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없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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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사와 상담가로 일했던 작가가
자살 심리와 살아남은 자의 죄책감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
‘자살 생존자(suicide survivor)’라는 용어가 있다. 흔히 자살을 시도했으나 살아남은 사람으로 오해하지만, 그런 의미가 아니다. ‘자살 생존자’는 자살의 영향을 받은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연구에 따르면 한 사람의 자살은 적게는 5명, 많게는 28명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가족, 친구, 직장 동료, 유명인 등 우리는 모두 주변에서 자살을 경험한 자살 생존자이다.
이번에 출간된 로빈 스티븐슨의 장편소설 『우리 없는 세상』은 자살과 사형제도를 소재로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전한다. 작가는 사회복지사와 상담가로 오래 일했다. 그는 자살로 누군가를 잃었거나 스스로 자살 충동을 느끼는 청소년을 여럿 만났으며, 자신이 담당한 여자아이가 자살한 일도 있었다. 그는 장례식에 참석해 생각했다. ‘내가 도대체 뭘 놓친 걸까? 주목했어야 하는 것은 무엇이고 나는 무엇을, 무슨 말을 할 수 있었을까?’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
당신의 소중한 사람이 함께 어둠 속으로 가자고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같이 떠나기? 아니면 마음을 다해 벼랑 끝에 선 그를 타이르기? 이 소설의 주인공 멜로디는 유일하게 자신을 이해해주는 친구 제러미의 고민 앞에 어떻게 할지 막막하다. 죽고 싶어 하는 제러미를 간절히 구하고 싶다. 아니 어쩌면 살아남은 자신을 구하고 싶다.
작가정보
Robin Stevenson
영국에서 태어나 어릴 적 캐나다로 이민을 떠났고 이후 호주, 뉴질랜드, 유럽, 아프리카, 동남아시아를 다녔다. 10년 동안 사회복지사와 상담가로 일했으며, 2005년 육아 휴직을 하고 글을 쓰기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왔다. 어린이와 청소년, 다양한 독자를 대상으로 20여 권의 책을 썼다. 이 외에도 학교나 도서관을 방문해 글쓰기와 책은 물론 성소수자(LGBTQ+)에 대해 강연하고, 난민을 위한 후원 활동에 참여한다. 『도전! 희망 신기록(Record Breaker)』으로 캐나다 자작나무상, 『나의 몸, 나의 선택(My Body, My Choice : The Fight for Abortion Rights)』으로 쉴라 A. 에고프 상, 『프라이드(Pride : Celebrating Diversity & Community)』로 미국 스톤월 상을 받았다.
대학에서 독문학을 공부하던 중 번역의 매력에 빠져 평생 업으로 삼으리라 결심했다. 한겨레 어린이ㆍ청소년책 번역가 그룹에서 활동했으며, 옮긴 책으로 『뚱뚱한 게 잘못일까』, 『고스트』, 『우리 학교에서 여학생은 나 혼자뿐』이 있다. 2020년에는 『생명으로 돌아가기』로 17회 불교출판문화상 수향번역상을 받았다.

‘셜록황’이라는 닉네임으로 유명한 대한민국 대표 심리학자. 서울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대에서 심리학 석사 및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하버드대학교 사이언스센터와 캘리포니아대학교에서 연구 활동을 했으며,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한국인들이 ‘자신이 믿고 있는 것’과 ‘통념’ 사이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10여 년에 걸쳐 연구한 끝에 한국인의 성격 및 라이프스타일을 진단해주는 도구 ‘WPI(Whang’s Personality Inventory)’를 개발했다. 저서로 『어쨌거나 내 인생』 『황상민의 성격상담소』 『마음 읽기』 『한국인의 심리코드』 『짝, 사랑』 『독립 연습』 등이 있고, 교육학 박사 이은주 선생과 함께 쓴 『공부, 삽질하지 마라』가 있다. 현재 〈황심소(황상민의 심리상담소)〉를 운영하면서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대중의 마음과 날마다 새롭게 만나고 있다.
목차
- 추락
사형 집행 대기
사형제도
또 한 번의 기회
꿈
죽을 계획
블랙홀
자각몽
사건의 지평선
깨어남
침수
다리 밑에 떨어진 물
집행일
마지막 식사
별종, 괴짜, 지진아
그 모든 것의 의미
미치는 게 정상
크리슈나 의식
좀비 걸
도피
놓아버리기
감수자의 말
옮긴이의 말
책 속으로
58쪽
“맞아, 비키랑 빌이 좀 멋지지.”
“근데 넌 어쩌다 그렇게 부르게 된 거야? 엄마, 아빠라고 안 부르고?”
“몰라. 항상 이랬어.”
내가 보기엔 사람들이 대부분 부모님의 이름을 부르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비키를 부를 때 “엄마”라고 한다니 상상할 수도 없다. 비키가 나를 “딸”, 빌을 “남편” 하고 부르는 거나 마찬가지잖아.
_「또 한 번의 기회」에서
213쪽
“천천히 가. 교통사고로 죽고 싶지 않으니까.”
내가 차분히 말하자 그 애가 웃음을 터뜨리고는 핸들에서 한 손을 떼어 내 맨 무릎에 내려놓았다. 난 숨을 죽이고 내 손을 그 애의 손에 얹었다. 그러자 그 애가 날 보며 윙크했다.
“그거 모순적이지 않아? 마지막 식사하러 가는 길에 차 사고로 죽게 된다니.”
그 마지막 식사 얘기 좀 그만두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난 이제 막 일이 시작된 기분이었으니까.
_「마지막 식사」에서
233쪽
왠지 그 꿈이 문제의 일부인 것 같다. 꿈 때문에 제 동생이 어딘가에 존재한다고 믿고 동생을 기다리게 된 거 아닐까? 그리고 제러미는 지루해 죽겠다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을지 몰라도 나는 ‘죽겠다’는 단어를 보는 것만으로 흠칫했다. 또 지금은 그 애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난 뛰어내리는 것에 대해 결코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그 애는 알까? 아니면 내가 마음이 바뀌었다거나 기가 죽어서 그랬다고 생각하려나? 그리고 그때 그 키스는 또 뭐지? 단지 죽기 전에 해보고 싶었을 뿐인가? 살고 싶다는 말은 지금도 의미가 있긴 한 걸까?
_「그 모든 것의 의미」에서
263쪽
“가끔은 네가 내 무릎에 앉을 만큼 작았던 때가 그리워. 그땐 다 괜찮을 거라고 말할 수 있었고, 그럼 너도 내 말을 믿었을 테니까.”
“그래도 말해줘.”
“아, 멜로디.”
비키가 나와 눈을 마주치고 말을 잇는다.
“다 괜찮아질 거야. 괜찮아지면 어떤 모습일진 모르겠지만, 그래도 네가 괜찮아질 거라는 건 알아.”
“그럼 제러미는?”
이렇게 말하고서 목 놓아 울기 시작했다.
_「크리슈나 의식」에서
265쪽
“때로는 사람을 구해 내지 못할 수도 있어. 우리가 얼마나 구해주고 싶은지 그 마음과는 별개로.”
_「크리슈나 의식」에서
237~238쪽
“얘는 학교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하네. 혹시 아는 일……, 학교에서 뭐, 내가 알아야 할 만한 일이라도 있었니?”
“괴롭힘을 당하거나 뭐 그런 일 말씀하시는 거죠? 그런 일은 없는 것 같아요.”
“음. 네가 한번 얘기해볼 수도 있겠구나.”
“그럴게요.”
그 애는 학교를 떠나지 않는 게 좋을 거다. 제러미 없는 학교는 정말 끔찍하니까.
“고맙구나, 멜로디. 네가 제러미에게 아주 중요한 사람이라는 거 안다.”
꼭 ‘네가 여자친구니?’ 하고 묻는 듯하다. 나도 그에 대한 답을 좀 알았으면 좋겠다.
_「그 모든 것의 의미」에서
87쪽
“가끔은 사는 게 그냥 엿 같아. 그뿐이야.”
“맞는 말이야.”
_「죽을 계획」에서
179~180쪽
“이 말이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난 이 일을 저질러야 했다고 생각해.”
“미쳤어. 다리에서 뛰어내려야 하는 사람이 세상에 어딨어.”
“아니, 나 진지해. 내 생각엔 난 그렇게 할 필요가 있었어. 내 말은, 오랫동안 느꼈던 기분에 비하면 지금이 더 좋다는 거야. 더 행복해.”
실제로도 그래 보인다.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있는데……, 물론 이전에 웃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지금 이 미소는 예의 삐뚜름한 웃음이 아니다. 이상하게 평온하고, 진심이 담긴 미소 같아서 제러미답지 않다고나 할까.
“그러니까 네가 다리에서 뛰어내렸기 때문에 행복해졌다고? 전혀 이해가 안 되는데.”
“난 죽음을 그대로 마주해야 했던 것 같아. 무슨 말인지 알지?”
“아니, 모르겠어.”
_「다리 밑에 떨어진 물」에서
313쪽
“가끔 난 사람들이 자기가 정말 불행하면, 다른 사람을 배려할 생각은 전혀 못 하는 것 같아. 너무 속상해서 다른 사람도 감정이 있다는 걸 잊어버리는 거지. 그래서 정말로 그럴 의도가 아니었지만 상처를 주게 되고.”
_「놓아버리기」에서
318쪽
“그러니까 그날 밤 네가 무슨 생각을 했던 거냐고.”
“대교 위에서 밑을 내려다보면서? 아무 생각 없었어.”
그 애가 어깨를 으쓱이고는 입을 뗀다.
“계속 버티느니 그냥 다 놔버리는 게 더 간단해 보였을 뿐이야.”
_「놓아버리기」에서
출판사 서평
왜 누군가는 삶을 끝내려 하고, 누군가는 삶을 계속하려 할까?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심리는 무엇일까? 함께 죽고 싶어 하던 마음이 함께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되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작가가 자신의 경험을 살려 사실적으로 그려낸 이 작품을 통해 우리는 현대 사회의 문제를 푸는 데 한 발짝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그 첫걸음으로서 섣불리 위로의 말을 건네거나 대책을 제시하기보다는, 자살에 이르게 되는 심리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우선해야 하지 않을까. 또한 ‘나는 도대체 무엇을 놓친 걸까?’ 사무치는 마음이었던 적이 있다면 이 책에서 커다란 공감과 위로를 얻게 될 것이다.
“첫 장면은 그다음을 어떻게 이어갈지 전혀 계획이 없는 상태에서 썼어요. 멜로디와 제러미가 누구인지, 어떻게 해서 함께 대교까지 오게 되었는지 또는 왜 제러미는 뛰어내렸고 멜로디는 그러지 않았는지 저조차도 전혀 알지 못했어요. 초고를 쓰는 것 자체가 바로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었고, 첫 장면을 이해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소설을 쓰면서 제 고등학생 시절에 나눈 대화 몇 가지가 떠올랐어요. 이때는 자살을 농담 삼아 이야기하는 분위기였거든요. 그러다 문득 궁금해졌죠. 당시 내 친구 중 한 명이 농담을 한 게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유머의 이면에 진심을 감춘 거였다면 어땠을까?
또 저는 상담사로 일을 하면서 자살 충동을 느끼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됐어요. 그래서 이 주제는 제가 수년간 정말 많이 생각해온 것이기도 하죠. 이 주제에 관해서 토의를 이끌어내고 의식을 높이는 방향으로 쓴다면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어요.” _저자 로빈 스티븐슨 인터뷰에서
“청소년의 자살 예방에 대한 의식을 높이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할 책!”
번역가가 직접 기획ㆍ번역ㆍ출간하는 1인출판사 ‘잔잔씨’의 첫 책…
‘셜록황’이라는 닉네임으로 유명한 대한민국 대표 심리학자 황상민의 추천!
불교출판문화상 수향번역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번역가 이은주는 자신이 번역가로서 처음 출간을 제안했던 원고를 잊을 수 없었다. 지금도 첫 장면을 읽어내리던 순간이 생생하게 떠오를 정도이다. 소설 속 두 청소년의 모습에, 친구를 끝내 구해주지 못하고 영영 멀어졌던 자신의 죄책감이 겹쳐졌기 때문이었다. 원고는 안타깝게도 책으로 출간되지 못했다. 그가 자신이 세운 1인출판사의 첫 책으로 오래도록 마음에 품어왔던 『우리 없는 세상』을 선택한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는 기획, 번역, 편집, 제작까지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내며 마침내 책을 세상에 선보인다. 이 책은 슬픔과 죄의식, 자살 충동, 우정과 사랑에 관해 집요하게 파고든 역작이다. ‘셜록황’이라는 닉네임으로 유명한 대한민국 대표 심리학자 황상민 박사가 감수했으며 여러 해외 언론에서 호평을 받은 이 작품이 독자들의 마음에도 가닿기를 바란다.
작가는 10대 둘의 삶을 통해 자살에 이르는 복잡한 심리, 살아남은 자가 느끼는 죄책감을 사실적으로 탐구한다. 여기에 간단명료한 답이나 기적 같은 회복은 없지만 희망이 있다. …어려운 문제를 섬세하게 다루어 냈다. _미국 북리스트
소재의 무게에 비하여 지나치게 강렬하거나 침울하지 않은 분위기로, 진지한 주제를 좋아하는 중고등학생 독자 대부분의 흥미를 끌 작품이다. _미국 스쿨 라이브러리 저널
교과 과정 중에 이 책에 대해 논의해보길 권한다. 10대 청소년의 자살과 자살 예방에 대한 의식을 높이는 데에 이 책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_캐나다 리소스 링크
작가는 청소년 독자들의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이야기를 풀어내는 데 재주가 있다. 이 소설은 청소년이 고민할 법한 문제(슬픔과 죄의식, 자살 충동, 우정과 사랑)에 관해 집요하게 파고든다. _캔릿(캐나다 어린이ㆍ청소년 문학 전문 블로그)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했지만, 이 책은 우리가 어떻게 자신의 삶을 받아들이는지 알려준다. 당신이 현재 자신의 삶에 대해 ‘왜?’라는 질문을 던지거나, 사는 것이 부담스럽고 힘들게 느껴진다면, 이 책의 이야기에 공감할지도 모른다. 별로 알고 싶지 않은 누군가의 죽음이 ‘자살’이라는 이야기라면, 아니 혹시라도 당신이 바로 그런 일을 목격이라도 했다면, 그것은 바로 ‘자기 자신을 찾는 순간’이자 ‘자신을 버리는 것’을 동시에 경험하는 것이다. 이 소설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모습, 그리고 우리 사회가 죽음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마치 드라마 장면처럼 그려낸다. 자살이라는 행동을 하는 순간, 청소년이든 어른이든 그 사람의 마음속에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생각들이 만들어내는 경험이다. 만일 당신이 자신의 삶에 대해 생각하고 싶다면, 죽음은 아주 뚜렷한 사유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소설은 우리 모두의 삶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한다. 왜, 누군가의 죽음에 대해 내가 “정말 죄송해요.” 하는 마음이 되는지, 그리고 이런 죽음을 지켜보아야 하는 사람들이 겪어야 하는 안타까움과 죄책감의 정체가 무엇인지를 알려준다. _황상민(심리학자, 심리상담가)
기본정보
ISBN | 9791197569708 | ||
---|---|---|---|
발행(출시)일자 | 2021년 12월 20일 | ||
쪽수 | 332쪽 | ||
크기 |
129 * 188
* 26
mm
/ 350 g
|
||
총권수 | 1권 | ||
원서(번역서)명/저자명 | The World Without Us/Stevenson, Robin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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