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무사 귀인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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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을 지키려는 여인 무사 별이가 걸어가는 뜨겁고 치열한 사랑과 진실의 역사
그렇게 둘은 마지막 인사와 기약 없는 이별을 맞이한 채 긴 세월을 버텨낸다.
정체를 숨기고 ‘소성’으로 이름을 바꾼 채 도성의 야장간에서 일하는 별이의 앞에 한 사내가 나타난다. 그 이름은 김병운. 별이가 그토록 찾던, 제 아버지를 죽인 원수의 아들이었다. 아버지를 죽인 자를 찾아내겠다는 일념 하나로 한평생 가슴에 칼을 품고 살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병운에겐 쉽사리 칼을 들이댈 수가 없다.
원수의 아들을 사랑하게 되었다는 자책감에 혼란스러운 별이는, 우연히 병운이 수년 전 애타게 헤어졌던 원범임을 알게 되고 감격스러운 재회를 한다. 이제 두 사람은 서로를 지키기 위해 그리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칼을 든다.
“이 목숨이 다할 때까지 전하의 곁에서 전하를 지키겠사옵니다.”
이 책의 시리즈 (2)
작가정보
이은소 작가는 카카오페이지 장르소설 공모전에 당선 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으로 대한민국 스토리공모대전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수상작은 현재 TV 드라마로도 제작 중이다. 그 외에도 『곳비꽃비』, 『학교로 간 스파이』를 출간했다. 이번에 출간된 『왕의 무사 귀인별』은 카카오 페이지 장르소설 공모전 당선작 「귀인별」을 개작한 작품이다.
목차
- 프롤로그 ㆍ 009
섬마을 첫사랑 ㆍ 015
옥루(玉淚) ㆍ 051
그 여인 소성 ㆍ 087
새로운 연정 ㆍ 141
고백 ㆍ 208
청혼 ㆍ 255
혼례 ㆍ 300
승은 상궁 ㆍ 345
참고 자료 ㆍ 386
책 속으로
연경당 하늘로 흰 연기가 피어올랐다. 낙엽 타는 냄새가 그윽했다. 군밤은 탁탁 소리를 내며 익어갔다. 원범과 소성은 회합을 마치고, 낙엽을 모아 피운 모닥불가에 앉았다. 원범은 소성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원범의 미소가 저녁노을을 받아 고왔다.
“전하, 그리 웃지 마소서.”
소성이 주위를 살피며 원범에게 말했다.
“전하를 위해서 말씀 올리옵니다.”
원범은 소성의 말이 떨어지자 소성 곁으로 더 가까이 왔다. 더 활짝 웃어 보였다.
욕망이 이글이글 타는 눈빛, 욕정이 솟구치는 눈빛, 느낌이 이상야릇한 눈빛. 소성은 김 숙의의 말을 떠올리며 정색했다.
“전하, 소신을 보고 그리 웃으시면 아니 되옵니다.”
“그리 웃는 게 어떻게 웃는 게냐?”
“그것이 아뢰옵기 황공하옵니다.”
“그럴수록 아뢰어야지. 어서 말해보아라.”
“그럼, 하문하시니 아뢰겠나이다. 전하께서 웃으실 때 그 눈빛은 욕망이 이글이글 타고, 욕정이 솟구치고, 느낌이 이상야릇하옵니다.”
소성이 무릎에 고개를 파묻었다.
“뭐라? 하하하.”
“송구하옵니다.”
소성이 눈가를 찡그리며 고개를 살짝 들었다.
“웃음이 내 마음대로 되느냐? 그냥 자꾸 나오는데 어떡하느냐?”
“소신, 전하께서 혹여 절 좋아하신다는 소문이 날까 두렵사옵니다.”
“소문이 아니라 사실이지 않느냐?”
“예? 전하, 잊으셨사옵니까? 소신은 사내이옵니다.”
(1권 p.99)
출판사 서평
연약한 존재에서 결국
‘무사’로 성장할 수 있었던 별이의 삶
별이는 자의적이지는 않지만 주위에 많은 ‘적’을 두고 살아가야 하는 존재다. 가벼운 시기와 시샘부터 목숨을 위협하는 무시할 수 없는 것들까지. 별이는 어릴 때부터 성인이 된 후까지 끊임없이 그런 것들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법을 체득하며 살아야 했다.
하지만 별이가 자신을 지키고, 원범을 지켜내고 결국 전체의 진실을 밝혀낼 수 있었던 것 또한 그렇게 그녀를 겨냥하고 있던 칼날들 덕분이었다.
별이는 ‘병운’이라 칭하며 자신의 앞에 나타난 원범이, 제 아비를 죽인 원수의 아들이라 알고 있으면서도 쉽게 그자에게 칼날을 들이밀지 못했다. 오히려 병운과 저를 급습한 도적과 낯선 사내로부터 가장 먼저 병운을 지켜냈다. 어쩌면 이자는 아비의 뜻을 물려받지 않은 죄 없는 사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별이는 결국 ‘병운’이 아닌 ‘원범’을 지켜낸 셈이었다.
또한 원범과 호위 무관으로서 자신의 적절치 못한 관계를 눈치채고 밝혀내려 하며, 원범의 아이를 낳아 제 가문의 세력을 탄탄히 하고자 하던 후궁 김 숙의를 내치지 않는다. 오히려 대궐에서 홀로 사는 후궁의 외로움을 토로하는 숙의를 진심으로 가엾어 하고 위로한다.
별이는 그렇게 자신을 적대시하는 존재들을 온 마음으로 품어내면서 성장하고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찾아낸다. 부모를 잃은 소녀로 가장 약하고 여린 존재였던 별이는 이런 태도를 통해 결국 한 나라의 왕을 지켜내는 ‘왕의 무사’로 성장했다.
소설 『왕의 무사 귀인별』은 타인과 칼날을 겨누지 않고도 함께 공존하고 연대하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별이와 원범의 삶의 성장 과정을 통해 따듯하게 이야기한다.
‘둘만 아는 비밀’은 언제나
더 싱그럽고 애틋하다
모종의 이유로 성별을 숨긴 채, 들킬까 전전긍긍하며 남자 주인공의 곁에 머무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현대물, 역사물을 가리지 않고 매력적으로 소비되었던 트렌드 중 하나였음이 틀림없다. 벌써 여러분의 머릿속에는 몇 가지 드라마와 영화가 떠다니고 있을 테니까 말이다.
소설 『왕의 무사 귀인별』은 그런 설정을 한 번 더 뒤틀어 한층 더 참신하고 매력적으로 독자들에게 다가온다. 국왕 원범의 단 하나의 정인, 승은 상궁이었던 별이는 저와 원범을 향한 계속되는 위협을 막기 위해 죽은 척 위장하고 원범의 호위 무관이 되어 원범의 곁에 머무른다. 이제 별이가 제 본모습을 들키지 않아야 하는 존재는 주인공 원범이 아닌, 원범을 제외한 모든 이가 되는 것이다.
이 설정은 소설을 역사 로맨스 장르에 더 충실하도록 만든다.
‘둘만 아는 비밀’이란 시대를 막론하고 가장 애틋하고 스릴 있는 것이다. 남들 앞에서 별이를 사내처럼 대해야 하는 원범과, 그럼에도 자꾸 선을 넘으려 하는 원범을 맘과 다르게 제지해야 하는 별이의 갈등이 유쾌하고 아름답게 그려진다.
어찌해도 숨길 수 없는 게 사랑이라고 했던가. 덥수룩한 수염을 붙이고 옆구리에 날렵한 장검을 차고 있는 호위 무관 별이를 향한 원범의 눈빛은 절대 감출 수가 없는 것이었다. 어디에도 내보이지 않았던 세상을 다 가진 웃음과 왕인 저의 목숨을 바쳐 호위 무관을 구하고자 하는 의아한 행태는 결국 주위 사람들로 하여금 둘의 관계를 의심하고, 별이의 성별을 확인코자 하는 의심을 키우게 한다.
그것이 주위 사람들에게 짓궂은 농담거리나 될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별이와 원범은 허락되지 않은 사랑이고 누군가에게 목숨을 위협받는 존재들이다. 이는 기대하지 않았던 로맨스 속 서스펜스를 부여하고, 둘의 사랑을 더욱 애틋하고 간절하게 만든다.
성별을 바꾸고 왕을 지키는 무관 별이와, 그녀를 품에 안고 싶지만 무관으로 둘 수밖에 없는 원범의 가깝지만 먼 사랑의 결말을 『왕의 무사 귀인별』에서 확인해볼 수 있다.
기본정보
ISBN | 9791163163046 |
---|---|
발행(출시)일자 | 2022년 05월 12일 |
쪽수 | 388쪽 |
크기 |
136 * 202
* 25
mm
/ 523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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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에 유배된 죄인의 신분으로 살다 왕이 된 남자 철종이 남자주인공인 소설이었다. 스펙타클한 이야기라서일까 철종의 이야기는 몇몇 소설로도 만나본 적이 있는데 처음부터 박별이라는 인물을 등장시켜 로맨스를 짙게 깔고 시작하는 책은 역사적 사실과는 별개로 기대감이 들게 했다. 그것도 원범보다 어마무시한 실력을 가진 여인이라 어떤식으로 전개될지 궁금했었다. 그리고 미리 말해두자면 역사가 스포일러가 아닌 소설이었다.
강화도에서 필부로 사는 게 꿈이었던 원범은 튼튼하고 밥잘먹고 무예도 뛰어난 별이와 함께 강화에 살고 싶었다. 하지만 왕으로 도성으로 향하게 되며 그 꿈은 이룰 수 없는 꿈이 되어버렸다. 별이가 죽었다고 생각했지만 별이를 꼭 닮은 야장간에서 만난 여인 소성에게 마음을 주고, 끝내는 그녀가 별이라는 것을 알게된다. 그렇게 안동 김씨가 장악한 도성으로 향한 별이와 원범의 앞에 여러 난관이 들이닥친다.
로맨스 소설의 구조를 가지고 있는만큼 별이의 캐릭터가 매력적이었다. 쾌활하면서 강단있고 능력있는 여자주인공 캐릭터라 상대적으로 남자주인공의 매력도는 좀 덜했다. 애초에 유약한 이미지를 가지고 나와서인지 위화감은 없었지만 늘상 별이에게 다정한 원범의 모습을 보니 달달한 분위기가 절로 만들어졌다. 게다가 처음은 유약한 왕의 모습이었지만 서서히 자신의 사람을 지키기위해 강인해지는 모습이 보여져서 좋았다. 그렇게 보면 두 사람 모두 성장하는 캐릭터들이었다고 할까. 별이 또한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대담한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백성들을 살피고 내 사람을 넘어 적까지 품고자 하는 원범의 모습또한 인상깊었다.
조연들의 캐릭터들도 매력적이었다. 원범의 곁에서 안동 김씨 세력에 맞서 싸워주는 벗들의 존재에 더해 별이와도 케미가 좋아서 페이지를 즐겁게 넘기면서 볼 수 있었다. 묵직한 분위기를 풀어주는 익살스러운 모습들도 그렇고 각각의 캐릭터성도 다양해서 더 재밌었다. 악역은 특히 마무리부분이 좀 약한 것 같았지만.. 어쨌든간에 페이지가 잘 넘어갔던 소설이었다. 능청맞으면서도 시종일관 다정하고 세심한 왕인 원범과 강단있는 별이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또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갈까 궁금해지기도 했다. 정말 오랜만에 본 시대물 로맨스였는데 스포인 역사를 알고 있다보니 만약 정말로 이런 일이 있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작가님의 다른 작품이라는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은 읽어보지 못했으나 '왕의 무사 귀인별'을 읽고보니 궁금해진다.
내 너에게는 왕의 여인으로서의 간택이 아니라 선택을,
순종이 아니라 애정을 청한다.
나를 너를 정인으로, 너의 낭군으로 선택하고, 사랑해다오.
1권 280p
오랜만에 읽게 된 역사 로맨스 소설이라 그런지 읽기 전부터 왠지 모르게 궁금하고 흥미로웠다. 요즘 한동안 소설은 SF나 판타지 소설 중심으로 읽어서인지 조선의 역사를 바탕으로 그려진 소설은 새롭게 다가왔다. 구중궁궐 속에서 그려지는 암투와 궁인들, 그리고 그 속에서 벌어지는 숨겨진 이야기는 늘 그렇듯 궁금증과 흥미로움을 전해주기에, 이번에 읽게 된 <왕의 무사 귀인별>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무척 기대되었다. 배경은 조선 25대 임금 철종(이원범)을 중심으로 전개되는데 팩트 위에 허구를 얹어 일어났음직한 일들로 스토리가 짜여 있어 조선시대를 탐방하는 느낌도 들었다. 무엇보다 왕위를 차지하기 위해 벌이는 안김의 세력에 대항하여 백성을 위하고 사랑을 지켜나가는 원범과 별이의 성장과정과 그들이 보여주는 공존과 따뜻함은 특히 꼽을 수 있는 포인트라고 말할 수 있다.
카카오 페이지에서 시작하여 단행본으로까지 이어진 이 책을 단행본으로 만나볼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매번 전개될 이야기에 목말라하며 다음 편을 기다려야 하는 수고스러움을 덜어내고 내 호흡에 맞춰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집중할 수 있는 시간들은 단행본이기에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총 2권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1권 중반부터는 속도감 있게 전개되어 2권까지 스토리라인을 따라가는 것에는 지루함이 없었는데, 읽다 보면 반가운 인물과 인용글외에도 대사와 가락들, 그리고 익숙한 몇몇 드라마가 떠오른다. 권력을 제대로 쓰는 법이란 무엇인지, 적대시하는 이들마저도 마음으로 품으며 악을 선으로 풀어나가는 이들이 만들어가는 따뜻하고 선한 세상. 원범과 별이가 만들어가는 태평성대를 만나볼 수 있다.
간단한 인물구조도 및 관계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24대 왕 헌종이 승하하면서 조선의 여군이라 불리는 순원왕후 김 씨는 대왕대비가 된다. 헌종이 승하한 이후에는 이미 익종은 물론 순조도 모두 사망한 상태라 직계에선 다음 왕을 대신할 사람을 찾을 수 없어 대왕대비 김 씨는 유배되어 강화에 있던 왕가의 종친 원범을 다음 대 왕위에 올린다. 이때 대왕대비 김 씨는 수렴청정을 하게 되고 이로써 모든 권력은 익종과 헌종을 거쳐 철종대까지 안김의 세력하에 머물게 된다.
역모에 연루되어 강화에 유배 온 원범과 그런 원범을 보살피며 늘 함께 했던 별이는 풋풋한 사랑을 키워간다. 그러던 원범이 별이에게 고백하기로 한 날 갑작스레 왕으로 추대되면서 작별 인사도 하지 못하고 도성으로 떠나게 되고, 별이와 이별을 하게 된다. 준비한 쌍지환 하나만을 남겨둔 채 떠난 원범을 한참을 그리다 집으로 돌아온 별이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괴한의 칼에 맞아 숨을 거두기 직전의 아버지 박시명이다. 모든 것을 잊고 살라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숨을 거둔 아버지를 두고 민 상궁의 도움을 받아 급하게 강화를 떠난 별이는 신분을 숨기고 이름을 '소성'으로 바꾼 뒤 새로운 곳에서 삶을 살아간다.
원범이 용상의 주인이 되고 십수 년이 지난 후 잠행을 나온 그가 남사당패 환술을 보던 중 뱀에 물릴 뻔한 순간 우연히 그 자리에 있던 그를 소성이 구해주게 되면서 둘은 다시 운명처럼 마주하게 된다. 이름을 묻자 용상의 주인이라는 것을 밝힐 수 없었던 원범은 가까운 벗인 김병운의 이름을 대는데 이때 소성은 그토록 찾던 아버지를 죽인 원수 '김좌근'의 아들임을 알게 된다. 한평생 칼을 품고 복수할 날을 기다리던 그녀인데 어쩐지 쉽사리 칼을 휘두를 수 없던 그녀는 서서히 스며들듯 그를 마음에 담게 되면서 혼란스러움과 자책감을 느끼던 중 우연히 그가 자신이 오랫동안 그리던 오래전 헤어진 원범임을 알게 된다. 이후 그들은 서로를 지키기 위한 긴 시간을 보내게 되는데, 이들의 이 만남 이후부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원범과 별은 거대한 권력을 등에 지고 있는 안김 세력과 대조적으로 그려진다. 오랜시간 몇 대의 왕을 거치는 동안 핵심세력으로 국가의 권력을 쥐락펴락하는 그들과 다르게 원범과 별은 망망대해에 떠있는 섬같이 아무런 권력이나 뒷배가 없다.(마치 궁안에 다른궁과 다르게 존재하는 연경당을 연상케 한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노력으로 일군 무사로서의 삶과 생활력, 그리고 선한 마음과 가치관으로 든든한 존재들과 누구보다 깊은 신의의 관계를 가지게 되는데 그들이 바로 스승이자 가족 같은 존재인 '심규', 조풍운 '강하', 김규수 '병운', 한처사 '은규' 그리고 민 상궁과 상선, 노상궁 등이다. 별과 원범이 이들과 함께 대척점에 있는 이들과 어떤 형태로 권력과 맞서고, 꼬인 실타래를 풀어가는지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왕의 무사 귀인별>에서는 대조적으로 그려지는 다양한 포인트들이 있는데 이를 하나하나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위에 언급한 거대 권력과 맞서는 선한 이들과 같은 일반적인 대조 포인트도 있지만, 이와 다른 색다른 포인트도 몇 가지 발견할 수 있는데 이를테면 원범과 별이의 외모와 능력에 대한 부분이다. 원범은 매끈하고 어딘가 고운 외모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묘사되는 것에 비해 별이는 고운 여인의 그것과는 다른 형태로 외모가 묘사된다. 그리고 검을 쓰고 무예를 익히는 것에 있어서 어딘가 실력이 늘지 않는 원범에 비해 어릴 때부터 아버지 박시명으로부터 칼을 쓰는것은 물론 표창던지기까지 일취월장하는 별이의 모습은 조선시대의 일반적인 남녀의 모습과는 다르다. 반면 글을 쓰고 공부하는 것에 있어서는 남부럽지 않을 만큼 뛰어난 원범과 그의 주변인들(은규/강하/병운) 역시도 무예에 있어서는 어딘가 서툴고 부족한 면모가 보인다. 도성에서 우연히 다시 만난 별이가 직업으로 야장간에서 일했다는 것만 보아도 힘을 쓰고 거친 일들을 서슴없이 해내는 그녀의 모습에서 연약한 여성의 모습보다는 남성성이 더 부각되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강화에서 살 때부터 무예에는 특출난 능력을 보여주긴 했지만 아비인 박시명이 농부이자 솜씨 좋은 찬모였고, 꽃을 좋아해 꽃을 가꾸며 대장장이자 낚시꾼이며 나무꾼으로 살아왔다고 서술되어 있던 것을 보면 나름 어화둥둥 아끼는 딸로 살았을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는데, 이런 그녀를 도성에서 만나게 되었을 때 보여준 모습은 그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바지가 익숙하고 검을 다루는 게 일상이 된 모습은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홀로서기를 하면서 겪은 고초를 대변하기도 한다. 이 또한 별의 삶의 바뀐 일상과 모습을 대조적으로 보여주는 부분 중 하나다. 이외에도 화려하고 웅장함을 자랑하는 궁안에서 소박하고 아늑한 멋을 가지고 있는 '연경당'의 모습 또한 궁과 대조되는 또 하나의 그림이라고 할 수 있다.
박별이에서 소성으로, 소성에서 승은 상궁으로, 다시 남자 무관 박소성으로, 강화댁 별이로, 어부 아내 별이로, 마침내 박귀인으로 한 발 한 발 내디디며 서로를 지키기 위해 성장해 가는 그들의 모습을 별이의 변해가는 호칭을 통해서도 확인해 볼 수 있다.
적으로 간주하고 멀리할 수도 있었던 병운을 오랜 벗으로 여기며 끝까지 신의를 지킨 점이나 궁으로 들어서는 순간부터 자신의 곁에서 스승으로 가족으로 함께해 준 심규에 대한 의리를 지키며 서로 나누는 마음을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더불어 원범과 별이의 그릇이 제법 크다고 생각했던 부분이 있는데, 자신을 죽이려 했던 대왕대비 김 씨와 영상 김좌근에 대한 처분을 내리는 부분이었다. 또한 모든 일이 해결된 이후 궁안에서 함께 공존하는 중전과 자신을 적대시했던 김 숙의를 보듬고 품는 장면들은 두 사람의 남다른 배포와 가치관을 대신하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끝까지 서로를 믿으며 사랑을 지켜내기 위해 걸어가는 걸음들 속에서 진실을 파헤치는 일들은 때론 포기하고 싶을 만큼 힘들 때도 있고, 망연자실한 상태에 놓이기도 하지만, 그들만이 가지고 있는 선함과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 공존과 연대의 방법들을 보여준다. 칼과 창으로 권력을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잘 살수 있는 참신한 방법을 늘 고민하고 원수마저 포용하며 백성을 위한 삶을 펼치려 노력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진심으로 원범이 그리던 필부필부의 삶을 누리며 오랫동안 함께 잘 살기를 간절히 응원하게 된다.
모든 이야기의 끝에 외전으로 수록되어 있는 "폄우사 하일"을 통해 기록된 익종(효명세자)과 윤연심(=승려 해원)의 찬란했던 한때를 살짝 엿보는 것도 추천한다. 창덕궁에 있는 정자인 폄우사를 배경으로 한 여름 시라는 말이 너무 잘 어울리는 예쁜 이야기는 싱그러운 연심의 연정과 마음이 잘 드러나 있다. 그런 연심을 어여삐 보고 '연심아'라고 불러주던 효명세자의 온화한 모습이 절로 그려지는 외전이었다.
====="홍시 맛이 나지 않아서 홍시 맛이 나지 않는다고 하였는데 어찌 홍시 맛이 나지 않느냐고 하시면 신첩은 화가 나옵니다. 전하."
드라마 <대장금>의 대사를 변용(350페이지 中)=====
====="어둥둥 내 사랑이야. 그러면 무엇을 먹으려느냐. 능금을 주랴 포도를 주랴. 뒷동산 올라가 시금털털 개살구. 작은 이 도령 서는데 네 먹으려느냐?"
판소리 '춘향' 중 '사랑가'의 일부를 변용 (362페이지 中)=====
=====지금 이 순간을 생각했다. 모닥불은 타고, 물고기는 익어 가고, 앵두는 달고, 벗들은 웃고, 모든 것이 다 좋은 밤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귀하고 아름답고 사랑하는 별이 제 곁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모든 것이 감사한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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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끝난 모 방송국의 사극 드라마가 인기였다. 이전에도 이후에도 사극 드라마는 꾸준히 제작되고 또 왠만큼 문제가 없지 않고서는 다 인기리에 방영/종영되었을 정도이며 퓨전 사극 로맨스소설이 드라마화되는 경우도 이런 영향일거라 생각한다.
이번에 만나 본 『왕의 무사 귀인별』도 그런 흐름에 맞춰 드라마화해도 상당히 재미있을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왜냐하면 퓨전 사극 로맨스는 늘 봐도 봐도 재밌다. 시대나 배경이 분명 과거인데(보통은 조선시대이다)도 불구하고 그속에서 피어나는 사랑 이야기는 현대로맨스 못지 않게 애절해서, 아니 어쩌면 시대적 배경이 주는 신분 차이 등이 더 주인공의 상황을 애절하게 만들다보니 몰입해서 보게 되는데 『왕의 무사 귀인별』도 충분히 매력적인 스토리의 로매스 소설이였다.
특히나 이 작품은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 이은소 작가의 역사 로맨스 소설이라는 점에서전작을 읽어보신 분들이라면 이 작품을 통해서 별이와 원범이라는 두 남녀 주인공의 애틋한 로맨스로 다시금 매료될 것이다.
별이는 강화에서 홀아버지를 모시고 살았고 원범은 그곳으로 유배를 오게 된다. 두 사람은 자연스레 인연을 맺게 되고 급기야 원범이 별이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기로 결심하고 서로 약속한 날에 둘의 운명은 엇갈리게 된다.
애틋한 마음으로 원범을 기다렸으나 사실 그 시각 원범은 도성으로 떠나야했던 것이며 이후 아버지까지 죽게 되면서 졸지에 별이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모두 떠나보내고 세상에 홀로 남게 된다.
둘의 인연이 끝인듯 하여도 어느새 이어져 도성에서 재회한다. 하지만 다시 만난 두 사람의 운명은 과거의 사랑했던 연인이 아닌 원수지간이였다. 홀아버지를 죽게 한 장본인, 그러나 자신하게 되었고 과거 사랑했던 원범이라는 것까지 알게 된 가운데 원범이 왜 그렇게 급하게 도성으로 갈 수 밖에 없었고 동시에 별이를 지금도 사랑하고 있는 마음과 둘에게 일어난 가혹한 일들이 과연 누가, 왜 그렇게 했는지를 밝혀내는 이야기가 두 사람의 로맨스와 함께 흥미롭게 전개되는 역사 로맨스 『왕의 무사 귀인별』이였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