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신비한 동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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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농장동물·전시동물… 신비함을 빼앗긴 동물들의 이야기
1,070,416,000마리. 한 번에 그 단위를 읽기도 어렵다. 10억 7천만 마리다. 2020년 한국인의 식탁에 오르기 위해 도축된 소, 돼지, 닭의 숫자다. 이 동물들은 어디에서 왔을까? 2020년 기준 국내 농장의 수는 108,866곳, 이중 동물복지를 실천하는 곳은 297곳, 0.27%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밀집사육을 통한 공장식 축산을 택하고 있다. 밀집사육은 질병에 취약하다. 전염병이 돌면 예방적 조치로 살처분을 행한다. 대량학살이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7천만마리의 동물이 살처분되었다. 이제 살처분은 예외가 아니라 공장식 축산의 한 요소가 되었다.
《안 신비한 동물사전》은 우리에게 이름과 이미지로만 친숙한 동물들이 실제로 어떤 환경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보여준다. 우리가 알고 싶어 하지 않던, ‘모르려고’ 애쓰던 사실들이다. 동물권 활동가들인 두 저자는 “무엇이 동물을 ‘안 신비한’ 존재로 만드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국내 동물권 이슈를 다각적으로 조명하고 동물과 함께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한다. 동물의 생김새나 습성 등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 못지않게 동물의 삶과 권리, 동물과 인간이 관계 맺는 방식에 대해 배우고 고민해볼 것을 권한다.
작가정보
어려서부터 동경하던 늑대를 만나기 위해 떠난 캐나다 록키산맥에서 블랙베어 무리와 마주쳤다. 미디어 속의 곰이 대체로 귀엽고 게으른 이미지인데 비해 새끼를 보호하려는 어미곰은 사람을 죽일 수도 있을 만큼 강한 존재였고, 이때 느꼈던 두려움은 무척이나 강렬했다. 이 일을 계기로 동물에 대한 인식이 크게 전환되어 동물을 존중하고 그들의 서식지를 침범하지 않으면서 적정거리를 유지하며 관계 맺는 방법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이후 미국, 호주, 뉴질랜드, 몽골 등지의 야생을 떠돌며 수많은 동물을 만났고, 각 지역에서 인간이 동물과 공존하기 위해 무엇을 시도하고 있는지 사진과 영상, 글 등으로 기록했다. 지금은 사육곰 산업 종식과 생츄어리 조성을 위해 결성된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Project Moonbear)에서 활동하고 있다.
대학원에서 여성학을 공부하면서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인식하고 그에 따라 삶을 바꾸어 나가기 시작했다. 사람들에게는 저마다 다양한 인격과 개성이 있으나, 우리 사회는 이들을 여성/남성 두 개의 성별로 나누어 서로 다르게 대하고 다르게 살아갈 것을 요구한다. 이런 현실이 폭력적이며 누군가를 배제하고 소외시킨다는 점을 이해하면서, 또한 동물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서도 성찰하게 되었다. 인간은 수많은 동물을 ‘인간’과 ‘인간이 아닌 동물’로 나누며, 삶의 전반에서 동물을 마음껏 이용하며 살아간다. 이것이 옳은지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동물권행동 카라에 결합해 현재 동물을 진심으로 위하는 동료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동물권 운동을 통해 따뜻하고 정의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이들과 협력하여 세상을 바꾸는 일에서 가장 큰 기쁨을 얻고 있다.
목차
- 하나의 프롤로그: 조금은 불편한 초대장
[1부] 가족을 삽니다, 반려동물
1. 생산과 판매 ∥ 반려동물이라는 상품
강아지 공장 | 경매장 | 펫숍 | 품종의 탄생
2. 유기동물 ∥ 130,401마리의 운명
얼마나 버려질까 | 동물등록제와 ‘들개’ | 유기동물은 어디로? | 입양해야 하는 이유 | 입양처 찾기
3. 동물학대 ∥ 무엇이 학대일까
동물보호법상 동물학대 | 온라인에서의 동물학대
[2부] 보통날의 대학살, 농장동물
1. 공장식 축산 ∥ 농장을 공장에 빗댄 이유
공장식 축산이란? | 공장식 축산의 사육 환경 | 공장식 축산의 원인 | 공장식 축산과 환경 파괴
2. 가축 살처분 ∥ 밀집 사육이 낳은 비극
가축 살처분의 ‘필연성’ | ‘예방적’ 살처분과 대학살 | 기계적 살처분 명령 | 영수증에는 없는 비용
3. 동물복지 축산 ∥ 가치를 구매하기
동물복지 축산이란? |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 | 동물복지 축산물 소비자 인식 | 충분히 대체 가능한
4. 육식주의 식문화 ∥ 육식주의자가 된 사람들
채식주의자가 아닌 사람 | 고기와 ‘풀떼기’ | 한국인의 수산물 소비량은 전 세계 1위 | 우유와 치즈의 소비량 증가
[3부] 날 보러 오지 마세요, 전시동물
1. 동물전시체험시설 ∥ 동물은 어디에 있는가
어디에나 있는 전시동물 | 동물원과 사파리 | 수족관과 아쿠아리움 | 동물카페와 실내동물원 | 동물체험농장과 이동식 동물원 | 난립하는 동물체험시설과 문제점 | 코로나19로 인한 전시동물 산업의 변화
2. 한국 동물원 보고서 ∥ 창경원부터 동물복지 동물원까지
한국 최초의 대중 동물원, 창경원 | 동물원 개폐원 역사 및 사건사고 | 기준 없는 동물원 운영, 허술한 동물원 관련 법률 | 동물복지를 모색하는 동물원
3. 쟁점과 대안 ∥ 동물원 존폐 논쟁과 생츄어리
동물원이 종 보전에 기여하는가? | 동물원이 교육적인가? | 동물을 만나는 경험은 동물원에서만 가능한가? | 환경개선으로 충분한가? | 또 하나의 대안, 생츄어리 | 성공적인 사례, 베트남의 곰 생츄어리 | 동물원의 미래를 생각하다
[4부] 동물권이라는 생각
1. 동물권리와 동물복지의 이해
동물권이라는 생각 | 동물권과 동물복지, 각각의 쟁점 | 동물권에 관한 다양한 생각들
2. 세계 동물권 운동의 역사
생체실험에 반대한 갈색 개 사건 | 세계 최초의 동물보호법 | 세계 동물권 운동의 흐름
3. 한국 동물권 운동의 흐름과 가능성
개 식용 철폐 운동과 한국 동물권 운동의 태동 | 한국 동물권 운동의 다양한 분화 | 동물권이라는 가능성
[5부] 오늘부터 하나씩, 비거니즘
1. 비거니즘이란?
동물 보호에 대한 두 가지 입장 | ‘비거니즘’의 의미 | 비거니즘과 페미니즘
2. 충분히 풍요로운 채식
채식의 종류 | 채식하는 방법 | 비건 채식과 단백질
3. 럭셔리의 새로운 기준
비건이 옷을 살 때 | 잔인함이 없는 것이 새로운 럭셔리다 | 식물성 가죽과 섬유
4. 동물실험 없는 비건 화장품
동물실험의 결과물 | 동물실험 화장품을 보이콧하기 | 동물의 편에 선 브랜드
5. 모두를 위한 제로 웨이스트
플라스틱 중독 사회 | 제로 웨이스트 물결
두 개의 에필로그:
동물과 연결성을 회복하는 저마다의 고리
야생과 문명, 동물과 인간, 경계의 생각들
추천사
-
아직 동물권 교육 자료 개발 및 활용 사례가 풍부하지 않은 상황에서 동물권 단체의 활동가들이 직접 지은 이 책은 더욱 큰 의미를 갖는다. 책이라는 매체를 통해 특정 공간이나 대상에 국한되지 않고 동물을 존중하는 관점과 실천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조금은 불편한 초대장’이라고 했지만 철학적인 이론과 실질적인 데이터, 관련 사례들까지 상당히 깊은 고민과 배려가 곳곳에 담겨 있다. 담담하면서도 단단한 내용으로 동물, 나아가 생명과의 연결고리에 대해 함께 사유해보기를 권하는 책이다.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지던 보통의 날들을 마주함에 있어 동물권에 대한 감수성이 깊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야말로 평화롭게 행동하는 동물권 교육이다. -
동물과 공존하기 위해서는 동물을 사랑하는 감성만으로는 부족하다. 《안 신비한 동물사전》은 동물들이 처한 현실을 감성이 아닌 이성적으로 차분히 또박또박 짚어준다. 동물을 사랑하면서도 모르는 게 많았구나 싶어서 읽는 내내 부끄러웠다.
실상을 알게 된다면 마음이 무거울 내용들이 많다. 하지만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고 나면 훨씬
치열하게 고민하는 자신을 보게 될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 인간 때문에 내몰려진 동물의 삶을 알게 되면 우리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보일 것이다. 거기서부터 불편해도 감수하고, 하고 싶어도 하지 않는 인내를 배울 수 있다. 동물을 좋아한다면 동물에 대한 예의부터 갖춰야 한다. 동물과 어떻게 관계 맺을지 고민을 시작하는 이들에게 《안 신비한 동물사전》이 도움을 되기를 바란다.
책 속으로
우리 생명체들은 서로 달라서 그리고 같아서 신비로운 존재이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신비함을 자주 박탈당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 인간에 비해 사회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있는 동물들은 무척이나 가혹한 일을 많이 겪으며 살아갑니다. 인간이 각각의 고유성과 개성, 하나뿐인 생명을 가진 동물들을 번호나 가격 따위로 부르면서 수단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목적은 이윤이기도, 맛이나 유흥이기도, 때로는 정서적 친밀함이기도 합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동물들은 배터리 케이지, 스톨, 공장식 농장, 도축장에서(농장동물), 번식장, 경매장, 펫숍, 유기동물 보호소에서(반려동물), 동물원, 수족관, 동물카페, 공연장, 체험 시설에서(전시동물) 인간에 의해 자신의 신비함과 경이로움을, 생명과 권리와 삶의 주체성을 빼앗기고 있습니다.
_10쪽, 하나의 프롤로그: 조금은 불편한 초대장 중에서
펫숍에서 여전히 많은 동물이 거래되고 있는 한편으로 동물의 입양을 권하는 “사지마세요 입양하세요”라는 캠페인 문구도 이제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정도로 대중화되었다. 2011년 가수 이효리가 이 문구를 적은 달력을 판매하면서 유기견 입양 돕기 사진전을 개최한 바 있는데, 그때부터 따져도 10년 넘게 사용되고 있는 대표적이고 대중적인 동물입양 캠페인 문구다. 그러나 반려동물을 동물보호시설에서 입양하는 경우는 아직도 4.8%에 불과하다. 펫숍, 지인, 온라인을 통해 구매한 경우는 31.6%로, 유기동물을 입양한 경우보다 여섯 배 이상 많다.
그렇다면 반려동물을 맞이하려는 이들이 동물을 보호시설에서 입양하지 않고 펫숍에서 구매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강아지 공장에 대한 인식 부족, 유기견에 대한 편견, 어리거나 작은 동물에 대한 선호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로 ‘특정 품종에 대한 유행’을 들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는 마치 패션이나 음식, 또 전자제품처럼 반려동물도 유행을 탄다. 유명 연예인이 키운다고 알려지거나 방송을 타서 유명해진 동물이 있으면 그 동물과 같은 품종에 대한 소비가 한동안 급증하는 상황을 목격하곤 한다.
_24~25쪽, 생산과 판매 | 반려동물이라는 상품 중에서
반려동물은 마치 거울과 같아서, 반려인이 그 동물을 어떤 마음과 태도로 대하는지를 투명하게 반영한다. 건강했다가도 아파지고, 밝았다가도 울적해지고, 얌전했다가도 문제투성이가 될 수 있는 게 동물이다. 이와 반대로 아팠다가도 기운이 넘치고, 불안했다가도 평안해지고, 매번 실수하다가도 의젓해질 수 있는 게 동물이기도 하다. 동물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감정과 마음을 가진 생명체이기 때문이다.
보호소 동물 중에는 건강한 동물도 많고, 앞으로 점점 건강해질 수 있는 동물도 많다. 어디에서 반려동물을 데려오는지에 따라 즉 우리가 어떤 방법을 선택하는지에 따라 한 마리 동물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이 바뀔 수 있다. 우리의 선택에 따라 번식장과 펫숍을 성장시킬 수도 있고, 동물보호단체를 지지할 수도 있고, 지자체 보호소의 안락사율을 낮출 수도 있으며, 개인 구조자들에게 보람을 안길 수도 있다.
_40~41쪽, 유기동물 | 130,401마리의 운명 중에서
대다수 국내 농가에서 공장식 축산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가장 큰 이유는 좁은 땅에 최대한 많은 수의 동물을 밀집시켜 길러야 그만큼 이윤이 남기 때문일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기술의 발전을 들 수 있다. 자동으로 먹이를 주고 온도·습도·광량을 조절할 수 있는 기계 설비, 동물을 빠른 속도로 살찌우는 사료의 개발 등은 대규모 밀집 사육을 가능하게 하는 물리적 조건이 되었다.
이외에 정책적 측면에서는 정부가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출범을 앞두고 국내 축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농장의 대형화를 장려한 것을 들 수 있다. 정부나 축산업계는 전통식 농장을 공장식으로 바꾸는 것을 후퇴가 아닌 진보로 여긴다. 이는 흔히 ‘축산 시설의 현대화’라는 말로 표현된다. 현행 축산법은 산란계 한 마리를 평생 사육할 공간으로 A4 용지 1장 정도의 면적만 갖추어도 영업을 허가해주며, 심지어는 시설 마련 비용을 지원해주기까지 한다.
끝으로 수요의 측면을 살펴볼 수 있다. 축산물의 대량 생산은 다름 아닌 우리의 축산물 대량 소비를 통해서만 지속될 수 있다. 사람들의 식탁에 오르기 위해서 2020년 한 해 동안 10억 8,963만 3천여 마리의 소, 돼지, 닭이 도축되었다.
1970년에서 2019년까지 약 반세기에 이르는 시간 동안 국내 1인당 연간 축산물 소비량은 급격히 증가해왔다.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 고기류의 소비량은 5.2kg에서 54.6kg으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달걀 소비량은 77개에서 282개로 3배 이상, 우유 소비량은 1.6kg에서 81.8kg으로 무려 50배 이상 증가했다. 우리가 매일 어떤 식품을 선택하고 어떤 식사를 하는지에 따라 공장식 축산은 성장할 수도, 쇠퇴할 수도 있다.
_65~66쪽, 공장식 축산 | 농장을 공장에 빗댄 이유 중에서
공장식 축산에서는 가축이 전염병에 취약하다는 것, 그리고 전염병이 한 번 생기면 그 확산 속도가 걷잡을 수 없이 빠르다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동물이 가진 최소한의 욕구와 습성마저 무시하는 공장식 축산의 열악한 환경이 동물들의 면역력을 바닥까지 떨어트린 데다가, 동물들이 비좁은 공간에서 다닥다닥 붙어 지내기 때문이다. 병에 걸릴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동물을 사육하다가 병이 생기면 살처분으로 해결하는 것, 이것이 바로 우리 사회가 채택한 방식이다.
공장식 축산은 필연적으로 살처분에 의지한다. 우리는 시스템에 본질적으로 내재된 위험을 살처분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인간이 만들어낸 시스템의 한계가 낸 구멍을 동물들의 무수한 생명으로 메우고 있다. 살처분이 있어야만 공장식 축산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면, 살처분 자체가 공장식 축산을 이루는 핵심 요소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공장식 축산의 생산물을 소비한 경험이 있는 우리 모두가 살처분에 대한 윤리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_74~76쪽, 가축 살처분 | 밀집 사육이 낳은 비극 중에서
식단의 서구화, 축산물 소비량의 지속적 증가로 인해 우리에게는 오히려 충분한 채소와 과일을 섭취하는 것이 영양 측면에서 더 중요해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고기가 가장 귀한 음식으로 대접받는 것은 왜일까. 누군가를 대접할 때 고기가 없는 상은 부실한 것으로 취급받기 마련이고, 어느 식당에 가도 대부분 메인 요리로는 고기가 나온다. 여럿이 모이는 자리, 가령 회식이나 뒤풀이, 캠핑에서도 고깃집이나 바비큐를 선호한다. 복날뿐 아니라 몸보신이 필요한 때에는 다들 고기 요리를 찾아 먹는다. “아침엔 고기!”, “우울할 땐 고기 앞으로”, “1인 1닭?” 같은 말은 사람들을 즐겁게 하지만 “난 채식이 좋아!”라는 말은 왠지 분위기를 어색하게 만든다. “고기를 안 먹으면 건강해지겠지만 고기를 안 먹는다면 살 이유가 없다.”라는 유머마저 떠돈다.
이처럼 고기를 맛있고, 몸에 좋고, 즐겁고, 유쾌한 것과 연결 짓고 채소 음식을 ‘풀떼기’라 부르며 맛없고, 건강하기만 하고, 빈약하고, 재미없는 것과 연결 짓는 식문화의 바탕에는 육식주의가 있다. 육식이 윤리적으로 정당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생각뿐 아니라, 육식이 채식보다 더 훌륭하며 가치 있다는 생각 또한 육식주의의 효과라고 볼 수 있다.
_102~103쪽, 육식주의 식문화 | 육식주의자가 된 사람들 중에서
동물원과 사파리는 아무리 자연과 비슷하게 꾸민다 해도 기본적으로 야생동물의 존재와 그 야생동물과의 만남을 왜곡하는 장소다. 어떤 사람들은 사파리가 다른 동물전시시설보다 넓어서 동물에게 더 나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국의 사파리는 울타리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방대한 넓이의 해외 사파리와는 다르다. 대형 버스가 관람객을 나르느라 계속해서 도로를 오가는데, 사파리 면적에서 도로를 제외하면 동물들이 실질적으로 지낼 수 있는 공간은 좁은 편이다. 또한 동물의 습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천편일률적인 환경은 동물의 삶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_116쪽, 동물전시체험시설 | 동물은 어디에 있는가 중에서
생츄어리Sanctuary는 열악한 환경에서 고통받는 동물과 야생으로 돌아가기 어려운 동물을 보호하는 시설 혹은 구역이다. 동물을 이용한 이윤을 창출하지 않고 동물복지를 추구하며 동물이 생을 다할 때까지 보호하는 것이 목적이다.
생츄어리의 동물은 구입, 판매 또는 거래되지 않으며 동물 실험에도 사용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동물복지 기준에 따라 동물의 습성에 맞도록 조성된 환경에서 각각의 개체가 최대한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지속적인 연구가 이루어진다.
각 국가와 지역의 상황에 따라 자연과 유사한 좁은 구역에 울타리와 내실, 방사장 등의 시설을 만들어 생츄어리로 운영하거나,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의 서식지 자체를 넓은 구역으로 지정해 인간의 출입을 통제하며 동물과 서식지를 동시에 생츄어리로 보호하기도 한다.
_157~158쪽, 쟁점과 대안 | 동물원 존폐 논쟁과 생츄어리 중에서
동물권리와 동물복지는 얼핏 보기에 비슷해 보이지만 동물을 인식하는 전제 조건부터가 다르다. 동물권리론은 삶의 주체인 동물을 인간과 동등하게 바라보고 어떤 이유에서든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며, 동물복지론은 동물을 이용하는 것을 전제로 동물의 고통을 줄여주는 방향으로 복지를 제공하자는 입장이다.
동물권과 동물복지는 서로 경합하는 입장이자 이론이지만, 한편으로 동물의 현실을 개선해나가는 점에 있어서는 상호보완적인 관계에 놓여 있기도 하다. 동물권이 동물의 주체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근본적이고 철학적인 개념에서 출발해서 운동성을 가지게 된 분야라면,
출판사 서평
동물과 사람은 어떻게 관계 맺고 있을까?
동물을 어떻게 분류할 수 있을까? 코끼리 하마 기린 악어 고래 개 고양이 소 돼지… 먼저 우리가 아는 동물 종을 따라 나눠볼 수 있을 것이다. 많이 아는 만큼 많이 나눌 수 있지만 이건 나열이지 분류가 아니다. 혹은 생물시간에 배운 대로 나눌 수도 있다. 가령 척추동물과 무척추동물, 그 안에서 조류, 포유류, 어류, 양서류, 파충류 등과 같은 식이다.
사람들이 ‘동물’이라고 하면 떠올리는 것들은 대부분 척추동물이라고 한다. 척추동물은 실제로는 전체 동물 중 10%에 불과한데 마치 동물 전체를 대표하듯 여겨진다. 생태계를 이루는 다양한 동물을 상대적으로 우리와 비슷한 척추동물 위주로 축소해 버리듯, 우리는 동물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으면서도 잘 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닐까?
《안 신비한 동물사전》은 동물을 농장동물, 반려동물, 전시동물, 야생동물, 실험동물 등으로 나누어 살펴볼 것을 제안한다(책에서는 주로 농장/반려/전시동물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이것은 사람이 동물을 어떤 목적으로 이용하고 있는지에 따라 동물을 나눈 것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척추동물 중 조류인 닭과 오리, 포유류인 소와 돼지, 양, 어류인 연어와 고등어, 그리고 무척추동물인 굴과 오징어, 성게 등이 모두 농장동물로 묶일 수 있다.
농장동물은 사람의 밥상에 올리기 위해 대량으로 밀집 사육하거나 양식, 포획하는 동물을 말한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농장동물은 광고나 드라마·영화 등에 나오는 것처럼 풀밭 위나 바다 속을 자유롭게 뛰놀거나 헤엄치며 살지 못한다. 농장동물은 우리 밥상에 오르는 과정에서 수많은 산업의 과정과 장면들을 거치는데, 그 속에서 생명체가 아닌 ‘상품’으로, ‘고기’로만 취급된다.
《안 신비한 동물사전》은 농장동물들의 비참한 삶을 생생하게 묘사하는 자극적인 장면들을 묘사하는 대신 한국에서 농장동물이 처한 상황을 차분히 따라가며 전달한다. 그리고 정부나 미디어가 예외적인 일처럼 다루는 ‘살처분’이 사실은 공장식 축산을 이루는 하나의 필연적인 요소임을 이야기한다. 《안 신비한 동물사전》은 우리에게 단지 이름과 이미지로만 친숙할 뿐인 동물들이 실제로는 어떤 모습으로, 어떤 환경에서, 어떤 대우를 받으며 살아가고 있는지 보여준다.
어쩌면 그건 우리가 알고 싶어 하지 않던, ‘모르려고’ 애쓰던 사실들일 것이다.
우리가 몰랐던 숫자들, 사실들
농장동물을 비롯해 반려동물과 전시동물 등 상대적으로 쉽게 우리 주변에서 만나볼 수 있는 동물들은 이윤, 맛, 재미, 정서적 친밀함 같은 인간의 필요에 의해 각각의 고유성과 개성, 그리고 삶의 가능성을 잃고 번호나 가격 따위로 불리며 수단화된다. 동물들은 배터리 케이지, 스톨, 공장식 농장, 도축장에서(농장동물), 번식장, 경매장, 펫숍, 유기동물 보호소에서(반려동물), 동물원, 수족관, 동물카페, 공연장, 체험 시설에서(전시동물) 인간에 의해 자신의 신비함과 경이로움을, 생명과 권리와 삶의 주체성을 빼앗기고 있다.
《안 신비한 동물사전》은 “무엇이 동물을 ‘안 신비한’ 존재로 만드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국내 동물권 이슈를 다각적으로 조명한다. 우리의 삶과 가장 밀접해 있는 농장/반려/전시동물이 처한 열악한 상황을 데이터로 보여주고 동물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한다. 동물에 대해 우리가 알아야 하는 것은 동물의 생김새와 습성 같은 단편적 지식만이 아니라 동물의 삶과 권리, 동물과 인간이 관계 맺는 방식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가령, 이런 숫자들이 있다. 130,401마리! 2020년 발생한 유기·유실동물의 숫자다. 단순히 잃어버린 경우도 있지만 더 많은 수가 버려진 경우에 해당한다. 현재 대한민국은 4가구 중 1가구 이상 꼴로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다는데, 그 이면에서 이만큼이나 많은 동물들이 버려지고 있다. 말만 ‘애완동물’에서 ‘반려동물’로 바뀌었을 뿐 동물을 함께 삶을 살아가는 존재로 대하지 않는, ‘상품’이나 심지어 ‘장난감’ ‘장식품’으로 대한 결과다.
또 이런 숫자도 있다. 1,070,416,000마리. 한 번에 그 단위를 읽기도 어렵다. 10억 7천만 마리다. 2020년 한 해 동안 한국인의 식탁에 오르기 위해 도축된 소와 돼지, 닭의 숫자다. 오리나 양 같은 다른 동물들을 빼고, 또 해산물을 제외하고도 이만큼에 달한다. 이 많은 동물들은 어디에서 왔을까? 2020년 기준 국내 농장의 수는 108,866곳, 이중 동물복지를 실천하는 곳은 297곳, 0.27%에 불과하다. 국내 농장의 대부분은 밀집사육을 통한 공장식 축산을 택하고 있다. 밀집사육은 질병에 취약하다. 지금 한국은 이런 농장에서 전염병이 돌면 예방적 조치로 살처분을 행한다. 말 그대로 대량학살이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한국에서 7천만마리의 동물이 살처분되었다. 이제 살처분은 예외적인 일이 아니라 공장식 축산의 한 요소가 되었다.
한국에서 동물을 사고 파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2018년에 국내 유입된 해외 야생동물은 총 1,492,398마리였는데 그중 가축을 제외하면 529,205마리다. 전시목적으로 이용될 수 있는 동물은 전국 각지의 동물원과 수족관에 전시되거나, 야생동물카페에서 돈벌이에 동원되거나, 동물생산판매업종(가정 분양 포함)에서 번식과 판매에 이용된다. 2021년 10월 농림축산검역본부의 동물 보호관리시스템에 등록된 동물수입업체는 125곳, 동물전시업체는 687곳, 동물판매업체는 무려 4,186곳에 달한다.
신비한, 안 신비한!
동물원은 정말 교육적인 곳일까? 종 보전을 위해서 동물원이 있어야 한다는데 사실일까? 생츄어리와 동물원은 어떻게 다른 것일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동물학대일까? 나도 혹시 반려동물을 학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동물권에 대해 고민하면 바로 채식주의자가 되어야 하는 걸까? 비건만 되면 모든 동물권 이슈들이 다 해결될 수 있을까? 우리가 생각해보지 않았던 질문들도 많고, 그에 대한 입장들도 많다. 《안 신비한 동물사전》은 동물권 이슈의 여러 논쟁들을 차분히 소개하며 안내한다. 어떤 논쟁들은 바로 답을 찾을 수도 있고, 또 어떤 것들은 오래 시간을 들여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동물을 두고 질문을 던져보는 것, 《안 신비한 동물사전》은 그 첫 시작을 안내하는 책이다.
《안 신비한 동물사전》은 두 명의 동물권 활동가가 연대하여 썼다. 각자의 일상과 활동 가운데 만나게 된 농장/반려/전시동물의 현실,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고자 하는 의지가 담긴 동물권 및 비거니즘 담론을 책에 담았다. ‘동물권’과 ‘비거니즘’은 우리가 지금까지 동물 이용을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온 삶의 방식에 대한 도전적인 생각들이다. 동물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거기에서 만난 문제들에 제대로 대면하다보면 결국 우리 삶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동물들이 지금 처해 있는 현실에 대한 고민과 문제제기가 나의 삶의 방식에 대한 질문으로까지 이어진다는 것,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동물로 인해 만나게 되는 가장 신비한 일일지도 모른다.
《안 신비한 동물사전》은 두 동물권 활동가가 오랫동안 만나왔던 동물의 세계로 초대하는,
조금은 불편한 초대장이다.
안 신비한, 그렇지만 신비한 동물의 세계를 만나보세요!
기본정보
ISBN | 9791197607394 |
---|---|
발행(출시)일자 | 2021년 10월 21일 |
쪽수 | 264쪽 |
크기 |
131 * 190
* 19
mm
/ 351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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