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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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여러 갈래의 이야기가 뒤얽힌 복잡하고 다층적인 서술 방식을 추구했던 장편소설에 비해 이 책에 실린 단편의 서사 구조는 보다 간결하고 담백하지만, 암시와 함의가 밀도 있게 담긴 정갈하고 시적인 문장들은 반복해 읽을 때마다 새로운 의미를 드러내며 독자의 적극적인 읽기를 유도한다. 또한 기존 장편이 대체로 등장인물의 특수하고 사적인 서사를 중심으로 전개되었다면, 이 소설집에는 좀더 역사적, 시대적 산물로서의 개인들, 현실의 문제의식이 투영된 인물들이 등장한다. 라틴아메리카의 군사독재 시절 저명한 조경사의 조수로 일했던 경험을 회고하는 「정원에서」나, 명시되지 않은 재난으로 인해 난민 수용소에서 배급을 받으며 살아가는 음울한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아무르」같은 작품이 대표적인 예이다. 특히 어느 날 갑자기 정부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위험을 경고하며 모든 시민에게 가스마스크를 배급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미래의 응급 사태」는 약 20년 전에 쓰인 작품임에도 최근 전 세계가 겪고 있는 팬데믹 상황과 놀랍도록 닮아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의 가장 탁월한 점 중 하나는 모든 단편이 저마다 뛰어난 완성도와 깊이를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각 단편의 집필 시기에 시간차가 있음에도 마치 하나의 연작소설처럼 읽힐 만큼 긴밀한 구성력과 조직력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작가가 소설가로서 거쳐온 사유의 흐름과 변화를 개괄하는 동시에 작품세계의 정수를 맛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남자가 된다는 것』은 니콜 크라우스의 작품을 사랑해온 기존 독자들뿐 아니라 작가의 세계를 처음으로 접하는 새로운 독자들에게도 매력적인 독서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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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러리 저널>, 릿허브 선정 올해의 책(2020)
작가정보

Nicole Krauss
1974년 뉴욕 맨해튼에서 태어났다.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했으며, 마셜 장학금을 받아 옥스퍼드 서머빌 칼리지와 코톨드 예술학교에서 공부한 후 미술사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2년 첫 장편소설 『남자, 방으로 들어간다』를 발표하며 소설가로 데뷔했다. 이 작품은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도서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2005년에 발표한 『사랑의 역사』는 오렌지상(2006) 최종 후보로 선정되었고 윌리엄 사로얀 국제 집필상(2008)을 수상했다. 니콜 크라우스는 2007년 문학잡지 〈그란타〉가 10년에 한 번씩 발표하는 ‘미국 최고의 젊은 소설가’ 중 한 명으로 뽑혔고, 2010년에는 〈뉴요커〉 선정 주목할 만한 ‘40세 이하의 작가 20인’에 이름을 올렸다.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인 『위대한 집』(2010)은 작가의 세번째 장편소설로,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와 오렌지상 최종 후보에 올랐으며, 애니스필드-울프 도서상을 수상했다. 2017년 네번째 장편소설 『어두운 숲』을, 2020년 여성성과 남성성, 폭력과 권력, 사랑과 정체성 등 인간의 가장 복잡하면서도 본질적인 속성들을 깊고 대담하게 탐구한 첫번째 소설집 『남자가 된다는 것』을 출간했다.
고려대학교 영어교육과를 졸업하고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중이며 『사랑의 역사』 『어두운 숲』 『여우 8』 『미국식 결혼』 『거지 소녀』 『곰』 『프라이데이 블랙』 『아일린』 『내 휴식과 이완의 해』 『너의 겨울, 우리의 여름』 『에논』 『친구 사이』 『존 치버의 편지』 『그의 옛 연인』 『여름의 끝』 『칠드런 액트』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목차
- 스위스 _009
옥상의 주샤 _033
나는 잠들었지만 내 심장은 깨어 있다 _055
최후의 나날 _079
에르샤디를 보다 _119
미래의 응급 사태 _143
아무르 _165
정원에서 _181
남편 _201
남자가 된다는 것 _247
옮긴이의 말 | 남자와 여자와 유대인과 그 밖의 모든 사람_279
수록 작품 발표 지면_283
추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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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 크라우스에 의하면 인생은 동시다발적인 사건이다. 명료한 동시에 난해하고 모순된 방식으로 벌어지는 사건들. 그렇다보니 사는 동안 무언가 알아가게 되리라는 기대와 달리, 인생에 대해 “더 잘 알게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때로는 낙담한 채로 도대체 삶이 뭔지 모르겠다고 중얼거리는 순간을 맞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는 필연적으로 상실과 슬픔, 분노와 고독을 위해 많은 시간을 허비하겠지만, 그러고 난 후에는 사랑이야말로 인생에서 해야 할 유일한 노력임을 수긍하게 될 것이다. 사랑만이 삶의 유일한 배후니까. 니콜 크라우스의 이야기를 의지하게 되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는 어떤 이야기에서건 반드시 사랑을 시추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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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결하면서도 풍부하고, 절제되어 있으면서도 확장적인 이 단편들은 뛰어난 통찰과 더불어 순간순간 완벽하게 구현된 아름다움으로 빛난다. 느닷없이 웃음을 유발하고 사유를 촉발하는, 즐거움과 불편함을 동시에 안기는 작품. 이 비범한 책 속에서는 기쁨과 비애가 섬세한 짜임을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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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로서 니콜 크라우스는 삶에서 일어나는 거대한 폭발을 묘사하는 것보다 인물들이 그 폭발의 잔해를 어떻게 수습하는지 보여주는 데 더 관심이 있다. 크라우스의 단편들은 삶에서 경험을 갈구하게 되는 순간들을, 가능성을 향해 열려 있는 순간들을 포착한다. 나아가 그러한 개방성은 작품 자체의 속성으로 확장된다. 단선적인 플롯이나 단순한 해결책, 간단한 해답으로 압축될 수 없는 너무도 긴급하고 살아 있는 내러티브를 통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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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사는 것이 좋은 삶인가? 니콜 크라우스는 홈런과도 같은 이 단편집에서 그런 의문을 비롯해 다른 중대한 문제들을 성공적으로 탐구한다. 무엇보다 이 이야기들은 강인한 여성들에 대한 헌사다. 작품 속 여성 인물들은 성장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제약에 맞서 휘두를 수 있는 불굴의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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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편들은 크라우스의 시적이면서도 정밀한 문장의-그리고 무엇보다 철두철미하고 가차없는 정신세계의 -극한을 보여준다. 특히 표제작은 감동적이면서도 무자비하다. 대담한 작품으로 가득한 이 소설집의 기준에서 보아도 눈에 띄게 대담한 이 단편은 미학적 간결성이 작가의 지력과 창의력을 결코 제한하지 않는다는 것을 완전하게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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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가장 뛰어난 소설가 중 하나인 니콜 크라우스는 한 번도 거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을 망설인 적이 없다. 하지만 이 강렬한 단편집에 실린 작품들이 보여주듯, 크라우스의 힘은 단순히 삶을 탐구하는 작가 자신의 능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로 하여금 같은 일을 하게 만드는 방식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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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 자신과 서로에 대해 진정 얼마나 알고 있는가? 최고 수준의 지성을 보여주는 이 단편집의 마지막 책장을 넘긴 뒤에도 이러한 질문들은 오래도록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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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된다는 것』은 문학, 시간, 그리고 사랑의 한계와 가능성을 탐구하는 니콜 크라우스의 상상력과, 그 힘에 의해 추동되는 작가의 놀랍고 도전적인 정신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경이로운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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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 크라우스의 이 단편집은 비극과 부조리를 오가는 특유의 문체와 유대교적인 시각, 놀랍도록 다양한 화자를 겸비한 탁월한 작품이다. 어마어마한 재능을 가진 작가의 굉장한 소설집.
책 속으로
나는 소라야가 슬픈 미소를 띠고 내 머리카락을 만졌던 순간을 떠올리며 그때 내가 본 건 어떤 품위였다고 믿었다. 자신을 벼랑 끝까지 밀어붙이며 어둠 혹은 두려움과 맞붙어 이긴 사람의 품위. 본문 29쪽
이게 얼마나 계속될 수 있을까? 나는 궁금하다. 곧 겨울이 올 테고, 바다가 컴컴해질 테고, 비가 내리면 부서진 아스팔트에 웅덩이가 생길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마음으로는 안다. 이 상태가 아주 오래 계속되리라는 것을, 부엌으로 가는 길에 낯선 이의 몸을 넘어 다니는 일에 익숙해지리라는 것을. 사람은 그런 것들을 예사롭게 넘어 다니며 살기 마련이니까. 그게 우리에게 더는 짐이 되지 않을 때까지, 그래서 완전히 잊을 수 있을 때까지. 본문 77~78쪽
하지만 어린 노아는 왜 뒤에 남아 어머니에게 매달리지 않았을까? 독립성이 자기 이야기의 중심을 이루고 자랑거리가 되기 훨씬 전부터 독립성이 필요했던 건 아닐까? 긍지는 약함을 강함으로 위장하다보니 결국 정말로 강함이 된 것을 말하는 게 아닐까? 하지만 필요 때문에 생긴 모든 강함이 그렇듯이 그 기반은 단단하지 않았다. 구덩이 위에 세워진 것이었다. 본문 102쪽
사랑. 나는 그것을 사랑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다. 비록 그때까지 경험한 그 어떤 사랑과도 다른 감정이었지만. 내가 아는 사랑은 늘 욕망에서 생겨났다. 통제할 수 없는 힘 때문에 내가 바뀌거나 진로에서 이탈하기를 바라는 소망에서 생겨났다. 하지만 에르샤디를 사랑할 때, 그 거대한 감정을 벗어난 나는 거의 존재하지도 않았다. 그걸 연민이라고 부른다면 신적인 사랑을 말하는 것처럼 들리겠지만, 이 감정은 그와 달리 지극히 인간적이었다. 오히려 이것은 동물적인 사랑이었다. 이해할 수 없는 세상에서 살다가 어느 날 동류를 만나, 자신이 여태 잘못된 대상을 이해하려 애써왔다는 사실을 깨달은 동물의 사랑. 본문 129~130쪽
우린 얼마나 많은 시간을 허비했는지, 그녀는 썼다. 모든 것이 경이로운 경로를 통해 우리에게 어떤 징후의 형태로, 남자들의 사랑으로, 신의 이름으로 주어진 선물이라 믿으며 그 실체를 제대로 보지 못했으니까. 사실 그건 우리가 저마다의 깊은 내면에 자리한 허무로부터 힘겹게 끌어올린 힘이었는데 말이야. 본문 142쪽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이들이 있다. 그리고 묵종한 이들이 있다. 그런데 묵종하는 이에게 묵종하는 것은 어떤가, 나는 그걸 알 수가 없었다. 본문 199쪽
환자들이 진료실에서 쏟아내는 모든 말을 단 하나의 애처로운 진실로 축약할 수 있다면 바로 이런 것이다. 사람은 결국 누구나 혼자이고 그 점을 빨리 받아들인다면, 심지어 즐긴다면 그만큼 빨리 괴로움과 불안의 긴 그림자를 벗어나 살 수 있다는 것. 본문 230쪽
타마는 다시 창문으로 돌아서서 파란 파도가 멀리서 우르르 몰려오는 광경을 바라본다. 스스로 확장하지 않는다면 확장성이 무슨 소용인가? 그 많은 가능성이란 또 무슨 소용인가? 그것을 해질녘에 차를 몰고 시골길을 달리는 동안 가슴이 탁 트이는 느낌이라든가, 아이들이 전남편 집에 가 있는 동안 방안에 가만히 서 있다가 문득 목덜미의 털이 곤두설 정도로 순수한 정적을 자각하는 느낌 정도로만 인식한다면. 본문 241쪽
나는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말하고 아버지는 듣는다. 인생은, 나는 말한다, 아니 말하려 한다. 늘 아주 다양한 층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네요. 본문 250쪽
“난 뭘 원하는 걸까? 내가 정말로 원하는 건 뭘까?” 그러자 심리치료사가 대답했다. “항상 원해왔던 그거죠. 자유.” 본문 262쪽
사랑은 상호적이고 나눌 수도 있지만, 고통은 철저히 혼자인 곳에서 생겨난다. 본문 271쪽
하지만 우리가 무언가에 대해 더 잘 알게 되는 경우는 거의 없어, 그녀는 다나의 말에 반박했다. 그저 다른 방식으로 이해하게 될 뿐이야. 과거에 대한 기억을 계속 조정해야만 자기 이야기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으니까. 본문 273~274쪽
하지만 주고받기의 동등함을 원한다고 말하면서도 그는 자유를 원한다는 말 역시 멈추지 않았다. 동등함은 타협과 제한이 따르는 관계의 체계 안에서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대우받고 가치를 인정받는지를 의미하고, 자유는 그 체계를 파괴하거나 초월하는 일이며 체계 너머의 황무지에서 완전히 무방비로 서 있는 일, 어떤 약속도 하거나 받지 않은 채로 지평선 끝까지 한없이 펼쳐진 환하고 명료한 풍경을 마주하는 일인데도 말이다. 본문 274~275쪽
출판사 서평
『사랑의 역사』 니콜 크라우스의 첫번째 단편집
소설가 편혜영 추천!
“니콜 크라우스는 어떤 이야기에서건 반드시 사랑을 시추해낸다.”
일상의 작은 균열 속에서 사랑과 폭력,
자유와 구속의 뒤틀린 결합을 목도하는 순간들,
삶을 일으키고 무너뜨리는 근원적 물음에 대한
열 개의 아름답고 명징한 응답
“그녀가 인생의 그런 내밀하고 충격적인 이야기들을 해달라고 요구한 기억은 없지만, 또 한편 어떤 식으로든 요구했는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광대하면서도 순간적인 것, 전면적으로가 아니라 단편적인 일화들을 통해서만 접근할 수 있는 어떤 것을 이해하려 애쓰는 사람의 표정을 하고 있었는지도.” _본문263∼264쪽
니콜 크라우스의 세계 속에서 삶은 언제나 채워지지 않는 공백, 불가해, 모종의 미스터리를 둘러싸고 형성된다. 『사랑의 역사』에서는 여러 인물의 비밀과 사연을 품고 수십 년을 떠돌아다니는 ‘사랑의 역사’라는 책이, 『위대한 집』에서는 이 사람에게서 저 사람에게로 전해지며 삶에 크고 작은 흔적을 남기는 기묘하고 육중한 책상이, 『어두운 숲』에서는 카프카의 유고에 관한 진실을 알고 있다고 주장하는 정체불명의 교수가 등장인물들의 인생을 뒤흔드는 삶의 미스터리를 대변하거나 상징했다. 이번 소설집의 인물들 역시 제각기 다른 맥락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삶의 방향을 결정지을 근본적이고 거대한 질문을 마주한다. 작가는 찰나 속에서 영원을 붙잡아내는 사진가처럼, 일상의 편린을 통해 생의 본질이 드러나는 장면들을 적나라하게 포착한다. 「스위스」에서 화자는 삼십 년 전 하숙집에서 만났던 열여덟 살 소녀를 회상하며 평생 자신에게 이해할 수 없는 존재로 남아 있던 그 소녀가 보여준 강력하면서도 위험한 힘과 매혹의 의미를 뒤늦게 자각하고, 「옥상의 주샤」에서 수술 합병증으로 죽을 고비를 넘긴 노인은 평생을 유대인으로서의 의무에 종속되어 살아온 것에 깊은 회의를 느끼지만 갓 태어난 손자를 자유로운 삶으로 인도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정원에서」의 화자는 어느 위대한 조경사의 충직한 조수로 오랜 세월 일했으나 자신이 한없이 존경했던 그가 군사정권의 범죄를 묵인하는 것을 보며, 미적인 이상과 현실의 괴리 속에서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 혼란에 빠진다. 「미래의 응급 사태」에서 일상을 위협하는 외부적 재난의 가능성을 맞닥뜨린 화자는 문득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그동안 굳건하고 안정적이라 생각했던 남자와의 관계가 실은 자신의 가능성을 제한하고 구속해왔던 건 아닌지 의문을 품는다.
이런 식으로 일상에 불쑥 침입하는 의문들은 관념적인 차원을 넘어, 때로는 구체적인 인물의 형상으로 나타난다. 「나는 잠들었지만 내 심장은 깨어 있다」에서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집에 홀로 머물던 화자는 어느 날 아버지의 친구라는 낯선 남자가 불쑥 현관문을 열고 들어와 마치 제집처럼 그곳에 머무는 것을 보며 경악하고, 「에르샤디를 보다」에서 무용수로서의 삶에 회의를 느끼던 화자는 순회공연을 위해 방문한 낯선 나라에서 자신이 아주 감명 깊게 본 영화의 주연배우가 지나가는 것을 목격하고 급히 뒤쫓지만 그는 이내 사라져버리고, 자신이 본 것이 환상인지 실재인지 확신하지 못한다. 「남편」의 주인공은 어머니의 집에 정체불명의 노인이 나타나 자신이 수십 년 전 전쟁중에 실종되었던 남편이라 주장하며 사망한 아버지의 자리를 차지하려는 것을 보고 분노한다.
“아기는 가족들에게 처음 왔을 때와 같은 방식으로 돌아오지만 이번에는 어떤 깨달음을 가져다준다. 어딘가에서 연기처럼 우리에게 나타나는 사람들은 오직 선물이라는 것. 몰라서 요구하지 않았는데 받은 선물이자, 삶이 얼마나 아낌없이 주는지 경이로움을 느끼며 받는 선물.” _본문 246쪽
갑작스럽게 맞닥뜨린, 혹은 오래전부터 존재했으나 문득 그 존재를 강렬히 인식하게 된 미스터리 앞에서 인물들은 인식이나 이성의 영역 밖에 있는, 의미화할 수도 통제할 수도 없는 생의 광대함에서 비롯한 무력감에 빠진다. 그러나 작가는 미스터리의 해소나 어떤 확정적인 결말로 이야기를 끝맺는 데는 관심이 없는 듯 보인다. 우리의 실제 삶이 그러하듯, 이야기의 끝에서도 미스터리는 여전히 그 자리에 그대로 존재하며 인물들은 영원히 그 실체를, 불가해의 장막 너머를 들여다볼 수 없을 것임을 예감한다. 다만 그들은 그 공백의 존재를 받아들임으로써, 삶의 일부로 수용함으로써 성장하거나 나아간다. 오히려 인생은 미지의 영역, 가능성의 영역을 통해 확장되고 인물들은 그렇게 확보된 새로운 시야로 삶을 바라보며 깨달음을 얻는다.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것들, 예측할 수 없는 것들이 낳는 불확실성이 때로는 유한한 삶에 주어지는 자유이자 선물이 되기도 한다는 깨달음을.
이 불가해한 세상에서
남성으로, 여성으로,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것
“그녀는 그 갈비뼈들이 시원까지 완전히 거슬러올라가 무언가에 대해 말해주려 하는 것 같았다. 세대마다 혼란을 일으키는 그 개념, 남자가 된다는 것, 여자가 된다는 것이 무엇이고, 그런 것들이 동등하다거나, 다르지만 동등하다거나, 전혀 동등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_본문 259쪽
수록된 열 편의 소설 중에서「남자가 된다는 것(To Be a Man)」이 작품 전체를 대표하는 표제작이라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 소설집의 중심에는 이 세상에서 남성으로 ‘산다는’ 것, 혹은 남자가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이 자리하고 있다. 작중에서 ‘남자가 된다는 것’에 관해 사유하는 주체는 대체로 남성의 타자로서 남성성이라는 관념과 다양한 방식으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여성들이지만, 자신이 소속된 세계에 내재한 폭력성, 비합리성을 깨닫는 남성들 또한 등장한다. 작가는 부모, 자식, 연인, 친구 등 다양한 관계 속에서 발현되는 남성성, 특히 물리력과 폭력을 잠재적 속성으로 하는 전통적이고 관습적인 남성성을 다양한 층위에서 조명한다. 그중에서도 책의 마지막에 수록된 표제작은 이 문제를 대담하면서도 우아하게 풀어낸 아름답고 강렬한 수작이다. 이 이야기에서 주인공 여성은 자신이 나치 점령기에 태어났다면 “명예와 찬사에 약한” 성향 때문에 나치의 고위직이 되었을 거라고 생각하는 독일인 남자친구와, 장교 시절 한 가족을 몰살시킬 뻔한 경험을 이야기하는 이스라엘인 남성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이 욕망하는 남성의 육체적 강인함과 폭력성 사이의 가느다란 경계에 대해, 자신이 남성성에 대해 느끼는 양가적 감정에 대해 곱씹는다. 그리고 해변의 잔교 위에 서 있는 두 어린 아들을, 소년에서 ‘남자’가 되어가는 그들을 바라보며 변화는 마치 차오르는 밀물처럼 막을 수 없는 것임을 실감한다.
물론 니콜 크라우스는 “시원까지 완전히 거슬러올라가”는 이 민감하고 첨예한 문제를 쉽게 판가름하거나 명확한 답을 제시하려 하지는 않는다. 대신 그저 냉철하고 절제된 태도로 남성성과 여성성이라는 개념이 낳는 갈등과 혼란과 부조리를 명료하게 응시한다. 하지만 그 응시를 통해 작가가 진정으로 알고 싶은 것, 탐구하고 싶은 것은 외부적인 현상이나 대상이 아니라 인간의 내면, 그리고 여성이자 한 인간으로서 작가 자신의 내면이라는 인상을 준다. 그러니까 니콜 크라우스가 도전적이고 독창적인 시선으로 포착해 독자에게 건네는 이 열 편의 아름답고 의미심장한 이야기들은 어떤 물음에 대한 답이라기보다, 이 책을 읽는 우리가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반문, 즉 되물음인 셈이다.
기본정보
ISBN | 9788954687324 | ||
---|---|---|---|
발행(출시)일자 | 2022년 06월 30일 | ||
쪽수 | 284쪽 | ||
크기 |
142 * 209
* 25
mm
/ 484 g
|
||
총권수 | 1권 | ||
원서(번역서)명/저자명 | To Be a Man/Krauss, Nicol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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