요한 사람에게 농업 분야의 교육·훈련 기회를 제공하는 등의 실천을 사회적 농업이라 부른다. 사회적 농업은 사회 구성원이라면 누려야 할 편익이나 권리로부터 배제된 사람들을 끌어안는 사회 통합의 실천이다. 농민은 무엇보다 국민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해 공급하는 주체로서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도록 요청받는다. 그런데 농산물 생산자로서의 역할 외에도, 농업 활동을 매체 삼아 사회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혁신하려는 다양한 실천이 출현하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사회적 농업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사회에 통합되지 못한 채 남겨진 이들이 적지 않다. 빈곤하기 때문에, 민족이 달라서, 장애가 있어서, 또는 다른 여러 가지 이유로 그런 일이 일어난다. 도시나 농촌이나 마찬가지로 이들이 사회 안에서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일은 국가의 몫이자 시민 모두의 몫이다. 이제 사회 통합은 한국 사회 전체의 과제다. 농업·농촌도 예외가 아니다. 도시와 농촌, 농업과 사회의 각 부문에서 격차나 거리감이 점점 커져 위기를 낳고 있다. 농촌 내부에서도 저마다의 입장에 처한 사람들 사이의 연대·협력·공동선을 추구하는 실천이 그 어느 때보다 더욱 필요하다. 한국의 사회적 농업은 이제 겨우 싹을 틔웠을 뿐이다. 슬기와 온기와 근기를 가지고 헤쳐가야 할 길이 멀다.

72~73p 여기저기서 기후위기 전문가들이 한마디씩 한다. 물론 기후위기 시대에 어떤 농업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토론회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정작 현장에서 농사짓는 농민은 없다는 것이다.
이런 모습은 익숙하다. 귀농·귀촌정책 세미나에는 연구자나 교수가 전문가이고, 귀농·귀촌자나 지역민은 참관자였다. 마을만들기를 하면 컨설팅업체가 전문가이고, 정작 농민들은 동원되는 쪽이었다. 농업기술세미나에는 농촌진흥청 연구원이 전문가이고, 현장에서 직접 실행하는 이들은 교육의 대상이었다.
이러한 방식이 그대로 이어져 기후위기 시대이니 농민들에게 토양계량제를 뿌리고, 퇴비를 충분히 부숙하고, 물을 절약하고, 폐영농자재를 소각하지 말고, 가축은 적정 사육밀도를 준수하라고 한다. 여전히 농민은 가르쳐야 할 대상이고, 지도하고 계몽해야 할 대상이다.
더불어 농림축산식품부나 농촌진흥청에서 나오는 기후위기 대책은 한마디로 가관이다.
연구와 개발, 시범사업, 투자확대, 양질의 데이터라는 이야기는 늘 따라온다. 이런 생각을 하면 안 되지만 이들은 지금의 상황을 오히려 지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81~82p ‘정거장’은 목적지이지만 출발지이기도 하고, 환승지이기도 한 농촌 공간을 은유한다. 이주 청년들에게 농촌은 일차적으로 이동의 목적지이다. 사람들은 비어있는 농촌, 텃밭 같은 농촌에 도착해서 다양한 삶을 전망하고 실행한다.
하지만 농촌은 청년들에게 그보다 더 넓은 가능성을 열어주기에 새로운 출발지가 되기도 하고 다양한 차원으로 건너가는 환승지가 되기도 했다. 한 청년은 농촌에서 생활하면서 ‘우리나라가 되게 넓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면서, 더 많은 지역을 탐색해보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마찬가지로 많은 청년들이 농촌 이주 후에 지리적 상상의 범위가 크게 확장됨을 느꼈고, 다른 농촌 지역에 대한 호기심, 더 나아가 해외 지역에 대한 호기심 또한 커졌다는 점을 표현했다.
이러한 확장에는 자신에게 국한되지 않고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와 연결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더 큰 가능성이 잠재한다. 청년들이 도시를 완전히 떠나 단절적으로 지역에 머무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원래 살던 곳을 오가기도 하고, 생활의 필요에 따라 인근 도시를 왕래하기도하며, 도시에서 관계 맺었던 사람·친구·가족들을 초대함으로써 다양한 이동을 발생시키고 있었다. 더 적극적인 경우에는 예비 귀농·귀촌인들의 멘토가 되기도 하고, 지역 주민들이나 다른 지역 청년들과도 교류한다. 이런 이동과 연결의 거점이 바로 정거장으로서의 농촌이다.

88~89p 마을 또는 지역사회 주민들이 주도하는 돌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 사회복지 현장에서 일하시는 분 중에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아니, 당연히 국가가 해야 할 일을 주민들에게 떠넘기자는 것은 국가의 책임을 전가하는 논리 아닌가?” 이런 문제 제기에 대해 서, 정교한 논의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사실, 마을 주민이 주도하는 돌봄을 주장하는 게 국가의 책임 방기를 편드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국가는 필요 없고, 주민들 스스로 알아서 모든 것을 하겠다”라는 뜻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오해의 가능성은 있습니다. 그렇다면
마을 주민이 주도해서 돌봄 문제에 나선다는 게 구체적으로는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요? 이 실천을 잠정적으로 ‘마을돌봄’이라고 부른다면, 그것은 국가의 공적 돌봄서비스 체계와 어떻게 다른 것이고, 또 국가의 체계와는 어떤 관계에 있는 것인지를 이야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90~91p 복지정책 영역이 계속 확장되고 있지 않습니까? 과거에는 형편이 정말로 어려운 사람들한테만 무언가를 주는 것이 복지였는데, 지금은 그 대상자들이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전달체계는 특정한 대상자 집단에 따라 별도로 제공기관이 대응하는 식으로 돼 있죠. 그래서 돌봄서비스 종류가 늘어날 때마다, 대상자 집단이 새로 설정될 때마다 그분들을 전문적으로 돌보고 관리하는 센터가 하나씩 늘어날 것입니다. 분야별로, 그리고 이른바 사각지대를 찾아서 복지서비스 대상자를 이런 식으로 확장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바람직한가 하는 의심이 듭니다. 물론 농촌에는 그런 서비스 자체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구밀도가 낮으니까, 서비스 대상자가 소수인데 굳이 그런 체계를 만들 필요가 있느냐는 생각을 하는 건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보니 농촌에서는 어쩔 수 없이 주민 스스로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합니다. 반면에 도시에서는 사각지대가 하나씩 발견될 때마다 센터와 관리체계를 만드는 식으로 늘려나가는데 그게 옳은 방식일까요? 마을이든 지역이든 한 공간에서, 여러 종류의 사회서비스 내지는 생활의 불편함을 해결하는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새로운 개념과 접근방법이 있어야 합니다. 농촌은 그런 서비스가 없으니 상대적인 박탈감과 필요성을 느끼는데, 도시에서는 계속해서 분절된 형태의 서비스들이 등장하니 결국은 통합적인 방식으로 하자는 말이 나오죠.

93~94p 어떤 종류의 돌봄은 노인장기요양보험 같은 정부의 공적서비스 체계가 아예 제공되지 않습니다. 실제로는 아주 필요한데 국가는 제공하지 않는 거죠. 그래서 농촌 주민이 직접 나서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강원도 춘천 사북면에서 ‘별빛사회적협동조합’이 하는 ‘우리마을119사업’이 있습니다. 어르신들 낙상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욕실벽에 손잡이를 달아주고 형광등을 교체해주거나, 누전 사고 염려가 있는 시골 주택의 전기 배선을 고쳐주거나 말벗이 되어주는 종류의 활동입니다. 이런 종류의 서비스는 노인장기요양보험 같은 공적 돌봄서비스의 메뉴에는 없는 것이죠. 이런 서비스를 무엇이라고 이름 붙일까요? 전북연구원의 황영모 박사는 ‘생활돌봄’이라는 말을 씁니다. 생활돌봄서비스는 농촌에서 아주 필요합니다. 그런데 요구한다고 해서 국가가 다 들어줄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고, 그렇게 되기까지도 아주 긴시간이 걸리겠죠. 공적 체계가 그런 서비스를 제공하게 해도, 또 대상자를 가려내서 누구는 안 된다는 식으로 배제하는 일도 있겠죠. 차라리 마을 주민들이 팀을 만들어서 돌봄 활동에 나서면 어떨까요? 어느 어르신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알기도 쉽잖아요. 유연해질 수 있다는 겁니다. “저 집 할머니께는 도시락을 갖다드리고 아랫집 할아버지 댁에는 전기 배선을 손봐드리고, 건너편 집 어르신은 아무래도 보건소에 연락해서 의료진이 살펴보게 해야 할 듯하고…” 이럴 수 있지 않을까요?

144p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올여름 낯선 정원으로 날아온 작은 새가 씨앗 하나를 물어오며 저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씨앗에는 우리가 어떻게 위기를 극복해왔는지에 대한 기억이 새겨져 있어. 홍수로 난파되었을 때 어떻게 눈을 감고 들어야 하는지, 산불로 어두워졌을 때 어떻게 멈추고 누워야 하는지, 긴 추위로 감각이 마비되었을 때 어떻게 잠을 자고 꿈을 꾸어야 하는지, 폭염으로 녹아내렸을 때 어떻게 기다리고 기억해야 하는지….”
여기, 우리의 시가 될 “날것 그대로인 시의 재료”를 모아두었습니다. 당신이 오셔서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는 이 이야기-생물들의 조용한 씨앗이 되어주시기를 희망합니다. 그러지 않는다면

출판사 서평

오래된-새로운 삶의 문턱

1
몇 년 동안 지구를 덮친 펜데믹과 한국에서 벌어지는 대선 상황은, 서양 근대가 수백 년에 걸쳐 구축해온 사회복지와 대의민주주의 제도가 교착된 현 문명의 난맥상을 증상적으로 드러낸다. 왜 사람은, 이미 충분히 가진 자들조차도, 정부나 대선후보가 약속하는 재난지원금 액수와 복지혜택에는 그토록 민감하면서 타인의 사회적 약사의 고통에는 둔감한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모든 인간은 이기적이기 때문이다’라면, 또 다른 질문이 이어진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자신의 삶(의 이익)을 결정할 ‘그들 자신의 정치적 선택권’을 (역시 자기이익을 추구하는) 권력자에게 넘겨주기 위해 4~5년에 한 번 부여될 뿐인 ‘단 한 표’의 권리를 그토록 과신하게 되었는가?
현재 지구를 지배하는 문명은 서유럽이 발명한 근대적 인간상에 기초한다. 그것은 ‘이성적이고 독립적이며 자율적인 남성 개인’, 즉 타자(그것이 자연이든 인간이든)와의 전투(경쟁)에서 마침내 승리하는(해야 하는) 강자로서의 인간상이다. 이 폭력적 인간상을 전제로 해서 만들어진 사회제도 그리고 경쟁을 부추기는 세부규칙들을 통해서, 현 지구문명은 인간·비인간의 삶의 전 영역을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체계로 수렴시켜진다.
‘경쟁(전쟁)에서 승리하는 독립적 개인’이라는 만들어진 이미지는 빈부, 성별, 인종, 지역을 가리지 않고 사람들의 무의식에 출몰한다. 이 유령 같은 족쇄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끊임없이 우리를 닦달하고 갈라놓는 이 인간상이 서구 근대적 기획에 의해 만들어졌고 신자유주의에 의해 강화되는 ‘허구’임을 성찰할 때, ‘사람은 원자화된 독립적 개인이 아니라 다른 사람-사물들과의 상호의존 관계 속에서만 살아갈 수 있는 존재’라는 오래된, 오랫동안 잊혔기에 다시 새로운, 삶의 문턱에 이를 수 있다.
경쟁과 승리(생존)의 관점에서는 타인에게 의존하는 돌봄은 실패한 삶의 지표가 된다. 기존 복지제도는, 이러한 근대적 인간관에 바탕해서 독립적·자율적 능력이 없거나 경쟁에서 낙오한 ‘루저’로 판별되는 이들에게 (사회체계의 원활한 작동을 위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었다. 게다가 지금이 서비스는 공적 영역을 넘어 시장에서 상품으로 팔리고 있다.
이런 지점에서 ‘시혜-수혜’라는 복지제도(공)와 복지대상(사) 간의 일방적·위계적 관계가 아니라, 이런 사람과 저런 사람(만물) 사이에 상상하고 실험하는 담론과 실천이 요청된다. 직접민주주의 즉 자치는 이 서로돌봄의 삶을 구현할 적절한 사회적 조건을 사람들이 직접 만들어가는 정치적 실천이다.
이런 맥락에서 『마을』 9호는, 공적 복지제도와 대의제 민주주의로부터 배제되어온 농촌 마을과 면 단위 지역에서 주민들이 주도하는 서로돌봄과 직접민주주의로의 전환을 도모하는 실천이 갖는 가능성과 사회적 의미, 그리고 그 실천의 세부를 다룬다.

2
트임 1에서는 ‘마을과 돌봄’이라는 주제 아래, 농촌 마을에서 시도되는 주민주도적 돌봄활동의 의미와 실천 조건들을 탐색한다. 김영란은, 서구 복지국가들이 구축해온 복지제도가 신자유주의와 플랫폼 경제 등으로 무너질 위기에 처했으므로 새로운 복지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특히 농어산촌 마을복지의 경우, 신자유주의적 경쟁구도를 바탕으로 하는 상품화된 돌봄이 아니라 이웃에 대한 관심과 연대를 바탕으로 마을이 주도해서 자치적·자주적 돌봄을 생성·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권혁볌은, 서구에서 시도된 시민사회가 주도하는 복지담론이 부딪힌 한계가 한국의 복지체계에서도 똑같이 반복됨을 지적한다. 필자는 농촌 복지공동체 여민동락을 10년간 운영하면서 체감한, 한국 농촌 현실에 맞지 않는 서구식(대도시 중심) 복지제도의 문제점을 정리하고, 그 한계를 돌파하기 위한 실천 관정을 기술한다. 안병은은, 장애인에 대한 배척과 혐오의 태도가 높아지면서 사회적 약자들이 삶의 거소에서 추방되다시피 별도 시설에 격리되는 세태의 대안을 농촌에서 모색하는 과정을 서술한다. 사회적 농업 확대를 위해 마을 주민과 단체들이 출자해서 만든 협동조합 행복농장에 이어, 마을 노인분들의 삶의 마지막 거소를 준비하는 이유를 담담하게 서술한다. 김정섭은, 원래 우리 전통에서 농사(농업)는 ‘함께하는 활동’이었음을 먼저 밝힌 뒤, 서구에서 도입된 지 10년쯤 된 ‘사회적 농업’의 개념과 정부정책 사업으로서의 사회적 농업의 문제점들을 정리한다. 필자는 사회적 농업이 사회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편익이나 권리로부터 배제된 사람들을 끌어안는 ‘사회 통합’의 실천 즉 돌봄의 농업임을 강조한다.
스밈에서는 박진숙은 죽곡면 마을에서 교육-문화-돌봄을 유기적으로 결합한 자치공동체 관계망을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해온 마을 주민의 주도적 실천 내용을 전한다. 금창영은 농촌과 농민의 현실은 무시한 채 이들을 도구화하는 기후위기재생에너지 담론과 정책에 대한 농민의 소감을 피력한다. 김이선은 도시 청년들이 농촌 이주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최근 현상에 주목하면서 도시 청년과 농촌 이주 청년들에게 농촌이라는 공간이 어떤 의미로 표상되는지 사회학적 관점에서 분석한다.
벼림에서는 트임 1의 주제를 보다 생생하게 세공한다. 구자인·정민철·김정섭·신소희가 참석한 이번 좌담은, ‘국가가 제공하는 공적 돌봄 서비스를 양적으로 확충하면 되는데, 왜 지역사회와 마을주민이 직접 나서서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질문을 둘러싼 농촌 현장의 목소리와 실천적 모색의 다층적 세부를 담았다.
지상전시는 2021년 말에 열린 임고은의 6회의 워크숍 중 일부로 기획·제작된 공동작업물 『우회집: 달-두꺼비의 정원들』 중 ‘탈성장’과 ‘기술’을 다룬 일부 작품을 발췌해서 실었다. 아름다운 그림과 세계 각 지역 실천이론가들의 글에서 선별한 발췌문의 조합은 마을 독자들께 반가운 만남이 될 것이다.
트임 2에서는 트임 1의 주제와 원리적 실천적으로 연결되는 ‘직접민주주의와 마을자치’ 문제를 다룬다. 황종규는 국가와 대도시 중심으로 만들어진 대의제 민주주의의 한계가 명백히 드러나는 요즈음 정치적 국면에서, 작은 마을에서 실행되는 ‘얼굴을 아는 자치’로서의 직접민주주의가 강화되어야 함을 역설한다. 필자는 서두에서 농촌 면 단위 마을자치와 직접민주주의의 문제를 한국 지방자치사적 맥락에서 개관하는데, 독자들이 한국 마을자치의 역사적 맥락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승수는 기후위기와 먹거리주권 등의 지구적 현안을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작은 규모의 농촌 면읍 단위 자치제가 필요함을 강조하고 선결 문제들을 제시한다. 이번영은 일제강점기의 독립운동가들이 홍성군과 홍동면 일대에서 주도한 면 자치 운동 세부를 지역사 자료들을 바탕으로 흥미롭게 기술한다. 박종관은 10년간 농촌 이장직을 수행하면서 마을자치를 위해 실천한 활동의 세부와 중요 항목들을 소개한다.
마을살이를 위한 개념어사전에서 유대칠은, 재난을 비롯한 예측 불가능한 파국적 상황에 대응하는 역량이나 측면에서 최근 많이 논의되는 ‘회복력’ 개념을 철학적 실천적 관점에서 다각도로 조망한다. 서평에서 장정일은, 돌봄의 정치적 중요성을 다루는 에바 페더 키테이의 『돌봄: 사랑의 노동』과 조안 C. 트론토의 『돌봄민주주의』를 통해 이번 호의 큰 주제들이기도 한 ‘돌봄, 사랑, 노동, 민주주의, 평등’을 하나의 맥락에서 꿰면서, 우리가 인정해야 할 근본적 인간 조건을 부각시킨다. 오준호는, 최근 뜨거운 정치사회적 쟁점은 ‘이대남’ 현상을 아즈마 히로키의 근작 『관광객의 철학』과 연결시켜 매체론의 관점에서 흥미롭게 읽어낸다. 독자들이 한국 청년세대와 급진전되는 최근의 기술문화 현상을 이해하는 데 참조할 내용을 담고 있다.

『마을』 9호 발간에 동참해주신 모든 필자와 좌담자, 그리고 마을학회 일소공도 『마을』을 지지하고 후원해주시는 학회 회원과 독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박영선

기본정보

상품정보 테이블로 ISBN, 발행(출시)일자 , 쪽수, 크기, 총권수을(를) 나타낸 표입니다.
ISBN 9791196779061
발행(출시)일자 2022년 03월 05일
쪽수 264쪽
크기
140 * 205 * 17 mm / 414 g
총권수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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