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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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선을 내면서
시집 『서산이 되고 청노새 되어』를 상자한 것은 일흔 살 되던 2004년의 일이다. 예순이 넘어서 쓴 것들을 모은 것으로 머리말에서 밝혔듯이 시와 모국어를 향해 건네는 소소한 애정의 헌사요 정신 노화에 대처하는 내 나름의 방식이었다. 시인 소리 듣고 싶은 생각은 그때도 없었고 지금도 없다. 그 후 문예지나 시 전문지에 시를 발표한 적은 없다.
다만 소속해 있는 예술원의 비영리 연간 기관지에는 시랍시고 써서 발표하였다. 피아니스트가 피아노에서 손을 떼면 안 되듯이 워드프로세서에서 손을 떼면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짤막한 시 쓰기가 어휘 구사력의 쇠퇴를 방지하는 적절한 계기가 되리라는 희망적 관측의 정당성은 두고 보아야 할 문제이긴 하다. 시는 젊음의 문학이요 장르란 생각이 널리 퍼져있다. 평균수명이 짧았던 시대에 생긴 통념인데 고령화 시대에는 그대로 적용될 수 없다는 생각이다. 길이가 짧기 때문에 신체적 소모가 적어 도리어 고령자의 문학으로 적정하지 않은가, 하고 합리화하게 되었다. 긴장과 응축을 통한 고도의 언어경제를 집행하는 시인 본연의 자세는 물론 젊음이 담당해야 한다.
하지만 본업이 아니기 때문에 별 부담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글쓰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내게는 큰 매력이다. 늘그막의 여기餘技이기 때문에 문학적 야심이나 모험심 없이 평소의 소회를 그대로 토로하는 편안함도 큰 매력이다. 나이 들면서 삶이란 죽음으로부터의 도망이요 둔주라는 실감을 갖게 되기 마련이다. 조그만 일에 몰두하는 것은 도망자의 공포를 조금은 희석시켜 주리라. 그러한 기대에서 앞으로도 글쓰기란 어릴 적 버릇을 버리지 말아야 할 것 같다.
여기 수록된 작품은 2015년에서 2021년, 그러니까 80줄에 들어서 쓴 것임을 첨가한다. 고령자의 소년회귀를 관대하게 보아주시길.
작가정보

1935년 충북 충주에서 태어나 서울대 문리대 영문과와 뉴욕주립대(버팔로) 대학원에서 수학했다. 2006년 연세대 특임교수직에서 퇴임함으로서 교직생활을 마감했고 현재 예술원 회원이다. 1957년 이후 비평 활동을 해왔으며, 저서로 『유종호 전집』(전 5권) 이외에 『시란 무엇인가』『서정적 진실을 찾아서』『다시 읽는 한국시인』『나의 해방전후』 등이 있다. 『그물을 헤치고』『파리대왕』 등의 번역서가 있고, 2004년에 유일 시집 『서산이 되고 청노새 되어』를 냈다. 「현대문학상」「대산문학상」「인촌상」「만해학술대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목차
- 충북선을 내면서
1부
다시 또 한 살
지나가는 바람이
구월 소쩍새
우음偶吟
세밑 저녁에
어언 이십 년
퇴원
Einmal Ist Keinmal
복사꽃처럼
황야에서
백동전 네 잎
늦저녁의 축복
하루걸러 한 잔
마음 가난하니
쇠바퀴 소리
비 오고 바람 불어
2부
황색 그리스도
남몰래 흘린 눈문
비 오는 밤
충북선忠北線
증평曾坪에서
나 있음의 둥지
노천탕에서
새해 아침에
겨울 산수유
내 오리온 성좌
이 비교문학사
쇠도리깨 둘러매고
청실홍실
울면서 들어왔다
3부
어둠속의 독백
슬픈 온대溫帶
우리 하늘 아래서
별
그를 기리며
세모歲暮
자작나무
걸음걸이가 달라졌다
비 오는 추석
내일
멍멍개
피에로
우두커니
가련한 꿈
멀리 있는 사람에게
무심
유성流星
발문 /신경림
기본정보
ISBN | 9791188903993 |
---|---|
발행(출시)일자 | 2022년 06월 20일 |
쪽수 | 74쪽 |
크기 |
127 * 194
* 10
mm
/ 254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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